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 - 자기 치아로 평생 사는 기적의 관리법
박창진 지음, 조성민 그림 / 은행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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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치아- 참 의사가 쉽게 써 내려간 치아 관리에 관한 필독서. 늦게 알게 되어 화가 나는 박창진 의사의 수드(SOOD) 테크닉. 이런 의사와 함께 살고 있는 세상은 아름답다.

 

전문적인 내용을 쉬운 단어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림도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요한 문장은 푸른 형광색으로 칠해져 있다. 또한 치과의사의 치중진담이라는 코너는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 볼 수 있는 좋은 질문과 답들이 정직하게 정리되어 있다. 자기 전공 분야를 이렇게 쉽게 풀어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불소함유 치약이 중요하다. 그동안 불소 함유량은 보지도 않고 구매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함유량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구매한 치약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구매할 치약은 선생님의 말씀대로 불소함유량을 따져가며 구매해야겠다. 이젠 나도 수드(SOOD) 테크닉의 신봉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변화다.

 

칫솔을 다시 사야 한다. 그동안 알고 있었다고 자부하는 상식이 단번에 무너지는 기분이다. 칫솔에 대한 구매 가이드는 아래에 인용된 문장과 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사실, 많은 치과 의사들의 공적이 될 수도 있을 성싶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예방법 책을 집필하신 참 의사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공학도로서 그런 얘기를 종종 한다. 절대 마모되지 않는 타이어, 영구적인 수명을 가진 배터리. 이런 초유의 발명품을 만든 사람은 어떻게 될까? 상을 받을까? 아마도, 곧 해고될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로 하곤 했었다. 사업 관점에서 보면 기업에 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를 내어 예방법을 설파하시고 스케일링 없이 자연치아로 평생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선생님은 치의학계의 이단아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점이 민초들이 이 책에 열광하는 이유다.

 

수드(SOOD) 테크닉 4원칙

Soft(부드럽게) : 부드러운 칫솔을 연필 쥐듯이 잡고, 아주 작은 원을 그리듯이 움직이며 닦는다.

Open(입을 벌리고) : 입을 크게 벌리고 지금 내 칫솔이 닦고 있는 치아를 직접 보면서 닦는다.

One by one(하나씩) : 한 치아당 20~30, 한 치아를 다 닦은 후 다음 치아로 넘어간다.

Deeper(깊숙이) : 칫솔을 잇몸 쪽으로 45도 기울여 깊숙이 넣고 치아와 잇몸의 경계부를 닦는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잇몸 질환으로 인한 세균, 염증 물질은 전신으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5p)

예방은 돈이 되지 않습니다. (중간 생략)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아프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감사도 적절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식과 구조의 문제 모두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방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9p)

 

1부 제목(예방편) : 당신이 치과에 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18p)

인상적인 카피가 마음을 울린다.

 

교과서적으로 정리해서 말하자면 충치는 치아의 구조적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중간 생략) 세균이 산을 만들고 그 산 성분에 의해 치아가 녹는 것이 바로 충치입니다. (27p)

 

치과는 이가 아프지 않을 때 가야 합니다. (33p)

 

불소치약은 원래의 치아 구조보다 치아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며 시린 증상을 없애줍니다. (37p)

 

충치 예방은 실란트와 불소치약 그리고 식습관 조절로 이뤄집니다. (45p)

 

지금 이 순간도 치아에서는 칼슘이 빠져나가고 있으므로 복구를 위해 잊지 말고 불소를 발라야 한다는 게 충치 예방의 1원칙입니다. (49p)

 

불소 농도에 대해 살펴보면 적극적으로 충치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1,500ppm 적어도 1,000ppm의 농도가 되어야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55p)

 

치석이 생기는 과정에서 잇몸뼈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치석은 질병의 원인이 아닌 결과입니다. (63p)

 

칫솔모의 끝은 뾰족한 게 아닌 평평한 모양이어야 하고, 직경이 얇고(0.1mm 정도) 부드러운 칫솔모가 빽빽하게 많이(5000~6000개 정도) 심어져 있는 칫솔이 잇몸살을 닦기에, 세균막을 조절하기에 적합한 칫솔입니다. (79p)

 

치약을 바른다고 잇몸 질환이 낫는다는 건 완전한 거짓말입니다. (중간 생략)

칫솔질만 제대로 해도 예방이 됩니다. (115p)

 

1장과 2장에서 이야기한 이야기를 종합해 충치 예방의 순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당과 산이 들어간 음식을 조절한다.

둘째, 입안에 음식물을 오래 혹은 자주 넣어두지 않는다.

셋째, 씹는 면의 홈을 실란트로 메어준다. (어릴 때부터 하면 좋다.)

넷째, 재광화로 치아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불소치약을 쓰고(1,450ppm) 일정한 주기로 치과에서 불소 도포를 받는다.

다섯째, 이와 이 사이의 청결을 위해 치간칫솔을 사용한다. (119p)

 

가글을 하더라도 칫솔질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124p)

 

식사 시간에는 식사를 해야 하고, 식구란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165p)

 

기다려야 합니다. 조금 더디고 서툴지만 스스로 해낼 때까지 사랑의 마음으로 팔짱을 끼고 그렇게 지켜봐야 합니다. 가장 훌륭한 부모는 되도록 빨리 아이가 보호자 없이도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입니다. (175p)

 

1940년대 미국의 어느 의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잇몸 질환이 피할 수 없는 노화의 한 과정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빨리 버려라.”

(192p)

 

고쳐주는 의사가 아니라 낮게 해주는 의사를 찾아야 합니다. (210p)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교정, 유지장치 관리법 (252p)

: 챕터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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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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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온실 수리 보고서- 솜씨 좋은 이야기꾼의 사실적인 허구스토리. 두 가지 시간 속 주인공들의 성장소설이자 탐사 보고서.

 

서사와 수사가 뛰어난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오버랩 된다. 주인공 최영두와 마리코인 할머니의 이야기가 대온실이라는 공동의 구역에서 두 가지 결이 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두 주인공의 각각의 성장 스토리가 동시에 이어달리기 하듯 변주되어 있다. 그동안 소설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잔류 일본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한 축이라 조금은 낯설었다. 어찌 되었든 저자의 서사와 수사는 언어의 연금술사처럼 아름답고 당찬 문장들을 만들어 낸다. 고수다운 글귀를 창조해 내는 그녀는 고수다.

 

한 축 이야기의 주인공이 잔류 일본인이다. 표현되는 문장들이 껄끄럽다. 민족주의자 입장에선 일본을 미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워낙, 일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마음속에 내재하고 있어서 그런가? 이는 창가의 토토애니를 보면서도 느낀 감정이다. 보고 나서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 사실 창경궁에 관한 이야기라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지닌 창경궁의 숨겨진 비화라던가 극적인 스토리를 기대했었다. 기대가 너무 지나쳐 버린 느낌이다.

 

작가의 이야기는 스펙터클과 할리우드 대작에 어울리지 않는 소소하고 잔잔한, 그러면서도 끈질김과 끈적끈적함이 남아있는 이야기이다. 자극적인 폭력과 싸움이 난무하는 이야기가 아닌 조용하고 담담한 소소한 사건들이 계속된다. 우리 이웃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통의 소재로 글은 이어진다. 사실 대다수의 드라마나 영화들이 의사 변호사 검사 혹은 폭력배 재벌 등을 소재로 꽤 많이 다루고 있다. 마치 세상에 다른 직업군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자극을 원하는 팬층들은 이 소설 같은 드라마, 현실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야기 하나로 끌어가는 담담한 보통 사람들의 드라마가 많아지길 고대해 본다.

 

창경궁에 남아있는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인의 어린 시절과 산아가 거울처럼 대비되며,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왔다 갔다 한다. 마리코 할머니를 추억하며 그녀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고 주인공은 그녀가 살았던 시간에 동조된다. 두 축의 주인공들 각각의 시간들이 흐르며 중첩되고 때론 대조되며 참 색다른 맛을 내는 소설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 인용]

 

구름이 달을 통과하자 달빛이 쏟아졌고 거기서 떼어낸 투명한 빛들이 내가 달리는 방향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38p)

 

서울에서 누구나 가고 싶어 한다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누구를 속여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서도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들렀다 가야 하는 집.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54p)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익이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면 불친절은 그냥 이득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되는 일이다. (68p)

 

대문 밖만 나가면 아는 얼굴들이 나타나는 섬과, 사람 물살을 헤치고 다닐 때마다 생소한 얼굴들이 차고 슬프게 다가왔다 사라지는 이곳의 봄은 완전히 다른 계절이었다. (85p)

 

나는 술을 즐기지 않았는데 깨고 나서의 허망함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술이 들어갈 때는 기분이 좋아 박장대소를 하다가도 깨고 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의기소침해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 (133p)

 

구원이 뭔데?”

그건 수난이 그치는 거야.” (155p)

 

 

순종이 창덕궁과 창경궁에 박물관과 식물원 그리고 동물원을 만드는 데 동조한 것도 교육을 위해서였다. 순종은 어찌 되었든 왕궁 문을 직접 열어 근대 문물 수용에 앞장서는 행동을 취했다. (166p)

 

그렇게 묻은 상태로는 전체를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공동과 침하가 계속되겠지. 개인적 상처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한쪽을 묻어버린다면 허술한 수리를 한 것이 아닐까? (208p)

 

그럴까요? 저 맞게 길을 가고 있는 걸까요?”

맞고 틀리는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인생 잘 모르지만.”

(238p)

 

“‘이 문을 거쳐 가며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내 슬픔을 풀 것이다라고 한 말이 승정원일기:정조대왕에 나와요. 슬픔으로 열고 그리움으로 닫는 문인 거죠.” (301p)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세상 어딘가에는 지금 아닌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스미와 산아가 서로 손을 흔들며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질 때 나는 완성이라고 여겼던 보고서를 다시 이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402p)

 


서평단활동, 대온실수리보고서, 창비, 김금희,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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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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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지는 결말을 알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책. 뒤통수 세게 맞았다. 최근엔 밤을 새워 새벽 5시까지 책을 읽은 경험이 거의 없다. 이젠 체력도 예전만 같지 않아서 쉬이 피곤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수십 페이지를 남겨 두고 책을 덮었지만,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몰입하여 보았고 눈을 뜨자마자 나머지를 숙제하듯 치워 버렸다. 머리가 띵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정통 추리소설의 백미다.

 

다수의 희생자를 만들어낸 희대의 살인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범인은 스스로 자수했다. 그런데 어떻게? ? 죽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다. 사형을 당하기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으니, 자신을 단죄해달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가족들을 잃은 유족들은 혼란스럽다. 묻지마 살인에 희생을 당한 가족들은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검증회라는 방식으로 사건을 규명하고자 모인다. 여기서 우리의 히어로 가가 형사가 등장한다. 가족들의 진술을 차례로 경청하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다. 중년의 남자를 잠 못들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소설.

 

인간 관계에 관한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라는 명제에 떳떳한 사람이 있느냐? 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우리가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겠지만 관계와 관계속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죽이는 행동을 할 수 도 있겠다 싶은 책이다. 학창시절에 겪었던, 학교 폭력 왕따 등의 인격살인도 살인이다.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의 비극은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속물적인 근성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선을 넘는 인간관계는 가족관의 불화 불법적인 관계들로 적나라하게 밝혀진다.

 

텔레그램과 묻지마 살인, 외톨이(히키코모리),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를 불러 올 만큼 파급력있는 사건을 담았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온 나라가 들썩들썩했을 것이다. 최근 딥페이크에 대한 범죄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하고 공유한 플랫폼이 텔레그램이라 N번방 사건 이후에 다시 입방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불법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놔두어야 하나? 일부 나라에서는 한시적이지만 텔레그램을 퇴출시켰던 적도 있었다. 언론의 자유, 정보의 자유도 필요하지만, 선을 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어떤 방식이 좋은지 모르겠으나 적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때다.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는 더욱 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나쁜 짓을 저지르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 제도를 악용하여 범죄의 폭력성이 더 강해지고 잔인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르던 애완동물의 죽음으로 파탄이 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관계에서 상처받은 것에 대한 복수로 천륜을 벗어나 되갚는 무분별한 악성의 광폭 질주, 게임을 하듯이 본인이 하는 행동에 대한 선과 악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


 자아가 형성되기 전의 행동들이라 할지라도, 절절한 사연과 이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벌이는 행동에는 책임을 지우는 징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에는 그런 사회의 현상에 대한 질문과 고민스러운 과제를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 듯 있다. 기가 막히는 반전이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문 속에 하나하나의 행동을 반추하게 된다.

 

일탈의 끝을 보여주는,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설정을 한 일본스러운 관계의 불륜, 불륜의 끝은 사필귀정이 당연하지만 그런 복선 중의 복선을 마지막까지 숨겨놓았다가 꺼내놓다니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결말에 다시 한번 놀라고 그냥 끝나버리는 페이지에 허무함을 느끼며, 생을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만 되새김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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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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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짜증이 날 정도다. 블랙 쇼맨시리즈 세 권의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는 사실이 말이다. 주인공이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트랩 핸드의 가미오 다케시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놀라우리만큼 정교하다. 샘이 난다. 코로나19 시대를 담으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에 찬사를 넘어 존경심을 보낸다. 어느 정도 필력이 되어야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은 본격적인 사건해설의 추리소설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보고 싶은 마음을 꽉 누르면서 끝까지 참고 완독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결말이 너무 기가 막히다. 끝까지 범인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드는 기술은 주인공이 마술사라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은 블랙 쇼맨시리즈 운명의 바퀴환상의 여자의 프리퀼 성격의 책이다. 가미오 마요와 가미오 다케시가 만나는 내용이 담겼으니 당연하다. 존재를 몰랐던 의문의 남자가 점점 친근한 삼촌으로 바뀌어 가는 이야기, 조카와 삼촌의 희한한 케미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코로나19 시대의 실상을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가 직접 겪었던 코로나19를 생각하다 보니 더욱 친근하고 현장감이 있었다. 우리가 경험했던 동병상련의 사연들이 감정이입을 도와준다. 가미오 다케시를 마술사 출신으로 각색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본다. 그래야만 이야기들의 전개가 이어질 수 있어서 영특한 저자의 한 수를 느끼게 된다. 가미오 마요와 다케시는 흔한 부녀지간과는 결이 다르다.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에 데면데면했던 그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삼촌과 가까워지는 모습, 티격태격하면서 삼촌에 매료되는 마요의 모습은 잘 어울리는 한 쌍 셜록 홈스와 와튼 박사처럼 의외로 호흡을 자랑한다.

 

이 작품은 블랙 쇼맨 시리즈의 첫 번째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시간의 흐름 순으로 볼때 운명의 바퀴환상의 여자에선 이미 다케시와 마요가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까 그렇게 판단하면 될 듯하다. 동창 중에 제일로 성공한 친구의 히트작 환뇌 라비란스가 백혈병으로 먼저 죽은 친구의 유작이라니 깜짝 놀랄 만한 얘기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범인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여정에서 밝혀지는 동창들의 숨겨진 얼굴들, 끝내 범인을 밝혀내는 스토리가 말 그대로 추리소설의 정석이다. ‘가미오 선생님이라면, 사실대로 얘기했더라면 충분히 이해하셨을 텐데...’라는 마요의 독백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인간의 욕심은 최고의 명성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사망에 이른다.는 성경 말씀의 구절이 뇌리를 스친다. 최고의 유명 작가는 그렇게 무너져 버렸다.

 

진실을 적당히 덮어야 세상이 쉬이 굴러가나? 적어도 구기미야는 그러길 원했던 것 같다.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파도 한 번에 쉽게 무너져 버릴 명성이었는데 실체가 밝혀져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사필귀정.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고 블랙 쇼맨 탐정단이 전면에 등장한다. 다케시와 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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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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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이 책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편 세 작품이 실려있다. 블랙 쇼맨 시리즈가 별거냐? 그다지 기대를 안 했다가 이 책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 「운명의 바퀴환상의 여자는 이란성 쌍둥이다. 에피소드들이 연결되어 있다. 세 권의 책을 두 개로 나눠 다시 두 권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심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하고자 한다. 블랙 쇼맨 시리즈 두 번째 책을 보면서 어찌 이렇게 발칙한 발상을 하는지, 그렇게 연결시킬 수 있는 건지,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번 고개 숙이게 된다. 블랙 쇼맨 시리즈는 모든 시리즈를 다 읽어 봐야 감이 올 것 같다.

 

맨션의 여자 : 운명의 바퀴피지 않는 나팔꽃과 연관된 에피소드다. 신분을 세탁하여(뒤바꿔 사는 여자) 남의 인생을 사는 여자. 그녀의 재산을 노린 친오빠와 관련된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그려져 있다.

 

위기의 여자 : 남자의 스펙만 쫓는 속물인 나미의운명의 바퀴이전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환상의 여자 : 유부남을 사랑한 순정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번아웃에 빠지자, 그를 아끼는 친구가 그녀를 제자리에 돌리려고 꾸미는 한 편의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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