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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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일단 시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하고, 등장인물의 명칭이 생소하다보니 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며 스토리를 이어가야만 집중을 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곱절의 시간이 걸리더라는 것. 학창시절에는 문학 관련 필독서로, 대학때는 교양과목 레포트를 위해 몇번이고 읽어보기도하고 축약본을 보며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려 애쓰기도 했다. 그때엔 의무적이었다면, 지금은 자발적으로 해보는 감정선 이어가기.


이 책은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작품 중 사랑, 질투, 야망 등 인간의 감정을 아우르는 주요 14개의 작품을 스토리와 명문장에 심리적 해석을 더해놓은 도서라 할 수 있다. 마법 같은 사랑과 운명 속으로 / 로맨스 코미디의 서사 / 각자의 정의에 대한 딜레마 / 인간의 욕망과 권력에 대하여 / 소네트 로 구성이 되어있고, 인물들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서 독자에게 다른 의미의 해석을 해 주는 작품이다.

시대상을 반영한 대사들과 인간의 본성이겠다만 결국 시대를 초월하게되는 인간이 가진 진심 그걸 보려고 다시 고전에 도전해본다.



📖불멸의 연인들: 금지된 사랑의 비극_ 내 사랑은 바다보다 넓고, 그보다 더 깊어요. 내가 당신에게 줄수록 나는 당신에게 더 많은 것을 받기 때문에 우리 사랑은 무한하답니다.

너무 잘 아는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그래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작품이었다. 다시 보니 신 마다 사랑하는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모아 문장을 통해 진심을 보여주고있다. 비극적 사랑이긴 하지만 이 표현에 있어서는 아름다움으로 시작하여 아름다움으로 끝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다른 미사여구를 엮어낼 필요 없이 그저 아름다움의 표현이 그것이었다. 그렇게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손으로 만지면 부서질까 움켜지면 깨질까 조마조마하던 낭만에 반해 비극적인 끝을 보게된다. 4대 비극으로 분류되는 작품과 달리 낭만이 있긴 하지만 마냥 사랑스럽지는 않은 조건이 항상 따라붙는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모순어법'이라는 방식으로 대립대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두고 상황과 특성을 강조하며 영원의 존재성 대신 언제든 변할 수 있음에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있다. 두 사람의 상황이 나쁠 수록 사랑이 강력해지듯 슬픔 속에 피어나는 사랑은 더 애틋하게 되는 방식. 극과 극의 상황. 그렇다보니 죽어서야 이루어지는 사랑이었고, 사랑이라는 것이 가진 극단의 끝으로 모든걸 마무리짓는다. 현세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어 타인이보기엔 환상적인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만 당사자들에겐 사랑으로 인해 죽음까지 감수하게 되는 마음이라는 걸 보며 애틋한 마음과 절절한 진심. 가늠은 할 수 있겠지만 정확히 단언 할 수 없는 마음의 깊이.




📖정의와 자비의 딜레마: 누구도 정답은 없다_ 반짝인다고 해서 모두 금은 아니다. 너희도 자주 들어봤겠지. 겉모습만을 위해 많은 사람이 자기 삶을 팔았다. 하지만 금으로 덮인 무덤 안에도 벌레가 들기 마련이다.

이 또한 다른 방식의 비극적인 면이 있는 작품이다. '자비심의 본질'이라는 장면도 유명하지만, '유대인은 눈이 없소?'라는 대사로도 유명한데 논쟁거리가 가득한 이야기라 학창시절 방과 후 작문 수업 때 오랫동안 다루던 소재이기도 했다. 사회와 종교, 법과 정치, 재판장에서도 많은 대립이 이어지는 흐름을 만나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뜨거운 재판장의 변론 과정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이어가는 인물의 내면을 보길 바라고있다.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인적인 측면으로서는 당연한 방어 방식이겠지만 자신의 확고한 신념 만큼 타인의 신념을 존중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도 악도 없고 그저 이해관계가 얽힌 관계에서 최대한의 중립을 지키길 바라는 숨은 뜻도 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내면마저도 마냥 투명한 진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 딜레마를 어떻게 겪어 낼 지를 이 재판으로 모의 실험 해보자는 뉘앙스도 느껴진다.




📖복수의 굴레: 왕자의 비극적 자멸_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본래는 없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다.

유명한 4대 비극 중 하나. 햄릿이 자신의 아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클라우디우스 왕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담아두고 있다. 가장 긴 희곡이지만 햄릿의 성정이 변화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읽을 때 나 또한 그가 본 귀신이 허구인지 진실인지 어질한 채로 이성적 사고를 놓지 않으려 애쓰게된다. 우울과 이성 사이에 괴로워하던 햄릿. 거기에 더해진 도덕적 딜레마. 복수를 우위에 두느냐와 사람을 해하는 것은 결국 자신도 똑같은 부류가 될 수 밖에 없지 않냐는 내적 갈등까지 이어지는 심리선. 이 모든 이야기는 다 죽어야 끝이 나겠구나 싶어하며 씁쓸하게 이야기를 따라가게된다. 시대에 저항한다 한들 결국 죽음을 맞이 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일 뿐이지만 실존하는 육신의 죽음 만큼이나 정치와 의식 세계의 죽음도 함께 스러짐을 담아두고있다.


작품속 인물이 했던 말들이 간결한 문장으로 곳곳에 있어서 빠삭하게 알지 못하던 문학이라도 감정선을 유추 할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인물들은 하나같이 생각이 많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언어로 최대한 표현하며 감정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이러하니 최선의 방식으로 최대한 보여주겠어요. 그러니 당신도 내 진심을 헤아려주길 바라오. 라는 뉘앙스로 본성을 가감없이 드러내고있다.

사랑을 다하는 마음이든, 자신이 기준점으로 삼고있던 옳고 그름을 현 시대에 빗대어 무엇을 진실로 삼아야 할 지를 오랜시간동안 고심했고 답을 찾으려 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사구조나 작품이 담고있던 주제만을 파악하려했던 학창시절이었지만, 이제는 이 책으로 그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인간 본성의 흐름, 신념의 유동성, 사회에 스미는 방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랑은 애절했고, 정의는 늘 외로웠으며, 욕망은 커질수록 닿는 고통도 컸다는 것. 그 전후 과정은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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