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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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내신 동시집을 행복하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창완님의 새로운 책도 기대되네요. 아저씨가 전해주실 위안의 글들을 일고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아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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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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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포근함은 여전히 좋다. 더이상 사랑은 없을 것 같은 나이의 중년이 된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하고있는 이 사랑이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며 안정감있는 평온함을 주기에 청춘의 사랑과는 결이 조금 다를지라도 여전히 좋고 애틋하다.

그러니 그때도, 지금도, 모든 게 처음인 듯 가슴 뭉클하게 설레는 사랑은 나를 살게하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픈 마음으로 다가온다.

계절의 여왕인 봄은 세상도 분홍색으로 물들고,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마저도 달콤한 솜사탕처럼 만들어버리니 이왕 이렇게 사랑에 물들어 버렸다면 시인 67인의 사랑 시로 특별한 마음을 잘 키워보길 바라게된다.



국내 최초의 시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서 기획한 다섯 번째 시선집.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은 시요일 기획위원인 안희연, 최현우 시인이 사랑의 시작을 테마로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은 시 67편을 엄선해 이 한 권에 담아내었다.

인간에게 사랑은 영원한 화두라지. 내가 살아보니 삶에서 사랑은 꼭 필요한 감정이며 사람을 더욱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더라. 모두에게 보편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만 각각에게는 너무나 고유하고 유일한 경험이니 이 감정에 젖어들다보면 열병같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구구절절한 글이 아닌 짤막한 시 한편이지만 이 마음이 어떤건지, 왜 그대와 함께할 때엔 이러한 마음이 드는지를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에 나란히 걸어주며 이 길이 맞다고 끄덕여주는 시선이 되어준다. 앓고만 있다가 넘쳐 흐리기만 할 뿐 채 닿지 못한 애절함에 대한 짠하고 안쓰러운 일들도 분명 존재한다.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 아니, 그 전에 마음을 조금씩 밀어넣는 두근거리는 잰걸음부터 화르륵 타오르다 빨리 사그러지기도하는 그 후회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단어들로 사랑을 배우고 이 사랑을 어찌 품어야 할지 그들을 통해 들어보기로 한다.



📖기획의말_ 사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 앞에선 번번히 세상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가 될 밖에요.

알다가도 모를 그 마음이 사랑의 감정과도 같지 않을까. 이 책의 3부작은 사랑이 무르익는 과정이기도하며, 사람이 나이드는 수순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감정마저 나이를 먹어 반성하는 마음의 사랑회고의 과정이라 느껴졌다. 1부, 사랑을 시작하는 얼굴. 2부, 당신이라는 기묘한 감정. 3부, 우리가 한 몸이었던 때를 기억해. 를 통해 사랑에 무르익음은 물론이고 한 사람의 인생이 흘러감도 느끼며, 마지막엔 원없이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며 사랑에 겨워했으나 결국 하길 잘했다로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대상이 바뀌기도하고, 한 대상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내가 변하기도 했다. 온전히 멈춰놓은 채 그 때를 가둬둘 수도 없는게 사랑이고 마음이며 우리였다. 그러니 매번 새롭다. 글로 배우고 귀동냥으로 익히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도 옳은건지 계속 뒤돌아보는 마음들 뿐이다. 부디 이 시집을 다 읽고 난다면 이렇게 아쉬운듯 뒤돌게되는 감정이 줄어들길 바란다.




📖얼굴_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아직 시작되지 않을 때. 나만 그 감정을 키워 나갈 때. 그리고 상대의 작은 움직임에도 혼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될 때. 그 시작의 마음이다. 나의 시선이 오로지 상대에게만 향해 있을 때.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던 그 때. 별거 아닌 움직임에도 혼자 의미를 두고 별의별 생각을 했으며, 그 눈물이 나로 인한 슬픔은 아니나 다시는 그 슬픔의 이유를 만들지 않도록 내가 더 애써봐야겠다 마음을 다잡게되는 밤. 너는 이 밤의 끝이 무사하기만 하면 되고, 나는 이 밤의 끝이 무수히 길어 다시는 이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공부하고 복기하게된다.

첫 사랑이 그랬고, 처음 그 설렘이 그랬으며,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묘한 감정의 시작이 딱 이랬다. 얼굴. 그냥 얼굴만 봐도 좋고 아찔했던 그 찰나.


📖꽃말_ 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그냥 지나가는데 예뻐보이길래 샀다는 그 흔한 거짓말. 꽃을 주는 날이라길래로 시작하는 어색한 대화의 물꼬. 나같이 용기도 없고, 패기도 없는 사람을 위한 그런 하루니까. 그 귀한 타이밍을 놓치기 싫어 꽃으로 마음을 덧붙여보는 중. 이걸 받는 그대는 꽃속에 숨겨진 마음과 꽃이 갖고있는 꽃말과 꽃을 앞세워 가려보는 쿵쾅거리는 감정의 요동침을 분명 모를게 뻔하다. 그래도 나는 어쨋든 마음을 다해 모든 진심을 꽃잎 하나하나에 끼워 내민다. 꽃은 전했고, 꽃말은 모를테고, 마음은 더더욱 생각지도 않겠지만 그저 집으로 가져가 테이블위에 올려진 꽃을 보며 내 생각 한 번 쯤이라도 해준다면 꽃은 제 역할을 다 한거다. 티내지 못하는 애틋함이니 꽃은 죄가 없다.



📖사랑과 자비_ 웃고 있는 서로를 보며 우리가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무엇을 보고 또 알았는지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는지

3부의 시들은 부풀어올라 한껏 키워낸 몸집이 크고 선명한 사랑의 빛깔은 아닌듯 했다. 만개 후 살짝 숨이 죽은 꽃잎 같기도하며, 정오 무렵 강렬한 햇살의 시간을 지나 스르륵 져 버리는 노을진 어스름의 순간. 또 어떤 글은 괜시리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그때를 떠올리는 공허한 눈빛의 단상이 비춰지기도 했다. 완전히 끝맺음은 아니겠다만 예전 그때와 같을 순 없는걸 알고 아련히 시절 여행을 떠나는 모습들이다. 그렇더라. 사랑은 순간을 살게 하기도 하지만, 존재의 부재가 있더라도 남은 생의 여생을 살게도 만들었다.


이왕이면 내가 하는 이 연애의 감정이 건강하고 단단하며 쉬이 흔들리지 않을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게된다. 그리만 된다면 나는 이 감정을 지지대 삼아 사는 동안 어떠한 흔들림에도 무던하게 버텨낼 재간이 생길 것 같거든.

당신이 연애라는 긴 레이스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감정과 저러한 일들. 또 요런 고민과 저런 상황들. 그런 시선들과 아득해서 눈을 꼬옥 감아야만 느껴지는 마음의 옅은 감정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아줬음좋겠다. 마냥 맑은 날도 없지만 평생 우기인 세상도 없고, 시간이 멈추길 바라지만 정말 멈추어 버리는 일시정지도 없으니 이 울컥거리는 것이 사랑임을 직감했다면 이 연애가 이후에도 쭈욱 나의 사랑이며 당신과 계속 유지하고픈 사랑이길 응원해본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내 사랑을 열심히 지켜 볼 테니 당신들의 연애도 무탈하길 빌어본다. 우리 함께 애쓰자. 이 연애가 고민해도 결국에는 사랑이었다고 확신 할 수 있도록.

📖미디어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았으며 완독 후 기록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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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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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소설 맛집이라고 불리우는 백온유 저자의 이야기들.

'유원'도 읽었고, 당연히 '페퍼민트'도 완독 후 독서기록까지 남겼기에 자연스레 이 작품도 읽어야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출간일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이 책을 만났다. 앞서 만났던 두 작품과는 다른 관심의 시선이었다. 저자의 작품에는 용서와 화해, 죽음과 돌봄의 문제들을 볼 땐 청소년만 읽기에는 아까운 묵직함이 있었다. 청소년소설 분야에 카테고리가 걸려있지만 성인들도 읽어봤음직한 작품. 그래서 더욱 스스럼없이 작품을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경우 없는 세계'는 작품이 출간 되기 전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를 보고 내가 굳이?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과연 이 키워드에 공감을 가질만한 단어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며 다음에 시간 될 때 읽지 싶어 미뤄두고 있었다.


내가 공감 못할 것 같던 세계속의 이야기이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해왔던 마음이 따끔거리며 아프게 와닿는 것들이다. 가출, 노숙, 소매치기. 떠도는 삶. 갈 곳이 없는 아이들. 그 세계속에서 살았고 어른이 된 인수의 이야기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소년인 이호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경우를 떠올리며 이호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툭툭 얹어진다.


책의 제목이자, 등장인물로 나오는 경우. '경우 없는 세계'는 사전적 의미인 사리나 도리가 없는 세계를 말하지만, 책의 중반에서 나오는 인수와 똑같은 가출 청소년인 경우의 등장으로 사전적 의미만 가진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후반부에는 경우라는 친구가 없는 세상이 됨을 알 수 있다.


📖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동이 틀 무렵 창가에 어른거리는 고양이 그림자를 눈으로 좇으며 우리는 망했다고 홀로 중얼거렸다.

채근하고 때리는 것이 익숙한 아버지. 그걸 잠자코 맞기만 하는 어머니. 이건 아닌거 같아 대들어보지만 엄마를 지켰다는 생각보다 두분에게서 받는 냉대를 통해 주인공 인수는 이 집에 굳이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집을 나왔지만 자신을 애타게 찾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그렇게 급하게 세상으로 던져졌으니 당장의 먹고자는 것부터가 녹록치 않다. 도둑 고양이마냥 숨어다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숨어자거나 남의 것을 훔쳐 사는 삶. 어딜가더라도 편하지 않으며 시선이 바삐 움직이며 누가봐도 불안한 모습. 부모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 뿐인데 모든것이 두렵고 무섭다. 그렇다고 또 다시 그 매질의 소굴로 들어가고 싶지 않으니 딱히 선택권이 없는 인수였다.

다양한 르포나 재연프로그램을 통해 익히 봐온 수순으로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팸을 형성하여 살아낸다. 건전하지 못하지만 벌이가 쉬운 분야를 선택하고, 법의 울타리를 벗어난 근로조건이라도 받아만 준다면 수용 할 수 밖에 없는 약체. 나쁜건 알지만 그걸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한다. 때리고 채이는 부모의 곁을 갈 것인가. 의심하고 무시하는 관찰소로 들어갈 것이냐. 떠돌이의 삶에 만족 할 것이냐. 차라리 소년원으로 들어가고싶다고 하는 아이들의 말을 수용 할 것이냐.

내 눈엔 하나같이 제 이야기들만 하며 설움만 터뜨리는 느낌이다. 어느 한명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이가 없다.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서 방관하는 어른. 자신의 잘못됨을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아이. 그 속에서 경우만큼은 달랐고, 그래서 더 눈에 띄였으며, 인수나 성연의 눈에는 아니꼬웠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그렇게 살라고 하는 건 악담 중의 악담이겠지만 얘들도 자신들이 남들에게 그렇게 비춰보임을 알면서도 쉬이 놓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이호를 바라보는 어른의 인수처럼 모든게 시간이 약이니 세월의 흐름만을 기다려야할까.


📖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후회를 곱씹는 일에만 성실히 복무했다. 아무것도 갈구하지 않는 것으로 죄책감을 덜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삶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소심한 방식으로 사과를 건네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건 경우가 전혀 바라지 않는 방식일 테지.

이호의 방황과 갈등. 그 모든 고민의 날카로움을 똑같이 겪어냈던 인수. 저렇게 이야기해주며 그럴듯한 정답 까지는 아니지만 도와준다는 말로 자신을 붙들어줄 어른, 또는 사회단체가 있었다면 어른의 인수는 지금처럼 헛것이 보이고, 그날의 기억에 붙들리지 않고 살아 낼 여력이 생겨날까. 삶에 애착이라는 것. 살아가고픈 이유가 뚜렷하다는 것. 내일이 기대되는 삶이 있는 것. 인수의 삶에서 A나 경우의 환영, 또는 알 수 없는 그림자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 삶에 재미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점. 아마.... 이호가 인수의 말처럼 학교를 가고, 올바른 형태의 알바를 하며, 으레 그렇듯 또래처럼 사는 걸 본다면 그걸로 대리만족과 함께 그때의 악몽에서 살짝 발을 뺄 수도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본다.

붙잡아두었고 흘려보내지 않은 이호의 찰나를 통해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것 처럼, 인수의 그 시절에도 고맙다고 할 만한 비빌 언덕을 만났다면 삶이 달라졌겠지를 예견해본다. 이렇게 긍정 회로를 돌려본들 이미 시간은 흘러왔고, 변한건 없었다. 다만 이호를 통해 어린 인수도 함께 위로 받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학교를 잘 다녀왔는지를 묻는 어른, 오늘은 므슨 일이 없었는지 마음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을 가지는 서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 양육자의 사랑과 신뢰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너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말은 칭찬으로 다가올까, 상처로 남을까. 스스로 던진 이 질문의 답을 오래도록 고민했다.

작가의 말에서 턱하니 울대를 쳐 맞은 기분이다. 고만고만한 사람들 속에서 살다보니 당연히 살가운 부모 밑에서 아이들은 청소년기를 보내고, 나이의 앞자리가 2로 바뀔 즈음 모두에게 어른 소리를 들으며 성글지만 청년의 수순으로 넘어가는 걸로 알았다. 가출청소년, 매맞는 아이들, 보호받지 못하는 학생들. 그건 사건을 파헤치는 늦은밤 현장르포속 내가 가본적 없는 도시의 아주 특이케이스로만 알았다. 제대로 우물안 개구리로 철모르게 살았던 것이다. 그러니 '사랑 받고 자란 티가 난다'며 가볍게 입을 놀릴 수 있었다. 그들의 속사정은 알려하고도 하지 않은 채 쉽게쉽게 뱉어냈다.

가출청소년. 선한 인상을 주는 단어는 아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건이 될 수 밖에 없는 형편과 사정따위 이해해주지 않는 세상을 놓고 봤을 때 우리가 지금껏 가졌던 시선과 잣대로 보는게 맞을까를 되물어본다. 그렇다고 모두가 경우의 입장이라 보고 돕는게 이로울지, 성연같은 아이는 아닐거라고 덮어두는게 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긴 할지.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선택의 처음엔 어른들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 시발점이 되었으리란 생각을 왜 배제해뒀는지. 계속 묻고, 또 그 물음을 두고 다른 관점을 열어 만약을 덧붙여본다.

따뜻한 가정. 나를 예뻐해주는 부모. 딱 그 나이 만큼의 맑음을 갖고 자라는 아이들. 재력이 풍족하진 않으나 감성이 메마르지 않는 환경. 그야말로 즐거운 나의 집. 아끼고 사랑받는 방법을 받는 사랑을 통해 자연스레 습득하며 꽉 찬 마음으로 커갈 수 있는 것. 흔히 말하는 사랑 받아봐서 사랑 할 줄도 아는 사람으로 반듯하게 자랄 수 있는 귀한 울타리. 그걸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왜 그토록 바라는게 많았던건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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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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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다음 페이지를 먼저 훑어 보지 않아도 대강의 그림이 그려지곤 한다. SF소설의 독파력을 좀 쌓아두었더니 다음 페이지에 보여질 세상의 미래가 보인달까? 그게 당연했으면 싶은 이유는 이후의 이야기가 절망보다는 희망의 방향으로 기울어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두고 김칸비 만화가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왜 인간인가? 인간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고립의 끝.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희망인지 정말인지 모호하다.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이.'

삶이 항상 해피엔딩이 될 순 없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흘러가듯 유유히 이어지는 방식은 아니다. 어떻게든 버텨내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인간이며, 인간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그 순간을 넘서야하고, 넘어 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힌트 같았다. 그래서인지 다형의 코 앞에 닥쳐온 시련, 혹은 인생의 가장 큰 선택의 순간을 잘 넘겨 인간다운 인간의 삶을 살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사람 사는게 나와 같은 마음만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없고, 나의 의견에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는 이도 없다. 어디든 대립이 되는 인물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의지와 간절함이 더해지는 느낌도 든다. 이야기의 초반 다형이 터널에 머무를 수 없도록 자극하는 황필규. 전형적인 밉상의 캐릭터이며 자신의 이득은 당연한 것이고, 남들의 희생이 단체생활에 필요한 부분이라 여기는 인물이다. 어찌보면 권력을 등에 지고 자기 살 길은 터 넣고 남들을 쥐어짜는 악역이기도 한데 이 자가 이 책의 말미에도 이리 당당하게 요구하며 다형을 내몰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도 좋다.

터널로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괴생명체를 피해 해저 터널로 들어와 자진 고립을 감수해야 했던 존재. 짠물이 들어오는 순간 더이상 이 곳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지만 터널 밖의 세상이 두려움으로 가득한 것. 이건 어찌보면 요즘 사람들이 갖고있는 마음의 빗장 같을 수도 있음을 생각해본다. 마음을 닫아두고 타인의 자극을 외면 하는 것. 밖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해결 할 수 있진 않을까를 고심하며 어떻게든 마음의 확장을 기대하기보단 점점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그야말로 요즘 사람들의 마음의 문이 터널103이지 않을까를 생각해본다.

무피귀는 학창시절 과학실에서 보았던 인체모형을 떠올리게 했다. 키는 성인 남성의 두 배에 육박했고, 피부가 없는 탓에 근육, 힘줄, 인대 뼈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존재. 눈꺼풀 없이 돌출된 안구. 그것을 움직이는 실타래와 같은 근육의 움직임.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아닌 몰골. 낯선곳, 변화된 환경에 발가벗겨진 채 그대로 방치된 또 다른 인간의 거죽과 동시에 심연 불완전한 마음과도 이어짐을 느꼈다.

다형은 터널 안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무엇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터널 밖을 나섰고, 터널 밖에서 무피귀와 그간 모르고 지내온 같은듯 다른 인간들과 마주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심한다. 그러면서 만난 싱아. 무피귀로 변하기 이전의 그야말로 다형과 같은 모습을 한 아이. 무피귀가 되려는 모체의 상태에서 나왔던 터널 밖의 생존 아이. 싱아를 통해 미리 짐작해보는 이들의 앞날.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고, 약재로도 쓰이는 어디서든 잘 자라는 풀. 그리고 6월 경 흰 꽃을 피우는 것에 대한 학명으로 다형은 싱아의 도움으로 꽃을 피울 것이고, 싱아로 인해 어디서든 잘 자라는 것 마냥 어디서든 해결책을 제시 해 줄 것을 이름에 숨겨놓음을 생각해봤다.




준익이 말했던 무피귀.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을 빌미로 이뤄진 연구를 빙자한 인간 병기의 결말. 물리거나 할퀴인 인간이 똑같이 변하는 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했던 말 처럼 사람의 탈을쓰고 악인으로 바뀌고 상대를 해할 수 있는 것은 큰 작심 없이 이룰 수 있는 이기심으로 보였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 만들었고, 자신은 아닐거라 했지만 환경에 휩쓸려 악인이 되는 것은 한순간임을 무피귀와 무피귀를 만들어낸 연구진들을 통해 어쩌면 우리도 반반한 인간의 낯짝을 한 무피귀가 될 수 있음을 내비친 대목이었다.

태관은 아버지의 이야기로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서슴없는 행보를 이어가다 결국 제 발에 걸려 넘어진 인간의 약은 수를 보여주었다. 가뭄을 탓하라 했고, 운 좋으면 살아남아보라는 말을 통해 극한 상황속에서 협업보다는 개인의 득을 꾀하며 그 값을 톡톡히 치르는 모습이 보인다.

때로는 권선징악이 너무 흔한 결말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바라게된다. 현실에서 잘 없는 깔끔한 엔딩이니 이러한 책 속 이야기에서 만이라도 이뤄져 주면 그래도 세상은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 이길 수 있는 껀덕지(?)가 있긴 한가보다 싶어지니 태관의 에피소드가 스치는 인물 중 하나이지만 그래도 다형에게 전화위복이 되어주는 듯 해 한시름 덜본다.




똑같이 생긴 사람들만 있는 내륙. 그리고 간절한 마음이 이뤄낸 결말. 다형의 입가에 지어진 주름. 함께 꾼 악몽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순간.

결국 내가 원했고, 저자가 바라는 이 이야기의 끝이 마지막 문장에 걸려있다. 마음의 꺼풀이 벗겨져있지 않은, 힘줄과 근육의 핏빛 서늘함이 없는 완전히 꽉 채워진 이야기의 끝이지만 어딘가 아쉽다. 다형이 열어낸 터널의 문. 어쩌면 다형의 마음 깊숙이 막혀있던 마음의 빗장까지도 열린게 확실한지. 많은 이들에게 두루두루 쓰여지며 결국 봄의 끝에 꽃을 피우는 식물 싱아처럼 싱아가 보게될 세상의 모습은 어떨지 이야기가 좀 더 이어지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본다.


터널103의 문은 같은 외형을 하고 있으나 서로 다른 모습을 감춘 마음의 문과도 같았다. 스멀스멀 들어오는 타인의 인기척에도 벽을 쌓고 살 것인지. 어떻게든 열어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질 다리를 건널지에 대한 것을 나는 다형을 통해 계속 이입하게 되었다. 익숙한 소재이며 충분이 예견 가능한 흐름이지만 그럼에도 궁금하고 살아나주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의 끝엔 나도 이 옹졸한 마음의 문을 열고 넓은 곳에서 유영하고픈 바람이 가득 얹어져있기에 완독 할 수 있었다.


📖창비를 통해 가제본만은 제공받아 완독 후 기록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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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문상훈 지음 / 위너스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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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문상훈은 유튜버이기 전에 배우였다. 그것도 뒤늦게 D.P를 시청하며 김루리를 알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김정훈이라는 배역을 가진 이 사람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유튜브의 빠더너스 구독자도 아니며 SNS를 팔로우 하지도 않은 팬도 아닌 일반인이 가진 시선으로 이 책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_ 기분도 남 눈치 보면서 들고 생각도 다른 사람 허락받고 한다니. 취향과 호오의 기준이 내게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정말 좋은 건지 자꾸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게 된다. 나는 뭐 하나 하려고 해도 늘 누가 옆에서 지켜봐 주어야 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득 외롭다.

어릴적 일기장 검사를 하던 시절. 그때엔 솔직한 내 감정보다는 타인이 내 감정을 읽고 판단하게 될 상황을 고려하여 적곤했다. 그 어린놈이 얼마나 잔망스러우면 그럴까 싶겠지만 정작 나는 그러한 시선보다는 내 솔직함을 들키는게 더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왜 이깟 감정으로 서운해하거나 슬퍼했는지, 왜 이게 너는 더 중요하다 여기는건지 반문하게될 어른의 질문에 논리정연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어 모든게 다 좋고 행복하고 기쁘다고 적었던 듯 하다. 그러면 한없이 맑고 밝은 티없는 또래 아이처럼 보였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자라온 어린이는 청년의 시절을 거쳐 성인으로 자라면서도 크게 바뀌지 못했다. 본성과 천성이 그러한것도 있겠다만 남 눈치 엄청 보며 둥글둥글 두루두루 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사는 인간으로 물컹하게 살다보니 내 호감보다 타인의 호감을, 내 서운함보다는 타인의 서운함에 더 빨리 반응하게 되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외로움의 감정을 가진 저자. 혼자서는 내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독자. 잘 살려고 하다보니, 잘 해내려 하다보니, 결국 잘 살자고 하는 짓이 나를 지워낸 일 같아 마음이 아린다.



📖편지1_ 내가 아무리 너를 미워해봤자 밀어낼 수 없는 작은 방에 같이 지내는 기분이야. 그래서 이제 받아들여 보려고. 이제는 안 미워하겠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노력해볼게. 적어도 너를 인정할게. 이 말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내 모든 결핍들에게

편지의 시작은 서투른 짝사랑에 대한 뒤늦은 고백같다. 자주 만나진 못했으나 알고 지낸 사이. 하지만 한동안 안부를 묻지 않은듯한 어색한 인사. 그렇게 안부를 물으며 지난 시간들 속 미안함과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 담겨있다. 보통 이러한 글은 이렇게 짝사랑이나 오랜 절친, 얄밉게 굴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다시금 잘 지내보자는 식의 화해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게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편지라는 것. 무시하고 얕잡아보았던 그리고 외면하며 미워하고팠던 결핍에 대한 것이라는 게, 결국 후회로 가득한 예전에 나에게 용서를 비는 느낌이다. 무시하고 지나가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 과거이지만 그 시절에게도 꼭 한번 미안하다 말하고 싶어하는 쭈뼛거림. 과연 이 사람에게 매순간 오롯이 감정이 쉬는 날이 있긴 할까 싶어진다.


📖ㅊㅊ_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말이 겸손의 너스레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믿어서 실패할 때의 데미지가 작았으면 좋겠다. 성공이 어색하고 실패가 익숙하면 좋겠다. 시도해온 일들보다 도전해볼 다음 기회가 훨씬 더 많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살다가 내가 나이가 들어 더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때가 왔을 때 그 이유를 싱겁게 나이나 세월에서 찾이 않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것을 인생의 패배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도전할 힘도 용기도 없는 것을 굴복으로는 더더욱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싱그러운 청춘이다. 삶을 놓고 볼 때 활기찬 것이 가장 빛나는 타이밍일 것이다. 헌데 우린 과연 그 맑고 청량했던 순간을 오롯이 즐기며 보냈던가? 지나고보니 그게 청춘이었고, 되돌려보니 대충 그 즈음이 청춘이었겠구나 짐작할 뿐이다. 진득한 울적함도 있었고, 앞날에 대한 고민도 깊었으며, 어떻게 살아야하나 막막함에 코앞이 어둑했는데 그 어둠에 익숙해 멀리 볼 생각조차 안했나보다. 이제와 생각하건데 대충 그즈음이 제일 화사했고 반짝였던 눈빛을 갖고 살았던 듯 하다.

글쎄, 나는 저자와 다른 생각을 하며 ㅊㅊ을 기대해본다. 성공이 어색하고 실패가 익숙하면 좋겠다 했지만 나는 달랐으면 싶다. 인생에서 ㅊㅊ이라 부를 만큼의 예쁜 날이 또 올지는 알 수 없다만 인생 2회차 ㅊㅊ 맞이를 할 적엔 지금 회차의 망설임과 주저함, 포기와 실패를 모른 채 온전히 기회와 행운, 행복과 환희만 얻어가는 회차이면 좋겠다. 그렇다면 분명 매 순간 설레고, 내일이 기다려지며 미래의 내가 더 기대가 될 테니 다음번엔 지금과 다른 ㅊㅊ을 살아보면 어떨까를 기대하게되다.




📖그 예쁜 모양의 돌들 때문에 이제는 죽는 것이 겁이 난다_ 좋았던 기억은 좋아서 동그랗고, 불행했던 기억은 자꾸 매만져서 동그래진 그 돌들. 원래 모양이 어땠는지 구분할 수 없다. 무엇을 두고 가고 무엇을 들고 갈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다 들고 가고 싶은데 내 힘으로 들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기억을 하나라도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죽기가 싫다.

마음이 둥글어 진다는 것. 뾰족하게 살다보니 어느순간 상대를 찌르는 만큼 나도 많이 찔려봤다는 것. 결국 시간이 지난 후엔 기억도 안 날 만큼 흔해빠진 찰나였을 뿐이라는 것. 다 지나고보니 내 삶을 송두리째 쥐고 흔들만한 대단한 사건이라 할 수도 없다는 것.

그러게. 그 때의 나는 그게 제일 힘든 순간이었는데, 살다보니 그것도 아니네. 이래서 알다가도 모를 생인가봐.




📖편지2_ 네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해.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네 이름 옆에 내 이름을 같이 적어내도 어색하지 않기를 기도도하고. 그것이 매일 나를 열심히 살아가게 해. 고마워.

어릴적의 나는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싶었고, 현재의 나는 네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길 바라게된다. 비범하고 위대한 인물이 되고자했던 어릴적에 비해 지금은 말이지, 거창한 이름 석자보다 곁에 두고있으면 든든한 이름을 가진 그런 단단하고 묵직한 사람이길 바랄뿐이다. 그게 당신에게 필요한 '나'이길 바라면서 나에게도 항상 함께해줄 '나'였으면 싶은. 결국 모든 것들에게 유용하며 소중한 그런 '나'로 마침표를 찍길 바란다.

..... 바라는게 너무 많나? 이왕 바라는게 많은 거 욕심 더 부려보고 싶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동료, 누군가의 친구. 그리고 '나'의 진짜 '나'로.




📖내가 짝사랑을 하는 동안에1_ 잠이 오지 않는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천장 벽지 무늬에 배어드는 너의 얼굴이 점점 또렷해질 때, 너의 행복을 소원으로 말하고 싶어서 소원을 빌 수 있는 보름달이 빨리 뜨길 바랄 때, 너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더 잘 살기로 다짐할 때 우리는 마주 보는 것보다 더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짝사랑하는 것들이 참 많다. 애정의 쌍방 과실로 이뤄진 나의 배우자 뿐만 아니라, 짝사랑하는 것들 생각해본다. 음.... 그것들을 나열해보니 말이다. 사랑의 깊이와 정도를 생각하면 나란히 두어도 차이가 날테니 배우자에 대한 마음도 일종의 짝사랑이라 봐도 무망하겠지? 과실상계를 따지지 않고 일단 내 마음이 가는 것들에 대해 논하자면 그 끝은 어떠한 경로를 통하든 같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의 행복이 당신의 행복이었고, 당신의 기쁨을 보는 순간이 내 기쁨이었으니 사랑 바라고, 시작하며, 깊어지는 매 단계에서 새삼스레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이정도 반하면 병이다 싶을 정도로 새롭고 또 뜻깊은 타이밍을 맞이한다. 그래서 배우는게 많아진다. 모르고 지나쳤을 찰나인데, 짝사랑이 불러 일으킨 예민함 덕에 나는 많이 얻어가는 짝사랑 이득형 인간이었다.



완독 후 느낀 감정은 20대의 내가 이병률작가의 끌림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라 말하고싶다. 생각이 많고 감정의 겹도 촘촘하기 이를데 없는 내 감정을 말하기에 딱 들어맞는 문장들 처럼 보여졌다. 20년 전의 청년이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책등이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손때가 가득 담긴, 책 모서리가 나풀거리는 것에 내 청춘을 대변했다면 지금의 20대는 아마 문상훈의 글로 위로받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된다.

남들이 보기에는 문상훈이라는 사람이 평범하고 흔한 이시대의 청년 같이 보일지라도 마음의 겹을 들춰보면 생각이 많고 고민도 많으며 자신에 대해선 한없이 엄격하고 생각보다 보여지는 시선에 매우 단호한 사람이 아닐까. 그렇지만 그렇게 심오하고 진지해서는 안 될거 같아 살풋 위트의 겹을 덮어놔 타인으로 하여금 부담없이 말을 걸 수 있도록 마주하는 곳에 낮은 둔턱을 둔 배려의 배려를 포개어 놓은 사람처럼 보였다.

다정했고, 상냥하며, 이를데 없이 선함이 뭍어난다. 그래서 나란히 있으면 나 역시도 상냥함에 물들어 선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그의 진짜 일기이며 우리가 몰랐을 억겁의 밤 동안 스스로를 다그친 자책의 페이지라 얼마나 많은 설움과 꺽꺽거리는 울음이 있었을까 싶어지며 참 장하게 잘 큰 청년임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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