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월급사실주의 1
김의경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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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열정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운 삶이다. 배움의 자세로 아주 낮은 보폭으로 기어가듯 진입하더라도 평생을 어찌 그러하겠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힘들여 수고하고 애쓴 그 노고는 취해야 하지. 그거 나만 그리 생각하는거 아니지?

11명의 작가가 쓴 노동 사실주의 모음집. 책을 소개하는 글에는 창작의 규칙을 미리 명시해 두었다.

첫째,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둘째, 최근 오 년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셋째, 직접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이들은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가사, 구직, 학습 등 우리 시대의 노동을 소재로 삼아 엮어둔 글이다.

성별과 연령을 막론했다. 학생의 신분이지만 취업을 목표로 삼는 실습생부터 삼각김밥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 노동자까지 다양한 분야에 시선을 분산시켰다. 잘나고 모자랄 것 없는 이는 철저하게 배제하려 애 쓴 티가 난다. 드라마가 될 것 같지 않은 소소한 사건에도 그들의 삶에 큰 파도가 일렁일만한 때를 모두 배치해 두었다. 그럭저럭 살고싶은데 그마저도 안되는게 인생이라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언론은 기술의 발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자리가 생겨나고 소멸됨을 밝혀두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고 먹고사는 가장 기본의 삶에 뒷받침을 해 주어야하는 인력은 늘 필요로하고 늘 부족하다. 화는 삭혀야 제 맛이고, 열정은 눌러 짓이겨야 제 겪이라는 느낌을 받지만 그런 것 밟히고 채이더라도 노고에 감사하다는 문구와 통장에 찍히는 숫자의 갯수, 손에 쥐어지는 지폐의 두툼함 이라면 두눈 꼭 감게되는 삶을 들여다 본다. 보기싫고 외면했던 그 장면을 글로 읽게되지만 아마 영상을 보듯 눈에 그려지는게 썩 즐겁진 않으리라는 걸 미리 말 해 두고 싶다.




📖순간접착제_ 그러니까 우리는 순간접착제 같은 거네요? 카페가 망하지 않게 최소한만 일을 시켜서 임시로 지탱하는 거잖아요.

이걸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봐야할까? 업주 입장에서 봐야할?. 애정이 과한것인지 매장에 대한 애사심이 높은 것인지 어느순간 점주보다 알바생이 더한 애정을 가지고 매장에 관여하는 느낌이 든다. 저자와 내가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최소한의 일을 시키며 근로 시간을 줄인다면 다른데를 알아보던가 맞지 않다고 여겨졌을 때엔 바로 관둔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매듭짓는 편이 나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다들 나같은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건 아님을 다시 느꼈다. 이렇게 서로 좋은 말이 오고가지 않는 느낌이고 운영이 시원찮아 질 즈음이라면 차라리 빨리 발을 빼는게 돈 떼임없이 내 몫 챙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 보였는데, 알바가 그 이상의 기대와 대우를 바랐던 건 아닌지를 고민해본다.


📖밤의 벤치_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에야 경진은 차분히 자신이 했던 일을 돌아보았다. 잘 모르게 가 본 적이 없는 동네를 걸어다니며 학생들의 집을 방문했고 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걷거나 뛰었다. 교육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한글이나 수학을 가르쳤고 학습에 대한 상담도 했다. 새로운 수업을 권유했고 수업을 그만두겠다는, 돈이 아깝다는 얘기도 들었다. 선생님이지만 집까지 학습지를 배달하는 사람이었고 영업을 못해서 수업이 줄어들면 눈치가 보이고 월급이 줄었다. 보람과 모욕이 하나의 그릇 안에서 녹아내렸다.

의료,법학,교육과 같이 특정 분야가 아니고서야 전공을 살려 밥벌이를 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큰 틀 안에서 본다면 같은 계열이라며 그 안에 세분화된 것에 따라 나누는 것인냥 말하는 대학 입학처장이 아니라면 다들 대학은 졸업장을 위한 것이고, 직장은 돈벌기 위해 적성을 맞춰가는 것이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이미 전공과 관련 없는 서비스직 2년, 생산관리 2년, 사무직 11년을 다니고있는 적성은 알아서 맞춰가는 직장인 고인물로서 보람과 모욕은 결국 한 순간 찍혀지는 통장의 숫자로 보상되었고, 그 분노도 그날 밤 먹는 술 한잔에 같이 섞어 꿀떡 삼키게 되더라. 누가봐도 빤한 I의 성향인 사람이 사회생활을 위해 적극적인 E로 변하는 맞춤형 성격 개조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더라구. 보람있는 건 돈이 안 되고, 보람 없는건 통장에 쌓이는 걸 보면 입맛따라 맞춰가는 건 내 생에 글러 보임을 느낀다.


📖기초를 닦습니다_ 그래. 그러니까 받은 만큼만 일해.

어느새 자리잡은 내 직장인 생활의 모토. 받은 만큼 하자. 얇고 길게 가자. 흘러가는대로 살자.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야지. 아니길 바랬으나 결국 똑같이 뿌옇고 흐린 눈빛의 사람으로 동화되는 인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간장에 독_ 인간의 생존 능력이란 참으로 징글징글하다. 그러니까 인류가 멸종되지 않은 거겠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심장이 떨리는 기분이 들었고, 간에서 뭔가 맺히는 기분이 들었고, 그것이 한 방울 스르르 미끄러지더니 그 아래 끝 간 데 없는 텅 빈 내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상태를 기근으로 표현했다. 농번기 사회만큼의 기근은 아닌걸 안다. 그 시절에 비해 먹고 살만한 정도는 유지되나 이전의 삶 만큼은 안되기에 마음의 기근을 더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먹고 살 궁리를 할 때 솟아날 구멍은 있을거라 본다. 단지, 지금의 형태는 아닐게 뻔하다는 것. 지금의 안온함은 없을 것을 알기에 우린 언제 올지 모를 기근에 일정양의 불안감을 살며 딴주머니라도 차야하나 싶은 약은 속내를 품어본다.



📖섬광_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통의 이야기죠. 그래도 그렇게까지 저급했다고는... ... 저는 희망을 가지라고 한 말인데, 선생님은 아니었나요?

... ... 아마도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마음일 거예요. 하지만 그런 말이 어쩌다 희망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을까요?

누구에겐 희망을 주고픈 한마디였고, 받아들이는 또 다른 어떤 이에겐 가시처럼 삶을 더 후벼파는 한마디가 될 수 있다. 여기저기 입장을 다 고려하며 말을 해야 한다면 다들 벙어리가 되고 말겠지. 누가봐도 완벽한 성취를 이뤄낸 다음 뒤돌아보니 그건 희망이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처지가 더이상 암울하거나 나락끝에 서 있지 않기에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공수진이 말하듯 그 순간엔 그럴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뜻이 아닐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진심이 아닌 걸 알지만 뒷통수를 후려칠 번지수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차반석이 아니라 자신의 뒷통수라도 갈겼어야하는게 맞다. 아닌거 알면서, 아닌게 뻔했음에도 다 그렇게 산다며 아이를 사지로 내몰았던 거니까.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타인에게도 동일한 반응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찍어낸 삶이 아니며 기본이 되어지는 여건 또한 너무 다른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 모든 걸 아우르며 교사를 하기엔 벅차다는 걸 안지만 때때로 이러한 소식이 들려오면 일면식도 없는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이다. 학교의 성취도를 위해 청춘을 받친 것. 의지와 상관 없이 학교의 성과 지표의 숫자와 맞바꾼 삶 같아 미안한 마음만 몰려온다.


어떤 글은 짠하고 어떤 글은 그럴수도 있다 싶어지며, 또 어떤 글은 과연 단편의 주인공의 삶에 정확히 들어간게 맞을까 싶어지는 것도 있다. 바꾸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것도 맞고, 유리천장이라고 불리우는 계급이 있는 것 또한 겪어봤기에 동의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삶의 현장에서 볼 땐 진짜 진심이 궁금해진다. 진짜 이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긴 할까 싶은 생각? 내 가게다 싶을 만큼 열정이 넘치는 알바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기대한다는 것과 내가 알지 못하는 군무원의 세계. 이른바 그들이 사는 세상의 글은 현실처럼 느껴지기보단 넷플릭스 D.P의 한 파트를 옮겨 놓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취업률을 위해 제물이 된듯 사업장에서 마무리된 생명을 두고 서로 미루는 현장을 이야기 할 때엔 그들에게 노고라고 할 만큼의 수당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고민해보며, 번역가든 건축소 소장이든, 군무원이든 그런거 말고, 우리가 신용카드 발급 받을 때 간단하게 분류하는 사무직의 이야기가 없는게 아쉬웠다. 일반 사무직만큼 할 말이 많고 여기저기 입대는 곳도 없는데 말이다. 어떻게든 특별한 케이스를 만들고자 애쓴 중복되지 않는 직군을 찾느라 노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장강명 저자를 제외하곤 익숙한 이름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신선했고, 또 어찌보면 어떻게 하더라도 갈등을 유발시키기 위해 아귀가 잘 맞도록 짜여진 기승전결이 완벽한 상황극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15년 이상 밥벌어먹고 살며 꼬박꼬박 월급 입금되는 맛에 사는 내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진짜 노동의 찐 현장을 맛보기에는 살짝 아쉽긴 하다. 사무실 고인물이자 여직원들 중 최고참에 해당하며 관리직들 중 딱 중간에 위치한 연령대가 되다보니 내 몫의 이야기는 아니구나 싶어진다. 현타가 오기 시작하는 1년을 넘겼고, 3년이 안되는 직장인들이 찾아보며 세상에 쉬운일은 없구나를 알려주며 어딜가나 이구역 미친자는 존재하며, 그러한 사람이 없는 곳이다 싶어하며 안도 할 즈음엔 본인이 이구역 도른자가 되어있을수도 있음을 항상 자각하며 살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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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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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마음이 자라는 방향은 저자가 일을 하며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2부 사랑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이야기는 애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낸 후 회상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순간을 버티게 해준 지인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가장 늦게 겪어봤으면 심은 감정이 상실이다. 그것도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아주 가까운 이와의 완전한 이별. 그 감정을 채 추스릴 겨를 도 없이 또한번 겪었을 저자의 마음.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먹이고 재우고 키워낸 당신들과의 작별 인사 후 살아가는 일상을 덤덤하게 적어두었다. 선한 사람 곁엔 결이 비슷한 이가 많다 하더니 저자를 다독이고 살펴주는 이의 마음들이 한결같이 곱다. 나도 어떤 이에게 이렇게 따수운 사람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며 살아갈 힘을 얻게하는 그러한 문장을 품고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만든다.


📖너에게 주고 싶은 것_ 당장 깨닫지 못해도 어른이 돼서 돌아봤을 때 자신이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는 걸 떠올리기를 바라요. 그 사실이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1부의 이야기 중에는 '치에코 씨의 정성스러운 일일'과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직업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터뷰하며 그들의 삶을 공식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마주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하는 동안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의 다양한 결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 부러워진다. 미처 알지 못했던 이의 선한 마음이나 애틋한 시선들을 들어보면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이토록 무수한 마음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 하루도 무탈하지 않았나싶어진다.

다들 처음 살아보는 삶이다. 전생이 있었는지 현생에는 알 길이 없다만 이번 생을 살면서 매 순간 겪게되는 선택과 시작들. 그 갈래에서 어찌 하면 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지를 알려주고, 굳이 묻지 않더라도 넌지시 길을 터주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의 무심한척 두는 다정함에 명치가 뜨듯해진다.



📖잘 살아가세요_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가 어떤 삶들과 함께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 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던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와 동시에 또렷하게 생겨난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잡지 에디터로도 활동안 저자. 3년간 100명의 사람을 만나보면서 느꼈을 다양한 감정. 매일, 매주, 매달 똑같은 사람만 만나며 회사와 집만을 오가는 나에게는 저자의 삶이 연예인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인터뷰가 아니라면 못 느껴봤을 삶. 드라마같고 영화같이 또다른 일상을 시작하는 느낌이겠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한다면 나는 내가 더 자랑스러워질까? 아니면 더 움츠려들고 부끄러워질까?

다들 이렇게나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만 나태지옥에 빠진건 아닌가 싶어하며 나도 잘 살아가도록 삶에 애정을 더 쏟아봐야 될 듯한 반성을 하게된다.



📖과일 던지는 아이_ 사는 동안 이런 일을 계속 겪게 되겠구나. 내가 가장 오래 본 얼굴들, 익숙한 이 삶들도 결국엔 떠나가겠구나.

... ...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보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너에게도 사라지지 않는 몇몇 기억이 있겠지. 그래서 그날 내게 물었던 게 아닐까.

장난스레 가는 것에는 순서가 없다고 말을 하며 투정을 부려보지만 가장 오래 본 얼굴을 가장 먼저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 상실감을 어찌 이겨내나 싶은 생각에 머리가 어질해진다. 운다고 해결 되는 것도 아니며,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상황을 외면하는 것도 소용이 없는 이별이다. 그럼에도 매 구간마다 한번씩 겪어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잘 버텨 낼 것인가를 저자의 방식으로 담담하게 일러준다.

매 순간마다 사랑하는 이와 했던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고, 잊혀지기보다 추억하기가 바쁜 상태로 과거의 함께 했던 그때와 지금의 이 순간을 비교하며 더 애틋하게 그리워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방식을 놓지 못하는 것은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 쓸쓸함이 서서히 받아들여 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리라. 그러니 저자가 말하는 필연적 쓸쓸함이 받아 들여 질 때까지 무수한 그리움으로 메꿔두기로 한다.




같은 관심사를 두고 모인 모임의 수장과 함께 티타임을 즐기는 듯한 글들이다. 저자가 살아오며 겪었던 일도 있고, 일하며 느낀 생각도 담겨있으며, 만약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찌 버텨내고 겪어 낼 것인가를 미리 해본 이의 생생한 후기같은 인생살이 가이드처럼 느껴진다. 팍팍한 날도 있지만 유순한 날도 있는 삶이니 오늘을 버티면 내일은 좀 나을거라고 덤덤히 일러주는 말에서 내일은 아마 오늘보다 더 괜찮을지도 모른다며 내 등짝을 유쾌하게 쳐주는 긍정가득한 이의 기운이 가득하다. 여기 담겨진 저자의 인연들을 통해 사는 방식을 배우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두다보면, 그리 살다보면 나도 조금씩 자라겠지.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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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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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문구가 너무 화려하다. 영어덜트 소설 대상 / 미국·이탈리아·프랑스 등 6개국 수출 / CJ ENM 전격 영상화 가 이미 계약되어있는 신작소설. 한국과학소설이 점점 재미지고있는 요즘 얼마나 인기 있길래 벌써부터 이리 입소문이 찐하게 났나 궁금해지는 소설.

익숙한 배경이지만 SF소설 답게 많은 조건들이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 일곱 사람이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는 미래세상의 이야기. 안될거 같은데 될거 같은 세상을 구현한 저자의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여건만 바뀌었지 사람 사는 세상의 갈등은 지금이나 미래나 여전하다는 점에서 익숙한 감정 서사에 편하게 이입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 짧은 페이지는 아니지만 1부만 넘어가면 2부 부터는 제법 속도가 나는 전개이니 재미나게 읽어지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시작은 7부제로서 화요일의 강지나와 수요일의 현울림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과 일주일 중 하루를 살게되는 삶에 대한 소개부터 나온다. 그렇게 인간 7부제에 순응하고 사는 인간들의 삶 속에서 순탄치 못한 보디메이트 둘의 불협화음과 결국 다음 요일인 수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과정을 1부에서 만날 수 있다. 생일 축하 선물이라는 허울좋은 말로 화인은 수인을 몸 밖으로 밀어내었다.

보디메이트로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이. 그들은 처음이 아니었다. 강지나 집에 현울림이 함께 살게 된 이유와 함께 서로를 싫어 할 수 밖에 없었던 관계, 강이룬의 등장으로 17세가 되기 이전의 셋의 시작점을 만나게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렇게 억울하게 죽을 수 없는 현울림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강지나를 찾아나서게되고, 어린시절 첫사랑이자 잊고지냈던 강이룬을 무재라는 바뀐 이름으로 만나게된다.

결국 만나야만 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만했던 둘은 서로 다른 몸인 상태로 마주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며 미워 할 수 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지만 어느 누구도 온전한 몸으로 살 순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내기위해 시작했던 복수극에서 울림은 주변에 정말 고마운 사람이 많고 아껴야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울림은 선택을 하게된다.



📖목요일이라는 세상_ 시계의 분침이 시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살짝 자리를 옮겼을 뿐이고, 창밖의 풍경 역시 하나도 달라진 게 없지만, 울림은 낯선 세계에 온 기분이었다. 목요일이라는 세상에.

익숙했던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되고, 평범했던 것이 새삼스러워졌던 것. 하루를 한주를, 한달을, 그렇게 일 년을 온전에 내 것으로 살던 사람들에게 딱 한 줌의 일상만 남겨놓고 다 빼앗아 갔을 때 느끼는 공허함. 이전의 삶을 포기한 채 순응하며 살다가 마주하는 상황. 다시는 못 얻을 것 같은 진짜 내 것을 조금씩 되찾을 때의 기분. 과연 나에게도 7부제가 적용이 된 다면 하루가 얼마나 애틋해질까. 그리고 누리지 못하는 내일의 내가 얼마나 그리워 질 까 싶어진다.


📖기억 과부하_ "근데... ... 진실이 항상 좋은 걸까?" 무재가 불티를 힘없이 응시하며 말했다. "유이레가 바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면, 과연 유이레가 그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원하는 방향에 맞춰진 결과물. 대량의 데이터로 촘촘하게 짜여진 것에 대한 기대. 존재 자체 로서의 가치보다 결과물이 더 우선시되는 상황. 그러한 미래가 온다면 인연의 애틋함도 감정의 흔들림도 쓸모 없는 삶으로 변모하겠지. 그래도 만약이라는게 있다면 사람의 진화와 발전 과정 중에 이 항목이 가장 마지막에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와 나는 반드시_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날 좋아할 거고, 나는 네가 기억을 잃고 어떤 식으로 변하든 너를 좋아할 거야. 그럼 된 거잖아."

저자도 나와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한결의 대사를 옮겨온 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있 든 그게 설령 내가 아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라는 존재 자체에는 변함이 없으니 여전히 좋아할 마음이 있고, 그럴 자신이 있다는 제법 박력있고 단단한 마음의 전달. 비록 청소년기의 울림과 이룬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은 둘 이라 하여도 그 기억에는 변함이 없고, 여전히 애정하는 마음이라면 이정도의 시련 따위는 가뿐하다는 단호함에서 너희들의 사랑이 무사하겠구나 싶어진다.




인구 미래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가 도입되었다는 가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하나의 몸에 7명이 살아가는 부류와 비싼 환경부담금을 지불 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진 365인으로서의 삶 중 전자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17세가 되면 몸을 폐기 당하고 뇌만 '낙원'이라는 가상 세계에 살며 지정된 요일만 인간의 몸으로 산다는 조건으로 시작된 거라 생각했던 현울림과 강지나의 이야기는 그 이전부터 이어졌던 시샘과 질투가 쌓여 만들어진 악연이었다. 죽이고 싶은 만큼 미웠던 존재.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과했고 그게 질투로 싹이 틔워졌으며 상대만 없다면 자신은 행복 할 것이라는 착각에 가득찬 결말이 이 사단을 내지 않았나 싶어진다.

몸뚱아리만 존재한다고 사람이라 할 수 있을지, 뇌만 살려 둔 후 모든걸 소멸시켜도 죽이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 지. 그렇게 일부를 소멸시키는 명목이 진짜 환경을 위한 것인지도 생각하게된다. 일단 지금의 인구 조건을 보면 미래엔 지금처럼 풍성한 인력은 없을 듯 한데, 그에 비해 환경은 더 피폐 해져 있을 수 있으니 비례상으로도 인구 정책이 필요 할 수도 있겠다. 암튼, 그렇게 사는것이 진짜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몸을 소실당한 인간 7부제의 삶을 기반으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갈래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몸? 영혼? 그 너머의 삶 자체? 울림은 이미 육체를 소각당한 상태인 인간 7부제 이지만 다른 요일의 영혼에게 살해당했던 것에 대한 억울함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럼 영혼의 지속적인 영생이 진짜 사람다움이라고 봐야 할까?

한 사람이 기억을 잃어도, 그를 둘러 싼 사람들이 그를 기억함으로서 존재의 이유를 얻어내는 것.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와 나는 틀림없이 서로를 알아보고 어김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거야. 라는 말 속에서 누군가을 애틋하게 아끼는 마음에는 변경된 조건과 환경에도 굳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덧+ 한 사람의 몸에 일곱의 뇌가 요일마다 바뀌는건 비록 조건이 달라지지만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우진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작품이 영상화 되면 배경은 서울을 그대로 옮겨두겠지만 그들의 옷차림은 넷플릭스 '승리호'와 많이 닮아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창비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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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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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를 테마로 한 소설이다. 아동,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금이야 원한다면 무엇을 못할까 싶은 청년기의 끄트머리에 있는 성인이지만 이 사회적 분류가 언제까지 지속되지 않음을 알고있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질 수도 있으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인의 수순으로 흘러 갈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된다. 천년만년 이 상태로 유지 될 수 없다면 언젠가 나도 겪게 될 사회적 약자의 삶을 들여다보며 가시를 세우고 살았던 적은 없는지. 악의를 갖고 살며 누군가의 심장을 죄의식 없이 찔러댄건 아닌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완독 후 이대로 살아도 될 것인가를 두고 단답형 없는 자기대답을 바라게된다.



밤은 내가 가질게_ 본인의 이름보다 '나무야'라고 더 많이 불리워지는 나무반 담임선생님. 원아 중 한명은 학대를 받는 듯 하다. 유심히 살펴야하는 원생이 있는 교사는 애기 선생님이라하는 보조 교사도 돌보듯 가르쳐야하는 입장. 마냥 한 아이만 케어 할 수 없는 환경. 직장에서는 아이들을 돌봐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구멍이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언니를 케어하듯 곁에서 수습을 해야하는 입장. 모친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 가족이니 당연히 감내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강아지 봉사활동을 가는 언니. 많은 개 중 나이많고 사랑을 덜 받는 개가 눈에 밟혀 데리고오고파하는 사람. 개를 케어하는 언니를 케어해야만하는 입장. 누가 누굴 돌봐야하는지, 왜 계속 자신은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하는지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침마다 아이의 몸을 수색하듯 살피며 학대의 흔적이 없는지를 봐야하는 입장. 연고없는 아이의 법적 엄마와 떼어놓는게 맞는지를 시스템에 맞춰 복지국으로 인계하며 다음 일은 모른척 하며 제 소임의 선을 긋는게 맞는지를 따지지만 119에 바로 신고를 하게되고, 또 언니와 언니에게 딸려있는 늙은 개를 케어하는 일을 또 순순히 받아들인다. 결국 내가 해야하는 일이었고, 내가 떠앉는게 맞다고 생각하게되는 여린 존재들이다.

📖밤은 내가 가질게_ 다른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일념으로 어떻게 그렇게까지 부지런해질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더라. 굳이 자신의 수고로움을 더해서 남에게 흠집을 내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 그 정성이라면 다른 선택을 할 텐데 굳이 그리 애를 써가며 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보다 괴롭힘을 즐기며 자신이 우위에 있는양 즐기는 태세를 갖춘 이는 상상 이상으로 많다.




고요한밤, 거룩한밤_ 아내는 주워온 개만 남겨 둔 채 생을 마쳤다. 유독 추운 겨울의 어떤 날. 보일러는 고장이났고, 가스는 새고있어 수리가 필요했다. 당장 먹을 쌀도 없고 밖이나 집안이나 별반 다를게 없는 한기가 가득한 냉골에 그와 개만 남겨졌다. 파지 줍는 일을 하지만 종일 해도 손에 쥐어지는건 만원 한장도 안되는 금액. 그마저도 없는 날이 더 많아 동사무소에 국가 지원 요청을 하러 갔으나 자식이 있다며 법으로 어찌 안된다고 한다. 자식놈이라 해봐야 아들 하나가 있지만 저놈은 지 아비를 쏙 빼닮아버렸다. 컹컹컹 거리는 것이 전 주인에게 목소리를 뺏겨서 제대로 울음도 한번 못 내는 것이 아내를 닮았다. 개를 주워와 깨끗이 씻겨 한 이불을 덮던 아내. 추운날 밖에 내어두기도 어려우니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포옥 안고 있는 것이 어째 남은 여생은 그와 한이불 덮기보단 개를 택한 듯 하다. 말도 못하고 울음도 내지 못하는 것이 꼭 자신을 닮아 더 애틋하게 보듬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내와 개가 서로를 보듬던 시절이 계속 떠오르는 그. 아내도 없고, 집안의 온기도 없다. 50년만의 한파라 하더니 아내 없는 겨울은 매년 더 시려운 듯 하다. 금니라도 팔아야 할까. 금니 하나면 쌀 한포정도는 사겠지. 금니를 떠올리니 또 아내생각이 난다. 이 밤 한방을 쓰는 개를 보니 아내 생각이 나고, 입안에 맨질거리는 금니를 핥아도 아내 생각이난다. 춥고, 그립고, 또 후회되고, 이런 순간이 화나고 모든게 교차하는 고요한밤이자 거룩한밤이며 화나도록 그리운 밤이다.


📖고요한밤, 거룩한밤_ 그는 죽은 아내의 육신에 떠돌던 온기가 다 그리웠다. 마치 물위에서 기름이 겉돌듯, 생명이 다한 아내의 육신에서 겉돌면서 서서히 잦아들던 그 온기... 자신을 소스라치게 했던 그 온기만... 그 온기만 있어도 그는 오늘 밤을 무사히 얼어 죽지 않고 버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권위적이었지만 가부장적이었지만 그땐 정말 왕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두가 떠났다. 집안에서만 왕이었지 집밖에선 폐지를 줍는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큰소리 치면 다 받아주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동사무소에서의 외침은 허공을 향하듯 아무도 받아주며 달래주는 이가 없다. 그의 밤은 더이상 거룩하지 않다. 좀 더 다정했더라면, 좀 더 나긋했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그는 이래도 저래도 다 받아두전 아내가 그리울 뿐이다.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_ 이 건물 전체가 학원으로 들어 차 있다. 학교가 내실 있다는 말보다 학원 때문에 이 동네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경화는 이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자신의 아들도 가르쳤으며 동네 아이들의 기본기를 다져줬고, 아들을 우수한 성적으로 키워냈다. 이렇게 학원을 키워나가는데에만 집중 할 수 있었던 건 경화와 아들을 서포트해준 친정엄마의 노력과 결과물로 내비쳐지는 아들의 성적 덕도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경화는 엄마와 아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돈을 벌어야하는 장사치이기도 하다. 이름난 학원빌딩 옆 허름한 건물이 치매센터로 새로 들어선다는 것. 혐오시설은 아니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반가울 수 없다. 구급차량이 수시로 드나들 것이며 아이들의 집중도를 저해한다는 생각을 하면 학원장의 입장으론 달갑지 않다. 반대를 하는 학원 대표가 되는게 맞지만 경화와 손주케어를 담당하던 엄마가 치매의 징조가 보인다. 경화에겐 딛고 서 있는 위치보다 처해진 상황이 그녀를 움직였다. 더이상 반대 할 이유가 없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엄마를 케어 할 수 있다면 남들에겐 혐오시설이라 하더라도 경화는 찬성을 던져야했다. 처해진 상황이 그녀를 바꿔놓았다. 누굴 탓하리. 그렇게 된 것을.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_ 카메라가 있고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제 처지가 달라졌어요. 그때도 지금도 저는 아무 생각이 없고 이런 제가 한심하고 답답하고 부끄러워요. 부끄럽다고요. 이제 와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워요.

언제부턴가 이러한 시설이 혐오로 묶여졌을까. 10년 전의 그곳과 지금의 그곳의 달라진 점으로 나오는 사진들이 있다. 과거에는 결혼식장이 지금은 장례식장으로 바뀌었고, 과거 유치원은 현재의 노인 돌봄센터로 바뀐 곳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경화는 처한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했다. 약은 구석이 여실히 드러나 얄밉다 할 지라도 어느 누가 그 상황이 되어도 꼿꼿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혐오의 정도는 어디까지라고 봐야 할까. 과거의 혐오와 지금의 혐오 범위도 달라졌고 사회가 생각하는 폭도 달라졌다. 당신은 어디까지를 혐오라 선을 그을 수 있을까.

이기적이라 한들 우린 그러한 상황에 놓이면 다들 똑같은 입장 전환을 할 텐데 무조건적인 반대를 고수 할 수 있을까를 계속 묻게된다.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 할 수 없다. 제 뱃속으로 낳은 자식의 속도 알 길이 없다는데 평생을 자기 잣대로 살아온 타인을 어찌 이해하랴. 다만 그 상황에 나를 대입해보며 그 순간의 나라면 어찌 할 것인지,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며 버티고 살아갈지를 궁리해보는 과정이 덤으로 얻어졌다 출판사에는 이 책이 출간된 계기를 이렇게 적어두고있다.

지난 3년 간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 드러냈다. 이들을 향해 평소라면 쉽게 드러내지 못했을 혐오의 말들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사회적 약자가 살아가는 모습은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데,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곳곳에서 불길한 징후가 감지된다. 위기의 시대에 연결과 연대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공존’만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좀 더 부각이 되긴 했지만 이전의 삶에서도 혐오와 외면과 멸시는 늘 존재했다. 하지만 더이상의 혐오 과잉은 불필요한 과한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나오는 '밤은 내가 가질게'의 단편만 봐도 그러하다. 나무반 교사를 골탕먹이고자 굳이 시간을 내고 정성까지 들여 괴롭히는 그 감정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에너지인가를 생각해본다. 나와 의견이 다르고 성향이 다름을 인정하기보단 다른 방향으로 걷는 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듯한 행동을 보면 혐오를 벗어난 감정과잉이 기반된 오지랖도 이 축에 속하겠다. 밀착된 관계에서 살짝 물러나도 될텐데 굳이 내 삶속에 투입시키지 않아도 될 인물까지 등장시키는 과한 자기영역 확장성.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사상과 오롯이 내가 말하는 것이 제일 명확한 해답이라는 생각부터 버렸으면 좋겠다.

연민하는 마음과 보듬어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좋다. 따숩다. 하지만 모든걸 포용하라는 과한 기대를 바라진 않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 놓였으니 나보단 그대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를 묻는 결말이 아니면 좋겠다. 한쪽만의 희생을 바라는 것? 그게 진짜 공존하는 세상이고, 공존하는 소설이 바라는 이상향인지를 생각하게된다.(결국은 답을 못 맺음)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기록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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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는다 - 흔들리는 내 손을 잡아 줄 진짜 이야기
이지은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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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아본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는 출판사 마케터로 일했고, 결혼 후 남편과 함께 호주로 이민하여 다양한 일을 하며 삶을 이어가고있다. 좋아하던 커피를 이제는 손수 내려 손님들에게 건네는 사람이 되었고, 낯선 이에게도 먼저 말을 걸기도하고,어떻게든 더 괜찮은 삶을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게되면 더이상 사랑 할 수 없다고 하던데, 저자는 그걸 이룬 사람이라 부러웠고, 또 내가 닿지 못한 목표의 끄트머리를 봐 본 사람이기에 부러움이 컸다. 그래서 약간의 질투심을 갖고 독서 시작!



📖옷장에 내 마음을 걸어 두었다_ 나는 너무나 익숙하게도 나라는 존재를, 보여지는 것들로 정의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자신에 대한 믿음보다 타인의 시선에 걸쳐지는 것들로 증명하려 했던 건 아닐까. 나이를 생각하면 조바심이 났고, 살이 찌면서 옷 사이즈는 스몰에서 때때로 라지 사이즈까지 커졌다. 내가 어디에 살건 생활은 그곳에 금새 익숙해질지라도,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는 낯설고도 막연했다.

책은 호주로 이민 후 누군가에게 듣게된 질문으로 시작된다. '왜 호주에 왔어요?'라는 물음은 태어나고, 자라왔으며 익숙함이 온 몸에 베여든 고국을 두고 온 가장 큰 결심을 묻는 것 이기도 했다. 저자는 내일, 모레, 글피... 한달? 몇년 후? 무조건적으로 살아는 가겠지만 더디게 오라 할 수 없는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마음이 맞는 이와 결혼했고, 더 괜찮은 삶을 기대했다. 먼저 가 있는 친지가 있었기에 조금은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으리라 본다. 가기 전엔 좋은 것들이 더 크게 보였을 것이고, 거기에 발을 딛고 난 후에는 아쉬움과 불편함이 더 예민하게 와닿았을 것이다. 그 다양한 감정들이 이 책의 시작이다.


📖결혼은 온수매트_ 각자에게 편안한 온도를 맞추듯, 각자의 인생의 온도를 잘 맞춰야 결혼이라는 온수 매트도 잘 쓸 수 있는 것 같다. 말이 잘 통하고,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마음이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심했지만, 30년을 다르게 살아온 만큼 서로의 생활 패턴은 많이 달랐다. 식사 후에 설거지를 언제 하는지, 치약은 어떻게 짜는지, 심지어 빨래 너는 방법까지 달랐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존중하며 때로는 서로의 스타일을 닮아 갔다.

낯선 곳이었고, 혼자였다면 저자는 이민을 택했을까?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시댁쪽 형님들이 먼저 자리를 잡아 생활하는 것도 이민을 택하는 것에 큰 흔들림을 주었으리라 본다. 많이 믿고 의지하는 이가 생긴 것. 같이 버틸만한 지지대를 하나 더 얻었으며, 때론 자신도 상대의 버팀목이 되어 줄 만한 큰 믿음을 서로에게 심어 준 것. 그러니 이 사람과 좀 더 오래 좀 더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의 결심이라 느껴진다.

이 단락을 보니 내 신혼이 떠올랐다. 연애기간이 짧았던 것도 아닌데 결혼은 또 다른 삶의 방향이었다. 같은 줄 알았는데 달랐고, 다른 줄은 알았으나 더 의외의 면면을 만나기도 한다. 30년 가까이 사는 방식이 달랐던 둘이다. 태어난 시대와 환경들 중 어느하나 비슷한 점이 하나 없던 이라는 것을 새삼 깨닿게 되며 똑같을 순 없으니 엇비슷하게라도 맞춰나가는 방식을 택하며 각자 지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됨을 느꼈다. 한쪽이 노력을 하면 다른 한쪽도 같이 애써주더라는 점. 그래서 이 사람이랑 맞춰 사는 것이 힘들지 않음도 느낄 수 있었다. 다들 신혼 때 겪는 온수매트의 개별난방 온도차. 그리고 에어컨 바람의 온도차. 이건 결코 한쪽이 무조건 져 줄 수 없는게 맞지. 따로가 필요 할 땐 따로하는게 살아본 자의 리얼 조언이라 하겠다.




📖나는 꽤나 승진이 하고 싶었다_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든, 마음에 들지 않든 단지 내 인생 어느 시점에 잠시 입고 있다가 갈아입을 옷일 뿐이다. 좋은 게 항상 좋지 않고, 힘든 일이 언제까지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다.

시작은 좋아서 했던 것이고, 그 당시는 더 잘 하고픈 마음이 컸고,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스스로를 위한다고 했으나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외면 할 수 없는 눈치 엄청 보는 인간이었던 것. 그래서 잘 하고 있다는 티를 내고픈 부단한 노력이었었다. 그러니 에너지 분배 따윈 신경쓰지 않고 열중했을 저자를 보니 정말 나 같은 사람이 여기 한명 더 있구나 싶어졌다. 아닌척 해도 업계에서 나를 향한 볼멘소리 한톨 없길 바라며, 잘한다는 격려와 동경의 눈빛만을 기대하며 못하는 것 없는 만능인을 자처했다. 그러니 좋아하던 것도 물리게 되는 거다. 급히 마신 물에 체하듯 입안 가득 머금은 욕심이 화를 불러 온 것이리라. 헌데, 이러한 욕심 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까? 즐기며 일하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도 있지만 인정받을수록 더 커지는 자존감도 무시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승진이나 돈처럼 보여지는 것에서 보상이 뚜렷해지는 것들로 나의 허기를 채울 수 밖에 없음에 공감한다. 그렇다보니 그땐 죽을 듯 힘들어도 지금에서야 보면 그 또한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며 예쁘게 미화시킨 후 정돈하여 나의 멋드러진 과거라고 부를 수 있게되었다. 저자의 그 마음이 잘못된게 아니었음과 나의 과거 또한 그르친 마음이 아님을 알아주기로하자.




📖일 앞에서 더 순진해지고 싶은 마음_ 직장인 보다는 직업인이 되고 싶다. 내게 '워라밸'이 좋은 삶이란 근무 시간과 퇴근 시간 이후의 삶이 칼같이 분리될 때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내가 나를 위해서 살고 있다고 느낄 때였다. 일주일에 25시간만 일한다고 워라밸이 좋은 게 아니라, 투잡을 하며 50시간을 일해도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후자가 내게는 훨씬 더 밸런스 좋은 삶이었다.

직업인이라는 말보다 직장인이 더 입에 붙는다.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비중을 두기 보다 내가 버티고 있는 장소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 어떤 회사 다니는지가 더 관심이 가는 세상이다. 공기업 대기업이야 물론 좋지. 평생을, 천년만년 나를 먹여 살려 줄 수 있을 듯한 굵직한 기업체라면 나도 환영이다. 속물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인걸 어쩌겠나. 돈을 한번 벌기 시작하니 끊기가 어려웠다. 고등학생 시절 아르바이는 대학을 가서도 멈출 수 없었고, 빨리 돈벌며 쓸모있는 놈이 되고파 졸업 전에 취업을 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세번째 직장으로 오기까지 퇴사 후 입사를 하는 텀을 보면 채 한달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조급했고 조마조마했다. 한템포 쉬는 타이밍을 줘도 될텐데 퇴직금도 남아있겠다 나라에서 취업을 위해 챙겨주는 수당도 꼬박꼬박 들어오지만 쫓기듯 회사를 알아보고 내가 앉을 자리를 긁어모았다. 시간이야 어떻든 일단 돈을 벌 수 있고, 내가 일한 만큼의 무언가를 받아 갈 수 있다는 과정이 행복했다. 몸이 축나는 건 나중 일이었다. 지금 이 회사에선 안 올 것 같은 마의 10년을 채웠다. 회사 고인물이 되었다. 욕심이 사라지고 의욕도 사라지고있는데 초심과 더불어 일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던 이전으로 돌아가는게 가능 할까?




📖우산 쓰고 가면 돼요, 멋있어_ 시작하는 것보다 그만두는 게 항상 더 겁이 난다. 그래서 그다음엔 뭐 할 건데? 계획은 있어? 쉬었다 다시 할 수 있을까? 단지 좀 쉬고 싶어서 선택했지만, 굳이 누가 묻지 않아도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은 불안했다.

나는 겁이 많다. 계획형 인간이며 생활 반경이 매우 좁은 사람이다. 이민은 꿈도 못 꾸는 경주마 같은 시야를 가진 채 살아왔다. 어린시절 이사는 몇번 했으나 지역을 이동한 건 고작 한번 뿐. 대학도 직장도 다 거기서 거기인 버스 한 두번만 타면 닿는 곳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계획이 바뀌거나 시뮬레이션이 돌려지지 않은 상황을 맞딱드리면 당황스럽다. 연습되지 않는 과정은 주저하게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해주는 직장생활과 이민 후 파트타임을 하며 느껴온 감정에 공감이 되었다. 다른 경로로 가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 그게 나다. 일탈도 꿈꿔보지만 어째 나이가 들 수록 더 겁이 난다. 이럴 땐 내 어깨를 잡고 휙- 방향을 틀어주는 남편의 존재가 감사하다. 우야든둥 되게 되어있다는 모토로 사는 사람 덕에 살짝은 유연해지고 살짝은 느슨해지는 삶도 야금야금 배워가는 중이다. 연애 5년과 결혼 9년 동안 많이 말캉해진 신념이지만 때때로 혼자 이걸 정하게 될 때는 아직까지도 두렵다. 우야든둥 되게 되어있다는 모토를 떠올리며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되는거고, 안되는 거면 조금 쉬었다 해도 된다는 마음을 배워가는 것. 하..... 나도 성인이고 어른인데 아직 이런 삶의 유연함은 낯설다.



후루룩 읽었다.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도 있고, 나랑 닮은 듯 다른 삶의 영역을 가진 저자의 행보에 대단함은 박수받아 마땅한 결정들이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것도, 익숙한 사람들과 생활반경을 두고 처음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그 때 처럼 언어와 세상을 마주 한다는 것, 못하는 것이라 손사레 치기 보단 해야만 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앞에 두고 어떻게든 해 냈다는 것. 그건 나와 너무 다른 점 이었다. 이렇게 믿을 구석이 찐한 사람이라면 믿을만하지. 그리고 의지하고싶고 곁에 두고픈 진짜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간 나는 익숙함에 느적거리며 숨가쁨을 모르고 살았다. 삶의 큰 굴곡없이 몇년을 둥둥 떠있듯 힘 안들이고 살아오며 잔꾀만 늘어난게 아닌가 싶어진다. 나이는 먹었지만 나이먹으며 같이 먹어야 할 사람의 진짜 됨됨이를 잊고, 경력이 쌓이면서 같이 성장해야 할 인품도 놓고 산게 아닌가 싶어졌다. 그렇다. 예쁜 책이 참 예쁜 말로 나를 반성케 했다. 나는 나를 믿어 본 적이 없고, 흔들리는 나를 단단하게 매어 둘 생각도 없이 방치한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도 저자의 나이 정도 닿으면 나를 믿을 만한 구석이 생길까? 의심 하기 전에 좀 믿음직한 인간으로 남은 2023년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며 인생 노잼시기라며 볼멘소리 하던 나를 꾸짖어본다.

📖허밍버드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완독 후 기록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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