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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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란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며,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체에 걸러 꼼꼼히 검토하여 지속 가능한 견고함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하는 일은 수학자나, 물리학자, 화학자의 작업과 유사하다. 지나친 전문성 때문에 문외한인 대중들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철학 행위는 일정한 체계에 따른 진리 추구였다. 철학은 시적 언어, 즉 잠언이나 직관적 방식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진리를 파기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철학에서 말하는 신과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신은 무한의 형상화, 즉 사고나 기억, 의지, 행위, 지성의 모든 속성들이 그 극한까지 나아간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가령 신은 무한한 능력과 무한한 의지를 소유한 반면, 인간의 능력과 의지는 필연적으로 한계를 지닌다. 신이 가진 가능한 모든 자질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능력들은 완벽하고 또 절대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고전주의 철학자들에게 있어 무한의 형상화로서의 신은 확실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즉 신 덕분에 신뢰할 수 있고 인지할 수도 있는, 안정적인 지위의 진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계몽주의 시대는 진리를 인식하는 방식과 시각에 있어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진리의 성격은 비판적으로 변모한다. 즉 진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권력의 술책과 권력자들의 거짓말, 혹세무민하는 미신을 무효화시키는 것이다. 이때부터 진리는 개인의 품행, 집단의 믿음, 현실 정치 등 어느 관점에서 보나 인간을 자유롭게 해방시켜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확고부동한 객관적 형태의 진리가 아니다. 영원한 진리의 포착 역시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비판적 진리란 종교와 제도와 체제를 체에 걸려 선별하는 방식으로서, 권위주의와 굴종 상태의 종렬을 목적으로 한다. 진리는 기만과 전제 정치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이를 무너뜨리는 수단이 된다.

 

  사실 계몽주의 철학의 중심 사상은, 모든 진보는 다 같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과학적 진리, 정치적 진리, 역사적 진리들은 공동으로 하나의 동일한 진보를 추구하고 촉진시킨다.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국은 하나로 수렵되는 이 진보란 지식의 증대, 도덕적 능력의 증대, 부의 증가, 정의의 가능성의 증가 등과 관련된다. 이 모든 진보가 단 한 번에 이루어진다. 즉 학문의 진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기술의 진보도 가능케 하고, 더 나아가 자유로운 비판을 증가시킨다. 이를 통해 지식의 공유가 확산되고, 이는 곧 더 많은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보장한다.

 

  이전 세대의 철학자들은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자 또는 진리를 의심하는 철학자였다. 회의주의자들처럼, 인간의 진리 획득 가능성을 부정하는 철학자들도 있었다. 그 후로는 진리라는 개념 자체를 주시하고, 진리의 가능성과 그 실재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현대 철학에서는 역사적 맥락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19세기는 과학적 진보와 정치적 격동, 미학의 급격한 변화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기다. 역사의 갑작스런 개입은, 역사가 철학적 사유에 있어 중대한 한 가지 주제가 되었다는 것, 즉 철학은 사상의 진화, 국민의 진화, 정치 체제의 진화, 과학의 진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사는 무엇보다, 단지 몇 세대에 걸쳐 모든 영역의 전복 사태와 혼란을 통해 표면화되었고, 이러한 급진적 변화는 진리와 관련된 상황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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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로제 폴 드르와(Roger-Paul Droit) [저]

- 1949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국제철학학교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1972년부터 프랑스 대표 일간지 "르몽드Le Monde"의 고정 칼럼니스트로서 철학평론을 썼으며, 시사주간지 "르포엥Le Point" 및 경제일간지 "레제코Les Echos" 등에도 기고한다.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철학자들의 삶과 죽음의 명장면], [사물들과 철학하기], [철학자들과 붓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간단하게 보는 철학의 역사], [사유의 스승들] 등 다수가 있다. 특히 이 책 [일상에서 철학하기]는 전 세계 23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철학적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가 제안하는 엉뚱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101가지의 철학 체험은 우리의 갇혀 있던 생각을 해방시키고 단조로운 일상을 다채롭게 변화시켜줄 것이다.

 

 

박언주 [역]

-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해외의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 어린이 책을 옮길 때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언어 세계를 많이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 고민을 사랑하는 번역자가 되는 것이 소망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번역한 책의 첫 독자이기도 하고, 엄마의 작업에 뜻밖의 자문 역할을 해 주기도 하는 두 딸이 있어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상상력먹고 이야기 똥싸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지킬박사와 하이드] [킹피셔 공룡 백과사전] [빈 라덴, 금지된 진실] [사랑하는 나의 세 어머니] [자두치킨]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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