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젊은이여, 하레세가 무슨 뜻인지 아는가? 고대 아랍에서 쓰던 말이지, 탐욕, 욕심, 야심, 게걸스러움, 이런 종류의 말들의 뿌리에 놓여 있는 말일세. 이게 바로 하레세‘ 야, 젊은이, 낙타를 일컬어 사막의 배라고 하지 않나? 이 축복받은 짐승은 워낙 강인해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몇 주 동안이고 사막을 걸어갈 수 있지. 그런데 이놈들은 모래 속에서 자라는 한 가지 특정한 종류의 엉겅퀴를 아주 좋아한다네. 그래서 이걸 만날 때면 걸음을 멈추고는 뜯어먹기 시작하는데, 그걸 씹는 동안 억센 가시가 입안을 온통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놓게 되지. 이때 입속에서 흐르는 피의 찝찔한 맛이 엉겅퀴의 맛과섞이게 되는데, 낙타는 바로 이 맛을 너무나 좋아한다네. 그놈들은씹으면서 피를 흘리고, 피를 흘리면서도 씹지, 낙타는 이거라면 한도끝도 없이 먹으려 들어, 억지로 그만두게 하지 않는다면 아마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계속 먹을 거야. 이게 바로 하레세‘ 라네. 내가이미 말했지만, 이게 바로 탐욕, 욕심, 게걸스러움을 일컫는 우리 말의 뿌리일세. 그리고 이게 바로, 젊은이, 중동이 걸어왔고 가고 있는길일세. 우린 역사가 시작될 때부터 서로를 죽여왔네. 상대를 죽임로써 자기 자신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우린 우리 자신의 피에 취해 있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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