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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배려할수록 더 힘들어질까 - 나보다 남이 먼저인 에코이스트를 위한 정신적 호신술
윤서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잘 들어주고 잘 받아주고, 그러다 잘 참아주며 잘 져주는 사람. 배려하는 삶이 습관이 되어있으며 두루두루 잘 지내고 싶고, 큰 소리 안나게 둥글게 살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 어떤 어른이 되고싶냐는 질문에 직업이나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기보단 '선한 어른'이 꿈이라며 뜬구름 없이 대답하던 여고생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의 풍파를 맞아 그냥 '어른'으로 살고있다. 인생의 1/3이상을 돈벌어먹는 직장인 어른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성인으로 분류되다보니 면상에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으며, 인자한 미소 너머에는 복화술하며 나만 알 수 있도록 성질부리는 꼬장꼬장한 성질머리로 바뀌었다. 절대 타인이 듣지 못할 정도에서만 욱하고, 분노하기만 하는 좁쌀만한 화딱지를 내는 존재로 커 버렸다. 스스로를 이구역 도른자로 칭하지만 그것도 가장 친한 사람들, 내 팔 한쪽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최측근들에게만 그러하지 절대 이해관계가 얽힌 광범위한 존재에겐 찍소리도 못하는 '순한 사람'을 자처하는 삶.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게 유순한 들러리 일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내가 너무 피곤하다. 그 모든 성질머리는 표출하지도 못한 채 속으로 꾹꾹 눌러 쌓다보면 언젠가 목끝까지 차올라 빵-하고 터져버릴거 같을 때가 많다. 그게 나란 사람의 자학 가득한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을 보다보면 나를 극단적으로 내몰아 정상이 아닌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될까 멀리하곤 했는데, 계속 이렇게 살아선 안되지 않을까 하는 자기반성을 하다보니 올해는 글러먹었고, 내년에라도 인간 개조(?)를 하고픈 마음에 신간 알림이 뜨자마자 바로 선택 후 배송 받았다.
책 소개 문장은 이러했다. '나보다 남이 먼저인 에코이스트를 위한 정신적 호신술' 내가 살면서 육체적 호신술은 많이 배워봤다만 이 나이 먹도록 정신적 호신술은 한번도 익혀본 적이 없었음에 제 한몸 건사할 정도의 자기 방어술을 익혀보기로 한다. 물론 글로서 완벽히 습득은 어렵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긍정가득한 마음으로 보호태세를 갖춰보려한다.
📖프롤로그_ 남들로부터 지나치게 주목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문제가 생기면 자기 탓부터 하며, 유독 자기 자신에게 엄격합니다. 또한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에코이스트'라고 부르며, 오은영 박사는 이 에코이스트의 특성이 바로 오늘날 MZ세대의 전반적인 성격에 해당 한다고 설명한 바 있어요.
일단 프롤로그에서부터 생소한 단어를 접했다. '에코이스트'와 '나르시시스트'. 나르시시스트는 대충 알거 같은데 에코이스트는 너무 생소하다. 유명한 포털에서 이 단어를 검색해보면 다양한 연관 문구들이 뜬다. 마음돌봄 심리학, 공황장애, 자기혐오, 가스라이팅, 나르시시즘, 심리상담, 강박. 뭔가 요즘 많이 떠오르는 핫한(?) 단어의 조합이다. 그런데 썩 좋다고 여길만한 단어가 없어 씁쓸하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여기 프롤로그에 옮겨진 문장과 동일했다. 나르시시스트의 이기주의와 반대되는 성향 그 자체였다. MZ세대의 전반적인 성격에 해당한다고 했는데, 인구통계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분류해 놓은 1980년 중후반 태생부터 2010년대 초반생인 MZ. 애매한 80년대 후반 태생인 나도 결국 이 세대에 속했고, 그렇게 곁다리 걸치고 있는 사람 느낌이지만 뭐가 좋다고 유행같은 성향을 따라하고 있었다. 장점으로 순화 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성향을 가진 인간들 속에 섞여 살면 마냥 좋아보일 순 없었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물과 기름인냥 섞이기 힘든 두 부류 속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덜 힘들게 살고, 덜 아프고 살 수 있을지를 얻어가고 싶어졌다.
프롤로그부터 나를 너무 잘 까발려 주었다. 나라는 존재의 성질머리를 고대로 옮겨둔 문장에 뜨끔하면서 이런 행실이 나만 그런게 아님에 살짝 안도하며 너나 나나 뭐 결국 그렇고 그런 족속이라는 생각하며 순순히 들어보며 조목조목 짚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나르시시스트의 먹잇감이 되는 사람들_ 웬만하면 갈등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갈등이 두려웠다기보다는 갈등 상황에 놓이는 게 굉장히 귀찮았던 것 같아요.
이야기는 총 4가지로 크게 나뉘어 각각의 성향에 대한 예시와 개선&극복의 방안을 제시하고있다. 1장 내 주변에는 왜 나르시시스트들만 가득할까 라는 주제로 공동체 생활 속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으로 인해 자신들만 느끼는 고충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의도 한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매번 이해해주고 들어줘야 하는 입장인 에코이스트에 대한 입장과 함께, 성향이 형성되는 시기인 어린시절 누가 곁에 있느냐와 어떤 성질의 사람이 훈육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변화하며 성장하는 인물 성장 과정을 담아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위에서 언급했던 가스라이팅이라 할 수도 있겠고, 또 어떻게 보면 제일 흔하게 쓰이는 '세뇌'의 반복 학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후 순위가 되다보니 원래 그런 사람이 되어 직면하기 보단 외면이 편한 사람으로 단단하게 자기방어형 벽을 세우고 있음을 느꼈다. 나의 성장 과정을 보면 육아 담당자의 성향은 나르시시스트의 성향이 강하진 않았으나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정 밖에서의 보육 활동에서 오는 피드백이 강하게 작용 했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엔 애 기죽이지 말라는 말보다는 양보가 미덕이고, 배려가 기본 옵션이며, 모두모두 사이좋게 라는 예쁜 단어로 잘 포장된 공동체 생활이었다. 거기서 본태성 성질머리로 일명 금쪽이가 있었다면 그 녀석이 왕이 방식이었다. 그래서 문제아로 낙인 찍히기 싫어서 더 숨죽이고 살다보니 이런 인간으로 자랐다.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것 일 수도 있고, 첫 단추를 보고 어디한번 끝까지 해봐라, 그러면 잘못된걸 알겠지 하는 방관자 마인드의 시대적 훈육이 MZ세대들이 대다수 그렇더라는 말로 뭉뚱그리게 되는 에코이스트 집단으로 만들지 않았을까를 가늠하게 된다.
📖에코이스트가 꼭 알아야 할 행복의 조건_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찰과 분석에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습니다. 그저 주변 환경과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에코이스트들은 그렇지 않아요. 이들은 완전히 다른 삶의 자세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렇다. 우린 잘못 한 게 없다. 그런데 늘 먼저 고개 숙이는 입장이 되어있고, 사과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을 먼저 떼는 입장이 되어있다. 그래야 이 사건이 빨리 마무리되어 우리가 원하는 무탈하고 평온한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살고 있어 머리가 과부하에 걸려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갖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심리적인 편안함 일 뿐 현실은 더 복잡함을 인지하지만 그건 후순위에 두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더욱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긴 하나 살다보니 다양한 갈래의 시뮬레이션 덕에 타격을 덜 입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하고 있던 결과니까, 예상하고 있었던 수순이니까, 이미 예측했던 방식이니 에너지를 더 써서 몸은 피곤하겠으나 마음에는 타격이 덜 한거라고 좋게좋게 또 포장을 해본다. 그게 내가 숨쉬기 편한 삶의 방식이더라. 이게 불행의 조건이라 하면 내가 너무 불쌍하다. 그러니 이 방식이 나를 살리는 조건이며, 나를 덜 지치게 하는 능력치라 생각하길 바란다.
📖감정 표현을 하지 마세요_ 또한 내 입장뿐 아니라 타인의 입장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역량이 되기 때문에, 나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상대의 감정까지도 존중하는 겁니다. 서로 감정을 표현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우리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잘 아는 지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지, 절대 나약하거나 겁먹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죠.
에코이스트를 지켜줄 적극적 자기주장 훈련 방식에서는 의외의 문장들로 나를 말리고 있다. 과소평가도 하지 말라하고, 감정을 표현하지도 말라하며, 수용하지도 말고, 대화도 말라하네? 긴말도 필요 없고, 먼저 선수치라하니 지금껏 해온 커뮤니케이션 방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표현의 방식이 다르듯 수용의 방식 마저도 다른 두 집단이기에 이 또한 비난과 공격, 지배의 빌미가 되는 감정이니 방어기제를 갖추라는 뜻이었다. 각자의 세계관에서는 수용이 어려운 것이이 이해를 바라기 보단 그 실마리를 시작부터 제외시키자는 것이다.
📖긴말 필요 없고 이 말만 하세요_ NO는 완벽한 문장이라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더 보탤 필요가 없어요. 안 된다고 말한 후에 더 이상 다른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이 번뜩 스친다. 자기가 싫으면 그만인 것을 우린 오랜시간 알고 있었고 속담을 통해 각인되어있었다. 미사여구로 부풀일 이유가 없는 답변이다. 저자는 간곡할 필요도 없이 간결하게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문장을 완성시키길 바라고있다. 이후의 침묵이나 불편한 분위기로 이어지더라도 견디라고 한다. 이 때의 침묵은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나르시시스트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수용하게 만드는 시간을 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나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점, 나랑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에서 관점을 떨어뜨려놓고 기본적으로 깔아두는 공감과 이해의 기본 기질을 제쳐두어본다.(이 단락이 특히 말이 센 편이다. 202P 정서발달이 멈춰버린, 자기가 제일인 줄 아는 망상병 환자, 유치한 사기꾼을 대하고 있습니다. 로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타인의 성향 비하보다는 극단적으로 간극을 두는 것으로 빠른 인지가 되도록 에코이스트를 설득하는 방식이라 미리 언급해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더는 억울해지지 맙시다_ '손뼉은 마주치지 않아도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쪽 손이 가만히 있어도 다른 손이 고속으로 와서 부딪히면, 소리는 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는 가만히 있는 죄 없는 사람을 휘두르고 괴롭히려 드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어요. 당해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너 자신을 먼저 돌아봐. 다른 사람을 욕하는 건 나쁜 짓이야.'라는 말은 선하고 좋은 의도겠다만 왜 꼭 굳이 나에게만 이 조건을 달아두냐는 것이다. '그럼 쟤는?'이라며 손 부들부들 떨고 얼굴 붉어지며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반박하게만든다. 이건 전후사정을 모른 채 빨리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제3자가 하는 가스라이팅인 것이다. 말 한 번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무서운 혀가 작용하는 과정이다.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는 꾸준이 나르시시스트와 에코이스트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사례를 통해 개선점을 알려주고있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고,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는 말로 상대의 변화하는 성향을 기대하지 않길 바라기도 한다. 나도 쉽사리 고치기 힘든 성질머리인데 내 눈 앞에 있는 저 사람은 오죽할까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바라보면 '나도 난데, 쟤도 참 쟤답다'는 해탈의 인격 상대하기 기법이 나온다. 결국 내가 살자고 버티는 삶이니 잘 지켜보고 보호하는게 맞는 방식이었다. 해야 할 것이 많고, 빠듯한 삶이다. 그러니 답 없는 것들에 쓸데없이 에너지 쏟지 말고, 오롯이 내 인생과 내가 아끼는 애틋한 사람들에게만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싶어진다. 이렇게 말해도 나 또한 쉽사리 바뀔 놈이 아닌걸 아니까 일단 이러한 방어기제 법이 있음을 계속 인지해보기로 한다.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