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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
김의경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낭만과 열정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운 삶이다. 배움의 자세로 아주 낮은 보폭으로 기어가듯 진입하더라도 평생을 어찌 그러하겠는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힘들여 수고하고 애쓴 그 노고는 취해야 하지. 그거 나만 그리 생각하는거 아니지?
11명의 작가가 쓴 노동 사실주의 모음집. 책을 소개하는 글에는 창작의 규칙을 미리 명시해 두었다.
첫째, 평범한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닐 것.
둘째, 최근 오 년이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할 것.
셋째, 직접 발품을 팔아 취재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쓸 것.
이들은 비정규직, 자영업,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가사, 구직, 학습 등 우리 시대의 노동을 소재로 삼아 엮어둔 글이다.
성별과 연령을 막론했다. 학생의 신분이지만 취업을 목표로 삼는 실습생부터 삼각김밥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노인 여성 노동자까지 다양한 분야에 시선을 분산시켰다. 잘나고 모자랄 것 없는 이는 철저하게 배제하려 애 쓴 티가 난다. 드라마가 될 것 같지 않은 소소한 사건에도 그들의 삶에 큰 파도가 일렁일만한 때를 모두 배치해 두었다. 그럭저럭 살고싶은데 그마저도 안되는게 인생이라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언론은 기술의 발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자리가 생겨나고 소멸됨을 밝혀두지만 그건 그쪽 사정이고 먹고사는 가장 기본의 삶에 뒷받침을 해 주어야하는 인력은 늘 필요로하고 늘 부족하다. 화는 삭혀야 제 맛이고, 열정은 눌러 짓이겨야 제 겪이라는 느낌을 받지만 그런 것 밟히고 채이더라도 노고에 감사하다는 문구와 통장에 찍히는 숫자의 갯수, 손에 쥐어지는 지폐의 두툼함 이라면 두눈 꼭 감게되는 삶을 들여다 본다. 보기싫고 외면했던 그 장면을 글로 읽게되지만 아마 영상을 보듯 눈에 그려지는게 썩 즐겁진 않으리라는 걸 미리 말 해 두고 싶다.
📖순간접착제_ 그러니까 우리는 순간접착제 같은 거네요? 카페가 망하지 않게 최소한만 일을 시켜서 임시로 지탱하는 거잖아요.
이걸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봐야할까? 업주 입장에서 봐야할?. 애정이 과한것인지 매장에 대한 애사심이 높은 것인지 어느순간 점주보다 알바생이 더한 애정을 가지고 매장에 관여하는 느낌이 든다. 저자와 내가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최소한의 일을 시키며 근로 시간을 줄인다면 다른데를 알아보던가 맞지 않다고 여겨졌을 때엔 바로 관둔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매듭짓는 편이 나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다들 나같은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건 아님을 다시 느꼈다. 이렇게 서로 좋은 말이 오고가지 않는 느낌이고 운영이 시원찮아 질 즈음이라면 차라리 빨리 발을 빼는게 돈 떼임없이 내 몫 챙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 보였는데, 알바가 그 이상의 기대와 대우를 바랐던 건 아닌지를 고민해본다.
📖밤의 벤치_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에야 경진은 차분히 자신이 했던 일을 돌아보았다. 잘 모르게 가 본 적이 없는 동네를 걸어다니며 학생들의 집을 방문했고 수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걷거나 뛰었다. 교육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한글이나 수학을 가르쳤고 학습에 대한 상담도 했다. 새로운 수업을 권유했고 수업을 그만두겠다는, 돈이 아깝다는 얘기도 들었다. 선생님이지만 집까지 학습지를 배달하는 사람이었고 영업을 못해서 수업이 줄어들면 눈치가 보이고 월급이 줄었다. 보람과 모욕이 하나의 그릇 안에서 녹아내렸다.
의료,법학,교육과 같이 특정 분야가 아니고서야 전공을 살려 밥벌이를 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큰 틀 안에서 본다면 같은 계열이라며 그 안에 세분화된 것에 따라 나누는 것인냥 말하는 대학 입학처장이 아니라면 다들 대학은 졸업장을 위한 것이고, 직장은 돈벌기 위해 적성을 맞춰가는 것이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이미 전공과 관련 없는 서비스직 2년, 생산관리 2년, 사무직 11년을 다니고있는 적성은 알아서 맞춰가는 직장인 고인물로서 보람과 모욕은 결국 한 순간 찍혀지는 통장의 숫자로 보상되었고, 그 분노도 그날 밤 먹는 술 한잔에 같이 섞어 꿀떡 삼키게 되더라. 누가봐도 빤한 I의 성향인 사람이 사회생활을 위해 적극적인 E로 변하는 맞춤형 성격 개조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더라구. 보람있는 건 돈이 안 되고, 보람 없는건 통장에 쌓이는 걸 보면 입맛따라 맞춰가는 건 내 생에 글러 보임을 느낀다.
📖기초를 닦습니다_ 그래. 그러니까 받은 만큼만 일해.
어느새 자리잡은 내 직장인 생활의 모토. 받은 만큼 하자. 얇고 길게 가자. 흘러가는대로 살자.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야지. 아니길 바랬으나 결국 똑같이 뿌옇고 흐린 눈빛의 사람으로 동화되는 인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간장에 독_ 인간의 생존 능력이란 참으로 징글징글하다. 그러니까 인류가 멸종되지 않은 거겠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심장이 떨리는 기분이 들었고, 간에서 뭔가 맺히는 기분이 들었고, 그것이 한 방울 스르르 미끄러지더니 그 아래 끝 간 데 없는 텅 빈 내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상태를 기근으로 표현했다. 농번기 사회만큼의 기근은 아닌걸 안다. 그 시절에 비해 먹고 살만한 정도는 유지되나 이전의 삶 만큼은 안되기에 마음의 기근을 더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먹고 살 궁리를 할 때 솟아날 구멍은 있을거라 본다. 단지, 지금의 형태는 아닐게 뻔하다는 것. 지금의 안온함은 없을 것을 알기에 우린 언제 올지 모를 기근에 일정양의 불안감을 살며 딴주머니라도 차야하나 싶은 약은 속내를 품어본다.
📖섬광_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통의 이야기죠. 그래도 그렇게까지 저급했다고는... ... 저는 희망을 가지라고 한 말인데, 선생님은 아니었나요?
... ... 아마도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마음일 거예요. 하지만 그런 말이 어쩌다 희망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을까요?
누구에겐 희망을 주고픈 한마디였고, 받아들이는 또 다른 어떤 이에겐 가시처럼 삶을 더 후벼파는 한마디가 될 수 있다. 여기저기 입장을 다 고려하며 말을 해야 한다면 다들 벙어리가 되고 말겠지. 누가봐도 완벽한 성취를 이뤄낸 다음 뒤돌아보니 그건 희망이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처지가 더이상 암울하거나 나락끝에 서 있지 않기에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공수진이 말하듯 그 순간엔 그럴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뜻이 아닐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진심이 아닌 걸 알지만 뒷통수를 후려칠 번지수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차반석이 아니라 자신의 뒷통수라도 갈겼어야하는게 맞다. 아닌거 알면서, 아닌게 뻔했음에도 다 그렇게 산다며 아이를 사지로 내몰았던 거니까.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타인에게도 동일한 반응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찍어낸 삶이 아니며 기본이 되어지는 여건 또한 너무 다른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 모든 걸 아우르며 교사를 하기엔 벅차다는 걸 안지만 때때로 이러한 소식이 들려오면 일면식도 없는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이다. 학교의 성취도를 위해 청춘을 받친 것. 의지와 상관 없이 학교의 성과 지표의 숫자와 맞바꾼 삶 같아 미안한 마음만 몰려온다.
어떤 글은 짠하고 어떤 글은 그럴수도 있다 싶어지며, 또 어떤 글은 과연 단편의 주인공의 삶에 정확히 들어간게 맞을까 싶어지는 것도 있다. 바꾸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것도 맞고, 유리천장이라고 불리우는 계급이 있는 것 또한 겪어봤기에 동의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삶의 현장에서 볼 땐 진짜 진심이 궁금해진다. 진짜 이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긴 할까 싶은 생각? 내 가게다 싶을 만큼 열정이 넘치는 알바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기대한다는 것과 내가 알지 못하는 군무원의 세계. 이른바 그들이 사는 세상의 글은 현실처럼 느껴지기보단 넷플릭스 D.P의 한 파트를 옮겨 놓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취업률을 위해 제물이 된듯 사업장에서 마무리된 생명을 두고 서로 미루는 현장을 이야기 할 때엔 그들에게 노고라고 할 만큼의 수당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고민해보며, 번역가든 건축소 소장이든, 군무원이든 그런거 말고, 우리가 신용카드 발급 받을 때 간단하게 분류하는 사무직의 이야기가 없는게 아쉬웠다. 일반 사무직만큼 할 말이 많고 여기저기 입대는 곳도 없는데 말이다. 어떻게든 특별한 케이스를 만들고자 애쓴 중복되지 않는 직군을 찾느라 노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장강명 저자를 제외하곤 익숙한 이름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신선했고, 또 어찌보면 어떻게 하더라도 갈등을 유발시키기 위해 아귀가 잘 맞도록 짜여진 기승전결이 완벽한 상황극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15년 이상 밥벌어먹고 살며 꼬박꼬박 월급 입금되는 맛에 사는 내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진짜 노동의 찐 현장을 맛보기에는 살짝 아쉽긴 하다. 사무실 고인물이자 여직원들 중 최고참에 해당하며 관리직들 중 딱 중간에 위치한 연령대가 되다보니 내 몫의 이야기는 아니구나 싶어진다. 현타가 오기 시작하는 1년을 넘겼고, 3년이 안되는 직장인들이 찾아보며 세상에 쉬운일은 없구나를 알려주며 어딜가나 이구역 미친자는 존재하며, 그러한 사람이 없는 곳이다 싶어하며 안도 할 즈음엔 본인이 이구역 도른자가 되어있을수도 있음을 항상 자각하며 살기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