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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 - 지상의 아름다움과 삶의 경의로움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조금은 느리고, 더 부드러운 헤세를 에세이에서 새롭게 만나는 중이다.
이 책에는 헤세가 평생 보고, 느끼고, 관찰해 온 모든 것들이 차분하게 녹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예리한 관찰력을 지녔다던 헤세의 시선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느껴진다.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총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있다.
자연, 향수, 인간, 예술, 여행.
마치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1부 나를 부르는 환희, 자연에서는
자연 앞에서 비로소 숨을 고르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고,
2부 유년시절의 기억, 향수에서는
돌아갈 수 없어서 더 선명해지는 마음의 풍경들이 스며 있다.
3부 나를 움직이는 힘, 인간에서는
헤세가 평생 고민해 온 인간의 본성이 담담하게 드러나고,
4부 존재의 의미, 예술에서는
삶을 견디게 하는 예술의 이유를 조용히 건네준다.
마지막 5부 일상의 기적, 여행은
멀리 떠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이 글들은
헤세가 알프스 산맥의 산간 마을 몰타뇨라에 은거하며 자연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에서 태어났다.
숲과 하늘, 계절의 변화를 오래 바라보며
인간보다 자연을 먼저 생각하던 날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자연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니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왜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일까?
보통 그리움은
사람을 멈추게 하거나
과거에 머물게 하는 감정처럼 느껴지는데,
헤세에게 그리움은 뒤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에 가까웠나보다.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생기는 마음,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삶을 더 깊이 살아가게 만드는 감정.
헤세는 그리움 속에 머무르지 않고
그리움 덕분에 계속 살아간 사람처럼 보인다.
이 책은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사람에게,
아무 이유 없이 그리운 마음을 안고 사는 사람에게,
그리고 삶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져
잠시 멈춰 서고 싶은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다.
읽고 나면 무언가를 더 잘 살게 된다기보다는
지금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움에 등을 떠밀려 오늘을 살아낸 하루.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움이라는 감정....
오늘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에게 그리움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