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연상될 정도의 앞과 뒤가 이어지고 뫼비우스의 띠를 읽고 있는 듯한 소설이었다. 


N차 관람이 필수였던 테넷처럼 N차 읽기가 필요한 소설인데 거기다 임현 작가의 전작이었던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의 단편들과도 이어지는 포인트가 있다보니 한번 읽고 리뷰를 쓰기가 힘든 상황이다. 


물론 영화 테넷도 그랬지만 100% 이해는 못했지만 그 오묘하고 어렴풋한 느낌에 열광하게 되는 구성이기도 하다. 


그들 중 한 사람쯤은 어딘가에서 진짜 나인 척 행세하고 있던 건 아닐까? 그가 본래의 나보다 더 친절하거나 괴팍하거나 진짜 나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다닌 건 아니었을까? 또 한편으로는 나 역시 다른 어떤 사람으로 오해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보였을까?


소설을 쓰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는 나와 어딘가 닮은 데가 많았다. 그럼에도 결국 나와는 다른 타인이었다. 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곳으로 그들을 보내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에는 무슨 행동을 할지, 무엇을 바라는지 등을 오래 추론하고 고민해보았다. 그들을 이해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럼에도 그것도 다 소설이지 않나. 픽션, 허구, 거짓말이라고, 그거 어차피 다 지어낸 거라고.


반전에도 여러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미궁에서 빠져나올 거라는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결말도 나름의 희열이었다.  


“실은, 당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어.”


등 뒤에 무얼 숨기고 있는지 미양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를 마주 보고 서 있을 그 사람이 진짜 내 아내가 맞다면 내가 무엇을 말하든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미양은 나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걸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짙은 안개 속을 걷고 나서 제대로 본게 없었던 것 같은 이 소설에서 그래도 메세지가 뭔지를 짜내보면 우리는 우리를, 나 자신을 너무 믿었다는 것이다. 남들은 의심하고 불안해하면서 나한테는 너무 우호적이었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