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설득의 논리
마크 고울스톤 지음, 황혜숙 옮김 / 타임비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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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왜 내가 제일 힘들까>, <토킹 투 크레이지> 등 심리/화술 관련 서적을 집필하시고, 심리치료 정신과 의사이자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신 마크 고울스톤 박사님의 책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고, 30가지 최적의 설득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1부는 [상대를 끌어들이는 마법의 기술]로, 이 책의 총론에 해당한다. 두 가지 설득 기술을 제안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설득 상대를 내 ‘인질범’으로 생각하라! 여기서, 저자는 ‘설득 사이클’을 설명한다. 설득 사이클은 (상대가 내 말에) 저항 → 경청 → 생각 → 실행 의지 → 실행 → 만족 이 단계들을 거치게 된다. 저항과 경청을 거쳐 내 말을 생각해 보게 되는 순간에 ‘바이 인(buy-in)이 일어나며, 상대로 하여금 ‘바이 인’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자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는 비결’이라 말한다.


1부에서 제안한 또 하나의 설득 기술은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마라! 인간의 뇌는 파충류(뱀)의 뇌, 포유류(토끼)의 뇌, 영장류(인간)의 뇌 이렇게 3개의 층으로 되어 있고 각각의 뇌는 감정 상태에 따라 작동하는데, 공포, 불안, 위협을 느낄 때 ‘뱀의 뇌’가 작동한다고 한다. 저자는 설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뱀의 뇌’(안쪽층) 상태에서 벗어나 ‘토끼의 뇌’(중간층)를 거쳐 ‘인간의 뇌’(바깥층) 상태로 왔을 때 말을 걸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간의 뇌’가 왜 가장 바깥쪽에 있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책에 설명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2부는 [사람의 마음을 조절하는 9가지 기본 법칙]으로, 1부에서 설명한 설득 사이클에서 다음 단계로 움직이는 데 필요한 9가지 기본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9가지 법칙 중,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 ‘경청하는 방법’ 부분이 가장 와 닿았다. 패닉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이 단계적으로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이해가 쉬웠고 실제 상황에 적용 가능해 보인다. ‘경청’에 대해선 대화 기술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적’ 인간을 만났을 때는 피하라! 벗어나라! 그게 정답이다.


3부는 [상대를 우호적인 태도로 바꾸는 12가지 기술]로, 상대의 감정이나 나와의 관계에 따라 달리 취할 수 있는 12가지 전략을 설명한다. 12가지 기술 중 ‘합의문’ 전략이 눈길을 끌었다. 2부에 나온 ‘약점 드러내기’와도 연결되는데, 여태까지 상대에게 내 약점을 드러내면 나를 깔보고 무시할까 봐 약점은 언급하기 꺼렸는데, 약점을 드러냄으로써 다가갈 만한 사람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 문제점이나 단점을 미리 밝혀 오히려 상대의 존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4부는 [7가지 난감한 상황을 재빨리 돌파하는 기술]을 설명한다. ‘작심삼일’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칭찬하게 하고, 여러 가지 장점들을 듣고 실컷 음미함으로써 힘을 얻으라는 제안은 인상적이었다. 3, 4부의 내용은 각론에 해당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기술을 적용하면 된다.


책에 나온 설득 기술들은 ‘설득’ 뿐만 아니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유용한 내용이 많다. 책에는 ‘기술’, ‘전략’이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나와 상대(타인)를 대하는 태도나 자세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화술이나 처세에 관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 삶에 있어서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머릿속에 새기고 싶은 좋은 내용들이 많아, 천천히 곱씹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저자가 직접 상담하거나 컨설팅한 내용이 대화체로 들어 있고, 이론 설명이 아닌 구체적 해결 방법(예시 많음)을 제시해 주고 있어 명쾌한 느낌이 들었다. 곁에 두고 계속 참고하고 싶은 책이다. 책 에필로그에 “혼자만 간직하고 싶겠지만, 그러지 마라!”라는 문장이 있는데 정말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을 하시는 분, 결국 모든 분이 꼭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린다.


#뱀의뇌에게말을걸지마라 #마크고울스톤 #타임주니어 #타임북스 #타임비즈 #설득 #설득의기술 #소통 #대화법 #화술 #협상 #사회생활 #인간관계 #처세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타임비즈 출판사(@time.junior_)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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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고백
최승현 지음, 서민정 그림 / 비온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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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에서 미술사학, 독어독문학, 의류학, 일본학 등을 공부하고, 현재 독립큐레이터, 미술평론가, 미술사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승현 작가님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가치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돌아보는 일이 글쓰기라 말한다.


책은 총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완벽한 심사]

그녀는 왜 지원자도 면접관도 진행자도 아닌, 그냥 ‘관계자’로 면접 심사과정을 참관하였는가?

▷ 우리는 왜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불공정함과 불투명함에 대해 뒤에서 투덜거리기만 할 뿐 정면에서 항거하지 못하는가? 불공정함과 불투명함을 방관하는 차원을 넘어, 소설 속 ‘그녀’처럼 불공정함과 불투명함을 공정함과 투명함으로 위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당신 뜻대로]

그녀는 왜 ‘96’이란 숫자에 집착했는가?

▷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위해,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해보기로 마음먹은 ‘노력’이라는 게 무엇인지 읽어 내려가면서 잔인함에 끔찍했고, 그걸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태도에 섬뜩했다. 뭐든 마음먹은 대로 해내는 사람, 특권을 아주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계략을 꾸미면 당해낼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나 그 상대가 연약한 존재라면 더더군다나. 서평을 쓰는 시점이 공교롭게 어버이날인데, ‘효(孝)’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식이 부모에 대해 가지는 의무, 감정이나 태도 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부재중 고백]

수연은 왜 자신을 학대하는 엄마에게 반항하지 못했는가?

▷ 이 단편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순간순간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정말 이런 엄마가 있다고? 부모가 자녀에게 가하는 폭력이 이렇게까지 무자비할 수 있다니. 안하무인에 자신밖에 모르는 엄마 대신 수연을 보살피고 감싸줄 외조부모님이 계셨다는 사실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수연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마련해 주신 따스한 이부자리에 누워 짊어지고 있던 긴장감을 내려 놓을 때 나의 무거웠던 마음도 편안해짐을 느꼈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단 한번이라도, ‘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결핍을 다른 이들에게 들키기 싫어 웃지 않았던 수연이 너무 가엾다.


[어느 미래]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 당연히 올 거라 여겼던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무엇이 가장 후회스럽게 느껴질까? 소설 속 ‘나’는 친구들이 겪고 있었을 출산과 육아라는 험난한 일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며, ‘모성애’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부성애’ 보다는 ‘모성애’를 더 강조한다. 어머니의 끝없는 헌신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나 역시 어머니의 희생을 발판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엄마께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형님]

영진이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은 무엇인가?

▷ 개인적으로 다섯 편의 작품 중에서 읽으며 가장 마음이 불편했던 소설이다. 사회에서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부류의 인간들. 강약약강. 석준이 합의의 상대방에 대해 언급하는 대사나, 석준을 ‘순진한’ 또는 ‘심성 착한’ 사람이라 말하는 대사에서는 좀 역겹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영진은 ‘형님’으로 살아가기 위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재앙이 되어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형님’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게 해주는 모든 것들을 포기하지 못한다.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위안을 받거나,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소설 속 부조리한 현실이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거워지거나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후자에 가까운 소설이었고,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소설이었다. 독자들이 놓치기 쉬운 내밀한 세계를 잘 설계해 보여주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 아닐까 한다. 참으로 고단하고 고독한 작업일 것이다. 힘든 일이겠지만 저자가 의미 있는 창작 여정을 지속해 주길 기대해 본다.


#부재중고백 #최승현 #비온후출판사 #소설 #단편소설 #소설집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을 통해 최승현(@cyan_shchoi) 작가님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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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
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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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이 아니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며, 떠들썩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것들 것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다.”


프랑스 태생으로 현재 미국 뉴욕 바드 대학에서 비교 문학 교수로 재직 중인 마리나 반 주일렌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이 평범하여 찬란한 것, 작고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특별한 안내소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셨다고 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그만하면 괜찮다’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이 문구(文句)를 봤을 때 본인 스스로 그저 만족할 만한 적정 수준에서 타협하고 큰 욕심 없이 살라는 의미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또 저자는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과 ‘중용(中庸)’을 결부시켜 설명하고 있다. 책 초반 몇 십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저자가 말하는 ‘평범함’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평범함과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에 관한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예민해서, 저자 역시 이 책을 쓰는 내내 그리고 (저자가) 처한 상태에 따라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가 단박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개념인 거다.


저자는 숱한 철학서와 문학서를 연구하고, 대학에서 지도하는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며 ‘평범함’과 ‘그만하면 괜찮다’는 개념을 정리해 나갔고, 이 책은 그 연구 여정에 대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책장이 어느 정도 넘어가니 저자가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차츰 이해하게 됐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나 나름대로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면, “본인이 가진 평가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난 이렇게 요약해 보고 싶다. 저자가 정의하고자 했던 용어에 얽매이지 않으니 오히려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가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안내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을 이해하는데 내게 도움이 됐던 문장들을 아래에 기록해 본다.


“위대함과 소박함, 비범함과 평범함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를 판단하려면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76쪽)


“이제 타인을 구분하고 범주화하는 행위에서 벗어나야 할 차례였다.” (112쪽)


“그의 전 생애를 들여다보지 않고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다.” (113쪽)


“최소한 우리는 타인에게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의 아주 작은 단편만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24쪽)


“누군가를 평범하다고 속단하는 것은 그를 일종의 투명인간,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225쪽)


또 저자는 비교 문학 교수답게, 드러나지 않는 삶을 조명하는 것이 문학의 본령(本領)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인 보잘것없는 사람도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소설을 읽으며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세상 즉, 아주 사소한 감정,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성공의 개념이나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성취를 통해 충만한 만족감을 느낄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인정욕은 인간의 본능에 필적하는 욕구라 이러한 주문이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많이 긋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주옥 같은 문장들을 많이 만나 밑줄도 엄청 치고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와 책에 소개된 읽어보고 싶은 다른 책들도 정리해 놓았다.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져 가는 것에 하루하루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지난 날 나도 알게 모르게 내 엉터리 기준에 따라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한 적이 많았을 거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나만의 성취로 만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길. 삶을 한 번 찬찬히 돌아보고 싶으신 분, 철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평범하여찬란한삶을향한찬사 #마리나반주일렌 #피카출판사 #평범 #중용 #겸손 #존중 #관심 #관찰 #인문 #철학 #교양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피카 출판사(@fika_books_)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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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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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채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당신 생애에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

- ‘내면의 부유함’ 중에서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집이다. 총 48편의 시와 에세이, 그리고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적잖이 수록되어 있다. 삶을 견디는 기쁨. 삶을 ‘견뎌내기 위한’ 기쁨을 찾으라는 건지, 아니면 삶을 ‘견디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라는 건지, 둘 다를 포함하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날개에 적힌 지은이 소개와 책 말미에 수록된 헤르만 헤세 연보를 읽어 보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기에 제도권 교육이 잘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15세쯤 자살 기도를 한 적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후엔 반전(反戰) 활동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왔기에 삶의 고통을 견뎌내며 이를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작은 기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시간에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제안한다. 이 글이 한 100년 전쯤 쓰였을 텐데 그때에도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쉼을 가지라는 조언을 보니, 어느 시대나 현대인들이 바쁜 삶을 강요받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글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얻게 되는 내면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몸을 아프게 하는 병과, 치료되기까지의 기다림이 우리를 이끌어주는 스승이고, 불면증이 모든 사물에 대한 경외심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교라 말한다. 그저 괴롭고 고통스럽기만 한 시간 속에서도 잠 못 이루는 밤의 의미와 가치를 깨우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번민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저자 스스로가 삶의 슬픔과 고통, 두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기에 독자들이 그 안에서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에세이 중간중간 시도 나온다. 시는 압축적이니 쓴 사람 말고는 그 뜻을 알기 어렵단 생각에 잘 안 읽었더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시뿐만 아니라 다른 글도 어차피 저자의 의도를 100% 이해할 수는 없겠단 생각이 들면서 시 읽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됐다. 대신 소리 내서 여러 번 읽어 본다. 나 나름대로 해석하고 넘어가도 좋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좀 지나고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대충 세어봤는데 쉰네 점 정도 된다. 취미로 그리신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화가’로도 활동하신 모양이다. 3천여 점이나 그리셨단다. 예술가가 자신의 사상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색채감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좋았다.


이 책은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눈으로 휘리릭 읽으면서 넘어가고 싶지 않기도 했고 소리를 내면서 읽으면 뜻도 잘 이해되고 머릿속에 그림도 더 잘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 말미에는 필사 노트가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는 잘 하지 않았었는데 필사를 통해 집중력(뇌 자극), 이해력, 문장력이 향상된다고 하니 유익한 독서 방식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를 만나 위로를 받기보다는 좋은 문장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혼자 걷는 길’이란 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바쁜 일상에 지칠 때, 잠 못 이루는 밤에, 이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 두려움이 몰려올 때 이 책을 펼쳐 밑줄 그은 문장들을 곱씹어 볼 것이다. 오늘 고통이었던 것이 내일은 축복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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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책추천해주는여자_minimi(@choem1013) 님,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을 통해 문예춘추사(@moonchusa)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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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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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내고 싸워야 할 자연이라는 적이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 있는, 유전자가 심어놓은 본성 역시 자연의 일부다.”


인간유전체학을 연구하고 계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님의 책이다. 저자는 인간을 조종하는 ‘이기적 유전자’의 영향력이 가정,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영역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가를 소개하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셨다고 한다.


인간이 무의식 중에 하는 수많은 행동들은 유전자에 의해 지배되며, 유전자는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한다. 1장(가정)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도, 부모의 자식 사랑도 유전자가 스스로를 ‘번식’시키기 위한 진화적 전략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부모의 뒤틀린 교육열과 능력주의 역시 유전자의 번식 욕구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2장(사회)에서는 유전자의 ‘생존’ 욕구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혐오라는 감정으로 위장되어 나타난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민자를 비롯한 다른 인종, 비만, 동성애자 등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때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현상도 이에 해당한다. 이들에 대한 혐오의 감정은 과학적 근거가 없음(이들에게 위험이나 두려움을 유발할 만한 요소가 없음)이 밝혀져 부당한 것이다. 혐오라는 감정은 인식의 영역으로 침투해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발전하고, 낙인과 차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3장(경제)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생물학적 소비자(인간)의 무한한 ‘번식’ 욕구와 경쟁 심리가 과시적 소비와 자본주의의 착취 형태로 현대인들의 경제활동에 드러난다는 점을 설명한다,


4장(정치)에서는 생물학적으로 보수적 성향이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적 전략들의 적극적 발현이며, 보수적 이념이란 이러한 생물학적 성향을 합리화하기 위한 가치 체계이고, 진보적 성향이란 진화로부터의 일탈이자 체제에 대한 저항과 도전이라고 언급한다.


5장(의학)에서는 인간의 자연 친화적인(자연을 경외하고 선망하는) 본능이 기술적 진보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하여 불필요한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을 설명한다(예: GMO의 부작용 우려, DDT에 대한 공포).


이처럼 이기적 유전자의 책략에 놀아나는 인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벌이는 행위들은 가정, 사회, 경제, 정치 등의 영역에서 온갖 불행과 사회적 부조리를 초래한다. 저자는 인간을 속박하는 자연과 우리 안에 있는, 유전자가 심어 놓은 본성에 맞서 싸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진화론, 유전학, 사회과학 기본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이해 가능한 부분이 많다. 또 다소 민감한 주제라고 볼 수 있는 정치나 종교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정치 성향이 어느 쪽인지, 종교(특히 기독교)를 갖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우리가 이기적 유전자의 조종 하에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잘못된 행위를 인식하고자 애쓰고, 인식했을 때 이기적 유전자의 작용에 저항하는 노력을 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집단이나 무리에 대한 혐오나 낙인, 차별이 유전자 본질 발현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놀라웠고, 경제학적 행동을 유전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 및 정치 성향을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페로몬과 결부시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은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이 책은 과학 서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독서를 통해 사회과학 지식도 많이 알게 되었고 새로운 문제의식도 갖게 되었다. 특히 3장에 나오는 ‘착취’에 대한 부분에서 ‘거대 기업들의 착취 행태’와 5장에 나오는 “유전정보는 인류 전체의 유산이며, 만인공리물 혹은 인류공동유산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은 이런 부분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던 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본 소양이 부족해 머리에 과부하가 느껴지는 독서였지만 여태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한 뺨 더 성장한 느낌을 받는 독서였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감명 깊게 읽으셨거나 유전(공)학, 사회과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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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동아시아 출판사(@dongasiabook)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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