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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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문구가 너무 화려하다. 영어덜트 소설 대상 / 미국·이탈리아·프랑스 등 6개국 수출 / CJ ENM 전격 영상화 가 이미 계약되어있는 신작소설. 한국과학소설이 점점 재미지고있는 요즘 얼마나 인기 있길래 벌써부터 이리 입소문이 찐하게 났나 궁금해지는 소설.

익숙한 배경이지만 SF소설 답게 많은 조건들이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인다. 일곱 사람이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는 미래세상의 이야기. 안될거 같은데 될거 같은 세상을 구현한 저자의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여건만 바뀌었지 사람 사는 세상의 갈등은 지금이나 미래나 여전하다는 점에서 익숙한 감정 서사에 편하게 이입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 짧은 페이지는 아니지만 1부만 넘어가면 2부 부터는 제법 속도가 나는 전개이니 재미나게 읽어지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시작은 7부제로서 화요일의 강지나와 수요일의 현울림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과 일주일 중 하루를 살게되는 삶에 대한 소개부터 나온다. 그렇게 인간 7부제에 순응하고 사는 인간들의 삶 속에서 순탄치 못한 보디메이트 둘의 불협화음과 결국 다음 요일인 수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과정을 1부에서 만날 수 있다. 생일 축하 선물이라는 허울좋은 말로 화인은 수인을 몸 밖으로 밀어내었다.

보디메이트로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사이. 그들은 처음이 아니었다. 강지나 집에 현울림이 함께 살게 된 이유와 함께 서로를 싫어 할 수 밖에 없었던 관계, 강이룬의 등장으로 17세가 되기 이전의 셋의 시작점을 만나게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렇게 억울하게 죽을 수 없는 현울림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강지나를 찾아나서게되고, 어린시절 첫사랑이자 잊고지냈던 강이룬을 무재라는 바뀐 이름으로 만나게된다.

결국 만나야만 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만했던 둘은 서로 다른 몸인 상태로 마주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며 미워 할 수 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지만 어느 누구도 온전한 몸으로 살 순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내기위해 시작했던 복수극에서 울림은 주변에 정말 고마운 사람이 많고 아껴야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울림은 선택을 하게된다.



📖목요일이라는 세상_ 시계의 분침이 시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살짝 자리를 옮겼을 뿐이고, 창밖의 풍경 역시 하나도 달라진 게 없지만, 울림은 낯선 세계에 온 기분이었다. 목요일이라는 세상에.

익숙했던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되고, 평범했던 것이 새삼스러워졌던 것. 하루를 한주를, 한달을, 그렇게 일 년을 온전에 내 것으로 살던 사람들에게 딱 한 줌의 일상만 남겨놓고 다 빼앗아 갔을 때 느끼는 공허함. 이전의 삶을 포기한 채 순응하며 살다가 마주하는 상황. 다시는 못 얻을 것 같은 진짜 내 것을 조금씩 되찾을 때의 기분. 과연 나에게도 7부제가 적용이 된 다면 하루가 얼마나 애틋해질까. 그리고 누리지 못하는 내일의 내가 얼마나 그리워 질 까 싶어진다.


📖기억 과부하_ "근데... ... 진실이 항상 좋은 걸까?" 무재가 불티를 힘없이 응시하며 말했다. "유이레가 바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면, 과연 유이레가 그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원하는 방향에 맞춰진 결과물. 대량의 데이터로 촘촘하게 짜여진 것에 대한 기대. 존재 자체 로서의 가치보다 결과물이 더 우선시되는 상황. 그러한 미래가 온다면 인연의 애틋함도 감정의 흔들림도 쓸모 없는 삶으로 변모하겠지. 그래도 만약이라는게 있다면 사람의 진화와 발전 과정 중에 이 항목이 가장 마지막에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와 나는 반드시_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날 좋아할 거고, 나는 네가 기억을 잃고 어떤 식으로 변하든 너를 좋아할 거야. 그럼 된 거잖아."

저자도 나와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한결의 대사를 옮겨온 게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있 든 그게 설령 내가 아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하더라도 '너'라는 존재 자체에는 변함이 없으니 여전히 좋아할 마음이 있고, 그럴 자신이 있다는 제법 박력있고 단단한 마음의 전달. 비록 청소년기의 울림과 이룬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은 둘 이라 하여도 그 기억에는 변함이 없고, 여전히 애정하는 마음이라면 이정도의 시련 따위는 가뿐하다는 단호함에서 너희들의 사랑이 무사하겠구나 싶어진다.




인구 미래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7부제가 도입되었다는 가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하나의 몸에 7명이 살아가는 부류와 비싼 환경부담금을 지불 할 수 있는 재력을 가진 365인으로서의 삶 중 전자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17세가 되면 몸을 폐기 당하고 뇌만 '낙원'이라는 가상 세계에 살며 지정된 요일만 인간의 몸으로 산다는 조건으로 시작된 거라 생각했던 현울림과 강지나의 이야기는 그 이전부터 이어졌던 시샘과 질투가 쌓여 만들어진 악연이었다. 죽이고 싶은 만큼 미웠던 존재.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과했고 그게 질투로 싹이 틔워졌으며 상대만 없다면 자신은 행복 할 것이라는 착각에 가득찬 결말이 이 사단을 내지 않았나 싶어진다.

몸뚱아리만 존재한다고 사람이라 할 수 있을지, 뇌만 살려 둔 후 모든걸 소멸시켜도 죽이지 않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 지. 그렇게 일부를 소멸시키는 명목이 진짜 환경을 위한 것인지도 생각하게된다. 일단 지금의 인구 조건을 보면 미래엔 지금처럼 풍성한 인력은 없을 듯 한데, 그에 비해 환경은 더 피폐 해져 있을 수 있으니 비례상으로도 인구 정책이 필요 할 수도 있겠다. 암튼, 그렇게 사는것이 진짜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몸을 소실당한 인간 7부제의 삶을 기반으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갈래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몸? 영혼? 그 너머의 삶 자체? 울림은 이미 육체를 소각당한 상태인 인간 7부제 이지만 다른 요일의 영혼에게 살해당했던 것에 대한 억울함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럼 영혼의 지속적인 영생이 진짜 사람다움이라고 봐야 할까?

한 사람이 기억을 잃어도, 그를 둘러 싼 사람들이 그를 기억함으로서 존재의 이유를 얻어내는 것.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와 나는 틀림없이 서로를 알아보고 어김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거야. 라는 말 속에서 누군가을 애틋하게 아끼는 마음에는 변경된 조건과 환경에도 굳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덧+ 한 사람의 몸에 일곱의 뇌가 요일마다 바뀌는건 비록 조건이 달라지지만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우진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작품이 영상화 되면 배경은 서울을 그대로 옮겨두겠지만 그들의 옷차림은 넷플릭스 '승리호'와 많이 닮아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창비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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