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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
마리나 반 주일렌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5월
평점 :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이 아니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며, 떠들썩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것들 것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다.”
프랑스 태생으로 현재 미국 뉴욕 바드 대학에서 비교 문학 교수로 재직 중인 마리나 반 주일렌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이 평범하여 찬란한 것, 작고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특별한 안내소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셨다고 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그만하면 괜찮다’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이 문구(文句)를 봤을 때 본인 스스로 그저 만족할 만한 적정 수준에서 타협하고 큰 욕심 없이 살라는 의미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또 저자는 ‘평범하고 그만하면 괜찮은 삶’과 ‘중용(中庸)’을 결부시켜 설명하고 있다. 책 초반 몇 십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저자가 말하는 ‘평범함’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평범함과 그만하면 괜찮다는 마음에 관한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예민해서, 저자 역시 이 책을 쓰는 내내 그리고 (저자가) 처한 상태에 따라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가 단박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개념인 거다.
저자는 숱한 철학서와 문학서를 연구하고, 대학에서 지도하는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며 ‘평범함’과 ‘그만하면 괜찮다’는 개념을 정리해 나갔고, 이 책은 그 연구 여정에 대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책장이 어느 정도 넘어가니 저자가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차츰 이해하게 됐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나 나름대로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면, “본인이 가진 평가 기준으로, 타인의 삶을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난 이렇게 요약해 보고 싶다. 저자가 정의하고자 했던 용어에 얽매이지 않으니 오히려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가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안내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을 이해하는데 내게 도움이 됐던 문장들을 아래에 기록해 본다.
“위대함과 소박함, 비범함과 평범함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은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를 판단하려면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76쪽)
“이제 타인을 구분하고 범주화하는 행위에서 벗어나야 할 차례였다.” (112쪽)
“그의 전 생애를 들여다보지 않고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다.” (113쪽)
“최소한 우리는 타인에게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의 아주 작은 단편만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24쪽)
“누군가를 평범하다고 속단하는 것은 그를 일종의 투명인간,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225쪽)
또 저자는 비교 문학 교수답게, 드러나지 않는 삶을 조명하는 것이 문학의 본령(本領)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인 보잘것없는 사람도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소설을 읽으며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세상 즉, 아주 사소한 감정,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성공의 개념이나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성취를 통해 충만한 만족감을 느낄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인정욕은 인간의 본능에 필적하는 욕구라 이러한 주문이 작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많이 긋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주옥 같은 문장들을 많이 만나 밑줄도 엄청 치고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와 책에 소개된 읽어보고 싶은 다른 책들도 정리해 놓았다.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져 가는 것에 하루하루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지난 날 나도 알게 모르게 내 엉터리 기준에 따라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한 적이 많았을 거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나만의 성취로 만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길. 삶을 한 번 찬찬히 돌아보고 싶으신 분, 철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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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피카 출판사(@fika_books_)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