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는 법과 놓는 법 - 의존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내 마음을 이해하는 성격심리학
한경은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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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많이 붙잡고 있거나 너무 빨리 놓아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과 꿈에서도,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
잡아야 할 타이밍과 놓아야 할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늘 흔들린다.

이 책은 그런 우리 마음의 기울기를 섬세하게 비춘다.
성격심리학을 바탕으로,
‘의존’과 ‘회피’라는 두 가지 극단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심리학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두고 있지만, 책의 문장은 따뜻하고 섬세하다.
한경은 작가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우리가 마음속에서 외면해온 감정들을 하나씩 불러내 준다.
의존과 회피, 애착과 거리 —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배워간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걸 잡는 것도, 다 놓아버리는 것도 아니라
잡을 것과 놓을 것을 구분하는 힘을 가지는 일이라는 걸.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두드린다.
“회피적인 사람은 붙잡아야 할 것을 잡지 못한다.”
이 말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마 나의 삶이 자주 흔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잘 지내다가도 어떤 이유에서 마음이 불안해지면, 관계를 살짝 놓아 버린다.

마음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부딪힐때마다 소모되는 에너지를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쌓아올린 벽이,
결국 나를 더 외롭게 만든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심리학 이론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책이었다.

잡을 것과 놓을 것을 구분하는 힘.
그게 결국 성숙이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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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김이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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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경 작가님의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은 어머니를 떠나보낸 딸이
남겨진 시간을 견디며 써 내려간 애도의 기록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82세의 나이로 스스로 삶을 마감하셨고, 그 깊은 상실을 감당하는 방식으로
작가님은 어머니의 삶 전체를 기억하고자
어머니에 대한 글을 택했다.

💬
1부의 첫 시작에는
작가님의 어머님이 리마인드 웨딩을 위해 촬영한 사진을 편집해 영정사진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제일 먼저 등장했다.
순간 숨이 멎는것 같았다.
이 책...왠지 나의 이야기와 많이 겹쳐질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부모님도 지난달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하셨다. 흑백 결혼사진 한 장 갖고 계셨던 엄마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곱게 화장한 자신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며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나이 들어 호강한다~ 너무 고맙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효도다운 효도를 해드릴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리마인드 웨딩 촬영하면서 영정사진도 함께 많이 찍는다고 해서 영정사진도 추가로 촬영했다.
딱딱한 영정사진 아니고 그야말로 단아한 프로필 사진이었다.

기쁜 날인데도 묘하게 마음이 저렸다.
그런데 책 속에서 작가님은 어머니의 리마인드 웨딩 사진을 편집해 영정으로 사용하셨다는 이야기를 만났다. 진짜 숨이 멎을 듯한 먹먹함이 밀려왔다.

짧은 단상과 일기 같은 글 속에는 그동안 어머니와 나눈 대화, 잊히지 않는 장면들, 그리고 다시는 닿을 수 없는 온기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든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았다.
<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 앞에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책이었다.

.

💬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보니 어머니와 함께한 순간들속에선 서운했던 기억이 더 많았다.
큰딸이었기에 씩씩해야 했고, 뭐든 잘해내야 했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기에 투정을 부린다거나 고집을 피워 무엇을 얻어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해 내게 돌아오는 사랑은
늘 동생들과 나눠야했다.
어릴적에는 그것이 왜 그렇게 서운했는지...
어른이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도 첫째 아이에 대한 마음도 이해가 된다.

이제는 연세가 드셔서 이것저것 자식의 손길을 빌려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 조금 힘든 시간들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부모님이 언제까지나 내 곁에 계시는 건 아니라는 단순하면서도 절실한 진리를 다시 깨달았다.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고,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다음 생에는 망설임 없이, 무조건 엄마편.
지금도 물론 엄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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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김민지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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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활짝 웃고 있는 작가님의 얼굴을 보고
'어?'하는 소리가 자동으로 새어나왔다.
축구선수 박지성 선수의 아내.
김민지 작가님이다. 그녀는 한때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사람이었다.

SBS에서 뉴스와 예능,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으며 활발히 활동하던 그녀는, 축구선수 박지성과 결혼한 후 방송을 떠나게 된다.
세상은 그녀의 선택을 두고 ‘커리어를 포기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를 읽고 나니 그것은 ‘포기’가 아닌, 또 다른 삶을 향한 ‘선택’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김민지 작가님이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살아낸 날들의 기록이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작은 시작들을 바라보며
2장 서툰 사랑이 모여 가족이 된다
3장 그럼에도 이해하련는 마음
4장 익숙하고 낯선 런던에서

처음에는 방송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들, 관계 속에서의 고민, 그리고 런던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경험까지 담담하게 들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화려함’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김민지 작가는 방송국의 조명보다, 아침 햇살이 드는 부엌에서 아이의 아침밥을 준비하는 그 순간이 더 깊고 따뜻하게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신 분이다.

그녀가 말하는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내는 삶’은 누군가의 인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작은 일상들을 정성껏 살아내는 것에 있었다.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빛나는 삶일까?”

김민지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그 답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고, 멋지게 살아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평범한 하루 속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
화려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박수가 없어도,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그 자체가 빛나는 삶이라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더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가까이 있는 가족의 표정, 오늘 내가 한 말들, 아이의 눈빛 같은 것들.
앞으로 나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고 보듬는 아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나도, 분명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소란스럽지 않아도
반짝이지 않아도
오늘의 나는 빛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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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공감 - 나답게 살기 위한 관계 연습
이민호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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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아니, 애써 잊고 지내던 누군가.

그 사람과 나 사이엔 추억이 많다.
그런만큼 많은 말이 있었고,
많은 침묵도 있었다.
그땐 몰랐다.
내가 건넨 말이
어쩌면 너무 무거웠을 수도 있다는 걸.
혹은, 그 사람의 마음 깊이에
내가 너무 무심했을 수도 있다는 걸.

<적정한 공감>은
공감을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머무는 것’이라 말한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이해하려는 노력도
서로 너무 가까워지면 상처가 되기도 한다고.

그 말이
참 슬프게 다가왔다.
내가 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해주었더라면,
조금만 더 기다려주었더라면
달라졌을까?

하지만 이 책은 또 이렇게 말해준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위해 애썼지만,
마음이 부족했다기보단 아직 배우는 중이었을 뿐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나는 조금 울컥했다.
이해하려고 애썼던 나도공감을 배우는 중이었고,
그 사람이 나에게말하지 못한 마음도
어쩌면 그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 했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앉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그저 그 마음 곁에 머물 수 있는 사람.

공감이라는 주제를 따라가다보니
결국 마주하게 되는건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주는것.
그것이 공감이라 생각했었는데
상대가 스스로 지혜로운 답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공감이라는 것을 <적정한 공감>을 통해 또 배워간다.

내가 떠올린 그 사람
그리고 스스로 돌아보며 느끼는 아픔은
미련과 후회가 아니다.
그것이 공감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조금은 슬픈 감정을 안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읽고 나니 마음이 더 따뜻해지고 단단해지는 느낌.
그 마음이 나에게 ‘적정한 공감’의 첫걸음이 되어
다시 누군가의 마음으로 걸어가게 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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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가드닝 - 나만의 길을 찾아 평생 아름답게 가꾸는 삶의 기술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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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도 정원처럼 가꿀 수 있을까?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몇 살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돈을 버는것을 너무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들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정말 슬플것 같은...

때마침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할 때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정재경 작가님은 평생을 식물과 글쓰기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신 분이시다.
나는 #있는힘껏산다 라는 책으로 정재경 작가님을 처음 만났다.
두 번째로 만난 작가님의 신작 <커리엉 가드닝>

이 책은 커리어를 4가지 단계로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1장 커리어 씨앗 뿌리기
2장 커리어 묘목 돌보기
3장 커리어 가지 솎아내기
4장 커리어 숲 키우기

식물 전도사답게 커리어 설계도 정원을 가꾸듯 하라는 철학적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커리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계발, 자기관리, 가치관, 자녀교육, 나이듦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작가님이 겪으셨던 경험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으셨다.

핵심은...
'커리어는 쟁취하는게 아니라 돌보고 키우는 것'

이 문구가 유독 마음에 남는다.

커리어는 돌보고 키우는 것이다.
스펙을 쌓아가는것. 물론 중요하다.
실력을 인정받는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우리는 인생을 판단하지 않는다.
비바람과 폭풍을 견뎌내는 식물이 더 단단해지듯
인생에 힘든 고난을 잘 이겨내고 내 삶을 잘 다독이며 살아야 우리도 더 단단히 성장하는 법이다.

모든것을 다 짊어지고 가는 씩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진짜 중요한 것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더 단단한 열매를 맺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배운다.

완벽한 답을 찾아 헤맸던내게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너만의 숲은 천천히 만들어가라고 위로를 건네는 책이었다.

커리어는 완성하는게 아니라...
매일 돌보는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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