혼백의 길
메도루마 슌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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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자라난 나무들이 잔잔한 수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이 평온해보이는 표지의 이책은 1945년을 전후하여 일본의 오키나와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전투 당시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철수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삶이 얼마남지 않은 여자와 어린 아기의 고통의 시간을 줄여준 기억을 홀로 간직하고 있던 주인공이 평화기념공원과 위령탑등을 찾게되는 이야기인 '혼백의 길'

오키나와의 작은 항구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대화에서 전쟁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슬'

오키나와 전투와 함께 섬에 들어온 일본군들과 마을 사람들간의 관계를 통해 오키나와인들이 겪어야했던 희생이 누구에 의한 것인지 그에 대한 사과는 이루어진 것인지를 생각해보게하는 '신 뱀장어'

섬을 개발하려는 사람들과 섬을 지키려는 사람들 속에서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를 되새겨보는 이야기인 '버들붕어'

오키나와 전투 당시 군대에 동원되어 미군과 마을의 동태를 살피던 척후병의 이야기인 '척후'

이렇게 총 다섯편의 이야기는 전쟁을 겪은 이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 중년 혹은 노년이 되어 전쟁에 대해 잊어가는 혹은 잊으려고 하는 이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고있는데요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겨우 살아남은 자들에게 깊게 새겨진 상처를 들여다보며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오키나와라는 지역적 특성과 오랜 시간 역사속에서 배척되면서도 필요할 때는 하나로 묶여 희생을 강요당했던 일들과 그에 대한 사과나 배려는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며 역사에 대해 전쟁에 대해 후대의 사람들이 더 정확히 기억해야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에 쓴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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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들남 공포 이야기
괴들남(김성덕) 지음 / 북오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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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의 빛도 들어오지않는 오래되어보이는 건물의 텅빈 실내에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창살이 달린 창문이 있고 그 창문 너머에서는 검은 형체가 눈을 번뜩이며 안쪽을 들여다보는 모습이며 그 형체를 가르키는 검고 긴 손가락들과 또 다른 검은 형체들이 그려진 표지는 이책이 보여줄 공포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찾아오던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을 보고 자란 저자는 현재 괴들남 공포 이야기라는 채널을 운영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제보한 실제 경험담을 다루고 있다고하는데요

이책은 채널에서 아직 다루지않은 이야기들과 독자들의 제보들을 모아 나온 책으로 더욱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속에서 마주하는 기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흉가체험이나 출입금지지역인 오지를 찾는등 하지말라는 것을 하다가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이야기들도 있고 도서관이나 수영장, 대형마트, 커피숍등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장소에서 어느 날부터 벌어지는 사건들 혹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하는 기묘한 형체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요

특별히 미신이나 귀신을 믿지않던 사람들도 얼마든지 기이한 현상을 마주할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익숙한 공간에 숨겨진 미처 알려지지않은 사연들을 접할수록 오늘 내가 오가는 공간에서는 아무일도 없을것인지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같습니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죽음의 시간은 쌓여있을 것이며 그중에는 원망이나 한을 간직한 사연도 있을 것이고 죽은 자가 전하고싶은 이야기들도 있을 것이기에 무섭기도하고 믿을수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괴담이라는 것을 자꾸만 찾게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몽실북클럽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후에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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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문 매드앤미러 4
김유라.엄정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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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호러 창작 집단 매드클럽과 국내 최대 장르 작가 공동체 거울이 함께 참여하여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매드 앤 미러 시리즈 네번째이야기인 이번 책에서 토대가 되는 문장은 '우리 집에 못 보던 문이 생겼다' 입니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인 우리 집에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던 문의 등장은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상상을 불러오는데요

과연 이 한 줄 위에 작가들은 어떤 상상력을 더하여 보여줄지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봅니다

뺑소니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감당하기 힘든 빚에 허덕이는 영훈은 회사를 퇴근하고나면 배달기사로 일하며 일주일에 세번씩 묶음 할인을 하는 맥주와 저렴한 과자를 사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하고는 합니다

평소처럼 새벽 귀가길에 맥주와 과자를 사고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던 영훈은 기묘한 분위기의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요

대뜸 방을 임대해 달라고 말하는 남자는 매일 오백만원이라는 거금을 제안합니다

얼떨떨한 상황에서 제안을 받아들인 다음날 아침 벽에는 못보던 문이 생겼으며 오백만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하는데요

기묘한 남자와의 만남은 행운일지 불운일지 임대계약에 숨은 비밀이나 의도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며 내가 영훈이라면 어떻게할까 고민해보기도 합니다

인간의 본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하루에 오백, 계약하시겠습니까' 에 이은 '어둠 속의 숨바꼭질'은 맞벌이로 바쁜 부모가 출근을 해야했기에 여름방학임에도 집에 있어야했던 달우와 이선 남매가 집안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것으로 시작이 되는데요

아이들만 남겨진 상황속 숨바꼭질의 끝에 달우가 사라짐으로써 이선은 오빠의 빈자리로 인한 슬픔은 물론 무너져가는 가족들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며 성장하게 됩니다

중단되었던 재건축사업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에 고교 졸업 이후 5년만에 찾은 옛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서 20년전 실종된 달우와 닮은 아이를 발견한 이선은 아이를 쫓아가게되고 예전에 살던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아이를 따라 들어간 집안에서 난생처음 보는 통로를 발견하고 이끌리듯 들어가게 됩니다

토끼를 따라간 앨리스처럼 통로를 통해 도달한 세상은 신비로우면서도 부자연스럽지만 이선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요

이선이 도착한 세상의 정체는 무엇인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수는 있을지 숨죽이며 읽어나가게 됩니다

매드 앤 미러 시리즈는 공통의 한 줄에서 시작해 작가에 따라 어떤 이야기로 확장되어가는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주는 시리즈인데요

서로의 작품속 한 장면을 가져와 본인의 이야기에 인용하는 작가의 미션을 찾아내는 재미와 함께 매드 앤 미러의 줄임말이자 시리즈를 상징하는 이미지인 매미가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어서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시리즈를 한권이라도 읽고나면 나머지 시리즈들도 찾게 만들어주며 이야기의 힘을 발견하게 해주는 반가운 프로젝트입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후에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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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아파트 매드앤미러 3
전건우.전혜진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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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어그러지며 조각나기 시작하는 글자들과 산산이 부서지는 파편들의 뒷편으로 보이는 배경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표지의 이 책은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매드 앤 미러 시리즈 세번째이야기입니다

이번 책에서 토대가 되는 문장은 '뭔가가 있는 폐아파트 단지로 사라져버린 조카를 구하러 가야 한다' 인데요

이 한 줄 위에 더해지는 작가의 상상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과 함께 책을 펼쳐봅니다

폐아파트 단지의 경비원으로 단기 알바를 시작한 재수는 별다른 일없이 알바 기간을 채워가던중 기존 경비원이자 사수라고 할수있는 김씨 아저씨가 괴물을 마주하며 대치하는 상황을 목격하게되고 그렇게 폐아파트의 비밀을 알게되는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또다른 세계와 그 사이에 놓인 괴리공간 위에 지어진 것이 폐아파트 단지이며 괴리공간에 존재하는 공간수의 출현을 막는 한편으로 괴리공간을 감시하는 일이 경비원의 업무이자 임무임을 알게 됩니다

하필이면 괴리공간으로 들어간 조카를 구하러가는 재수의 이야기는 익숙한 공간이 변형되며 낯설어지면서 주는 공포와 공간수를 물리치며 전진하는 모습에서 퀘스트를 완수하는 게임같기도 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보여주며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아는 혹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소도시를 배경으로하는 Missing은 괴리공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데요

보수적이다못해 맹목적인 가치관을 가진 부모와 딸이라는 이유로 어떤 상황에서든 원인제공자가 되어 구박받고 능력에 대한 칭찬이나 인정은 커녕 질투와 시기만을 받아온 선재는 능력도 배려도 개념도 없는 오빠를 대신에 끝까지 부모의 곁을 지키지만 부모의 장례식에서도 여전히 인정받지 못합니다

아버지의 49재를 위해 본가로 온 오빠네 가족과의 불편한 하루의 끝에 조카는 홀로 폐아파트 단지로 향하고 조카를 찾아나선 여성청소년과 반장인 선재가 자신의 삶과 과거에 대해 되새기는 이야기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매드 앤 미러 시리즈는 공통의 한 줄에서 시작해 작가에 따라 어떤 이야기로 확장되어가는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를 주며 서로의 작품속 한 장면을 어떻게 인용하고 녹여냈는지와 매드 앤 미러의 줄임말이자 시리즈를 상징하는 이미지인 매미가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는데요

작가와 독자가 함께 호흡하게 만들어주는 독특한 경험을 할수있는 시리즈로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게 되는 시리즈입니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후에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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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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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들에 줄지어 매달린 붉은 등이 환하게 밝혀진 모습이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표지의 이책은 평범했던 주인공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는 범죄조직의 일원이 되어 작가로서의 재능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연인과 어머니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징청은 끝없는 슬픔속에서도 두 사람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통해 두 사람의 못다한 인생을 응원하며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착한 의문의 메시지는 징청에게 범죄조직인 다크펀의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하는데요

불행한 인생을 바꾸고자하는 의뢰인이 찾아와 자신의 사연과 자신이 살고싶은 인생을 살고있는 롤모델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인생의 시나리오를 써주는 것이 징청의 할일인 것이지요

의뢰의 조건은 롤모델의 인생의 장단점을 모두 수용한다는 것과 현재 시점에서의 의뢰인의 전 재산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크펀 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이들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는지를 지켜보며 징청도 독자들도 커다란 질문과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요

마법같은 판타지속에서 인생을 바꾼다는 것의 의미와 그 주체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다크펀 조직의 일원들은 케이퍼무비를 보는 듯 유쾌하면서도 매력적인데요

또다른 의뢰자들이 찾아오는 이야기를 만날수있지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보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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