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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평점 :






“슬픔에 잠긴 채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은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수려한 풍경을 둘러보고, 당신 생애에 가장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
- ‘내면의 부유함’ 중에서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집이다. 총 48편의 시와 에세이, 그리고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적잖이 수록되어 있다. 삶을 견디는 기쁨. 삶을 ‘견뎌내기 위한’ 기쁨을 찾으라는 건지, 아니면 삶을 ‘견디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라는 건지, 둘 다를 포함하는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날개에 적힌 지은이 소개와 책 말미에 수록된 헤르만 헤세 연보를 읽어 보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기에 제도권 교육이 잘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15세쯤 자살 기도를 한 적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1차 세계대전 발발 후엔 반전(反戰) 활동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왔기에 삶의 고통을 견뎌내며 이를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작은 기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시간에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제안한다. 이 글이 한 100년 전쯤 쓰였을 텐데 그때에도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쉼을 가지라는 조언을 보니, 어느 시대나 현대인들이 바쁜 삶을 강요받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글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얻게 되는 내면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몸을 아프게 하는 병과, 치료되기까지의 기다림이 우리를 이끌어주는 스승이고, 불면증이 모든 사물에 대한 경외심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교라 말한다. 그저 괴롭고 고통스럽기만 한 시간 속에서도 잠 못 이루는 밤의 의미와 가치를 깨우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번민이 있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저자 스스로가 삶의 슬픔과 고통, 두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기에 독자들이 그 안에서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에세이 중간중간 시도 나온다. 시는 압축적이니 쓴 사람 말고는 그 뜻을 알기 어렵단 생각에 잘 안 읽었더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시뿐만 아니라 다른 글도 어차피 저자의 의도를 100% 이해할 수는 없겠단 생각이 들면서 시 읽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됐다. 대신 소리 내서 여러 번 읽어 본다. 나 나름대로 해석하고 넘어가도 좋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좀 지나고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대충 세어봤는데 쉰네 점 정도 된다. 취미로 그리신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화가’로도 활동하신 모양이다. 3천여 점이나 그리셨단다. 예술가가 자신의 사상을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색채감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좋았다.
이 책은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눈으로 휘리릭 읽으면서 넘어가고 싶지 않기도 했고 소리를 내면서 읽으면 뜻도 잘 이해되고 머릿속에 그림도 더 잘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 말미에는 필사 노트가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는 잘 하지 않았었는데 필사를 통해 집중력(뇌 자극), 이해력, 문장력이 향상된다고 하니 유익한 독서 방식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를 만나 위로를 받기보다는 좋은 문장들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혼자 걷는 길’이란 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바쁜 일상에 지칠 때, 잠 못 이루는 밤에, 이 세상에 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 두려움이 몰려올 때 이 책을 펼쳐 밑줄 그은 문장들을 곱씹어 볼 것이다. 오늘 고통이었던 것이 내일은 축복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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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책추천해주는여자_minimi(@choem1013) 님,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을 통해 문예춘추사(@moonchusa)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