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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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지는 결말을 알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책. 뒤통수 세게 맞았다. 최근엔 밤을 새워 새벽 5시까지 책을 읽은 경험이 거의 없다. 이젠 체력도 예전만 같지 않아서 쉬이 피곤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록 수십 페이지를 남겨 두고 책을 덮었지만,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몰입하여 보았고 눈을 뜨자마자 나머지를 숙제하듯 치워 버렸다. 머리가 띵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정통 추리소설의 백미다.

 

다수의 희생자를 만들어낸 희대의 살인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범인은 스스로 자수했다. 그런데 어떻게? ? 죽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다. 사형을 당하기 위해서 살인을 저질렀으니, 자신을 단죄해달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가족들을 잃은 유족들은 혼란스럽다. 묻지마 살인에 희생을 당한 가족들은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검증회라는 방식으로 사건을 규명하고자 모인다. 여기서 우리의 히어로 가가 형사가 등장한다. 가족들의 진술을 차례로 경청하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다. 중년의 남자를 잠 못들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소설.

 

인간 관계에 관한 진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라는 명제에 떳떳한 사람이 있느냐? 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우리가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겠지만 관계와 관계속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죽이는 행동을 할 수 도 있겠다 싶은 책이다. 학창시절에 겪었던, 학교 폭력 왕따 등의 인격살인도 살인이다.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의 비극은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속물적인 근성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선을 넘는 인간관계는 가족관의 불화 불법적인 관계들로 적나라하게 밝혀진다.

 

텔레그램과 묻지마 살인, 외톨이(히키코모리),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를 불러 올 만큼 파급력있는 사건을 담았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온 나라가 들썩들썩했을 것이다. 최근 딥페이크에 대한 범죄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하고 공유한 플랫폼이 텔레그램이라 N번방 사건 이후에 다시 입방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불법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놔두어야 하나? 일부 나라에서는 한시적이지만 텔레그램을 퇴출시켰던 적도 있었다. 언론의 자유, 정보의 자유도 필요하지만, 선을 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어떤 방식이 좋은지 모르겠으나 적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때다.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는 더욱 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나쁜 짓을 저지르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 제도를 악용하여 범죄의 폭력성이 더 강해지고 잔인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르던 애완동물의 죽음으로 파탄이 난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관계에서 상처받은 것에 대한 복수로 천륜을 벗어나 되갚는 무분별한 악성의 광폭 질주, 게임을 하듯이 본인이 하는 행동에 대한 선과 악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


 자아가 형성되기 전의 행동들이라 할지라도, 절절한 사연과 이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벌이는 행동에는 책임을 지우는 징벌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에는 그런 사회의 현상에 대한 질문과 고민스러운 과제를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 듯 있다. 기가 막히는 반전이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문 속에 하나하나의 행동을 반추하게 된다.

 

일탈의 끝을 보여주는,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설정을 한 일본스러운 관계의 불륜, 불륜의 끝은 사필귀정이 당연하지만 그런 복선 중의 복선을 마지막까지 숨겨놓았다가 꺼내놓다니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결말에 다시 한번 놀라고 그냥 끝나버리는 페이지에 허무함을 느끼며, 생을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만 되새김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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