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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도시락 편지 - 매일 혼자 점심 먹는 왕따 딸을 살린 기적의 편지
크리스 얀들 지음, 최지영 옮김 / 이야기장수 / 2026년 5월
평점 :

화사한 꽃무늬의 책표지. 그리고 아빠, 도시락, 편지. 자식들이라면 울컥하는 포인트를 다 갖춘 제목. 스르륵 책을 넘겨보려다 프롤로그의 '매일 아침 눈뜨는 것이 왈칵 두려워지는 날에'라는 문장에 나는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외부의 공격에 무디고 덤덤하게 살고자 마음을 먹더라도 처음 겪게되는 감정은 매번 어렵고 받아들이기 두려워진다. 저자의 딸도 오죽했을까 하는 마음을 얹어보며 어린시절의 나를 회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다르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혼자 점심을 먹어야 했던 열 살 소녀. 도시락 가방 안에는 다정하고 익숙한 손글씨의 메모가 들어있다. 아빠의 메세지. 평소와 다른 딸이 걱정되어 꼬치꼬치 케 묻지 않는다. 아빠는 여전히 여기 서 있겠다는 듯의 든든한 문장들이 종이에 서려있다.
잘잘못을 따질 요량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짧은 문장 몇줄로 하루를 다독이고 남은 시간을 어찌 지낼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춘기의 딸의 세상을 존중하며 먼저 문을 열고 나올 여지를 준다. 훈계의 느낌이 아니라 마음이 덜 주눅들었다. 한없이 작고 쪼그라들었을 딸 옆에 내려다 보는게 아니라 같이 쪼그려 앉아 '아빠는 - 그랬었어.'라는 듯 당신의 어린시절의 마음을 옆에 툭 놓아준다. 그래서 고마웠다. 유효기한이 없는 내 편 같아서.
📖DAY27_ 누군가가 날 싫어한다고 내 탓을 해선 안 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누군가가 날 싫어한다면, 그건 '그들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이 부럽긴하다. 헌데, 살면서 소수의 미움도 안 받는 삶이 부러워 지기도 하더라. 사람이 하나 둘 모이면 마음이 맞는 집단이 생기고 그 무리가 많아지면 서로를 배척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만만한 미움의 대상이 추려지기도하고, 질투가 뭉쳐져 칼을 숨긴 입 속 가시들이 사람을 찌르고 할퀴기도 한다. 타인의 말과 시선이다. 이건 인격이 완벽히 채워지지 않는 어린 시절의 상황에서 그치지 않고, 다큰 어른이 자신을 추켜세우는 삐딱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매번 자신의 입장에서 답을 찾는다. 모든 결론이 '나 때문에'로 결부되며 존재 가치의 부정까지 이르게된다. 그건 아마 애디는 물론이며 저자도 똑같이 겪어봤을 것이다. 독자인 나도 그러했으니까.
애디의 맛있는 점심 위에 놓여진 이 문장이 진짜 답이었다.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그 탓이 나라는 것에 마침표를 찍지 않길 바랬다. 왈가왈부한건 그들이니까. 그들이 도출 해낸 답인거지,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아님을 먼저 살아낸 사람의 생생한 후기같아 믿고싶어졌다.

📖DAY43_ 우리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그건 그냥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뒤집어보면, 타코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 타코였다면 얼마나 행복했을지 상상이 가는가? 갑자기 배고파지네.
먹는 행복 만큼 관계로 얻어기는 기쁨이 애디에게도 생기기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 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 타코를 먹는 순간 얻어지는 행복 만큼이나 발치에 채이는 모든 순간이 행복일 수도 있다는 삶의 가정법을 기억하길 바라고 있었다. 별 거아닌 것에도 분명 행복은 존재하고, 우린 그 행복으로 슬픔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려줬다. 아마 애디는 화요일의 타코 만큼이나 목요일의 타코론도 존재하다고 믿게 되겠지.
📖DAY47_ 나에게 상처를 준 말들도 있었지만, 또 나에게 도움이 된 말들도 있었다. 내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도 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주었다. 생각이 담기지 않은 공허한 말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에는 언제나 어떤 생각이 담겨 있다.
말에는 '힘'이 실린다 했고, 그 힘은 '진심'을 동반한다고 알려줬다. 여기에는 어떤 위트의 문장을 이어 붙이지도 않았다. 애디에게 의미를 전달 할 때엔 명확한 팩트만을 전달하고 싶은 짧고 굵은 한 방이라 여겨졌다. 사람들의 시선과 입술 끝에 달려있던 가벼운 말들로 상처를 받았기에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에 연연하게되고 마음 쓰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겪어냈던 아빠와 딸이었다. 네가 상처 받은 만큼, 너의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음을 늘 인지하고, 반대로 너의 말로 힘을 얻기도 할 수 있는 양면성을 잊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받은 대로 되갚으라는 말이 아니다. 겪어 낸 만큼 그 아픔을 알기에 똑같은 사람이 되진 말자고 이 편지를 쓰는 저자가 스스로 되뇌이고, 딸에게도 건네게 되는 삶의 방식이었다.
📖DAY78_ 그 거짓말이 가치가 있을까? 겨우 몇 초, 당신을 곤경에서 구해줄 뿐인 그 거짓말이 정말 가치가 있는 걸까?
거짓말은 결국 언제고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언제나.
청렴결백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어릴 때엔 더더욱.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얄미운 친구를 골탕먹이기 위해, 속한 집단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주목받기 위해 뱉어낸 순간의 달콤한 처세술. 다들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 거짓말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진득하게 밀어 붙일 진심이 될 수 없다는 것. 에둘러 표현하던 마음의 전달 중 저자는 이러한 당연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선 확실하게 언급하며 꼭 지켜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DAY97_ 영원히 함께할 친구들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들은 바다의 파도처럼 높이 치솟으며 왔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들은 때때로 오갈 것이고, 나도 다시 연락하며 지내게 되겠지만, 결국 또다시 사라질 것이다.
대학 동기였으나 무리를 지어가며 친하게 지내진 않았던 친구와 오랫만에 연락을 하게 될 즈음 그녀가 건넨 말이 있었다. '시절 인연' 이라는 걸로 우리는 멀어지기도 했고,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는거 아니겠냐며 현재 비슷한 처지의 우리를 이야기 했었다. 모든 것에는 영원이라는 게 없고, 또 그게 당연한 것이 인생이지 않겠냐는 불교 용어였다. 그러니 이 관계를 욕심내어 붙들여 메어두지 않길 바라며, 자신을 스쳐가는 수많은 인연들을 욕심내며 움켜쥐려고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보였다. 그 말을 타국의 저자가 딸에게 적어둔 편지로 보니 새로웠다. 인연을 바다의 파도로 비유 한 것 또한 이해하기 쉽고 눈 앞에 그려질 만한 문장이라 구구절절 설명해 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딸보다 곱절의 세월을 살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살아냈을 것이고, 또 뜻하지 않은 인간관계에서 고생하는 날도 숱하게 있었을 것이다. 이직에 관해 살짝 언급 한 걸 보면 이러한 관계의 고민은 나이가 들어도 사그러들지 않는 난제라는 것이겠지. 호호할머니가 되더라도 너는 그 일들로 마음을 쓰게 될 테니 지금부터 골머리 앓진 말자, 아빠도 아직 그 문제에 대한 답을 푸는 중이잖아? 라는 듯 제출 기한이 없는 문제에 조급해하지 말자는 사담이 숨겨져있는 듯 했다.
📖DAY104_ 지금은 내가 널 잠시 맘에 안 들어할지 몰라도, 나는 늘 네 곁에 있을 거고, 언제나 널 사랑할 거야.
비빌언덕 이라는 말이 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인데 의지할 곳이 있어야 시작하고 이룰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는 애디에게 이렇게 적어두었다. '네가 날 증오하고, 싫어하고, 소리를 질러도 난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언제나.'라는 짧은 메모. 헌데 나이들어 보면 세상 힘이 되는 편지라는 점이다. 10대 시절엔 가족, 부모가 당연히 내 곁에 머무르고 나의 미운짓 고운짓 다 받아내주는 사람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애디가 저자의 나이 즈음에 다다르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여건상 떨어져 지낼 수도 있을 것이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랑하는 떠나 보낸 후 곁에 없어 그리워 할 수도 있다는 걸 늘 염두해 두고 살아야 하는 시절이 온다. 그래서 '늘'과 '언제나'라는 단어에 마음이 기운다.
꼰대 같아도, 얄미워도 매 순간마다 찾게되는 존재라는 것의 든든함. 당연하다 여기지만 당연할 수 없는 관계에 애틋해짐을 느낀다.
📖DAY123_ 당장은 그 사람들을 다시는 안 볼 것 같고, 다시는 함꼐 일하지도 않을 것 같지만, 세상은 넓은 만큼 좁기도 하다. 내 이득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해도 괜찮은가? 당장은 기분좋을지 몰라도 결국엔 그 일로 스스로 상처 입게 될 것이다.
사람이 어려웠다. 금새 가까워지기도 하지만, 금새 저 만치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다. 붙들여 메어두고 싶어도 안 되는 마음들이다. 저자는 딸에게 그러한 관계의 찰나를 등반하며 마주치는 사람들로 비유했다. 그 잠깐이겠지만 다정하길. 그래서 다시 또 만난다면 반가워하며 또 다정함을 얹어주길. 사람의 인연은 알다가도 모를 접점들이 즐비하니 먼저 건냈던 해사한 잔상으로 오래도록 밝고 선함을 얻어내길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어린시절 아빠에게 도시락 위에 얹어진 편지나 메모를 받아 본 적이 있던가를 생각해봤다. 일단 초등학교 때 부터 급식을 했고, 아빠는 늘 바빴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볼 여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정한 말과 살가운 기운은 없더라도 존재가 주는 든든함은 있었다. 그럼 사람의 바운더리를 넘어가게되는 시점, 결혼 할 때 장문의 편지를 받았던게 두고두고 기억이 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폐백이라는 관례.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큰절 올리면 받는 절값 봉투에 부모님 두분은 각자의 이야기를 빼곡하게 적어두셨다. 집에 있던 노트를 찢어 스프링 부분을 가위로 자른 흔적. 꾹꾹 눌러 쓴 단어들. 어딘가 엉성한 맞춤법. '장하다, 애썼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당신들의 입이 아닌 손 끝에서 느껴보는 온도는 남달랐다. 그렇게 받아둔 편지는 10년이 넘은 지금도 소중한 물건 중 하나가 되었고, 두고두고 꺼내 봐도 눈물 찍어내는 눈물 버튼이 되어버렸다.
말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게 되지만 손으로 눌러 쓴 메모들은 흔적이 되고 손에 쥘 수 있는 힘이 된다. 저자의 딸이 차곡차곡 모아두었을 믿을 구석에 대해 생각한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펼쳐 볼 만한 문장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 답이 보이 지 않을 때, 그리고 해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곁에 없을 때에 힘이 되어 줄 응원의 조각이 많다는 것 만으로도 득 본 삶이라는 걸 깨닿게 되겠지. 부럽다 애디!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