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위한 메르헨 청소년 북카페 4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울리케 묄트겐 그림, 정초왕 옮김 / 여유당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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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행복은 두루뭉술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낯선 단어가 등장합니다. '메르헨'!!! 메르헨이 무엇인지 먼저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Märchen(메르헨)은 15세기 중세 쓰인 독일 고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달된 이야기, 소식,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 소문, 지어낸 이야기, 주목할 만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동문학가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서정님이 <그림 메르헨>을 번역하며 책에 메르헨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요, "메르헨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삶과 인간의 온갖 면모를 그 이면까지 꿰뚫어 보여 주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삶과 인간의 온갖 면모를 그 이면까지 꿰뚫어 보여주는 ‘메르헨’. 거기에 ‘행복을 위한’이라는 단서까지 붙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지 시인인 에리히 캐스트너(Erich Kästner)가 1947년 쓴 단편소설 쓴 작품(1899년생인 에리히 캐스트너가 40대 후반에 쓴 글)으로 원제는 <Das Märchen vom Glück>, 원서그림책은 2022년에 출간됐네요.

2024년 에리히 캐스트너 탄생 125주년(서거 50주년)을 기념해 아트리움 출판사(Artrium Verlag AG)에서 그의 단편소설을 단행본 그림책으로 펴내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그 일환으로 <행복을 위한 메르헨>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여유당 출판사가 번역해 우리말로 편안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옛날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아니라, 연기 자욱한 선술집에서 시작됩니다. 일흔 정도로 보이는 노신사와 그의 말을 듣고 있는 화자인 나. 선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신사에게 40년 전에 있었던 놀랍고도 신기한 경험을 전해 듣게 됩니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노인이 제안한 ‘세 가지 소원’ 이야기를요.

40년 전 인생이 고통스러웠던 시절, 세상을 원망하며 공원 벤치에 안자 있는 젊은 시절의 노신사에게 산타를 닮은 어느 노인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말을 겁니다. 단, ‘소원 세 개를 다 썼는데도 여전히 불행하고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있으면, 그 땐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세 개의 소원, 삼 세 번의 기회는 동서양 공통인가 봅니다. 과연 노신사는 젊었을 적 행운의 기회가 왔을 때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아름다운 여자? 어마어마한 부? 아니면 멋진 콧수염?? 행복을 위해 신사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우연히 찾아온 행운으로 그는 과연 행복해졌을까요??!!


그림책 속 화자인 ‘나’처럼 노신사의 ‘행복과 소원 성취’가 궁금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을 쿵 하고 울리는, 안데르센 상 수상에 빛나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행복론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꽤 오래 지속됩니다.


행복이란 매일매일 한 조각씩 잘라 먹을 수 있는 저장용 소시지가 아니거든!


맞아요. 과거의 행복이 지금이나 미래의 행복으로 당연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원하는 대로 소원이 전부 이루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파트 평수만큼 행복이 커지는 것도, 줄어들지 않는 통장 잔고가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죠. 행복은 ‘돈, 명예, 건강’처럼 딱 하나로 단정 지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의 결과물 같은 것 일수도 있어요. 그래서 작고 소소한 것이라도 매일 실천하고 쌓아가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로또 같은 한 순간의 행운을 바라고, 저장용 소시지를 잘라 먹듯 과거의 영광에 매몰되어 오늘의 행복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간절히 바라고 소원하는 것을 위해 지금 얼마나 노력하고 나아가고 있는지를 고민하며 책을 읽어내려갔어요. 그리고 또 한번 쿵!

소원이란 마음속에 품고 있을 때까지만 좋은 것이라네.

노신사는 40년간 마지막 하나 남은 소원권을 품고 있습니다. 영화 장면에서처럼 숫자 3( 독일어로 Drei)을 열쇠를 채워 유리함 속에 소중히 넣어두고 주위에는 레이저 광선을 쏘며 접근을 차단합니다. 마지막 소원권을 왜 저렇게 꽁꽁 잠궈놓았을까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아니면 소원권을 아끼기 위해서 일까요??!!




노 신사는 마음 속으로 ‘어차피 소원권 쓰면 뭐든 이루어지지만 그 정도 일로 소원권을 쓰기는 좀 아까우니 일단 스스로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임했을 거예요. 그 태도에는 ‘할 수 있다.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을 것이고요. 그런 생각과 행동이 변화를 가져왔고 그는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성취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바라던 소원을 아무런 노력 없이 이루는 '행운'이 아니라 스스로 이룩한 '행복'! 소원권을 썼다면 그 성취감이나 감흥은 느낄 수 없었을거예요. 그의 일상도, 삶의 태도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고 소원권의 영광은 이내 사라졌겠지요.

전가톨릭 사제이자 변호사인 한동일님의 <라틴어 수업> 중에 ‘베아티투도(Beatitudo)’라는 라틴어를 설명하는 부분이 떠올랐어요. ‘행복’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베오’라는 동사와 ‘아티투토’라는 명사의 합성어랍니다. ‘베오’는 ‘복되게 하다, 행복하게 하다’라는 의미이고 ‘아티투토’는 ‘태도나 자세, 마음가짐’을 의미한데요. 즉 행복을 뜻하는 ‘베아티투도’라는 말은 ‘태도나 마음가짐에 따라 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인거죠. <행복을 위한 메르헨>이 이야기하는 행복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봤어요.

이런 '행복'이란 주제를 바라보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독특한 시선이 그림작가인 울리케 뮐트겐(Ulike Möltgen)의 그림으로 촘촘히 담겼는데요, 심오하고 예술적인 그림은 마법 같은 이야기에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글이 먼저 써지고 글작가인 에리히 캐스트너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림책 작업이 시작된 만큼, 오롯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그림 작업을 이어가야했던 울리케 뮐겐 작가의 고심도 느껴졌습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메르헨이기에 울리케 뮐트겐 작가는 콜라주 스타일의 초현실주의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그림책 속에 그냥 그려진 이미지는 없을 것 같아서 그 의미를 찾아보며 읽었는데, 이 책을 누리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행복은 늘 우리 주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소하고 소소해서 놓치거나 지나치기 쉽죠.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위해 행운부터 찾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갑자기 찾아든 행운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자기 손으로 행복을 만들어낸 사람만이 행복을 쌓을 수 있고 끝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노신사의 모습처럼요. '시대를 초월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추천사가 아깝지 않는 <행복을 위한 메르헨>. 행복을 잡고싶어 하는 여러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본 서평글은 여유당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선물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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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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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연두색이 가득한 따뜻한 느낌의 <나의 그늘>. 조오 작가님의 첫 메이저 출판물 <나의 구석>의 후속작입니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내용은 이해되지만 캐릭터와 설정은 연결되는게 많아요.

 



<나의 구석>에 등장했던 식집사(=식물+집사) 까마귀가 <나의 그늘>에서도 주인공으로 나오고 전작에서처럼 까마귀는 여전히 조용하고 내성적인 면을 갖고 있어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나의 그늘>에서도 색연필 스트로크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체가 이어지고 제본선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인쇄된 종이를 순서대로 모아서 읽기 쉽게 책으로 엮을 때 접힌 종이 중간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제본선! 이 제본선을 <나의 구석>에서는 까마귀의 방 네 귀퉁이 중 하나인 구석으로, <나의 그늘>에서는 건물 밖 모서리로 드러내 표현하죠. (은 방 한쪽 구석, 은 건물 외벽 모서리)


책의 물성을 멋지게 활용한 <나의 그늘>은 약간의 대사만 있는 그림책으로 무려 104쪽이나 됩니다. 64쪽이었던 <나의 구석>보다 페이지수가 훨씬 늘었어요. 그만큼 담긴 이야기도 많다는 뜻이겠죠? 판형도 달라졌습니다. <나의 구석>이 147x282mm로 세로로 길고 폭이 좁았다면 <나의 그늘>은 163x260mm으로 가로가 살짝 넓어지고 세로 길이는 조금 줄었네요.


집 안 화분 속에서 쑥쑥 자란 식물을 까마귀가 건물 밖 한쪽 모서리에 옮겨 심으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다 '폭풍우'라는 시련이 찾아오고 시련 극복 프로젝트가 진행되죠. 하지만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과연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나아가는지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림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고서, 이 책 제목이 왜 '나의 그늘'일까를 고민했습니다. 까마귀가 소유한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이니까 '나의 식물'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게 됐어요.


사전에는 그늘이 불투명한 물체에 가려 빛이 닿지 않는 상태나 어두운 부분을 뜻하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처럼 의지할 만한 대상의 보호나 혜택을 나타낼 때에도 ‘그늘’이란 단어를 사용한다고 나와 있어요.


이 책 제목 속 '그늘'에는 '빛이 차단되어 드리워지는 그늘'과 까마귀가 식물을 보호한다는 의미의 '혜택의 그늘', 이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녹아 있어요.

내 소유였던 작은 식물의 그늘이 모두의 그늘이 되는 공유의 과정도 담겨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 영향력 아래에 있던 식물이 여러 동물들의 도움으로 홀로 우뚝 서기까지 까마귀의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식물의 독립기이자 식물을 돌보는 이들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품안의 자식을 세상 밖으로 독립시키는 과정으로도 보였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감정을 이입해서 읽게 됐어요. 집 안에서 집 밖으로 옮겨 심은 뒤, 한차례 폭풍우로 쓰러지기 직전의 식물과 까마귀의 모습을 보면서 가정보육만 하다가 처음으로 기관에 보냈을 때의 불안감과 걱정들이 겹쳐졌고, 상처가 나서 돌아왔을 때의 속상함 등도 떠올랐어요. 유행하는 감기라도 옮아오면 괜히 밖으로 내보내서 아이가 아프다고 자책하며 아이의 소소한 일상에 일희일비하던 모습들이요.



그런데 아이는 부모의 힘만으로 크는 것은 아닙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좋은 선생님과 바른 어른들을 만나고 우정을 나눌 친구들도 만나야 올바르게 커갈 수 있지요. 세찬 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아플 때도 쓰러질 때도 있지만, 내 주위를 든든히 지켜주는 이들이 있어 다시 힘을 내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분신처럼 소중한 아이를 위해 경제적, 정신적으로 뒷바라지 하다보면 부모의 삶이 흔들 때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다보면 내 삶이, 내 자신이 사라진 것처럼 허무할 때도 있어요. 나와는 전혀 다른 한 인격체를 마주하고 가치관이 변하기도 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상향을 품기도 합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세상이 전복되고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거죠.




그렇게 온 정성을 들여 키운 아이가 독립을 했을 때,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큰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존재로 홀로 우뚝 서게 됐을 때, 부모가 마주하는 행복은 이 책의 마지막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그늘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처럼, 우리도 아이를 키울 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감사하지 않을까요? (저 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기대됩니다.)




색연필 그림이 주는 특유의 따스함과 책의 물성을 느낄 수 있는 묘미, 조오 작가님이 곳곳에 숨겨놓은 깨알 소품 디테일들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나의 그늘>.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림책 애독자인 저는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긴 글은 없지만 그림으로 상상하고 이야기를 꾸며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책이에요. 여러분도 그 즐거움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 본 서평글은 제이 그림책 포럼 카페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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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업 Buttonup ISSUE. 01 PURE 순수함 - 사라진 것, 아직 남아있는 것
버튼업 매거진 편집부 엮음 / ㈜리브위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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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2월이 코앞이다. 기온도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고, 사람들은 옷장에 묵혀 뒀던 두꺼운 패딩점퍼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멋을 낸다며 셔츠 단추 몇 개 풀고 다닌 게 얼마 전이었는데, 이제는 그 단추들을 목 끝까지 채운다.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유지하고 싶어서 말이다.

단추를 채워 체온을 높이는 것처럼 메말라버린 감수성의 온도를 치솟게 할 잡지가 창간됐다. 이름하여 Buttonup 버튼업!



대중문화, 예술 잡지로 분류된 독립 매거진 Buttonup은 창간호 표지에서 느낄 수 있듯 <순수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제인 '사라진 것, 아직 남아있는 것'에서 보듯 뭔가 아련하면서도 명확하게 단정하기 힘든 단어 ‘순수함’을 Buttonup 창간호는 야심차게 건드리며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순수의 맛’을 누리게 한다.


‘회사 대표님께는 없는 것’이라고 순수를 말하는 에디터 몽키는 ‘순수함’에 대해 스스로 한 고민의 결과를 독자들과 나누고 ‘순수’를 키워드로 만난 사람들, 조사 내용들을 이 잡지에 꽉 채워 넣었다.


마케팅 데이터로 찾은 순수의 색에서부터 순수한 맛을 느끼게 되는 ‘차지기’ 레시피와 에디터 몽키의 개인적 견해가 진하게 묻어난 ‘순수하다고 느껴지는 것들, 순수한 것 같지만 순수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들, 순수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순수할 수도 있는 것들을’ 리스트는 공감과 괴리감 사이를 왕복하게 한다.




다채로운 분야의 사람들에게 ‘순수함’에 대한 묻는 인터뷰 기사들도 색달랐다. 뻔한 분야의 뻔한 사람들이 아니라 어떻게 이 사람에게서 순수함을 찾으려고 했을까 싶은 인터뷰 기사들. 인터넷 검색창에 ‘순수’를 검색해 나온 ‘순수’ 헤어샵 대표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MZ세대 안무가, 버터플라워 케이크 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평면회회 작가, 한국인 최초 엠뷸리 여성 셰프, 무용가, 배우, 포차를 운영중인 자영업까지 이런 분들과도 ‘순수함’이라는 주제러 대화하며 꼬리를 이어갈 수 있구나싶어 그 방향과 독특함에 감탄하게 된다.


레트로에서 찾은 순수함을 보여주며 레트로가 유행하는 이유를 짚어낸 부분에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울림에, 예쁜 쓰레기를 모으는 행위에 정당한 이유를 찾은 것 같아 은근히 감사하게 됐다. 순수한 시절에 빠져들었던 ‘우화’나 어른들도 아이처럼 즐기는 ‘픽사’ 영화와 미술 작품, 음악까지 우리가 떠올리고 생각하는 모든 ‘순수함’을 엿보며 주제가 뻗어나가는 확장성에 과연 이 잡지는 얼마동안 기획하고 준비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순수함이라는 말을 '언제 최초로 사용했을까'라는 어원의 기원과 철학, 신화, 종교, 정치 분야에서의 순수함, 또 학교가 순수함에 독인지 득일지, 비건과 순수함 같은 조금은 예민하고 논의가 필요할만한 점도 다루고 있다.


계속해서 독자와 대화를 시도하는 잡지 Buttonup은 마지막에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마지막 질문에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판권면을 보니 Buttonup 로고 아래 'LIVEWITH'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함께 살다, 받아들이다, 수용하다, 화합하다, 용납하다....

내 감수성의 온도를 높힌 Buttonup이 내 일상 속에 녹아 들고, 이 글들이 삶에 결합되고 융화될 것 같은 느낌?! 아~ 잡지 정말 PURE하다!!

*본 서평글은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buttonup.magazine)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몸은 순수함을 원하는데, 머리가 거부한다고 해야 할까?
순수해지는 건 어쩌면 정말 간단하고 무척 쉬운 일인데, 이 시대에는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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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마음 - 그림 그리는 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날들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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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풀꽃에서 깊은 사유를 짚어낸 <연남천 풀다발>, 식물에게서 배운 관계의 거리를 담은 <적당한 거리>, 실제 작가님 아버지의 이야기를 쓰고 그린 <아빠의 밭>까지. 전소영 작가님의 맑은 수채화와 깊은 관찰에서 나온 글들을 참 좋아하는데요, 전소영 작가님의 첫 그림에세이 <그리는 마음>이 2023년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마주하고서 발견한 것이 책의 타이틀 디자인이었어요. 인터넷 서점에서 소개하는 책 이미지로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는데, 표지의 제목 자세히 보면 ‘그리는’이라는 단어가 가로와 세로로 교차되어 있어요. 가로로 쓰인 글자는 진하게, 세로로 쓰인 글자는 흐린 듯 연하게 적혀있습니다.



‘그리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보고선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그림책 작가이니까 당연히 연필이나 붓으로 어떤 사물의 모양을 나타낸다는 뜻의 ‘그리다(draw, paint, sketch)’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있는 ‘그리다'의 또 다른 의미를 제가 놓치고 있었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는 ‘그리다(wish, miss)’ 말이죠.

전소영 작가님의 첫 번째 에세이집 <그리는 마음>은 날실과 씨실이 교차되어 완성되는 직조처럼 '손으로 그린다'와 '마음으로 그리는' 두 행위가 겹치고 쌓여서 완성된 아름다운 책입니다. 부제는 ‘그림 그리는 이의 시선을 기록한 날들‘로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표지 그림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파란 하늘, 푸르름이 빛나는 시골 풍경인데요, 인터넷 서점 이미지를 보면 표지가 두 가지 버전이 있는 듯 합니다. 파란 하늘의 표지와 노을 풍경이요. 그런데 이게 책표지를 감싸고 있는 북커버입니다.


책을 감싸고 있는 커버를 벗겨 펼치면 전소영 작가 팬이라면 꼭 소장하고 싶은 그림이 펼쳐집니다. 커버 안쪽에도 숨은 그림들이 있습니다. 라인드로잉으로 무스카리 씨앗이라던가 땅꽈리 등 식물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커버를 벗겨낸 표지는 소프트 커버입니다. 담백하게 제목과 부제가 담겨 있는데, 표지 재질이 코팅되고 반짝이는 종이가 아니라 전소영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닮은 (<연남천 풀다발> 표지같은) 종이라 책을 들고 읽을 때 손에 닿는 특유의 감촉이 있습니다. 연두색 면지를 넘기면 이 책 <그리는 마음>이 어떻게 해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는지,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작가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살아 숨쉬는 식물처럼 이 책은 '잎사귀, 줄기, 뿌리' 이렇게 세 가지 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식물을 관찰할 때처럼 잎사귀, 줄기 뿌리를 차근차근 따라가다보면 작가의 일상과 생각들을 자세히 엿볼 수 있어요.


작가님 팬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부은, 작가님이 꿈꾸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담은 '식탁의 크기'라는 글입니다.


언젠가 책을 만든다면

두고두고 펼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

한번 보고 덮어두는 책이 아니라 내 가장 가까이에 두어

계절마다 다른 페이지에 기대어 보고 싶은,

그리하여 누구가의 손끝에 닳고 닳아서

나무가 그 쓰임을 다하도록

(...)

그림이 글이 되었다가 글이 그림이 되기도 하는,

한동안 잊고 살았다가 문득 생각이 나면

쪽지를 남겨보는 친구처럼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모두 나의 이야기 같은

그렇게 살아 있는, 살아지는 책을.

<그리는 마음> p.84, -식탁의 크기- 중에서


모든 작가들의 소망이고 바람이겠지요. 독자들의 품안에서 길고 오랫동안 영감을 주고 느낌표를 줄 수 있는 책! 이미 작가님의 책들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그런 역할의 책으로 살아지는 책이라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

이외에도 작가님의 북토크를 찾아가야만 들을 수 있을법한 <연남천 풀다발>의 탄생 비화도 담겨 있고, 관찰하는 것과 그리고자 하는 마음에 대한 사유(‘성실한 구경꾼’, ‘아무것도 되려 하지’)도 자세히 기록되어있어요.


담백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전소영 작가님의 글과 페이지 중간 중간 작가님의 일상 드로잉을 누릴 수 있는 그림에세이 <그리는 마음>.


소소한 일상을 마주하며 수첩에 남겼던 글이라는 씨실과 그림이라는 날실이 짜여 이렇게 멋진 책이 되었습니다. 전소영 작가님 팬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될!!! 아름다운 에세이 <그리는 마음>. 여러분도 꼭 마주해보시길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제이 그림책 포럼 카페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달그림(도서출판 노란돼지)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욕심으로만 채우지 않고
너무 아껴 먼지가 쌓이게 하지 않고
그리하여 서운해지지 않도록.

더는 미루지 않고 쓸모를 더해주는 것.
그게 진짜 좋아하는 마음의 완성이라는 글을. - P111

마음에 사람을 들이는 일도 ‘나’를 돌아보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한 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불편해도 불편한지 모르고 소중해도 소중한지 잘 몰랐다. 언젠가 부턴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먼저 내 집의 상태를 보게 되었다. 모든 것이 관계로 이루어진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의 관계이지 않을까. 내가 어떤 마음의 상태를 가지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부지런히 환기를 시키며 쓸고 닦아 지켜내야 하는 것이 내 마음이다. 그래야 그곳에 다른 무엇을 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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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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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제목에 들어간 단어들이 꽤나 묵직하죠?

인문(人文)’, 인류의 문화, 인물과 문물을 이르는 말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을 인문학이라고 하죠. 거기에 유현준 건축가의 전공인 ‘건축(建築)’이 중심에 자리 잡고 여행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는 ‘기행(紀行)’이란 단어까지 더해졌습니다.





이 책은 건축물에 대해 건축가 유현준씨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고 적은 글입니다. 처음 책을 마주하고 492쪽이나 되는 두툼한 두께에 살짝 놀랐지만 책을 읽다보면 유현준 건축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건축물을 바라보는 건축가의 전문적인 지식과 일반 독자들에게도 무리 없이 다가오는 편안하고 다정한 설명들로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갑니다.



여는 글에서 유현준 건축가는 자신이 건축 공부를 하면서 감명 받은 서른 개의 근현대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서른 개의 건축물을 뽑은 기준은 ‘기존에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에 성공한 건축물들’ 이랍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건축물들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사람들의 흔적이라는 것이죠.


서른 개의 건축물을 뽑기 무척 힘들었을 것 같은데, 유현준 건축가는 마치 ‘이상형 월드컵’ 하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해요. 백 개 가까운 쟁쟁한 후보 중에서 고르고 고른 서른 개의 건축물들을 ‘기행’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대륙별로 모아서 1부에서는 유럽, 2부는 북아메리카,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아시아에 있는 건축물들을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독보적인 건축가들과 주머니 두둑한 건축주들이 많은 곳에 혁신적인 건축물들이 세워지는 것이 순리인지라 유럽에 12개의 건축물, 북아메리카에는 11개, 아시아에는 7개의 건축물이 이 책에 이름을 올렸어요.




1부에 소개된 유럽 대륙에 세워진 건축물들을 읽다보면 역시 현대 건축사에서 빼놓을 없는 스위스 태생의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라는 건축가 이름이 뇌리에 박힙니다. 빌라 사보아, 롱샹 성당, 피르미니 성당, 라투레트 수도원, 유니테 다비타시옹까지! 유현준 건축가의 말을 빌리자면 ‘또 르 코르뷔지에다. 정말 지겹게 나온다. 웬만하면 다섯 개까지는 소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p.121)’라고 하는데 그만큼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들이 현대 건축물에 끼친 영향이 크고 혁신적인 건물이었다는 증거겠지요.

건물로 들어서게 되는 입구 풍경에서부터 마주하게 되는 입면, 내부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 건축물에 쓰인 재료, 그 건축물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합니다. 건축물의 평면도와 조감도는 마치 VR로 가상체험 하듯 건축물을 느끼게 해요. 거기에 유현준 건축가의 다채로운 묘사는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건축 투어하는 기분이 듭니다. 각 건축물의 설명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건축물의 이름과 건축 연도, 건축가와 위치, 주소와 운영시간까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유현준 건축가는 '이 건축물들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각 장의 말미에 위치를 정확하게 수록했다고 하는데, 건축물을 직접 보지 못한 이들에게, 또 직접 가서 확인하려고 마음 먹은 이들에게는 더 없이 친절한 책이에요.





퐁피두 센터를 통해 ‘하이테크 건축’이 무엇이며 왜 이런 건축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개미지옥처럼 퐁피두 센터 쪽을 향해 빠져드는 건축학적 이유와 루브르 유리 피라미드에 숨겨진 동양의 음양 사상을 엿봅니다. 또 롱샹 성당에서는 벽이 주인공인 서양 건축과 지붕이 주인공인 동양의 건축의 차이점, 피르미니 성당에서는 한 건축가의 가치관 변화가 건축물에는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통해서는 우리나라 아파트 천장고 2.3미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깨알 건축 상식도 얻게 된답니다. 독일 국회의사당을 통해서는 건축을 통해 드러나는 국격, 퀘리니 스탐팔리아에서는 ‘테토닉tectonic'이란 단어와 함께 건축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게 되죠.

이런 건축학적 지식 외에도 유현준 건축가의 입담에 빵 터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명하면서 르 코르뷔지에나 아이젠먼을 종로에 깡패 조직을 가진 김두한이라면, 프랭크 게리를 만주 일대를 다니며 혼자서 주먹 세계를 평정한 시라소니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건축 비전공자인 일반 독자들 머리 속에 르 코르뷔지에와 프랭크 게리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이해되는 설명이라 할 수 있지요.



2부 북아메리카에서는 11개의 건축물을 소개합니다.

공중권 개념이 만들어진 배경과 함께 제약을 넘어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우뚝 선 ‘시티그룹 센터’,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이미지는 친숙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기적 건축물 ‘낙수장’,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해 인류는 왜 돌을 세우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소개되는 ‘베트남 전쟁 재향군인 기념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건축 설계를 한 루이스 칸의 ‘킴벨 미술관’, 게비온(Gabion)이라는 용어와 함께 불규칙한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도미누스 와이너리’, 헷갈리는 발코티와 베란다, 테라스 용어를 말끔하게 해며 소개하는 ‘해비타드 67’ 등 독특하면서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찬찬히 설명하고 있어요.


'인류의 조상들은 왜 죽음을 기리기 위해 노력했을까?'라는 질문과 '공감을 자아내는 기념의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 부분에선 건축물을 통한 인문학적 접근에 감탄했었고, 킴벨 미술관에 방문할 때 어떤 시간대가 방문해야 가장 멋있는지를 알려주는 부분(해가 서쪽에 있을 때)에선 역시 한국인의 감성을 아는구나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집의 가치를 왜 집값으로만 보는지를 찬찬히 짚어내는 부분에서는 무릎을 탁 쳤어요. 발코니가 확장되어 모든 세대의 모습은 유리창 뒤로 숨어 버리고 각 집들은 개성을 잃어버린 현상을 꼬집으면서 모든 집의 모양이 획일화 되면서 가치관이 정량화되는 문제가 생겨버렸다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인스타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 공간에 왜 카페나 펜션 인증샷 남발로 이어지죠.

우리에게 '해비타드 67'같이 마당 같은 공간에서 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말에 큰 공감이 갔습니다. 법규 문제나 건설비 상승, 방수 공사와 단열 처리 같은 현실적인 벽도 함께 언급하셨는데, 법규라는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 되어서 마당 같은 발코니나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가 중산층 주거의 표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유현준 건축가의 바람에 저도 격하게 동감했습니다.



3부에서는 아시아에 건설된 7개의 건축물이 소개됩니다.

현대 건축계의 진정한 힙스터 이토 도요오의 ‘윈드타워’로 시작해, 일본 전통 건축의 공간 시퀀스와 서양 전통 건축의 기하학적 특성을 융합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 ‘아주마 하우스’, 두꺼비집을 짓는 원리를 이용해 완벽한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한 ‘데시마 미술관’, 혁신적인 구조를 이용해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CCTV 본사 빌딩’,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공간적 차이를 설명하는 대표적 하이테크 양식의 금융회사 사옥인 ‘홍콩 HSBC 빌딩’, 아랍 전통 건축에서 사용되는 마시라비야에서 모티브를 따와 환경과 물질, 현상과 체험자의 심상을 완전히 이해하고 조율한 장 누벨의 ‘아부다비 루브르’ 등을 다루고 있어요.


아시아에 있는 건축물들을 다룬 챕터라 반가우면서도 우리나라 건축물들은 목록에 없어서 살짝 아쉽더군요. 3부를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도 많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한국에서는 집에서 담장이 아주 중요한 건축 요소가 된다는 점이라던가, 일본 전통 건축에서 진입로가 복잡하게 디자인 된 이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실질적인 이유, 안도 다다오 스타일을 우리나라에스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되는 점 등 이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책을 읽어보세요!!)


건축의 묘미는 경험하는 자의 신체의 크기, 과거의 경험, 무의식 등에 의해서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건축 공간은 자세하게 설명된 소설이라기보다는 읽는 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와 더 비슷하다.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던 30편의 ‘공간의 시’가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닫는 글 중에서, p.485


유현준 건축가가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해석을 달아준 30편의 '공간의 시'-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삶과 시대가 투영된 건축물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공간에 담아야 하는 마음과 방향을 조심스레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물들을 보며 마냥 부러워할게 아니라 우리 건축물은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지어져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확장된 인문학' 책이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신 유현준 건축가에게, 또 아름다운 건축물 사진과 도면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편집하고 출간한 을유문화사 담당자분들께 감사를 전하며 독서 기록을 마무리 합니다.


*본 서평글은 을유문화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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