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대디 자본주의 - 친밀한 착취가 만들어낸 고립된 노동의 디스토피아
피터 플레밍 지음, 김승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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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대디 자본주의 


<친밀한 착취가 만들어낸 고립된 노동의 디스토피아> 란 부제로 지금 현재 세계의 자본주의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신랄하게 까발리는 책이다. 책 제목으로 쓰고 있는 슈거 대디 자본주의란 슈거대디닷컴이라는 데이트 주선 앱에서 따온 것으로, 부유한 중년 남성이 생활비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고전하는 젊은 여성을 만나기 위해 가입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익명적이고 탈인간적인 금전 거래 시스템이면서 매 순간 고립된 개인을 ‘지극히 친밀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노동과 일자리에 관련된 지금 우리가 당장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될 거대 담론을 다루는 이 책은 최근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불안정한 일자리, 온디맨드 형태의 시간제 일자리, 프리랜서 노동의 확산과 개인화로 인한 다층적인 문제들을 탈공식화라는 키워드로 파악한다. 


탈공식화란 공적 거버넌스와 규제를 통한 노동자 보호가 일터에서 사라지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를 생각하면 하나같이 골치아프고 우울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지만 지금 당장의 트렌디한 최신 경제학적 문제를 읽을 수 있고 책과 함께 질문해보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한 새로운 키워드와 개념들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인간충격 흡수제가 된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는데 신고전학파에서 효율성은 비용 효율적으로 투입과 산출을 거래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누군가가 비용의 전부혹은 대부분을 떠맡게 되는 시스템이다. 비용을 떠맡는 쪽은 직원, 실업자, 세입자 등 권력이 더 적은 사람들이다. 또한 이 시스템에서는 탈인간화의 요인으로만 작용하리라 여겨진 것이 고통스럽도록 삶에 파고드는 시련이 된다. 지속불가능한 패러다임을 유지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 충격 흡수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들어보는 위키 봉건주의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이는 서로 모순되는 사회적 논리들을 함께 담고 있다. 첫째, 여기에서 정말로 중요성을 갖는 상호 작용은 금전적인 것뿐이다. 개인은 금전적인 거래 관계를 자유롭게 맺을 수 있다고 여겨지며, 그러한 거래는 개인의 역량을 강화한다고 상정된다. 둘째, 개인 간의 시장 거래에서 도출되리라 여겨졌던 계층 이동성과 삶의 기회가 그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개개인의 자유도가 매우 축소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은 끝없는 예속이 된다. 독립 계약자 신분으로 고용된 노동자는 자신이 아무런 권리도 누리지 못하지만 다른 곳에서 일을 할 수도 없는 사실상의 직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의 후반부 결론부에서 저자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현재의 개념, 즉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이 체계화한 이후 대부분의 제도와 조직에 확산된 그 개념을 재사고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택의 자유는 현실에서 펼쳐질 때 매우 지저분한 무언가로 변모했다. 그들의 주장이 노동자들이 오랜 세월 투쟁으로 쟁취한 집합적 조직형태의 노조와 노동법과 노동 기준 등의 규범을 없애려는 시도의 정당화 논리였던 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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