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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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믿을만한 어른이었던 적이 있는가. 어떤이에게 의지하고픈 어른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고민을 털어놓아도 불안하지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무수한 질문을 끊임없이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나는 괜찮은 어른이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게 만든다. 테마분류가 성장소설로 나뉘어진 작품인데 몸이 자라고 나이를 먹었다고 한들 멀리할 소설이 아님이 분명하다.

폭력에 대응하며 맞서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의 이야기. 또래에게 받는 상처도 지우기 어려운데 교사에게 받는 언어적 신체적 폭력은 믿을만한 어른이지 않을까 싶어 찾아갔던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래서 누굴 믿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사건을 풀어낼만한 조언을 얻고했던 자신이 바보같았다 생각하며 자책을 일삼는다. 구석진 곳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웅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일들이 뉴스에만 나오는 나와 상관없는 이들의 사건이라 분류하기엔 이미 몸집이 커졌음을 느낀다. 피해를 받은 이들이 숨어버리고 주변의 시선에 2차 피해를 받고있는걸 문장을 통해 느꼈는데 나 또한 은연중에 그러한 시선으로 이들을 찌른건 아닌지 생각을 하게된다.



📖 58p_ "너 잘못한 것 없다." 지선은 그 한마디에 기대어 버쳤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곤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경우는 오랜시간 함께하는 부모나 선생에게 상황을 알리게되는데 혼이 날까봐 두려운 아이들은 부모보다 학교에서 종일 함께하는 교사에게 의지하게된다. 그걸 악용한 전근세를 보면 어른으로서의 자질과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소명은 교원자격증을 딴다고 모두가 갖게되는건 아님을 느낀다. 초반의 전근세도 그러하고, 여기에 나온 어른들 중 최아라를 제외하고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르치는 학문적인 목적에서 교사를 하고있는 것인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직업을 택한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된다.

특히 후반부의 오연주와 최아라의 상반된 내용을 보면 일단 들어준다는 것과 학생이기 이전에 상대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해본다는 것. 그것부터 시작점이 달랐다. 무경이 최아라를 찾아갔을 때 들었던. '내가 미술실에 있을 때 잘 찾아왔구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니, 어른이 된 무경에게 선이와 미주에게 똑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위한다는 느낌과 걱정말라는 안도를 주면서 이렇게 사람을 두번 실망하게하고 누굴 믿는 다는 것 자체를 두렵게 만들었던 이들과 더욱 움츠려들고 최악의 생각을 하는 아이를 보면 학교라는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다.


📖 62p_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 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 잘못한 것도 나, 용서하는 것도 나, 용서받는 것도 나, 그것으로 끝. 그러나 지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선은 마음 깊숙한 데서부터 무너졌고 축구를 그만뒀고 무경 앞에서 다쳤고 아무도 몰래 죽으려고 했다.

돌고 돌아 결국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결론을 내어버리는 지선. 자신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문제라는 답을 내려야만 맘이 편해진다. 상대의 잘잘못은 나중의 문제다. 일단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넘겨야만 잊혀질 것이라 여기는 지선의 아픈 답변같았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를 반복하다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오히려 가장 깔끔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간 얼마나 맘고생이 많았을지를 가늠하지만 그 깊이와 상처의 고통까지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다.


📖 82p_ "이쯤 하자. 그렇게 매달려서 네가 얻는 건 또 뭐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하는 학생 주임의 얼굴에 피로와 귀찮음이 가득했다.

"뭘 얻고 싶은 게 아닌데요."

다들 학창시절에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교사의 지치고 무기력한 대답. 굳이 소란을 피우지 말고, 굳이 일 크게 만들지 말고, 굳이 많은사람 알도록 떠벌리지 말라는 식의 대수롭지 않는듯한 말투. 종률처럼 그렇게 도움을 청했던 이에게 말로서, 눈빛으로서 2차 가해를 얻는다. 으레 그 나이대의 사내녀석들이 호기심에 하는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이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딱 그정도의 대응이었다.

학생주임의 쉬쉬하는 반응 덕에 형섭은 그냥 그런 그정도의 인간으로밖에 자라지 못 할 것이다. 잡아주는 이가 없으니 이렇게 해도 세상은 나를 잘못했다고 꾸짖지 않다고 확신하겠지. 자신에겐 장난이고 상대에겐 상처일지라도 헤아리는 마음을 배우지 못했으니 이래도 되는구나 싶어하며 그저 그런 인간으로 살아갈듯한 뻔한 미래가 안쓰럽다.


📖 104p_ 아니 오히려 들으라고 더 그랬다. 그들은 여럿이었고 그래서 당당했다.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떠넘기고 죄책감은 뒤로 숨기면서 나쁜 짓거리가 주는 달콤함만 맛보았다.

부당한 대처, 약자이며 어리기에 받는 모멸과 고통에 단단하게 버티며 맞서려는 무경의 자세에서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읽게되는 조마조마한 감정. 나이가 많음에서 오는 우월, 또래보다 체격이며 행동거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상대방을 멸시해도 된다고 여기는 약아빠진 꼼수. 무리를 지어서 몸집을 키우며 또래 집단에서 왕이 된 듯 군림하는 같잖은 태도. 성인이 된 내가 황동수와 검은띠들을 보면 이렇게 느끼겠지만 반대로 예찬이같은 입장이라면 마주하고싶지 않고 돌아가더라도 피하고싶은 검은 무리로 느꼈을것이다. 딱 그 언저리에서만 왕 노릇을 하는 것이지 뭣도 아닌 이들의 행실을 보면 이 시작점이 무언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이들도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일텐데 체육관 관장도, 교직원들도 말썽꾸러기라는 부류로 가둬 둔 채 방치하고 있음을 느꼈다. 방임이 자신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데 이들은 어른들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여길 생각을 하면 어른들의 무관심이 저 녀석들의 미래마저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189p_ "고개 들어. 죄지은 사람처럼 왜 그래."

미란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갰다.

"어쩌면 다 내 탓인 거 아닐까? 내가 모범생이 아닌 것도 맞고, 공부도 잘 못하니까......."

지선이 자신을 탓했던 것 처럼, 미란도 모든 일의 시작은 자신이라 결정하고 모든걸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인다. 여지를 줬다고, 만만해서 였다고 자신을 찌르는 말들만 나열한다. 그래도 곁에 현정이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말하며 자기혐오로 태도를 전환하는 이에게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이고, 아무에게도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라며 정신을 흔들어 깨워준다. 네 잘못이 아니고, 나쁜 건, 나쁜 재수를 몰고온 그 새끼임을 말해줬다.

지선과 미란은 이 이야길 듣고싶었을 것이다. 친구나 선생이든간에 그저 상대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단박에 말해줄 대답을 원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알린다. 쉬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학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다. 똑같은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 것임이 보였기에 마음이 놓여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가 없어서 다행스럽다. 어떻게든 버티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낸 듯 한 모습들을 보면 더 빨리 알아채주지 못한 어른이라 부끄러운 마음도 크다.

학교에서는 보는 눈도 많은데 가벼운 입도 많고, 외면하는 시선또한 많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일들이 나의 학창시절이나 지금 10대들의 교실이나 학원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 교직에 관련된 종사자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지도 않으며, 주변에 이 또래의 자녀를 둔 친구도 없다. 그래서 이건 소설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은 생각이 크다.

최아라교사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사실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었고,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어른답게, 책임을 져 줄 작정이었다. 는 말을 상기하게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하지 않던가. 한명이 외로이 싸우는 것 보다 모두가 알아주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 소리내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깊어지고 웅장해져 더이상 외면받고 자책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어본다.


📖 창비교육 출판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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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 50 - 그 사람은 왜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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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쉽사리 바뀌진 않지만 그럼에도 바꾸고싶어하는 마음들은 비슷할 것이라 느낀다. 천성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사람과 좀 더 괜찮은 사람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우린 조언을 받기도하고, 자료를 찾아보며 모든 예시들을 스스로에게 대입해본다.

저자 신용준은 엮여있는 관계에서 개선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사례들과 예시들을 제시한다. 이성간의 호감, 집단에서의 호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기혐오를 벗고 스스로를 아끼는 기술들까지. '예쁘다, 예쁘다.' 해주어야 더 사랑스럽고, '잘한다, 잘한다.'해주어야 더욱 신이나서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그러한 믿음을 가져본다. 계속 머릿속에 맴돌도록,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으로 떠오르도록, 그렇게 기억에 남도록 그 괜찮은 존재가 '나'로 비롯되도록 계속 애써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특강처럼 6개의 파트 속에서 뽑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어 볼까싶어 챙겨본 책.



📖 호감의 전제조건_ 밝고 건강한 에너지는 좋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분명 행운을 끌어당긴다. 호감 가는 당신을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선사한다. 그 원천은 건강이다. 모든 걸 가져도 건강을 잃으면 끝이다. 호감을 얻기 전 당신의 건강부터 점검하자.

안색.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나 빛깔을 말하는데 이건 단순히 시안적인 견해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웃는 얼굴, 환한 인상, 피로감이 없는 활력, 의지가 있어보이는 단단한 눈빛, 결연해보이는 다부진 입매. 그 모든 것이 건강과 연결되어있음을 느낀다. 동료들을 보면 피곤과 피로에 찌들려 흐릿한 눈빛과 의욕이 없어보이는 표정, 말 걸기를 주저하게되는 까칠한 형색을 보면 적극성과 욕심을 두고 온 것 처럼 느끼곤 한다. 대화를 나눠보지 않더라도 우린 이렇게 보여지는 인상으로도 상대를 판별하며 가늠을 해 볼 수 있다. 목소리톤, 구사하는 어휘력, 간간히 드러나는 지식의 정도를 접근하기 이전에 마주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 호감의 전제조건의 상당수가 정해지는 것이다. 흐릿한 사람이 되기 보단 선명한 사람이 되는 가장 기본 조건이겠다. 쉬운데 놓치고있고, 당연한데 중히 여기지 않는 그 조건이 사소할테지만 큰 비중을 두는 것이란 점을 한번 더 일깨워주었다.






📖 겸손으로 편안함을 준다_ 인간은 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인정은 인간의 욕구 결핍에 대한 정서적 충족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겸손함은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상대방을 인정하라. 인정받은 상대는 당신에 대한 반항심이나 질투심을 호감의 감정으로 탈바꿈할것이다.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는 배우의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패러디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걸 보면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을 언급했기에 알아주어 고맙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겸손과 감사가 적절히 섞인 재미난 문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는 이들을 아우르는 멋진 한방이었다.

내가 잘난맛에 살아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겸손도 어느정도 갖고 가야하는 호감의 기본 기제이다. 성향일 수도 있고, 많은 연습으로 얻어진 교육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교육된 경청과 기다려주는 것으로도 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질투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 큰 리액션 없이도 상대의 감정을 좌지우지 시킬 수 있는 스킬. 무턱대고 자신을 낮추기만하는 단순화된 방식에서 좀 더 지능적인 겸손버전으로 전화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 인생에 대한 열정은 인간에 대한 호감과 비례한다_ 모든 사람은 이유가 어쨌든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상대방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너무 열정이 지나쳐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 반대로 긴장하고 불안한 기색이 시종일관 드러난다면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는 힘들어진다.

'열정부자'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열정과 열의가 주변인들보다 높은 사람을 일컫는데 장난스레 과한 기색을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호감을 더 많이 얻는다. 차고 넘칠 의욕이니 어떠한 것을 제시하더라도 해낼 것 같으며 쉽게 지치지 않을 듯한 자세이니 무어라도 맡겨봄직하고 결과가 기대되는 인물로 시선을 끌어낸다.

저자는 가수 싸이를 예시로 들었다. 삶의 우여곡절, 각종 루머를 눌러버리는 열정, 같은 노래를 수천번 불렀어도 항상 처음관객을 대하는 듯한 열의와 에너지에 대중은 환호한다고 말한다. 싸이의 공연을 다녀온 나도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비싼 공연비를 지불하고도 아깝지 않은 가수였고 열정을 전해받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이런게 그사람만의 고유 에너지이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자가 풍기는 매력이겠다.

우리는 생각보다 반복되는 삶의 순간을 습관처럼 살고있다. 같은 연설을 해야하는 저자, 같은 노래를 불어야하는 가수, 같은 말을 처음처럼 시작해야하는 사내 인사 담당자, 매달, 매주, 매 분기별로 하는 일이 정해져있는 나같은 사람도 지난달의 나를 복사 붙여넣기 하듯 살고있다. 그렇다고 열정도 복사되어 고스란히 붙여지면 좋겠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의무적이게되고 희미한 자국이 남게된다. 마치 인주를 한번 찍고 여러번 반복해 도장을 찍어가는 느낌을 준다. 멀리서보아도 또렷하던 그 경계는 희미하고 흔적만 남은 이후의 과정에서 열정이 소실된 자리에 매너리즘이 채워진 걸 보게된다. 저자는 '열정부자'인간으로 단단히 무장하여 시대를 흔들만한 인물이 되라고 하진 않는다. 적어도 남들 앞에서 열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선만 지키길 원한다. 그 정도 만으로도 우리는 상대에게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굳이 첫 페이지부터 정독하며 곧은 자세로 보길 권하지 않고 싶다. 그렇게 보면 꼰대같은 선배의 훈수처럼 삐딱하게 받아들여질 것이고, 오랫만에 본 친척 어르신의 사회생활 라떼 스킬처럼 한귀로 듣고 흘려질 수도 있겠다. 그러니 사람에게 치이고, 관계속에서 지칠때 책장을 휘리릭 넘기다가 가장 맘에 드는 파트가 나왔을 때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 정도로도 충분해 보인다. 호감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맘으로 책을 들여다 본 것일테고 나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분명한 이의 간절한 손길일테니 욕심내어 왕창 습득하기 보단 하루에 하나씩 야금야금 호감의 스킬을 먹어치우는 걸로 자주보는 책으로 남겨둬도 되지 않을까.




◎ 리텍콘텐츠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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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공장 블루스 - 매일 김치를 담그며 배우는 일과 인생의 감칠맛
김원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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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들은 후루룩 읽는 맛도 있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배우들은 다양한 배역으로 삶을 대신 살아본다고 하지만, 나같은 책덕후는 에세이들을 통해 또 다른 삶을 경험하게되는데 이야기꾼의 말재간이 좋으면 더 신나게 몰입할 수 있기도 하다.

저자는 대기업 카피라이터로 9년동안 일하다가 모친께서 당신의 김치공장으로 스카웃을 하여 이직을 하게된다. 좋게 말해 이직이고 정확하게 말한다면 소환(?) 같은 거겠다. 다른 이들은 안나가려 책상다리 부여잡는 곳일텐데 그 곳을 자진 퇴사하고(10년 근속 못하고 퇴사한거 나만 아쉽나?) 공장 부사장으로 오게되는 인생의 반전. 엉덩이 붙이고 종일 살던 이가, 엉덩이 붙일 겨를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 생전 안 해본 분야로 옮겨심기하여 뿌리를 뻗어가며 산다는 것.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새싹신입이지만 부사장이라는 무거운 직책도 가진 묘한 이직 레벨. 그렇지만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보다 모르는게 더 많은 직책만 부사장이고 언니와 누나의 닉네임이 제일 편한 사장님 딸래미. 재미난 키워드가 가득하다. 덕분에 나는 퇴근 후 김치공장 부사장 친구의 신세한탄을 듣는 느낌으로 수다 한판 나눠볼까 싶다.


📖 일 많이 하는 삼성 다니던 누나_ 대기업 명함으로 대출도 쉽게 받고, 새벽 출근 때는 택시 기사님께 '어느 회사 가주세요' 한다미 한뒤 두 발 뻗고 잠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


회사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아주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효과일 것이다. 기업의 인지도가 내가 사회에서 누리게되는 영향력이 되기도 하고 자연스레 나의 자부심이 되기도 하더라. 그런 곳을 제 발로 나온 사람.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위해 퇴사 한 게 아니라 가업을 잇기 위해 원래 밥벌이하던 업에 대한 연관성이라고는 1도 없는 곳으로 내 뿌리를 뜯어 옮겨 심어 낯선 땅에서 다시금 뿌리 박을 곳을 찾는 다는 것. 몸과 마음이 골고루 피곤해지고 움츠려 드는 상황. 편하게 누리던 것들을 다 반납하고 자진 입장한 세계이니 더욱 이런 말 안 듣도록 열심히 하고팠는지도 모르겠다. 똑똑하고 일 잘하고 사장님 조차 그렇게 자랑하던 제일기획 다니는 원재였으니 그 엄마의 그 딸인 만큼 진짜 제대로 한판 보여주고픈 맘을 상상해본다.



📖 배추 올라잇!_ 내 마음이 딱 그렇다. 배추 상태가 안 좋은 날은, 이 김치를 받아든 사람들에게 꼭 다음이 없을 것만 같다. 배추 신용불량자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님들이 빚쟁이처럼 무섭다.


부사장인 작가는 배추가 자신이고 자신이 고객에게 나갈 배추처럼 마음이 간다고 하는데, 공장직원들도 알게모르게 그런 마음을 가진다. 내가 사장도 아닌데 출고직전의 제품을 보면 쟤가 나고, 내가 쟤가 된 듯한 느낌이 들며 혹여라고 공정이 잘못 되어 급하게 재작업이나 불량으로 머물면 마음이 가고 걱정이 많아진다. 저녀석으로 인해 우리 회사의 인식이 안 좋아질까 우려도 되고, 또 내가 정말 마음을 다해 만들었음에도 반응이 안 좋거나 품질검사에서 통과를 하지 못하면 같이 주눅들기도 한다. 그게 회사를 다니는 이들에게 얻어지는 소속감과 애사심의 일부가 아닐까. 내가 생산해내는 제품들은 내 배 아파 낳은 것도 아닌데 나의 일부같고, 내가 빚어놓은 산물처럼 여겨지니 말이다. 아마도 작가는 김치만 보면 그렇게 아는 척을 하고 싶을테고, 나는 배만 봐도 저건 어디서 납품되고 저 소재는 어디꺼고라며 말을 걸어보려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밥벌이하는 세상에 내가 많이 녹아들어 살고있다. 작가처럼 회사를 꾸려나가는 부사장이든, 나같은 직원 나부랭이든 말이다.



📖 김치 공장의 샤카_ 우리가 이 생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참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참 기특하지 않냐고. 내가 너의 아픔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너의 삶을 나 역시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작가는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걸 이 공장에서 처음 얻었다. 산재라고도 할 수 있겠고, 내가 그만큼이나 많은 일을 해서 얻은 몸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가 이 곳으로 이직하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 손의 형태였을 것이다. 직업에따라 각자가 얻게되는 고충이 있다. 나 역시 직업에 따라 다양한 고생담과 몸고생을 겪은게 떠올랐다. 웨딩홀 다닐 적엔 한창 성수기엔 한달에 두번도 겨우 쉬었다. 20대 중반에 대상포진도 걸려보고 주말 행사 끝나고 블라우스 등판이 하얀 소금자국으로 남았던 시절이 있다. 큰 액자를 계단으로 오르락거리다 발목 깁스까지 했지만 또 꾸역꾸역 입원실에 노트북 챙겨와 작업했던 기억. 왜 그리 열심히였나 생각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그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공장의 관리직으로 들어온지 10년. 코로나이전 한창 성수기 시절엔 종일 앉아서 키보드만 치게되니 손목이 말을 안 들어 운동선수들이 한다는 치료와 뻐근한 주사도 맞아봤다. 그럼에도 다음날 눈이 떠지고 출근을하려 주섬주섬 챙기게된다. 눈뜨면 갈 곳이 있다는 것.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는게 기특하고, 가기 싫다고 징징거려도 아무도 가라고 등떠미는 이가 없더라도 회사로 발길이 향하는 것. 그러니 나라도, 우리라도 서로를 위해 애쓴다는 눈길한번씩 주며 으쌰으쌰하자.



📖 (인터뷰)누군가는 웃을 수도 있겠지만_ 이 업무를 누구한테 주나, 그 생각이요. 제가 하던 일들이 다 제 새끼들 같은 거예요. 남들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어요. ... ... 담당자들한테도 정말 많이 물어봤거든요. 그렇게 다 하나하나 배운 것들이예요. 어느 하나 제 손이 안 탄 게 없는데, 이걸 어떻게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나. 이다음 사람이 잘할 수 있을까. 이 파일 하나하나가 정말 제 자식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별거 아닌 거 아는데도.


조부장의 대답에서 진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입사 10년차의 내 맘이 딱 저건데 싶은 그런 동질감. 나는 업무 인수인계도 못 받았다. 입사 전에 업무를 수행하던 이는 퇴사를 했고, 상사는 내 업무를 100% 숙지하지 못한 채 나에게 모든걸 맡겼다. 동종업계도 아닌데 비슷한 업무였지 않았냐며 떠난이가 남기고간 허술하기 짝이없는 업무지시서를 보며 한동안은 질문봇이 되었던 어린내가 보였다. 심지어는 거래처 담당자에게 나는 신입이고 이전 근무자에게 받은 자료가 없어서 아는바가 없으니 도와달라며 나를 한참 낮춰 부탁하는 것이 습관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니 그간 쌓인 내 데이터가 얼마나 소중하고 짠하겠냐는 것이다. 업무는 늘었고, 데이터도 쌓였고, 편하게 하기위해 포멧도 개편해둔 것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다. 그러니 조부장의 말 처럼 이걸 내가 어찌 놓아주냐 싶은 마음이다. 나는 여전히 회사 나부랭이라며 낮게 말하지만 언제든 퇴사하고 싶은 맘이 굴뚝이라고 입버릇이 되어있지만 쉽사리 이걸 놓아두고 떠나진 못할 것 같아. 내 배 아파 낳은 새끼는 없지만 내 손목과 내 굽은 등허리와 뻑뻑한 내 눈을 내어놓고 빚어낸 파일들이 내 새끼같고 때론 내 분신같아서 진짜 별거 아닌데 이렇게 변해버렸다.



📖 윤서에게 보내는 편지_ 날마다 하는 일이 입에 올리는 순간이 그분들을 위축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소속을 자랑스럽게까지 말하진 못해도, 모두에게 떳떳한 밥벌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하는 일이 뭐라고 물으면 그냥 공장 사무관리직이라고 말하다가 또 어떤 날엔 '배만드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본사의 경우는 40여년 넘게 한 곳에서 뿌리박고 키워낸 토종기업이라 이동네에 오래 사신 분들에겐 회사명만 말해도 무얼하는 곳인지 어떤 곳인지를 다 알고 계시더라. 그냥 회사다닌다고 말은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딸래미 므슨일 하냐고 하면 아주 자랑스럽게 저기 'OO다니잖아'라고 하시니 나 역시도 떳떳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곳이구나 싶어진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그렇지 못하는 곳에서 일하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직장인들이 더 많다. 그런 이들의 노고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덕을 보며 편히 살고 있음을 느낀다. 회사의 이름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말했는데도 상대방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회사명보다는 무얼 만드는 곳에 다니고있다고 말하는게 더 일반적이겠다. 그러니 나는 원재부사장에게 말해주고싶다. 직원들이 그냥 공장다닌다고 말하는 것보다 '저기 파주에 김치 잘만드는 공장 거기 일하잖아!' 라고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밥벌이가 되도록 이왕 애써주는거 좀 더 찐하게 애써달라 부탁과 종용을 섞어 어깨를 무겁게 만들어주고싶다.


말빨과 글빨이 특출난 광고카피 쓰는 사람이 들려주는 감칠맛 넘치는 김치 공장 업무일지는 재미날 수 밖에 없다. 업무 분야는 다르지만 공장밥 먹고사는 나로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직원간의 유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은 맘과 함께 이렇게 회사를 아끼는 이들이 많으니 때때로 불어닥치는 시련에도 누군가의 밥벌이로 버텨주고 있음을 느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 나의 엄마뻘인 여사님들이 많은 현장. 티는 나지 않지만 곳곳에서 자기 할 일을 기가막히도록 해내는 직원들. 평생이라는 말로 공장 문 닫을 떄가지 함께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쭈욱 함께 하고픈 이들이 많은 쿵짝맞는 조합.

신박한 분야에서 일하는 이가 전해주는 에세이라 관심을 갖고 읽게되었으나 결국 우리는 밥벌어 먹고 사는 먹고사니즘에 진심을 다하는 존재이며 분야와 위치만 다를뿐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이들이 모인 공간이라는 생각에 나만 그리 사는게 아니라는 위안도 얻는다. 그러니 원재 부사장은 이러한 마음과 직원들의 자부심이 나부랭이로 흩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주면 좋겠다. 흰쌀밥에 원재 부사장이 만든 김치를 놓아두고 들은 동네 친구의 회사 적응 에피소드 듣느라 반찬이 없어도 배부르고 든든하게 속을 채운 느낌이다. 속이 허하고, 회사 생활에 허기가지면 요런 맘으로 감칠맛을 좀 채워보길 권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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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간 - 도시 건축가 김진애의 인생 여행법
김진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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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가로 알려진 그녀이지만 나에겐 알쓸신잡에서 잡학박사로 더 친숙한 김진애. 건축가로서 세계와 국내를 돌아다니며 건축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나라와 지역이 갖고있는 재미요소들을 참 잘 알려주는 이야기꾼 중 한명이었다.

원래 그녀가 잘 하는 일, 밥벌이의 주된 업인 도시건축가라서 인간이 문명을 이루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밖에 없던 그 여행에서 느껴온 감정과 여행 후 남겨진 흔적들을 떠올려보며 한참동안 제약이 많았던 그간의 일상을 위로해주길 바라면서 읽기 시작했다.


홀로 갈 것인가? 무엇을 위해 갈 것인가? 누구와 갈 것인가? 풍족과 가난 어떤걸 선택해 짜 볼 것인가? 꼭 가야 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들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초반에 결정해야하는 갈래들이다. 나 혼자 갈 수 있을지, 가야만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연인과 가는지 아이와 가는지, 부모와 갈지, 반려견과 갈 수 있는 여건인지도 우리는 많은 결정을 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재정상태에 따라 시간 여건에 따라 결국 그러다 내가 꼭 거길 진짜 가야 하는가? 티비속 걸어서 세계여행을 틀어봐도 나쁘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에 주저앉기도 여러번이었다. 나만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듯 김진애는 이러한 출발 직전까지의 갈팡질팡 하는 마음을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자신의 여행역사들을 여시로 들며 일단 나는 다 해봤으니 이야기는 들려줄게. 대신, 선택은 결국 너의 몫! 이라는 듯 말해준다.

​(일때문에 가더라도 일단 사무실 밖을 나가는 그녀의 업과 삶이 부러울 뿐이다.)




📖 프롤로그_ 짧지만 농밀한 비일상적 체험으로 가득한 여행의 시간은 그래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왔을 때 두고두고 곱씹게 만든다. 여행은 각 여행길 하나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여행의 시간은 비록 짧아도, 여행을 품은 인생의 시간은 무척 길어진다. 인생의 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중, 여행만 한 게 없다.

여행을 하는 시간과 거리는 당시엔 제일 중요한 요소이겠으나 결국 이후에 회상하는 순간엔 모두 행복했고, 즐거웠고, 때로는 고생도 많았으나 가길 잘 했었구나 싶은 결말로 미화된다. 그 순간이 너무 달콤해서 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려면 오늘을 잘 버티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아본다. 한번이 어렵지 그 한번에 매료되면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는 것. 유일한 여행의 단점이겠다.




📖 홀로여행의 근력_ 첫 홀로여행은 비록 시작은 당황스러웠으나 끝은 대성공으로 마쳤다. 엄청난 기대감과 상시적 긴장감으로 가득했으나 여행의 목적은 확실히 이루었다. 내 발로 걸어보고 내 눈으로 보고 나니 막연함이 없어졌다. 알고 있던 것도 생생한 앎으로 다시 내 삶에 들어왔고 머리로 알고 있던 것에 영혼이 불어넣어졌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소득은 홀로여행을 '해냈다'라는 뿌듯함으로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는 것이다.

나의 홀로여행은 많이 늦은 나이였다. 다들 한번쯤은 꿈꾼다는 대학시절 워킹홀리데이도 아니고, 고3 졸업여행도 아니다. 제대로 된, 그러니깐 내가 홀로여행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결혼 후 남편과 휴가 일정이 맞지 않아 혼자 작정하고 떠난 여행이 내 인생 각잡고 계획한 홀로여행이었다. 쫄보와 겁보를 모두 탑재한 인간이라 몸만 컸던 어른이었다. 홀로 비행기를 타는것도, 혼자 수화물을 올리는 것도, 누구에게 이끌려가는 것 없지 혼자 지도앱을 보고 지하철을 타는 것도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어린시절 처음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던 그 '해냈다'는 기분을 다 커서 다시금 느끼는데 이게 뭐라고 짜릿하고 어깨를 으쓱이게하나 모르겠다. 나 자신에 대한 신뢰? 나 자신에 대한 신뢰! 로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는 그 짜릿함을 김진애 못지 않게 나도 누려본 감정이라 반가웠다.



📖 홀로여행의 근력_ 홀로여행은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최고의 기회다. 나의 가능성과 한계, 나의 기질과 성향, 나의 동기와 목표, 나의 역량과 준비 태세, 나의 심리와 행위, 나의 불안과 약점 등을 홀로여행이라는 의외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홀로여행에 근력이라고 표현한게 가장 맘에 든다. 근력도 좋고, 보기좋은 굳은살이라해도 자랑스러운 흔적이다. 내 성향과 행동거지를 아니 더이상의 도전을 하지 않는 틀안에 갖혀진 삶 말고, 선 좀 넘어봐도 되는 그런 패기도 해봐야 느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선 넘는 정도가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그런 악행은 아니지 않는가. 뭘 좀 아는 어른은 도덕적 행위에서의 선넘기 말고, 나 자신이 지정해둔 한계치의 선넘기를 해보자는 거다.



📖 효도여행은 누구에게나 미션_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다. 더 알고 더 나누고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부모와 같이하는 여행에서 부모는 다 큰 자식의 듬직한 모습에 의지하면서 갖은 모험을 시도해볼 수 있고, 자식은 인생에서 놓쳐버렸던 즐거움을 발견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뿌듯하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체로 감사한 것이 효도여행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고, 그 자금으로 두분을 편하게 차를 태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뿌듯함. 다 큰 자식에게서 받는 당신들의 젊음시절의 보상이라 해도 모자란 서비스이다. 당신들이 키우고 먹이느라 놓친 인생의 재미진 순간을 내가 먼저 누려봤으니 이번엔 제가 선두로 나서서 함께 해 보는 것. 이게 서로가 느끼는 가장 뿌듯하고 기분좋은 순간이 아닐까.(다만, 이 여행에서는 주의 할 것이 있다. 앞서 말했지만 욱하는 감정과 울컥하는 심보를 빼 놓고 가야한다. 토끼가 용궁으로 갈 적에 간을 빼두고 와서 아쉽다고 말하듯 우리도 그러한 답답한 감정을 내방 침대위에 고이 재워두고 와야한다. 안그럼 효도여행이라 시작하고 대판싸움난 여행으로 끝날 수 있음을 명심하자.)



📖 가난한 여행vs부자 여행_ 인생이란 불공평하게도 또는 아주 공평하게도, 돈이 없을 때는 시간이 많고 돈의 여유가 있을 때는 시간에 쫓길 확률이 높다. 돈과 시간을 모두 손아귀에 쥔 사람들을 우리는 부러워하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의 유한계급일 뿐이다.

내가 제일 잘 쓰는 말 중 하나인데 '얄궂다'는 표현이 가난한 여행과 부자 여행을 한 후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얄궂게도 돈이란 녀석과 시간이라는 놈은 어째 균형을 맞춰 손잡고 다가오는 법이 없다. 돈없던 학생시절은 시간은 많았으나 멀리 갈 수단이 없었고, 돈 좀 버는 사회물을 먹어본 놈이 되고나니 내 삶의 패턴보다 회사에서 꾸려둔 1년치 사업계획에 휘둘리다보니 평생 가장 긴 휴가를 쓰는 건 신혼여행 딱 하나 뿐이었다. 대기업처럼 안식년이든 근속휴가든 그딴건 딴세상 이야기인 지방 기업의 근로자로 살다보니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긴 휴가였던 그 때를 더 야무지게 쓰지 못한게 한이 되기도 하더라. 암튼 얄궂어 얄궂어! 어째 똑같진 않더라도 엇비슷하게 다가와 SNS에 한번쯤 허세부릴만한 호화로움을 안 쥐어주나 모르겠다.


📖 에필로그_ 여행은 이 사람을 이렇게 조금 변화시켰고 더 성숙하게 만들었구나. 고맙다! 안심이 된다.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 만큼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숙시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직접 딛어보고 바라보며 부딪혀 보는 것만큼 빠른 습득력을 보이는 것도 없었다. 그게 여행이라면 프로 여행러들은 100% 공감하겠지? 책상에 앉아 곧은 자세로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나가봐야 그 참맛이 느껴졌다. 단짠단짠보다 더 짜릿한 단씁단씁한 여행의 감칠맛. 미리 습득한 걸 써먹었을때 느끼는 단맛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오는 쓴맛, 그럼에도 어찌어찌 해결하고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 할 때 느끼는 최고 당도의 단맛까지. 이 묘한 단씁단씁에 녹아들면 결국 상습 여행러가되고, 틈날때마다 항공편을 뒤적이는 나로 변해가더라. 이게 살짝 허세와 절약없는 삶처럼 보이겠으나 그건 또 아니라는 거지. 이렇게 갈려고 악착같이 회사에 붙어있으며 일개미처럼 살고있으니 삶에 제대로된 원동력으로 봐주면 좋겠다.


가장 많이 공감을 했던 2부 관계속의 여행. 5년의 연애와 9년의 결혼기간동안 함께했던 짝꿍과의 여행은 행복했던 순간들로 가득하다. 그렇다. 기억은 미화되고 자기 맘대로 각색되지만 분명 행복했던 기억이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단정지어본다. 아이와의 여행에서는 친자식은 없으나 조카들과 함께 떠났던 제주여행은 부부 둘만 떠났을때보다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 덕에 나의 엄마아빠가 피곤에 서린 주말 휴식을 마다하고 차를 몰고 나오셨음을 기억 저편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어린시절 이렇게 많은 배려와 양보덕에 나는 행복한 기억들을 갖고 자랐음을 느꼈다. 그렇다. 겪어봐야 깨닫는 순간이 많다. 또 다른 관계속 여행인 효도여행 파트를 보니 나의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함께 했던 3대 모녀여행이 기억나 클라우드를 뒤적거리게 만들었다. 아이랑 함께할 때보다 많은 쉼표가 필요했다. 계획형인간이 시간단위로 쪼개어 쓰던 빠듯한 일정잡기의 가이드처럼 보내던 삶에서 뒷짐지며 그녀들을 뒤따라 자분자분 걷던 순간이었다. 언제 또 오겠나 싶어 명소들을 구석구석 둘러보기보단 자연따라 시간되는 대로 흐르듯 가다가 벤치에 앉아 햇살쬐고 바람을 만져보는 그런 느림보 여행. 해가 지기전에 돌아와 일찍 여독을 푸는 이른 하루의 정리까지. 그녀들 덕에 또 다른 여행의 방식을 배웠던 날들의 기억. 여행의 다사다난함과 지난날 다녀왔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기에 딱인 파트였다.

국내보단 국외를, 더 많이 다녔던 김진애의 추억여행기록이다보니 해외를 많이 가본이들이 공감할 점들이 많아보였다. 그래서 나는 어디로 갔느냐 보단 누구와 갔던것인가를 되새겨보는 2부의 글이 더 좋았었다.



귀에걸


국내도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은 방구석여행자로서 김진애가 말해주었던 어떻게 누구와 어디를 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좀 더 재미난 올 해를 만들어 볼 이유가 확실해 진 느낌이다.





📃 출판사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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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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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의 시선에서부터 시작된다.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여기며 이름보단 1학년 9반 25번이라 자신을 설명한다.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색이바란 사진처럼 희미한 얼굴이지 않냐며 말하는 여고생은 스스로에게 낯가림을 한다.

수현의 절친이며 중학교때부터 단짝.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 성향이 정 반대라 더 끌리는 지아. 어쩜 그 또래들처럼 엄마보다 아빠보다 내 속을 더 잘 들여다보는 나란놈의 해답지를 쥐고있는 듯한 똑부러지는 친구.

이른바 아이돌같은 존재이며, '모두의 한정우'라고 불리우는 수현의 짝사랑이자 친절하고 상냥해서 호감이 가는 정우.모두에게 친절하니 나만을 위한 배려라고는 안 느껴지게 만들다보니 진짜 속 마음이 궁금해지는 마음의 겹이 많은 반장.

예쁜 얼굴, 전교 1등. 초승달 같은 고요. 소문도 많고 주변에선 관심이 많지만 그 모든 관심들을 무시하는 단단한 벽을 두고 살아 더욱 마음이 쓰이지만 돌아오는 차가운 반응에 모두가 꺼리게되는 1학년 9반 속 단독 행성같은 아이.

수현이 전날 꿈에서 내도록 울었던 그 날. 꿈에서 돌아보던 얼굴. 그래 그 아이. 정후의 뒷자리 우연으로 기억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우연이 겹치는 걸 알게되며 그 친구로 인해 수현이 울었던 그 이유를 알게된다.

그리고 the_eagle_has_landed. 모두의 닫힌 마음에 들어와 무사히 안착하며 아무도 모를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진짜 universe까지.

한 반에 이렇게 겹치지 않는 캐릭터들이 모일 수 있을까 싶지만 그게 가능했던 시절이다. 반아이들이 많았던 나의 2000년대 학창시절도 그랬고, 그보다 더 적어진 2020년의 지금도 담임들이 어떻게 조합을 했길래 이럴 수 있을까 싶도록 다양한 아이들이 한 반이 되어 지냈던 시절의 이야기. 그렇다보니 서로를 비교하고 질투하기도하고 동경하기도 하며 내가 네가 될 수는 없지만 나는 네가 모르는 그 너머의 모습도 보고 이야기 해 줄수 있음을 느낀다. 수현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위축되어있던 마음속 또 다른 수현을 만나게 되는 우연을 접하게 된다.



📖 마이클 콜린스의 달_ "네가 엄마 나이쯤 되면 알게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약간 심심할 정도로 평범한 인생이라는 거."

엄마의 큰 눈도, 아빠의 짙은 쌍꺼풀도 닮지않은 수현. 한반에 두어명은 있을듯한 흔한 이름도 갖고있으니 특별한 존재로서의 삶을 동경하지만 엄마는 타박하지않고 부드럽게 말해준다. 심심할정도로 평범한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와, 나이듦에 따라 그 삶이 얼마나 간절해지는 지를 말이다.

어릴적엔 남보다 튀었으면 싶고, 옆자리의 쟤보다 멋진 재능을 갖고 있어 세상이 자신의 위주로 돌아가는 주인공인 하이틴드라마가 되길 바라게된다. 20년 후에 다시 이야길 하자는 엄마의 한마디를 듣고있으니 엄마도 수현의 나이에 똑같은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꼭 주인공이어야만 하는 삶을 원했으나 살아보니, 겪어보니 주연만큼이나 조연도 삶이 바쁘고 쉼 없이 돌아감을 느끼셨다고 보여졌다.




📖 검은 고양이 아폴로_ 슈퍼맨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렇게까지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드넓은 백사장에는 예쁜 조개껍데기도 있고 바다에서 떠밀려 온 미역 줄기도 있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모래알이 있다. 나는 그저 조금이라도 반짝이는 모래알이 되고 싶은 것뿐이다.

글쎄, 수현은 남들보다 특별한 존재이곤 싶으나 천성이 튀는것을 두려워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니 마음은 슈퍼맨이지만 스스로 억누르고 있는듯 했고, 그러니 드넓은 백사장을 채우고 있는 모래알 중에서도 좀 더 반짝이고 싶어했다. 흔한건 싫지만 그렇다고 뚜렷하고 월등한건 두려운 것. 그럼에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픈 마음이 가득한 아이.

반장 선거라던가 장기자랑, 수련회 무대에서 누가 추천을 해서 단상위로 올라가면 정말 잘 하지만 거기까지 스스로 올라갈 용기가 조금 부족한 아이. 수현의 머뭇거림이 공감이 되었다. 나의 학창시절과 참 많이 닮아있어 더 반짝이는 모래알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은 더 환히 닦아주고싶게 만들었다.


📖 우주 미아_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사람이 사는 데 이유가 꼭 필요해? 사람이니까 살아가는 거지. 사람만이 아니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아갈 권리가 있고,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심도있게 파고드는 것도 중요한 습관이겠지만 때로는 이렇게 지아처럼 직관적으로 순간을 마주하는 것. 때로는 살짝 힘을 빼고 힘조절을 하는 것.

장거리 레이스마냥 살아온 순간보다 곱절의 삶을 기대하는 이 친구들을 위한 조언 같다. 지아 몸 속에는 세월을 다 겪은 중년이 들어 앉은거 같아 놀라울때가 많다. 인생 2회차인가 싶은 지아의 말에 나 마저도 그냥 살아야하니깐 사는거지~ 라며 오늘을 살짝 느슨하게 살아볼께 싶게 만든다.

지아 고녀석 버블티 한잔 사주고 인생에 대해 논하고 싶게 만든단 말이지.


📖 인력의 방향_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때로는 손해를 보기도 하고, 내키지 않는 일을 할 때도 많았다. 특별한 사람은 될 수 없으니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라도 듣고 싶은 얕은꾀가 아닐까, 항상 내 마음을 의심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하고 싶지 않았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했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순간이 그랬던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의 시절과 너무 많이 닮아있는 수현이다. 수현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고, 수현과 같은 나이에 나는 '선한 어른'이 되고싶다며 싸이월드 프로필에 적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이불킥하기 딱 좋은 겉멋이 든 프로필이겠지만, 그때의 나는 매우 진지하게 적었던 기억이 있다.

딱히 무언가가 되겠다는 목표도 없었다. 공부도 그냥저냥이고 욕심도 뚜렷하게 없고, 잘하거나 특출난 것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모두가 나를 미워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런생각의 끝에는 좋은 사람, 선한 어른, 착한 사람으로 답이 나오더라.

칭찬을 해줘도 당연한듯 '그래, 다~~~ 내가 잘해서 이뤄진 결과야!'라며 스스로를 칭찬하기보단 아니라며 손사래치던 나를 꺼내보면 부끄러움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주목받고 싶지만 주목받을 땐 되려 숨고싶어하는 많이 예민하고 소극적임. 내면의 활달함은 가장 친한 친구나 스스로에게만 보이며 모두가 알아주면 다시 숨는 위축된 표현력.




상대가 궁금했고, 알고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길을 잃은 듯 한 친구에게 수현만의 반짝이는 모래알들로 길을 알려주고픈 마음이었겠지. SNS로 자신의 존재를 숨겼지만 솔직히 털어놓았고, 진심을 말했으며 그 때의 마음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도 다 말해주어 한순간의 흥미로 시작된 장난이 아니었단걸 확실히 이야기해주어 이들의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느꼈다.

살다보니 그 시절만큼 상대가 궁금한 적이 있을까 싶어진다. 그리고 나 또한 어떤 이에게 나만큼이나 알아가고픈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고민하는게 10대시절 겪어온 감정들이었다. 이제는 시들해졌고 기력을 잃어가는 관심과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이 친구들이 자극시켜주어 감사하다.


이것저것 재는 것 없이, 얽혀있는 이해관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되는 그런 시선 말고, 나를 진득하게 바라봐주고 악의 없고 선한마음으로 마음을 열길 기다려주는 따뜻한 눈길. 조급하게 보채지도 않고 한발짝 멀리 떨어져 기다려주는 마음덕에 다들 닫혀있던 조금씩 열어주고 있음도 느꼈다.

나를 궁금해 해주어 고맙고, 기다려주어 기쁘고, 외면하던 사소한 모습에 힘을 싣어주는 그 마음 덕에 고요한 우연이겠지만 그것들이 모여 큰 너울을 만든 힘이 센 우연으로 돌아와 준 거 같아 수현의 진득함에 감사한 순간이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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