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단상집
이해인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소중한 보물들- 단상집이라 하지만 깊이가 있는 시어들로 가득 찬 영혼의 노래. 이해인 수녀님만의 소중한 보물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보물이 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수녀님 살아생전에 찾아뵐 수 있을까? 책을 읽다 보니 자꾸 부산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나와 같이 생각하는 독자가 한·둘이 아닐 터 나까지 민폐를 끼쳐선 안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수녀님의 한 평생 일생을 만나보고 싶다. 어찌되었던 수녀님의 현재 일상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야겠다.

 

거의 우리 부모님 세대에 속하는 수녀님의 단상집은 소녀다움이 있다. 일 평생 수행을 하시면서 얻은 삶의 노하우들을 단상집을 통해 풀어 내고 계신다. 연배가 있으시다보니 삶을 마감해 가는 여정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잔잔히 깔려 있다. 모든 인간에게 닥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 말이다. 영원의 삶이 있고 부활을 믿는 우리에게도 현세의 삶을 마무리해 가는 과정은 그리움과 아쉬움만 남는다. 책속에 나오는 하와이의 한 소녀가 선물해 주었다는 새소리 시계가 갖고싶다. 쿠팡에서 팔려나?

 

수녀님은 작고 사소한 물건들도 허투로 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그냥 툭 버릴 조개껍데기도 시인에게는 사랑의 언어를 담은 매개체이다. ‘작은 일에 충성한 자가 큰일에도 충성한다는 성경말씀이 떠오른다. 보통사람들은 거들떠 보지 않는 조개껍데기 , 돌멩이도 시인을 만나면 멋진 보물로 변신해 버린다. 시인의 마법이다. 글로 표현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단상집이다. 왜냐하면 시이기 때문이다. 직접 읽어 보고 느끼시길 바란다. 부록으로 열 편의 시가 실려있다. 이는 우리에게 주는 보너스 선물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나도 지혜의 심지를 지닌 작은 초가 되고 싶다고,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고 싶다고 (23p)

 

하와이에 사는 한 소녀가 준 시계가 글방 창쪽 벽면에 걸려 있다. 매시 정각마다 글방에 새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 시에는 북부흉내지빠귀, 두 시에는 검은머리박새, 세 시에는 북부홍관조, 네 시에는 솜털 딱딱구리, 다섯 시에는 캐나다거위 여섯 시에는 집굴뚝새, 일곱 시에는 미국자빠귀, 여덟 시에는 멧종다리, 아홉 시에는 아메리카뿔호반새, 열 시에는 댕기박새, 열한 시에는 아메리카꾀꼬리, 열두 시에는 미국 수리부엉이가 지저귄다. 오늘 나는 창 안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풀밭에 앉은 새 한 마리를 바라본다. 흰 구름도 새처럼 보고 또 본다. (27p)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 (29p)

 

식물을 공유하는 것은 생명을 공유하는 것, 갖는 기쁨보다 선물하는 기쁨이 더 크다. (45p)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살며시 행복이 피어나는 소리를 듣는다. (49p)

 

"부품을 오래 쓰면 낡고 고장이 나는 게 당연하지" 하시던 법정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54p)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들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용기를 주소서." 기도 하는 마음으로 하루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57p)

 

작은 위로와 작은 사랑이 민들레 솜털처럼 날아가 누군가의 마음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65p)

 

밭에서 나오는 것은 흙이 쓰는 시다. (71p)

 

참지 않으면 십중팔구 인간관계를 그르친다. (83p)

 

꽃향기를 맡으면 꽃사람이 되지 (91p)

 

"위대한 사랑의 실습장인 가정은 첫 번째 학교다. 가정이야말로 사람들이 생생하게 경험하며 사랑을 배우는 영구적 학교다"라고 역설한 고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어록도 되새김한다. (98p)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던 내일"이었음을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시간들의 첫 시간"임을 잊지 않으면서 겸허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두 손 모은다 (101p)

 

모든 인간관계에도 서로를 잘 이어주는 지혜의 다리가 필요하다. (113p)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이 순간이 영원 속 한 점이다. (117p)

 

오늘도 서로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면서 사랑의 성숙을 도와주는 우리가 되길 기도한다. 살아 있다는 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자 이름이 불리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며 이렇게 읊어본다.

'이름 부르기는 존재의 확인!' (139p)

 

2021년 가을, 연필 닮은 나무토막에 내가 명심해야 할 네 가지를 썼다. 듣기, 읽기, 쓰기, 그리고 사랑하기 (143p)

 

나는 좋은 말을 키우고

좋은 말은 나를 키운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알아만 주기에도 인생이 모자란다 (155p)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실천해 옮기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마더 테레사] (195p)

 

언제나 만남은 짧고 이별은 길다. (197p)

 

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수행하듯 꾸준히 시를 쓰다가 그대로 한 편의 씨가 될 작은 수녀! 그 수녀가 바로 나였으면 한다. (20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