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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리커버) ㅣ 위픽
성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두고 온 여름', '혼모노', 그리고 짦은 숨으로 읽어낸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의 시간. 저자의 세상은 결국 사람으로 결부된다. 사람 이야기가 제일 재밌다는 걸 아는거지.위픽의 장점은 딱 집중하기 좋은 구간만 기록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각각의 인물들이 그간 살아온 패턴이라던가 성향, 사건이 벌어진 후 변화될 심상은 독자에게 맡겨놓았기에 얇은 책 + 긴 여운 + 각자의 각색 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쇼츠와 릴스로 중독 되어있는 사람과 카페가서 커피마시며 너는 영상 보고 놀아라, 나는 위픽 읽을란다! 로 각자 플레이가 가능한 시간이기도 하다.
대학생. 건축과 4학년. 교수의 과제. 나와 다른 성향 동기와 협업. 타지에서의 시간. 과제로 주어진 고택, 고택 거주자의 히스토리 이해.
나와 닮아있는 성향의 재서, 나와 다른 성향이 부러우면서 질투가 나고 궁금하기도 한 이본의 시선들. 이러한 감정들이 딱 이 나이 때에 이뤄지는 것임을 느낀다. 이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나 역시도 나를 잘 모르지만,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궁금한 시기이니까.
세상에 뒤쳐진듯한 문교수의 수업 방식은 나와 맞지 않다 생각하지만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고, 서머스쿨에 선정되는 것도 의아한 점들이지만 다른 이들처럼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게 재서다운 삶의 방식이다. 매사 조심스럽고 확인을 해야하고, 그러다보니 스스로가 긴장을 안고 사는 인물. 남들에겐 우등생이겠지만 자신에게는 자기검열과 확신을 요구하는 피곤한 인간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에 반하는 인물 이본. 2학년 1학기 응용수학과에서 건축학과로 전과. 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는데 건축과에서 타과 이동은 심심찮지만 이본처럼 역행하는 인물은 또 없었으니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2년 동안 공부한 자신보다 시선이 잽싸고 날카로운 상대라 궁금증이 차고 넘치지만 선뜻 손내미는게 어려운 재서. 비슷한 듯 다르게 놓여있는 인물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르게 보는 관점은 이야기가 시작 될 즈음 부터 나란히 놓여지고 있다.
스캐치업을 하는 과정에서 수작업과 캐드와 3D 프로그램의 대립. 이는 속도전의 차이로도 보여진다. 어딘가 모르게 준비 과정부터 복잡할 수 있는 답답함을 가진 재서와 빠르고 명확한 이본의 차이. 마주한 관점은 그대로 고택으로 시선이 옮겨진다. 고택의 보수와 재건의 차이. 구조적과 비효율과 안전상의 문제를 제시하며 재건을 이야기하지만, 처음 이 작업이 주어 질 때 클라이언트 요구사항과 복원과 보존에 중점을 두라는 교수의 권고를 무시 할 수 없는 재서에겐 현실은 맞지만 실정은 그러지 못하는 심상의 대립도 함께 보여준다.
'짓다'는 의미에 우린 여러가지를 덧붙일 수 있다. 대표적인 동사의 개념으로 재료를 들여 지어낼 수 있겠지만, 작고한 정연씨의 부친이 만든 공간을 '깁다'의 방언적 의미인 짓다로 의미를 추가하여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는 식으로 해석 할 수도 있겠다. 후자가 문 교수가 두 학생에게 바라는 짓다의 속뜻이라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 오기가 애정의 동의어 같기도 하더라. 나 뭐든 빨리 질려하거든.
지레 짐작이 아니라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신과 상대에 대한 다름의 이해. 내 뜻대로 안 될 때는 화도 나는데 그래도 될때까지 해보면 언젠가 뭐라도 되어 있는게 좋은 이와 아직까지 근본적인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이마저도 주저하게되는 이의 시선.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른다는데 둘이 마주한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으니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는 것의 당연함과 대견함을 이야기하는 해설사님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묵직하게 한 곳에 박혀있는 석축도 갖은 시련이 오기 마련인데 사람이라고 그러한 휘둘림이 없겠냐는 숨겨진 말을 찾아내며 건물을 짓는 일 만큼이나 한 사람의 세상을 지어내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공이 들었는지 감히 가늠해보게된다.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비로소 그 공수에 대한 노고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겠지.(하루아침에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