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은을 마시다
비올레타 그레그 지음, 김은지 옮김 / iwbook / 2018년 5월
평점 :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시인 비올레타 그레그의 첫 데뷔작 속 주인공 비올카는 활기차고 재치가 넘치며 호기심이 왕성한 소녀다.
작품은 1980년대 폴란드의 시골 마을인 헥타리를 배경으로 시작되며, 비올카의 삶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위험을 서정적인 문체를 통해 생동감있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아버지의 부재와 마을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오가는 유쾌하고 엉뚱한 수다, 소문으로 그쳤던 교황의 마을 방문, 굳게 잠긴 재봉사의 은밀한 방 등 그녀가 간직해온 추억들을 강렬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당시의 정치적 혼란과 강한 남성들의 약탈적인 모습도 담아낸다.

이 자전적 소설은 1980년대 폴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보낸 그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마을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오가는 유쾌하고 엉뚱한 수다, 소문으로 그쳤던 교황의 마을 방문, 굳게 잠긴 재봉사의 은밀한 방 등 그녀가 간직해온 추억들을 명확하고 강렬하며 독특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당시의 정치적 혼란과 강한 남성들의 약탈적인 모습도 담아낸다.
이 소설은 누구나 자라면서 겪는 이상하고 낯선 경험들에 시인의 감성이 묻나는 이야기들이다. 소설 곳곳에 가슴 아프면서도 생기 넘치는 감각적인 디테일이 풍부하게 살아있는데 이 책을 국내에서 번역되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선물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비현실적이고 혼란스러운 활기로 가득한 환타지 동화 같은 면도 옅볼 수 있는데 따뜻하면서도 꼰대 어른들에 대한 반항기 가득한 유머가 담겨있어서 인 듯 하다. 이제는 사라진 시골의 삶을 애도하는 한편 폴란드 역사의 어두웠던 시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대한민국의 7-80년대를 연상 시키기도 한다.
그녀의 문체를 보면 글은 빈틈이 없으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마 시인이기도 한 그녀의 날카로운 감성 때문이지 않나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점차 어린 비올카가 마치 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활기차고 재치 있으며 호기심이 많은 그녀가 믿음과 가족, 섹스, 그리고 정치로 뒤얽힌 어두운 숲을 헤치고 나가는 모습이 마치 우울한 동화를 보는 듯했다.
책 분량이 단편보다는 길고 장편은 아닌 중편 소설이고 짧은 챕터 에피소드로 나눠져 있어서 가독성도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