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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변론 -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강금실 지음 / 김영사 / 2021년 9월
평점 :
지구를 위한 변론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자 정치인으로 알고 있었던 강금실 전 장관이 지구의 환경을 이야기하는 책을 썼다고 해서 솔직히 많이 의아했다. 한동안 기존 매체에서도 뜸했던 저자가 오랜만에 나와서 정치 재개를 준비하는건가라는 생각까지도 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미래 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한 지구법학에 매진하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의 근대국가 사회는 권리 위에 세워져 있고 권리가 없으면 보호받지 못하는데 우리는 계속 권리주체를 확대해 왔고 어떤 대상에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한 그것을 가치 있는 존재로 보기는 힘들다고 한다. 지구법학의 핵심 주제는 이 법 체계를 넓히자는 것이다.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지구 중심적으로 바꿔서 우리 존재의 근거를 보호하자는 데 있다.
이 책은 그런 지구법학의 여러 화두를 입체적으로 해설해주고 함께 하기를 제안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산업문명이 인간만을 지구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자연을 사물과 자원으로 취급함으로써 초래한 위기를 바로잡고, 더 크고 새로운 가치관을 구상하는 방법론이 바로 지구법학이다.
지속가능발전, 탄소중립, ESG경영, 그린 뉴딜 정책 등에 대한 읽을 거리를 찾는 독자라면 바로 이 책을 추천한다. 토머스 베리의 ‘생태대’와 ‘지구법학’ 이론은 산업문명을 대체하는 문명의 세계관과 법 체계를 구축하는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 논의가 중요하게 부상한다. 자연의 주체성 회복은 주체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 논의를 불러온다. 지금의 산업문명은 시민공동체를 기초로 한다. 산업문명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고 전 지구적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동체 인식이 필요하다.
2017년 뉴질랜드 의회는 세계 최초로 구체적 자연물에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뉴질랜드 북섬의 왕거누이 강에 권리를 인정하는 법이 그것이다. 700년 넘게 원주민과 더불어 살아온 이 강을 둘러싸고 최근 150여 년간 원주민과 정부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왕거누이 강은 이 법을 통해 법인격을 부여받았고, 강의 권리행사는 마오리 공동체와 정부가 지정한 위원회가 대변하게 된 것이다. 이 법을 통해 뉴질랜드 정부는 원주민들이 강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신을 승인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