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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평점 :
1부 마음이 자라는 방향은 저자가 일을 하며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2부 사랑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이야기는 애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낸 후 회상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순간을 버티게 해준 지인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가장 늦게 겪어봤으면 심은 감정이 상실이다. 그것도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아주 가까운 이와의 완전한 이별. 그 감정을 채 추스릴 겨를 도 없이 또한번 겪었을 저자의 마음.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먹이고 재우고 키워낸 당신들과의 작별 인사 후 살아가는 일상을 덤덤하게 적어두었다. 선한 사람 곁엔 결이 비슷한 이가 많다 하더니 저자를 다독이고 살펴주는 이의 마음들이 한결같이 곱다. 나도 어떤 이에게 이렇게 따수운 사람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며 살아갈 힘을 얻게하는 그러한 문장을 품고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만든다.
📖너에게 주고 싶은 것_ 당장 깨닫지 못해도 어른이 돼서 돌아봤을 때 자신이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는 걸 떠올리기를 바라요. 그 사실이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1부의 이야기 중에는 '치에코 씨의 정성스러운 일일'과 '너에게 주고 싶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직업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터뷰하며 그들의 삶을 공식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마주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말하는 동안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의 다양한 결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 부러워진다. 미처 알지 못했던 이의 선한 마음이나 애틋한 시선들을 들어보면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이토록 무수한 마음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 하루도 무탈하지 않았나싶어진다.
다들 처음 살아보는 삶이다. 전생이 있었는지 현생에는 알 길이 없다만 이번 생을 살면서 매 순간 겪게되는 선택과 시작들. 그 갈래에서 어찌 하면 더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지를 알려주고, 굳이 묻지 않더라도 넌지시 길을 터주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의 무심한척 두는 다정함에 명치가 뜨듯해진다.
📖잘 살아가세요_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가 어떤 삶들과 함께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 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던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와 동시에 또렷하게 생겨난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잡지 에디터로도 활동안 저자. 3년간 100명의 사람을 만나보면서 느꼈을 다양한 감정. 매일, 매주, 매달 똑같은 사람만 만나며 회사와 집만을 오가는 나에게는 저자의 삶이 연예인같이 느껴진다. 이러한 인터뷰가 아니라면 못 느껴봤을 삶. 드라마같고 영화같이 또다른 일상을 시작하는 느낌이겠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한다면 나는 내가 더 자랑스러워질까? 아니면 더 움츠려들고 부끄러워질까?
다들 이렇게나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만 나태지옥에 빠진건 아닌가 싶어하며 나도 잘 살아가도록 삶에 애정을 더 쏟아봐야 될 듯한 반성을 하게된다.
📖과일 던지는 아이_ 사는 동안 이런 일을 계속 겪게 되겠구나. 내가 가장 오래 본 얼굴들, 익숙한 이 삶들도 결국엔 떠나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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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기억하는 일보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너에게도 사라지지 않는 몇몇 기억이 있겠지. 그래서 그날 내게 물었던 게 아닐까.
장난스레 가는 것에는 순서가 없다고 말을 하며 투정을 부려보지만 가장 오래 본 얼굴을 가장 먼저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 상실감을 어찌 이겨내나 싶은 생각에 머리가 어질해진다. 운다고 해결 되는 것도 아니며,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상황을 외면하는 것도 소용이 없는 이별이다. 그럼에도 매 구간마다 한번씩 겪어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잘 버텨 낼 것인가를 저자의 방식으로 담담하게 일러준다.
매 순간마다 사랑하는 이와 했던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고, 잊혀지기보다 추억하기가 바쁜 상태로 과거의 함께 했던 그때와 지금의 이 순간을 비교하며 더 애틋하게 그리워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방식을 놓지 못하는 것은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 쓸쓸함이 서서히 받아들여 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리라. 그러니 저자가 말하는 필연적 쓸쓸함이 받아 들여 질 때까지 무수한 그리움으로 메꿔두기로 한다.
같은 관심사를 두고 모인 모임의 수장과 함께 티타임을 즐기는 듯한 글들이다. 저자가 살아오며 겪었던 일도 있고, 일하며 느낀 생각도 담겨있으며, 만약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찌 버텨내고 겪어 낼 것인가를 미리 해본 이의 생생한 후기같은 인생살이 가이드처럼 느껴진다. 팍팍한 날도 있지만 유순한 날도 있는 삶이니 오늘을 버티면 내일은 좀 나을거라고 덤덤히 일러주는 말에서 내일은 아마 오늘보다 더 괜찮을지도 모른다며 내 등짝을 유쾌하게 쳐주는 긍정가득한 이의 기운이 가득하다. 여기 담겨진 저자의 인연들을 통해 사는 방식을 배우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두다보면, 그리 살다보면 나도 조금씩 자라겠지.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