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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평점 :





편지 가게 글월. ‘편지 가게’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편지를 파는 곳이란 말인가? 편지 가게 글월에서는 편지와 관련된 물건들을 판매한다. 편지지와 봉투, 볼펜과 만년필 같은 필기구, 편지를 모아서 엮은 책, 향수 등을 판매한다. 물건 판매 외에도 ‘글월’에서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로 펜팔 서비스.
나도 펜팔을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청소년 잡지 맨 뒷장에 펜팔을 원하는 이들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리스트가 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옛날 일이다. 여기 글월에서는 익명의 수신인을 위해 편지를 쓰면, 펜팔함에 있는 (누군가 써 놓은) 편지를 한 통 가져갈 수 있다. 봉투를 보고 그냥 ‘느낌’으로 뽑아 가는 거다. 내가 쓴 편지를 누가 가져가서 읽게 될지 모르고, 내가 가져와서 읽는 편지도 누가 쓴 건지 알 수 없다. 언뜻 생각하면 과연 이 서비스를 누가 이용할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글월의 펜팔 서비스는 단골이 있을 정도로 제법 인기가 많다.
책에는 글월 사장 선호, 글월 직원(알바생) 효영 그리고 여러 명의 손님들이 등장한다. 펜팔 서비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단, 편지는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써야 함). 성별도 상관없고, 연령대, 직업도 다양하다.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편지에 무슨 내용을 쓸까 싶지만,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손님들은 글월에 와서 모르는 이에게 편지를 쓴다. 주변의 일상, 현재 갖고 있는 고민이나 어려움, 못 다 이룬 꿈, 실연의 아픔, 취미, 계획과 목표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보이기 힘든 속내를 꺼내기도 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 응원을 전하기도 한다. 편지를 쓰고 나서 가져가는 편지는 그야말로 무작위로 뽑아가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그 편지를 누가 썼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든 읽는 사람은 모르는 이가 건넨 편지를 통해 위로를 받고, 상처가 치유되기도 하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며, 희망을 발견하거나 용기를 얻기도 한다.
소설 속 편지들은 내게 쓴 편지가 아니었지만, 나 역시 편지들을 읽으며 웃음 짓기도 하고, 편지 쓴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하고, 따뜻함과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책을 읽다가 잠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유 모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내비칠 수 없었던 아픔이 내게도 있었나 보다.
<편지 가게 글월>은 실제 서울 연희동과 성수동에 있는 ‘편지 가게 글월’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소설 속 글월의 펜팔 이용 손님들이 뽑은 일곱 통의 편지는 실제 연희동과 성수동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응모하고 써 주신 편지라고 한다. 차원을 넘나드는 독특하고 재미난 구조의 소설이다.
카톡이나 인스타 디엠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요즘. 손편지는 구시대 유물쯤으로 취급되는 줄로만 알았다. 손편지를 통해 위로와 치유를 전달하는 독특한 펜팔 서비스를 개발해 편지 가게를 열어 주신 대표님께도, 여전히 손편지가 지닌 따뜻한 감성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소설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하신 작가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글월이 성수점도 있는 걸 보면 MZ 세대 중에서도 아날로그 감성, 다정한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글월’은 편지를 이르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가게 이름까지 참 멋있다.
책을 펼치면 회색빛이 도는 속지에서 독특한 향이 난다. 책 속에 나오는 ‘잉크 우드’라는 향수가 이런 향일까? 향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책 냄새를 맡으며 글월의 분위기를 상상해 본다. 소설 속 편지들을 읽으며 나도 펜팔 손님들과 함께 위안을 받고 희망을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잊고 있었던 손편지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 위로와 공감, 감동을 원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연희동이나 성수동에 있는 ‘진짜’ 편지 가게 글월에 가서 직접 펜팔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나만의 작은 힐링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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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텍스티 출판사(@txty_is_text)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