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 3호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김원영 외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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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 


요즘 가장 힙한 고품격 지식교양잡지 매거진 G의 세번째 호가 발행되었다. 이번 호 역시 어벤져스급 필진들의 글이 반가웠다. 화려한 편집과 색다른 구성 등의 비쥬얼이 읽고 싶게 만들고 집어들고 나서도 즐겁게 읽게 만들었다. 


매거진 G는 우선 광고면이 없다. 그리고 문화, 역사, 철학, 심리, 사회, 과학, 종교,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를 위한 지식큐레이션이 펼쳐진다. 이번호의 제호는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이다. 우선 코로나가 거의 2년째 이어지는 상황에 왜 지금 여행인가? 하는 의구심이 호기심으로 바뀌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사이트로 밀려온다.  


여행작가의 일상부터 장애인 이동권 문제와 눈앞으로 다가온 우주여행, 오키나와의 일상 풍경, 예민한 이들을 위한 여행법 등 이동이 중단된 세계를 배경으로 여행자(필진) 스무 명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칼럼뿐만 아니라 그림에세이, 그래픽노블, SF소설 등 다양한 형식의 글들이 호화로운 잔치밥상처럼 차려져있다. 


고고학자 강인욱에게 여행은 인디아나 존스가 아닌 한정된 시간에 유라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꽁꽁 숨어 있는 유물과 때로는 현지 공안과 숨바꼭질하는 고된 과정에 가깝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전홍진의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예민한 사람들에겐 낯설고 붐비는 여행지는 영감은커녕 피로만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대목은 내 얘기를 하는 듯 해서 즐거웠고 여행이 점점 더 ‘소비 순례’로 전락해온 세태를 지적하는 인류학자 박세진의 날카로운 지적도 공감되었다. 


여기에 책 뒤에 붙어있는 엽서는 요즘것들의 의식주호好락樂이라는 여행 엽서 형식으로 구성하여 만남이 끊긴 시대에 네 명의 작가가 건네는 안부의 글을 담았다.


개인적으로는 김원영 변호사의 여행에 대한 생각이 인상적이었는데 떠나지 않고 여행자가 될 방법은 없다. 익숙한 장소, 익숙한 감각, 익숙한 질서로부터 이동하지 않아도 훌륭한 기술과 콘텐츠에 힘입는다면 즐거운 관광객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여행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시도,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공간을 향해 이동하지 않을 수 없는 이동, 모르는 것을 신나게 만져보는 마음, 이런 것들이 우리를 여행자로 만든다.


폐사지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라는 칼럼을 읽으며 폐사지 투어를 가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전국의 뻔한 여행지와 관광명소에서 얻어낼 감흥이란 대개 비슷하다. 박제화된 정보와 규격화된 접근 방식 때문에 벌어진다. 역사에서 발췌한 이야기나 복원된 건축물들을 통해 어렴풋한 상상으로 시간의 틈을 메워나가는 일이 고작이다. 폐사지를 찾는 일은 조금 다르다. 한때 번성했을 절의 흔적만이 빈터에 남아 있다. 군데군데 건물의 주춧돌로 쓰였던 돌이 땅거죽을 뚫고 나왔으며 몇 개의 유구가 널려 있긴 하다. 여기에 조금 주의를 기울이면 일대에서 수습한 세월의 더께를 뒤집어쓴 석물들이 보존되어 있을 뿐이다. 사람도 없는 거대한 빈터를 어슬렁거리며 혼자만의 상상력으로 과거의 모습을 채워나가는 게 묘미다. 텅 비어 있어 찾아낼 것이 많고 상상과 유추의 행간을 마음대로 채워 넣을 내용이 생긴다. 형용모순의 공간에서 외려 쾌감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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