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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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편지 가게’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편지를 파는 곳이란 말인가? 편지 가게 글월에서는 편지와 관련된 물건들을 판매한다. 편지지와 봉투, 볼펜과 만년필 같은 필기구, 편지를 모아서 엮은 책, 향수 등을 판매한다. 물건 판매 외에도 ‘글월’에서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로 펜팔 서비스.


나도 펜팔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청소년 잡지 맨 뒷장에 펜팔을 원하는 이들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리스트가 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옛날 일이다. 여기 글월에서는 익명의 수신인을 위해 편지를 쓰면, 펜팔함에 있는 (누군가 써 놓은) 편지를 한 통 가져갈 수 있다. 봉투를 보고 그냥 ‘느낌’으로 뽑아 가는 거다. 내가 쓴 편지를 누가 가져가서 읽게 될지 모르고, 내가 가져와서 읽는 편지도 누가 쓴 건지 알 수 없다. 언뜻 생각하면 과연 이 서비스를 누가 이용할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글월의 펜팔 서비스는 단골이 있을 정도로 제법 인기가 많다.


책에는 글월 사장 선호, 글월 직원(알바생) 효영 그리고 여러 명의 손님들이 등장한다. 펜팔 서비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단, 편지는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써야 함). 성별도 상관없고, 연령대, 직업도 다양하다.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편지에 무슨 내용을 쓸까 싶지만,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손님들은 글월에 와서 모르는 이에게 편지를 쓴다. 주변의 일상, 현재 갖고 있는 고민이나 어려움, 못 다 이룬 꿈, 실연의 아픔, 취미, 계획과 목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보이기 힘든 속내를 꺼내기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 응원을 전하기도 한다. 편지를 쓰고 나서 가져가는 편지는 그야말로 무작위로 뽑아가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그 편지를 누가 썼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든 읽는 사람은 모르는 이가 건넨 편지를 통해 위로를 받고,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며, 희망을 발견하거나 용기를 얻기도 한다.


소설 속 편지들은 내게 쓴 편지가 아니었지만, 나 역시 편지들을 읽으며 웃음 짓기도 하고, 편지 쓴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하고, 따뜻함과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책을 읽다가 잠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유 모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내비칠 수 없었던 아픔이 내게도 있었나 보다.


<편지 가게 글월>은 실제 서울 연희동과 성수동에 있는 ‘편지 가게 글월’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소설 속 글월의 펜팔 이용 손님들이 뽑은 일곱 통의 편지는 실제 연희동과 성수동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응모하고 써 주신 편지라고 한다. 차원을 넘나드는 독특하고 재미난 구조의 소설이다.

카톡이나 인스타 디엠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요즘. 손편지는 구시대 유물쯤으로 취급되는 줄로만 알았다. 손편지를 통해 위로와 치유를 전달하는 독특한 펜팔 서비스를 개발해 편지 가게를 열어 주신 대표님께도, 여전히 손편지가 지닌 따뜻한 감성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소설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하신 작가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글월이 성수점도 있는 걸 보면 MZ 세대 중에서도 아날로그 감성, 다정한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글월’은 편지를 이르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가게 이름까지 참 멋있다.

책을 펼치면 회색빛이 도는 속지에서 독특한 향이 난다. 책 속에 나오는 ‘잉크 우드’라는 향수가 이런 향일까? 향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책 냄새를 맡으며 글월의 분위기를 상상해 본다. 소설 속 편지들을 읽으며 나도 펜팔 손님들과 함께 위안을 받고 희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잊고 있었던 손편지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 위로와 공감, 감동을 원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연희동이나 성수동에 있는 ‘진짜’ 편지 가게 글월에 가서 직접 펜팔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나만의 작은 힐링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편지가게글월 #백승연 #스토리플러스 #텍스티출판사 #txty #같이읽고싶은이야기 #글월 #편지 #펜팔 #힐링 #치유 #위로 #위안 #공감 #다정 #소설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텍스티 출판사(@txty_is_text)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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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넷 엄마의 슬기로운 정리 생활 - 나는 행복하기 위해 정리 생활자가 되었다
이현정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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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쉬워지면서 행복도 쉬워졌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아들 넷 엄마이신 이현정 작가님의 정리 생활에 관한 책이다. 정리를 못하거나 정리를 늘 숙제처럼 여기는 독자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셨다고 한다.


작가님 역시 처음부터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아기가 하나둘 태어나면서 집에 물건들은 점점 늘어 갔고, 아무리 공들여 정리를 해봐도 정리된 모습이 유지되지 않고 금방 사라지니 점점 정리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네 아이의 엄마가 정리를 못한다고, 힘들다고 내팽개칠 수는 없었기에 작가님은 ‘살기 위해’ 정리를 시작한다.


작가님은 책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정리를 배운다고 한다. 수년간 정리 책을 꾸준히 읽고, 주변에 정리 잘하는 사람을 보며 정리에 관한 생각을 정립해 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단기간에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지금도 여전히 노력 중이라는 작가님의 말에 나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만의 정리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작가님이 책에 소개한 정리에 관한 생각들 중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을 아래에 정리해 본다.


(들임/버림)

•편리함을 좇아 물건 사지 않기(꼭 필요한 물건만 사기)

•쓸모 없어진 물건 바로 정리하기(중고마켓 판매/나눔/버리기)

•새로운 물건 들이기 전 예전 물건 정리하기

•수시로 분리수거하기(산책하러 갈 때마다)


(정돈)

•수건 개기가 정리의 시작(쉬운 것부터!)

•물건 사용 후 바로 제자리에 두기

•물건을 절대 바닥에 두지 않기


(주방)

•냉장고는 비울 수 있을 만큼 비우기

•식재료는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고, 정리하지 못할 식재료 사지 않기

•먹지 못할 음식 수시로 체크하고 비우기

•설거지 후 그릇 물기가 제거되면 즉시 그릇장에 넣기

•음식물 쓰레기 바로 비우기


(공간 통제/주도성)

•정리된 모습 사진 찍어두기


이렇게 내용 요약을 해놓고 보니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란 말이 새삼 실감 난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만 보유하는 것이 정리 생활에서 가장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의 정리는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를 힘들게 하고 별 유익하지도 않은 감정은 정리 대상 1순위다. 속상한 마음이 들 때 물건들을 정리해 보니 깔끔하게 다듬고 씻어내느라 쓸데없는 감정 소비를 할 틈이 없어졌다고 한다. 물건 정리를 하면서 감정도 정리할 수 있다니. 정리를 못하는 나는 아직 느껴보지 못한 경지라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며 자신감과 나를 믿는 마음이 생겨났고, 내가 있는 공간을 깨끗하고 상쾌하게 만드는 것이 나에 대한 사랑, 최소한의 예의임을 알게 되니 더 많은 곳을 정리하고 싶어졌다는 작가님의 말이 깊이 와닿는다. 나도 정리를 통해 자신감도 얻고 나에 대한 예의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작가님은 정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이자 아들 넷을 둔 엄마라는 점 자체만으로도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리를 비롯한 살림은 물론이고 새벽 산책, 하루 한 권 독서, 글쓰기, 그림, 바느질 등 다양한 취미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알차게 쓰지 않는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집중과 사랑을 주면서도 나 자신을 돌보고 내 열정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다는 작가님이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리가 절실한 사람으로서 책을 열심히 정리해 가며 읽었다. 정리라는 것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지금도 노력 중이라는 작가님 말씀에 정리는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 조급함과 부담은 내려 놓고 정리 책도 조금씩 읽으면서 작은 영역, 책상 하나부터 정리해 가려고 한다. 나도 정리 생활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고 싶다.


#아들넷엄마의슬기로운정리생활 #이현정 #글림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채손독 #미다스북스 #정리 #청소 #살림 #워킹맘 #에세이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chae_seongmo) 님을 통해 이현정(@glimddam) 작가님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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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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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호기심으로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발굴하고 배경 지식과 맥락까지 더해 대중에게 알려온 <오터레터>의 발행인이신 박상현 작가님의 책이다. 작가님은 인류의 오래된 습관을 깨고,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변화를 바라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셨다고 한다.


[여자 옷과 주머니]

“남자 옷에는 주머니가 많은데 왜 여자 옷에는 주머니가 드물까?”라는 질문으로 출발하는 이야기다. 옷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으면 보기 싫게 툭 튀어나와 옷맵시를 망칠 수 있으니 주머니가 없거나 작은 주머니가 달린 옷은 남성보다 패션에 좀 더 민감한 여성이 선택한 디자인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여성용 옷에 성차별적 역사가 숨겨져 있다니. 여성용 옷 주머니에 대한 담론은 역사가 꽤 길다. 이제는 옷에 담긴 성 역할에 대한 함의가 희미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폰의 깨진 화면 수리를 원하는 고객의 90%가 여성이라는 점(여자 옷에는 스마트폰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주머니가 없음)을 고려해 볼 때 성차별적인 주머니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식적인 남자들]

196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첫 공식 여성 완주자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캐서린 스위처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성의 마라톤 대회 참가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스위처는 세 남성의 응원과 도움으로 보스톤 마라톤에 ‘공식적으로’ 출전하게 된다. 그런데 스위처는 여성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는 보스톤 마라톤에 어떻게 정식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란다. 스위처를 도운 남성들은 오래되고 차별적인 사고방식을 깨닫고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는, 상식적인 결정을 했을 뿐이다.


[상식적인 남자들]

196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첫 공식 여성 완주자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캐서린 스위처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성의 마라톤 대회 참가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스위처는 세 남성의 응원과 도움으로 보스톤 마라톤에 ‘공식적으로’ 출전하게 된다. 그런데 스위처는 여성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는 보스톤 마라톤에 어떻게 정식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바란다. 스위처를 도운 남성들은 오래되고 차별적인 사고방식을 깨닫고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는, 상식적인 결정을 했을 뿐이다.


이 책에는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사이 자리잡은 선입견, 편견으로 누군가를 재단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더 많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5월 29일(수) 바로 오늘, 책이 정식 출간된다고 하니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친애하는슐츠씨 #박상현 #어크로스출판사 #습관 #편견 #차별 #변화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정식출간 #5월29일


*본 서평은 어크로스 출판사(@across_book)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가제본 도서는 <친애하는 슐츠 씨>의 일부를 발췌하여 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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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대한민국 -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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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대한민국. 책 제목이 무시무시하다. ‘자살’은 ‘선택’과 ‘소멸’이란 두 가지 뜻을 포함하는 단어다. 한국이, 우리가 스스로 죽음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무엇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말인가?


위기론, 망국론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망국을 논할 때 그 원인을 특정 정파 탓, 한국인 품성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자는 정치 문제와 정신적 특성 모두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요인이라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하며, 한국이 죽어가는 원인은 ‘돈’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한국은 병들었지만 병원비가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GDP 순위 세계 10위권에 빛나는 대한민국이 돈이 없어서 망해간다고?


여기서 ‘돈이 없다’는 의미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공동체 유지를 위해 지출할 자원이 없다는 뜻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나 먹고 살기도 바쁘다’는 얘기다. 저자는 한국이 물가가 비싼 나라임을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증명해 보인다. 특히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가 높은 생활 물가에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것은 낮은 에너지 물가/사회간접자본 이용료 덕분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공공부분의 적자 누적을 초래한다.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또 있다. 바로 사교육비. 우리는 늘 버는 돈에 비해 많은 돈을 써야만 겨우겨우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높은 생활 비용 문제와 더불어 수도권 편중 현상, 낮은 노동 생산성, 청년 문제와 노인 문제, 각자 도생과 무한 경쟁, 결혼과 출산 등 한국 공동체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데이터와 통계 분석을 통해 정밀하게 진단한다. 저자는 지역의 문제든, 생산성의 문제든 한국 사회가 소멸로 직행하고 있는 원인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극단적인 쏠림이라고 말한다. 자본과 인프라,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 특히 서울에 입성하는 것이 하나의 황금 티켓이 되고, 생산성이 쏠려 있어 결국 노동 소득의 집중으로 이어지는 일부 고생산성 집단(예: 전문직, 대기업, 공기업 등)에 입장하는 것이 다른 하나의 황금 티켓이 된다. 서울 입성 티켓과 고생산성 집단 입장 티켓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은 대학 입시로 귀결되는 순환을 만들어낸다. 결국 한국 공동체가 겪는 문제는 전술한 모든 문제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순환 참조를 그리고 있으며, 이러한 거대한 순환을 OECD는 ‘황금 티켓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저자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만 진단하고 끝을 맺었다면 계속 찜찜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의 ‘나가며’ 부분에서 ‘황금 티켓 증후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국채 발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국가 채무를 증가시키는 것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국채 발행? 채무를 늘린다고?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해법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설득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정부의 재정 확대에 대해서도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주장을 쉽게 정리하면 지금 병들어 있는데 돈 없다고 병원 가는 걸 미룰 게 아니라 돈을 빌려서라도 당장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게 미래를 위해선 더 현명하다는 얘기다.


인구 절벽이니 위기의 대한민국이니 하는 소리를 들어도 당장 닥친 일이 아니니 그냥 흘러 듣고 말았다. 2050년이 되면 인구 4천만명 선도 붕괴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직도 25년도 더 남았는데 벌써 고민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해진 미래는 ‘미래’가 아니라 바로 ‘현재’일 것”이라는 문장에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상황은 반드시 닥친다는 거니까. 그런데 저자는 우리에게 시간이 있으니 지금 이 순간 우리를 둘러싼 온갖 문제들을 수정할 기회 또한 갖고 있다고 말한다. 너무 늦지 않게,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게,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신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자살하는대한민국 #김현성 #사이드웨이출판사 #한국사회 #사회경제 #돈 #사회비평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 독서여인(@vip77_707) 님을 통해 도서출판 사이드웨이(@sideways_pub)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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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
유인경 지음 / 테라코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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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 기자이자 다양한 방송과 유튜브, 강의 활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유인경 작가님의 에세이다. 이 책은 작가님이 평상 시 관심을 가지고 읽어 온 수많은 노년에 관한 책과 자료, 기자 생활과 방송 활동을 통해 만난 각계각층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잘 늙어가는 것’에 쓴 글들을 엮은 것이다.


작가님은 나이, 재산 정도, 미모와 직업에 상관없이 지금 현재의 삶을 내가 스스로 금빛으로 반짝이는 최고의 시기, ‘프리미엄 피리어드(Premium Period)’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특히 알파벳 ‘P’ 자로 시작하는 21개의 단어(예: Present, Potential, Positive, Peak, Passion 등)를 주제어로 제시하고, 각 주제어와 관련된 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각 주제어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글에 다양한 책이 인용되어 있다. 그리 바쁘게 활동하시면서 이 많은 책을 언제다 읽으셨나 싶을 정도다. 책 말미에는 [인생 최상의 구간에 권하는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추천 도서 목록도 적혀 있다. 읽어야 할 책이 또 늘었다.


작가님이 기자 생활도 오래 하셨고(정년퇴직하셨다고 함), 이미 책도 10권 넘게 출간하신데다가, 방송을 통해 익히 알다시피 워낙 입담도 좋은 분, 소위 이야기꾼이셔서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작가님 본인 얘기하신 부분은 작가님 특유의 유쾌하고 솔직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하고 (조금은 과한) 자기 객관화 때문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여기서 퀴즈! 작가님 별명이 ‘완소녀’라고 한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작가님만의 색깔이 묻어 나와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는 얘기지 ‘멋지게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읽다 보면 킥킥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 틈에 뭉클해지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책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 하나만 소개하고자 한다.


1920년생으로 올해 104세이신 철학자이자 연세대 명예교수이신 김형석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책에 나온다. 아래에 그대로 옮겨 본다.
“다들 나의 건강과 장수 비결을 묻는데 답은 늘 같아요. 항상 공부하고 아직도 일하는 것이 비결이에요. 물론 95세 이후에는 신체가 고달프고 힘들어 참 살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정신적인 내가 신체적으로 늙은 나를 업고 다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정신은 늙지 않아요, 내가 계속 키우고 있거든요.”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공부를 하고 계신다는 사실에 너무도 게으른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교수님께서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신체적 고달픔을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서글픔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고달픔을 느끼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정신을 계속 키워가며 육체를 업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신 점도, 아직도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계신 점도 내게 큰 감명을 주었다. 몇 줄 안 되는 말씀이지만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문장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보다 아등바등,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덜해졌고, 조금은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됐으며 점점 더 여유로워지는 듯하다. 나이 듦에 좋은 점이 있기는 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위축되고, (젊을 때도 그랬지만) 점점 더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고, 자꾸 스스로 내 한계를 설정하고, 할까 말까 결정해야할 때 쉽게 포기하고 안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예전처럼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해 본다. 나 자신에게 혹독하게, 인색하게 굴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해 주기로 다짐도 해 본다. 지금을 내 인생의 전성기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50대 이후의 삶, 진짜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멋지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인생 후반기에 필요한 삶의 자세와 지혜를 얻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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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 독서여인(@vip77_707) 님을 통해 테라코타 출판사(@terracotta_book)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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