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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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쇼맨이라는 새로운 타입의 결이 다른 해결사의 등장이 흥미롭다. 관계 속에 교묘하게 스며들며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들이 히가시노식의 새로운 추리소설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 책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편 세 작품이 실려 있다.

 

■「천사의 선물-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은 아들의 이혼한 아내가 임신을 주장하여 아들의 재산을 빼앗기게 된 노부부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 하지만, 반전은 끝나지 않았다. 결말을 보고 나서야 에피소드의 제목을 이해하게 된다. 천사의 선물이 무엇인지 말이다.

 

■「피지 않는 나팔꽃- 딸을 구속하는 엄마에게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딸의 신분 교환. 이어진 딸의 자살, 아버지의 충격적 죽음, 노인 거주시설에 들어간 엄마. 딸의 죽음을 부정하는 치매에 걸린 엄마. 쫓겨날 판인데도 딸의 재산을 받기 싫어하는 그녀의 속내는 무엇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직접 읽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 행운- 배우로서의 꿈을 찾아갈 것인가?, 신데렐라의 꿈을 쫓을 것인가? 프리티우먼의 환상에 빠져 있는 속물 여자 미나. 그녀에게 두 개의 연극이 실현된다. 갈래 길에 서있는 그녀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결말도 예측 불가이지만 모든 과정에 개입한 수수께끼 같은 남자 다케시. 모든 게 그의 손바닥 안이다. 그가 블랙 쇼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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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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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80의 노장 시인이 슬럼프에 빠진 2023년 한 해 동안 쓴 시들. 다작의 노시인은 교사로 오랫동안 몸담았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제자이기도 하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시인은 대기만성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광화문 글판에 시(풀꽃)가 올라가면서 대중적인 시인으로 등극했다. 그때가 67세였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삶과 죽음, 인생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등 생의 마무리 단계에 관한 내용이 많다. 시는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 그때그때 감동을 주는 부분이 다르다. 한번 읽는다고 완독했다고 생각지 말아야 한다. 찻잎 우려내듯이 반복해서 읽어야 내 시가 되는 것이다.

 

노시인의 인생을 달관한 교훈들이 시에 빼곡하게 녹아있다. 생활밀착형 시다. 읽으면서 연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 정작 젊었을 때 깨달았으면 좋은 일들을 시인도 우리도 시인은 시를 쓰면서 우리는 시를 감상하며 느끼는 것이다. 로또 번호를 미리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때는 복덩이였는데 모르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교훈, 후세들아!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마라! 시인은 외친다.

 

시인의 삶을 보면서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잘 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렇게 하다 보면 세상이 알아주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시인의 최고 히트작 풀꽃과 이 시집 첫 완독에서 나를 흔든 시를 몇 수 옮겨 적는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화분 식물

잘 자라지 않는다.

쉽게 시든다.

거름 부족이거나

햇빛 부족이 아니라

물 과잉이 원인이다.

오늘날 우리들 삶이 그렇다. (31p)

 

■ 「흐느낌후반부

가늘게 떨면서

흐느끼는 벼들이 익어가는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한 번인들 흐느껴 보았는지

올가을엔 정말로

흐느껴 볼 일이다. (107p)

 

그냥

나는 네가 보고 싶어

보고 싶어

그냥 보고 싶어.

나는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그냥 듣고 싶어

뭐하니?

지금, 뭐 하고 있니?

누구랑 있니?

묻고 싶어

그냥 묻고 싶어

나도 잘 있다고

숨 잘 쉬면서

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냥 말해주고 싶어 (143p)

 

연말 인사

인생에서 마침표는 곤란해

느낌표나 물음표도 불편해

쉼표나 말줄임표 정도가 좋아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마침표가

찍히는 게 인생이니까. (155p)

 

■ 「일보다 사람이후반부

일보다 사람이 어렵다.

어제 누군가한테 들은 말 (170p)

 

정신 좀 차려라

가령 둘이 만나

5만 원 내고

식사를 했다고 할 때

그 사람 위에 5만 원

모두 썼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 망발이다

왜 그 사람 위에

5만 원 썼다, 그러는가

우선 5만 원 가운데

25천 원은 내 밥값으로 나간 돈이고

다만 25천 원만 그 사람 위에 쓴 것이다.

더구나 나 혼자 밥을 먹었다면 어쩔 뻔했나

그 사람 위에 쓴 25천 원은

내가 자칫 혼자 밥을 먹을 뻔했는데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덜어준 값이다

그렇다면 나는 한푼도 그 사람 위해

돈을 쓴 게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 돈을 쓴 것일 뿐이다.

정신 좀 차려라. (173p)

 

문득

밖에 누구 왔소?

창문 열면 아무도 없고

다만 바람 소리

나뭇잎 소리

가을이 문득

나 보고 싶어

잠시 와서

서성이다 갔나 보다. (220p)

 

 

그래

안 돼

안 돼요

안 된다니까

안 된다는 말을 하도

많이 하고 살아서

안 된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듣고 살아서

나이 들어 이제는

무엇이든지

그래 그래 그래

안 되는 일도

그래 그래 그래

그러다 보니

안 되는 일도

되는 일이 되는 때가 있다. (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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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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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이끄는 곳으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문제를 풀어 범인을 잡아내는 그러한 추리가 아니라, 문제를 풀어낼 때마다 감동과 먹먹함이 몰려온다. 결말이 궁금해서 쉽게 덮을 수 없는 책이면서도, 한 장 한 장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든다.

 

이 책은 건축가로서 작가가 모은 이야기를 하나의 소설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정말 낭만적인 사람인 것 같다. 집에 담겨있는 아름답고 신비한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일일이 건물 편지함에 편지를 써놓았다니 말이다. 그렇게, 건물에 대한 비하인드 이야기들을 모았다는 작가의 스토리는 정말 로맨틱하다. (작가소개 참조하여 인용)

 

집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존경스럽다. 한국인이면서 주인공을 프랑스 인으로 기술했다. 그만큼 작가의 파리지엔으로써의 내공이 느껴진다. 부러운 점이 한 가지 또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이러한 이야기가 깃들여 질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다. 오래된 집이 모여 있기만 하면 아파트로 재건축만을 꿈꾸는 대한민국과는 크게 대조되는 일이다. 그나마, 작가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유사한 스토리를 구상한다는 말이 다소나마 기대와 위로가 된다.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다고 했는데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완벽에 가까운 내용들이 전개되어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고 파리에 그 집이 꼭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 건축가가 직업이니까?

 

이 작품은 건축과 집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집에 대한 소프트한 이야기, 집에 살았던 가족의 이야기, 그 가족들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리는 과정이 주된 멜로디인 이야기다. 정말 경이롭다. 건축가적인 식견이 있어야만 가능한 내용이라 부럽기만 하다. 또한, 자신감도 생긴다. 나도 나의 전문 분야에 관해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내 머릿속에 꽉차있는 많은 에피소드 들을 말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그녀는 세상에는 말로 전하기보다는 직접 보아야 하는 것이 더 많고, 직접 보는 것보다는 눈을 감고 느껴야 하는 것들이 더 많다고 했다. (89p)

 

그때 처음으로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24p)

 

기억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그 기억이 비록 원망이나 미움일지라도......, 제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그 집을 부탁합니다. (205p)

 

집은 그렇다. 잠시 자신의 생을 사는 동안 빌려 쓰는 공간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그 공간의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은 차곡차곡 쌓여 그 집의 역사가 된다. (219p)

 

그에게 415일은 가족이라는 의미의 또 다른 단어였다. (320p)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건축이 완성됩니다. (330p)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었다. (3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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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단상집
이해인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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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보물들- 단상집이라 하지만 깊이가 있는 시어들로 가득 찬 영혼의 노래. 이해인 수녀님만의 소중한 보물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보물이 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수녀님 살아생전에 찾아뵐 수 있을까? 책을 읽다 보니 자꾸 부산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나와 같이 생각하는 독자가 한·둘이 아닐 터 나까지 민폐를 끼쳐선 안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수녀님의 한 평생 일생을 만나보고 싶다. 어찌되었던 수녀님의 현재 일상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야겠다.

 

거의 우리 부모님 세대에 속하는 수녀님의 단상집은 소녀다움이 있다. 일 평생 수행을 하시면서 얻은 삶의 노하우들을 단상집을 통해 풀어 내고 계신다. 연배가 있으시다보니 삶을 마감해 가는 여정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잔잔히 깔려 있다. 모든 인간에게 닥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 말이다. 영원의 삶이 있고 부활을 믿는 우리에게도 현세의 삶을 마무리해 가는 과정은 그리움과 아쉬움만 남는다. 책속에 나오는 하와이의 한 소녀가 선물해 주었다는 새소리 시계가 갖고싶다. 쿠팡에서 팔려나?

 

수녀님은 작고 사소한 물건들도 허투로 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그냥 툭 버릴 조개껍데기도 시인에게는 사랑의 언어를 담은 매개체이다. ‘작은 일에 충성한 자가 큰일에도 충성한다는 성경말씀이 떠오른다. 보통사람들은 거들떠 보지 않는 조개껍데기 , 돌멩이도 시인을 만나면 멋진 보물로 변신해 버린다. 시인의 마법이다. 글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단상집이다. 왜냐하면 시이기 때문이다. 직접 읽어 보고 느끼시길 바란다. 부록으로 열 편의 시가 실려있다. 이는 우리에게 주는 보너스 선물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나도 지혜의 심지를 지닌 작은 초가 되고 싶다고,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고 싶다고 (23p)

 

하와이에 사는 한 소녀가 준 시계가 글방 창쪽 벽면에 걸려 있다. 매시 정각마다 글방에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 시에는 북부흉내지빠귀, 두 시에는 검은머리박새, 세 시에는 북부홍관조, 네 시에는 솜털 딱딱구리, 다섯 시에는 캐나다거위 여섯 시에는 집굴뚝새, 일곱 시에는 미국자빠귀, 여덟 시에는 멧종다리, 아홉 시에는 아메리카뿔호반새, 열 시에는 댕기박새, 열한 시에는 아메리카꾀꼬리, 열두 시에는 미국 수리부엉이가 지저귄다. 오늘 나는 창 안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풀밭에 앉은 새 한 마리를 바라본다. 흰 구름도 새처럼 보고 또 본다. (27p)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 (29p)

 

식물을 공유하는 것은 생명을 공유하는 것, 갖는 기쁨보다 선물하는 기쁨이 더 크다. (45p)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살며시 행복이 피어나는 소리를 듣는다. (49p)

 

"부품을 오래 쓰면 낡고 고장이 나는 게 당연하지" 하시던 법정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54p)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들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용기를 주소서." 기도 하는 마음으로 하루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57p)

 

작은 위로와 작은 사랑이 민들레 솜털처럼 날아가 누군가의 마음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65p)

 

밭에서 나오는 것은 흙이 쓰는 시다. (71p)

 

참지 않으면 십중팔구 인간관계를 그르친다. (83p)

 

꽃향기를 맡으면 꽃사람이 되지 (91p)

 

"위대한 사랑의 실습장인 가정은 첫 번째 학교다. 가정이야말로 사람들이 생생하게 경험하며 사랑을 배우는 영구적 학교다"라고 역설한 고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어록도 되새김한다. (98p)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던 내일"이었음을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시간들의 첫 시간"임을 잊지 않으면서 겸허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두 손 모은다 (101p)

 

모든 인간관계에도 서로를 잘 이어주는 지혜의 다리가 필요하다. (113p)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이 순간이 영원 속 한 점이다. (117p)

 

오늘도 서로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면서 사랑의 성숙을 도와주는 우리가 되길 기도한다. 살아 있다는 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자 이름이 불리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며 이렇게 읊어본다.

'이름 부르기는 존재의 확인!' (139p)

 

2021년 가을, 연필 닮은 나무토막에 내가 명심해야 할 네 가지를 썼다. 듣기, 읽기, 쓰기, 그리고 사랑하기 (143p)

 

나는 좋은 말을 키우고

좋은 말은 나를 키운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알아만 주기에도 인생이 모자란다 (155p)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실천해 옮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마더 테레사] (195p)

 

언제나 만남은 짧고 이별은 길다. (197p)

 

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수행하듯 꾸준히 시를 쓰다가 그대로 한 편의 씨가 될 작은 수녀! 그 수녀가 바로 나였으면 한다. (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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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공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생각법
빌 해맥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윌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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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공학- 공학이 어떻게 인류발전에 기여했는지에 대해 사례를 통해 알려주는 책. 공학도로서 자부심 뿜뿜나는 책이지만 난이도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례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러한 에피소드들은 재미있다. 한국 사회도 공학도들의 기여에 맞게 사회적인 대우가 주어진다면 미래적으로 분명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외국 작가의 책을 번역한 것인데, 난도를 좀 더 평이하게 잡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중간중간에 요약된 문장들이, 중요한 메시지로 강조되고 노출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편안한 길잡이를 하려는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전구의 발명자가 에디슨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은 기존의 상식이 하얗게되는 충격이다. 물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널리 퍼진 것이 맥심이 발명한 전구이고 전구의 발명 과정에 루이스 레티머,윌리엄 쿨리지같은 공학도들이 중간중간의 과정에서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것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이다. 8장 챕터의 제목을 한 번의 발명이 세상을 바꾼다는 착각으로 정한 이유가 이러한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전자레인지에 적용된 기술이 레이더에 사용되었던 군사기술이었던 사실과 전자레인지가 개발되는 과정 또한 매우 흥미롭다. 마이크로파를 방출하는 자전관[자기장 속에서 극초단파를 내도록 한 진공관 :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이 열을 만들어냈고, 우연히 주머니에 들어 있었던 캔디바가 녹아내리는 현상을 보고 전자레인지를 발명했다는 유래는 공학의 사례를 너무 단순화했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이러한 영감이 발명으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환타스틱한 이야기가 공학도의 숨은 노력이 내재해 있는 공학적인 방법을 가려버린다고 했다. (261p)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과학적 방법은 우주에 관한 진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반면 공학적 방법은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37p)

 

공학적 방법을 문제 해결 철학이라 부르는 것은 함축도 아니고 무의미한 묘사도 아니다. 공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근본적 마음가짐을 묘사하는 하나의 형용사다 (44p)

 

컬러 필름의 이런 결함은 공학자가 말하는 최고 개념이란 주류 문화의 내재한 하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공학의 결과물은 과학 이론과는 달리 인간 세계 안에 맞춰 들어가도록 설계된 것임을 반영한다. (71p)

 

이는 공학적 방법과 공학의 최고 관념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관측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불공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공학적 방법뿐이다. 공학자가 말하는 최고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72p)

 

테리가 재설계한 자전거를 타본 어느 여성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내 엉덩이 밑바닥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감사를 드려요.” (74p)

 

역설적으로, 공학계가 가진 이러한 맹점을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은 공학적 방법뿐이다. (75p)

 

과학적 방법은 우주에 관한 진실을 드러내려 애쓰지만, 공학적 방법은 현실 세계 문제에 대한 해법을 추구한다. (92p)

 

우리 세기에 들어서 과학 이해와 기술이 놀라우리만치 발전하면서 과거에 공학자를 괴롭히던 불확실성이 없어지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과학 지식이 발전하는 동안 공학자는 그 지식을 넘어서서 일하기 때문이다. (101p)

 

아널드의 연구 이후 수십 년 동안 통제된 진화를 통해 만들어낸 갖가지 요소가 질병을 진단, 치료했고 농장 폐기물을 줄였다. 그뿐만 아니라 직물 품질을 향상했고, 산업 및 제약 화학물질을 합성했으며, 세탁용 세제를 강화했다. 유단백질을 분해하는 그 효소가 얼룩도 분해하는 것이다. (106p)

 

한정된 자원이란 조건은 공학자가 자신의 설계를 실행하고 불확실성을 극복하여 긴급한 사항에 대응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드러내 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 (117p)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적재물이 제대로 동작하는 가운데 위성이 마침내 궤도에 올랐을 때 내가 통제실에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만족스러운 일은 없었다.” 그녀의 설계는 최초 상업 위성 200기 정도에 사용되었다. (135p)

 

잘되지 않는 법을 알아야 잘되는 법을 알게 된다. (147p)

 

그의 혁신 즉 얇은 바깥층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 담그기는 공학자가 사용하는 세 가지 전략 중 마지막인 절충을 설명해 준다.

 

공학 설계에는 항상 한계가 있고, 그래서 제품을 설계할 때 공학자는 사물의 특정 특성의 균형을 얼마나 맞출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최고관념과 밀접하게 연결된 균형이다. 절충할 때 공학자는 사물의 두 가지 양보할 수 없는 측면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둘 모두를 완전히 다 갖출 수는 없다. (163p)

 

 

과학은 최고의 경험칙을 만들고, 공학은 그것을 적용하여 세계를 바꾼다. (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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