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p. 99

 두 해 전에, 나는 경찰에게 고문을 당한 젊은이를 인터뷰한 적이있다. 그들은 그 어린 청년을 지하실에 가두고 회복 불가능한 불구가 될 때까지 고문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생각은 그 지하실 천장에매달려 있는 새장 속의 카나리아에게 붙잡혀 있었다. 그 카나리아가미웠어요, 그 아이는 내게 말했다. 고통스러웠어요. 그 새는 저한테바깥세상의 일들, 봄날, 산책하는 연인들, 자유 같은 것들을 생각나 게 했거든요. 아름다움의 상징이라는 그 새가 싫었어요. 그 방에는 아름다움과 관계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졸리 역시 그 카나리아 같은 존재였다. 타부스 천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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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p. 85

내가 불평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후세인은 이렇게 썼다. 그의
연인의 발에 밟힌 포도알처럼 / 나는 장밋빛 붉은 포도주로 으깨어졌네 / 그리고 그렇게, 나는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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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p 81

비슷한 종류의 저주들이 이 선언에 이어져서 나왔다. 나로서는이 일 전에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진정으로 우아한 저주의 강물이었다. 이 중에 몇 가지는 적어놓는 게 좋을지도 몰라, 나는 생각했 다. 나는 알라께서 그자에게 온갖 가려움증을 내려주시지만 손톱은 허락하지 않으시길" 이라는 저주가 특히 마음에 들어 기억에 담아 두었다. 그게 대체 어떤 걸까. 세상에 그런 고문이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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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p. 53~54

삐거덕거리던 나무계단, 자주 있던 단전에 대비하기 위해 항상 가까이 두고 있던 가스램프의 가늘게 흔들리던 불꽃, 기도를 하기위해 몸을 엎드릴 때를 노려 내가 등 위에 올라타면 그저 조금 더 소리를 높여 세미 알라후 리벤세미 알라후 리멘 하미데라고 기도하던 나의 자상한 할머니, 잼을 만들기 위해 과일을 끓일 때 집 안 구석구석까지 스며 들던 그 황홀한 냄새,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떠올리는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왔는가를 깨닫게 되면서 드는, 나 혼자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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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젊은이여, 하레세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고대 아랍에서 쓰던 말이지, 탐욕, 욕심, 야심, 게걸스러움, 이런 종류의 말들의 뿌리에 놓여 있는 말일세. 이게 바로 하레세‘ 야, 젊은이, 낙타를 일컬어 사막의 배라고 하지 않나? 이 축복받은 짐승은 워낙 강인해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몇 주 동안이고 사막을 걸어갈 수 있지. 그런데 이놈들은 모래 속에서 자라는 한 가지 특정한 종류의 엉겅퀴를 아주 좋아한다네. 그래서 이걸 만날 때면 걸음을 멈추고는 뜯어먹기 시작하는데, 그걸 씹는 동안 억센 가시가 입안을 온통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놓게 되지. 이때 입속에서 흐르는 피의 찝찔한 맛이 엉겅퀴의 맛과섞이게 되는데, 낙타는 바로 이 맛을 너무나 좋아한다네. 그놈들은씹으면서 피를 흘리고, 피를 흘리면서도 씹지, 낙타는 이거라면 한도끝도 없이 먹으려 들어, 억지로 그만두게 하지 않는다면 아마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계속 먹을 거야. 이게 바로 하레세‘ 라네. 내가이미 말했지만, 이게 바로 탐욕, 욕심, 게걸스러움을 일컫는 우리 말의 뿌리일세. 그리고 이게 바로, 젊은이, 중동이 걸어왔고 가고 있는길일세. 우린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서로를 죽여왔네. 상대를 죽임로써 자기 자신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우린 우리 자신의 피에 취해 있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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