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개정판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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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봄볕을 받아 만물이 '열심히' 움트는계절에 나는 이 책을 마주했다.

을유문화사에서 번역 출간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는 학창시절 책상 위 한 편에 붙여 놓고 가슴에 새기던 좌우명의 기본 수식어였다. 열과 성을 다해 힘을 기울여 부지런히 무엇을 해내는 것, 그런 삶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약간 도발적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무엇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지 물음표가 떠올랐다.

작가 이름을 확인하고는 그 궁금증은 더해졌다.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로 공저를 포함해 생전에 17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사노 요코가, 첫 아이의 백일 이후부터 치열하게 일하며 살아온 그녀가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니!! 이건 분명 작가가 의도한 '반어'일거라 어설픈 추측을 하며 이 책을 펼쳤다.



띠지에 담긴 홍보문구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 저자 사노 요코의 쓰라린 일상에 바르는 빨간약 같은 이야기들'를 뒤로하고, 간략한 작가 소개가 담긴 책날개를 넘겨 판권 면을 보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2022년 4월에 출간된 화이트와 민트색 표지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가 개정판이라는 점과 일본 원서 <がんばりません>은 1985년에 출간됐다는 점이다.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사노 요코가 중년인 47살 때 남긴 에세이가 2016년에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을 만났고, 2022년 4월에 산뜻하게 표지를 바꾸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2016년 을유문화사에서 번역된 초판 책과 2022년 개정된 책을 비교해보면 책의 얼굴격인 표지는 완전히 다르다. 표지 색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기존 책의 내지에 있던 일러스트가 표지 밖으로 나왔다. 판형도 세로로 조금더 길어지고 가로 사이즈가 줄어서 들고 다니며 읽기가 조금 더 수월해졌다. 페이지수도 364쪽이었던 것이 개정판은 324쪽으로 줄었다. 내지의 일러스트 페이지들이 빠지면서 가볍고 슬림해졌다.


총 8개의 챕터로 나눠진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에는 사노 요코의 삶과 추억이 담겨 있다. 그녀가 남긴 생생한 문장은 그녀가 경험했을 그 순간으로 우리를 빠져들게 하고,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사노 요코를 평범한 옆집 언니, 동네 아줌마처럼 느끼게 만든다. 철학적인 문제를 유쾌하고 간결하게 그림책에 녹여낸 사노 요코 답게 에세이집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에도 무덤덤하고 가볍게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 그녀가 견딘 묵직한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모르는 사람은, 그림책 작가는 프릴 달린 분홍색 옷을 입고, 투명하다시피 한 먹을 것을 드시며, 남의 험담 같은 건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다. 실물인 내가 와하하하 하고 입을 쩍 벌리며 웃고, 글쎄 누가 그렇대! 하는 얘기에 혹하여 끼어드는 모습을 보고, 그림책 작가와 그림책 모두에 환멸을 느꼈다는 착한 사람을 마주칠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가 ‘꿈이 있는 멋진 일을 하고 계시군요.’ 하고 말하면 좀 거북하다.

실상의 나는 흔하디흔한, 지나치리만치 산문적인 인간이며, 이 세상의 괴로운 일들을 충분히 맛보면서 그 현실을 기꺼이 살아온 사람일 뿐이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것 없는 평균적인 일본인의 생활을, 별것 아닌 희로애락에 울고 웃으며, 생각해 보면 창피한 일 쪽을 더 많이 하면서 넉살 좋게 살아온 사람이다.

나는 그런 나를 토해 내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소곤소곤.

― p. 317, '후기' 중에서


꾸밈없이 자신을 토해낸 사노 요코의 넋두리들이 바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속 이야기들이다. 전쟁으로 인한 빈곤하고 암울한 난민 살이, 두 살 터울 오빠와 아버지의 죽음, 이혼, 홀로 키우는 아이 이야기 등 그녀의 개인사가 책 속에 촘촘히 박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둡지 않다. 그녀의 남다른 인생관과 자유분방함은 톡소는 사이다처럼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사노 요코가 ‘엄마’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 특히 고개를 끄덕이며 무한공감했다. 


여자가 한 번 어머니가 되어 버리면 어머니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남자는 아버지가 되어도 아버지 이외의 것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여자라 남자의 그런 재주가 신기하다. 세상은 무책임하게도 어머니도 인간이며 여자라고 꼬드기지만, 아무리 꼬드김을 당해도 어머니는 어머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어머니이기를 계속한다.

― p.252, .어머니란 평생 하는 여가 생활이다' 중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렵다. 어른이 되고나서도 어렵다.'고 말한 사노 요코는 무르익은 중년의 나이에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독자들과 공유했다. 딸로서, 사회인으로서, 또 어머니로서의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왜 그녀가 제목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로 정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나인 채로 할머니가 되는 거'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과 맥락이 이어진다. 어려서는 부모의 안색을, 결혼하고 나서는 상대의 기분에 맞췄고 애 낳고는 머리 가꿀 새도 없이 어머니 노릇을 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맞추려고 노력해 왔으니, 이제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겠다는 그녀의 다부진 다짐이 아니었을까? 이제 더 이상은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남을 위해 나를 열심히 맞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수 있겠다 싶었다.


재미있고 유쾌하며 피식 웃어버리게 되는 부담없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특유의 매력과 유쾌함이 우리를 포근하게 다독이는 따스한 책이다.


*본 서평글은 을유문화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미지가 조금 깨지는 즐거움이다.

혹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을 마주치는 즐거움이다. - P228

시시껄렁한 남편한테 20년이나 혹사당하며 부업인 재봉틀을 밟고 있는 분짱, 너의 평생의 믿음직한 아군은 남편이 아니고 재봉틀도 아니야. 이불이야. 매일 비프스테이크를 먹는 맹렬 할배한테 괴롭힘 당하는 미치코, 네 편은 체중 75킬로미터에 신장 170센티의 아들이 아니야. 비행 소년이 되어 버린 아들을 사랑하다가 기진맥진한 노부코, 이불만 있으면 내일 다시 일어날 수 있다니까. 이불 뒤집어쓰고 힘내자.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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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베멀먼즈 일러스트레이터 4
퀜틴 블레이크.로리 브리튼 뉴웰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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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하고 있는 더 일러스트레이터(The Illustrator) 시리즈 네 번째 책, “루드비히 베멀먼즈”. 상큼한 민트색 앞표지 속에는 그의 대표작이자 8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마들린느 시리즈 속 한 장면이 그려져 있고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사인이 각인되어 있어요. 표지를 넘기면 아이보리빛 색지에 펜과 잉크로 그린 스케치가 담겨있고 속표지를 넘기면 차례가 나옵니다. 그의 출생에서부터 성장과정,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 제법 두꺼운 112페이지 양장본 책 속에는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삶과 그의 일러스트 106컷이 가득 담겨 있어요.




상큼한 민트색 앞표지 속에는 그의 대표작이자 8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마들린느 시리즈 속 한 장면이 그려져 있고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사인이 각인되어 있어요. 표지를 넘기면 아이보리빛 색지에 펜과 잉크로 그린 스케치가 담겨있고 속표지를 넘기면 차례가 나옵니다. 그의 출생에서부터 성장과정,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 제법 두꺼운 112페이지 양장본 책 속에는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삶과 그의 일러스트 106컷이 가득 담겨 있어요.


세계적인 거장 퀜틴 블레이크가 '더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자문을 맡았고 Wellcom Trust의 수석 큐레이션으로 활동 중인 로리 브리튼 뉴웰(Laurie Britton Newell)이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여 이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글을 쓰고 자료를 모은 로리 브리튼 뉴웰은 유럽과 미국에서 현대 미술, 공예, 디자인 전반에 걸쳐 작업하는 큐레이터래요. 예술과 과학 분야를 넘나들며 일러스트레이션, 공예, 그림, 창의적 협력에 대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특기가 이 책 속에 빛을 바랍니다.




부유한 양조업자의 딸인 독일인 어머니 프란치스카와 호텔 가문의 일원이자 화가였던 벨기에인 아버지 램버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898년 이탈리아 티롤 지방의 메란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호텔이 위치한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 지방에서 자랐다고 해요. 베멀먼즈는 부모님 얼굴은 거의 못 보고 프랑스인 가정교사 손에 자라났는데, 가정교사 덕분에 프랑스어를 모어로 배웠고 그를 통해 접한 프랑스문화에 대한 경험은 마드린느가 탄생하게끔 하는 중요 모티브가 되죠.

그가 왜 호텔리어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는지, 유럽인이었던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던 이유도 소상이 담겨 있지만 제가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역시 그의 역작 ‘마들린느’가 탄생하게 된 부분이었어요.

뉴욕에 있던 그가 어찌해서 ‘파리’를 배경으로 한 마들린느를 탄생시켰는지, 마들린느라는 이름의 유래에서부터 작품 속에 담긴 기법적 특징까지... 그림책 덕후라면 알고 싶었던 작품 뒤 이야기와 일러스트 스케치들이 소상히 담겨 있어 읽는 재미, 보는 재미를 제대로 누릴 수 있었습니다.





루드비히 베멀먼즈와 잭클린 케네디와의 인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마들린느가 백악관에 방문하는 내용으로 함께 책을 기획했다니...! 역사에 '만약에'라는 명제는 참 무의미하긴 하지만 베멀먼즈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가 사망하기 전에 백악관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면 마들린느가 세계의 어떤 명소로 또 떠나게 됐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어요.


잭클린 케네디과 서신을 주고 받으며 루드비히 베멀먼즈는 이런 말을 했다고합니다.



80년 넘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루드비히 베멀먼즈. 더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루드비피 베멀먼즈]를 찬찬히 읽으며 마들린느는 그의 삶이 녹아난 살아 숨쉬는 캐릭터였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잠자리 그림책 <마들린느> 시리즈는 더 깊은 의미와 다채로운 시각으로 읽혔어요.

1939년에 처음 출판된 Madeline과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 또 다른 시리즈 5편은 모두 고전이 되어 장난감, 게임, 인형, 심지어 영화까지 탄생됐고, 할머니가 엄마에게 읽어주었듯 엄마는 자신의 아이에게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다시금 이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빨간 머리에 리본이 달린 커다란 노란색 모자를 쓴 마들린느는 여전히 전세계 아이들과 모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더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루드비히 베멀먼즈]를 통해 그의 모든 작품에서 녹아든 베멀먼즈가 삶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마들린느가 새롭게 느껴지실거예요



*본 서평글은네이버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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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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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인류 역사상 사람이 사람에게 행한 가장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비인륜적인 ‘유대인 학살’을 한 아이의 시점에서 담고 있습니다. 




2022년 사계절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는 폴란드의 저명한 유대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가타 투신스카 작가가 조시아 자이칙의 어린 시절을 전해 듣고 옮긴 글과 국내에서도 친근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원제는 폴란드어로 <Mama zawsze wraca>.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속 화자인 조시아는 특별합니다. 조시아는 1939년 5월에 태어나 1940년 가을에 바르샤바 게토에 숨겨졌죠. 지하실에서 감춰진 채 자란 조시아는 자신의 경험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그녀의 이야기는 64쪽의 책 속에 담겨집니다.





조시아 자이칙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야기를 옮겨 쓴 아가타 투신스카의 말을 빌리자면 ‘어린이 특유의 순진함과 감수성으로 이야기하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경험담’은 유대인 학살이 자행되던 시절의 공포가 도사리는 추억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한 사랑 가득한 기억이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단절된 세상 환경 속에서 게토의 지하실에 숨어 지내야했던 조시아였지만, 엄마는 조시아에게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줍니다. 엄마가 가져온 마로니에 열매, 엄마가 그려준 석탄 그림, 그리고 조각보로 완성된 인형 조지아까지. 독자들이 어둠뿐일 것이라 예측했던 조시아의 어린 시절은 엄마라는 사랑으로 빛날 수 있었고 세월이 흘러 그 시기를 이렇게 회자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조시아를 생각하는 엄마의 무한한 애정과 보호는 잔인한 현실 세계를 막아내는 엄마의 보호막이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으로 조시아의 세계는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었지요. 그렇게 아이의 유년시절과 미래는 지켜졌습니다. 이 책 제목이자 엄마가 늘 밖에 나가기 전 조시아에게 건넨 “엄마는 항상 돌아와.”는 조시아에게도 엄마에게도 공포를 이기게 하는 주문이었을 겁니다. 그 마법 같은 말 덕분에 조시아는 어머니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따뜻함과 사랑이 넘치는 언어로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그림은 글과 어우러져 더욱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 당시 책을 펼쳐 보는 듯한 빛바랜 종이와 콜라주,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섬세한 스케치는 독특한 분위기에 자아내죠. 표지에 등장한 소녀의 원피스 무늬, 앞면지와 내지 곳곳을 관통하는 장미 문양이나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수놓아져 있는 빨간 실(조시아가 숨어 있는 지하실로 이어지는 계단과 가족 앨범의 프레임)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게 합니다.


책은 특별한 띠지로 싸여있는데, 광목천 위에 장미가 수놓아져 있는 이미지입니다. 책날개 형태로 앞뒤 표지에 걸쳐진 오픈된 띠지가 아니라 아예 봉인되어 있습니다. 이 띠지를 조심조심 벗겨야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어요. 마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열어보는 듯 한 느낌도 들고, 책 속에서 유대인임을 표시한 ‘다윗의 별’ 대신 그려진 완장을 벗겨내는 행위와도 닮아 있습니다. 잔인한 역사 속 엄마와 딸의 일상을, 너무나도 끔찍한 역사적 사실을 한 겹 벗겨내고 하루하루를 버텼던 엄마와 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어요.


조시아 모녀의 역사를 담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아릿한 여운을 남깁니다. 어둡고 잔인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도 결국 미래를 지켜내게 한 것은 사랑과 희망이었어요. 잔혹한 과거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보존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이 책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에 담겨있답니다. 조금은 무겁고 아프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할 이 책,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어둡고 잔인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도 결국 미래를 지켜내게 한 것은 사랑과 희망이었어요. 잔혹한 과거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보존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이 책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에 담겨있답니다. 조금은 무겁고 아프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할 이 책,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 본 서평글은 사계절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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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야 사랑해 올리 그림책 11
바루 지음, 김여진 옮김 / 올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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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다달은 지구가 계속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왔지만 무심히 외면해왔고, 끝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으로 변형된 자연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자연을 우리 입맛대로 이용하며 자연은 무참히 파괴되었습니다. 숲은 파괴되고 강은 말라갔어요. 빙하가 녹고 멸종동물들은 늘어만 갑니다. 이제 더는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프랑스 태생의 바루(Barroux, 본명: Stéphane-Yves Barroux 스테판 이브 바루) 작가 역시 환경 의식을 갖고 <코끼리는 어디로 갔을까?>, <사라지는 섬, 투발루> 등에 이어 환경을 생각하는 이 책 <고래야 사랑해>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올리그림책 11번째 책으로 2021년 12월에 출간된 <고래야 사랑해>는 해양 오염의 실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원제는 <I LOVE YOU, BLUE>입니다. )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조나스를 따라 <고래야 사랑해>는 시작됩니다.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주는 평온함을 즐기던 조나스. 하지만 평온하던 바다는 순식간에 그 얼굴을 바꾸고 갑작스럽게 큰 파도를 만나 조나스는 바다에 표류하게 돼요. 그때 커다란 고래 파랑이가 나타나 조나스를 도와줍니다. (마치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모스와 보리스>에서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생쥐 아모스를 고래 보리스가 도와주듯 말입니다.) 이후 등대를 지키는 조나스와 파랑의 우정은 이어지지만, 평화로운 그들의 시간은 한순간 깨져버립니다. 그 이유는?! 네, 예측하신대로 해양오염 때문이었어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린 아이들도 알아보기 쉽게 풀어낸 <사랑해 고래야>는 우리가 왜 고래를, 바다를, 지구를 구해야하는지 그 상황의 심각성과 행동해야하는 이유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담아냈습니다.


<고래야 사랑해>를 탄생시킨 바루 작가는 파리에서 태어나 모로코에서 자랐는데요, 다양한 나라에서의 성장과 그래픽 디자인과 건축을 공부한 다채로운 경험은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리노컷, 흑연, 아크릴을 혼합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환경문제에 관심이 지대한 바루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자연'에 대해 이런 인터뷰를 한적이 있습니다.



Q. 작품에는 인간도 있지만 자연도 많다. 당신의 작업에서 자연은 얼마나 중요합니까?

A. 자연은 항상 내 책의 캐릭터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자연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집니다. 우리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너무 쉽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반응하고, 자연을 사물의 핵심에 두자구요, 그것이 기본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커다란 고래의 이름이 파랑(Blue)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고래를 넘어 푸른 바다, 파란 하늘, 푸른 지구 등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사랑한다고 한 대상은 고래로 한정된게 아니라 지구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인건 아닐까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푸르름과 맑음의 '파랑'을 지켜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만드는 <고래야 사랑해>. 올리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독후활동지는 환경보호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거예요. 푸른 지구(Blue Marble) 속 공존을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환경그림책으로 여러분께 추천해드립니다.



*본 서평글은 올리출판사 서포터즈 ‘올리올리2기’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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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야, 내 거!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2
엠마 야렛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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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법 같은 책, 상상력이 풍부하고 신나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엠마 야렛 작가의 신작 <내 거야, 내 거!>. 2021년 12월에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2번째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꼭 알려줘야하지만 설명이 쉽지 않은 '관점'을 이 책에서 담고 있어요.



엠마 야렛 작가 하면 일단 플랩이나 구멍을 통한 엿보기 같은 게 먼저 떠오르실 텐데(<산타에게 편지가 왔어요>, <책 먹는 도깨비 얌얌이> 등), 이 책 역시 책 표지부터 다음 페이지가 살짝 엿보이도록 뚫려있습니다. 종이공학이나 참신한 요소가 포함된 책을 선호하는 엠먀 야렛 작가다운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책 앞표지에는 네 마리의 동물. 생쥐, 개구리, 여우, 곰이 모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운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 거야, 내 거!>라는 제목 위 아래로 다이 커팅(Die Cutting) 기법으로 구멍 난 동그라미를 향해 손을 뻗고 있어요. 구멍을 통해 드러난 독특한 무늬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도대체 저 동그라미가 무엇이기에 동물들 모두가 저렇게 간절히 원하는 걸까요?

이야기는 언덕에 동그랗게 생긴 무언가의 등장으로 시작됩니다. 배가 고팠던 쥐가 가장 먼저 동그란 무언가를 발견해요. 구멍을 통해 보이는 동그란 무언가는 배고픈 생쥐에게 과일로 보입니다. 이후 자전거 바퀴가 필요한 개구리, 새 공이 필요한 여우와 새 의자가 필요한 곰이 등장하는데, 동그란 무언가는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동그란 무언가를 차지한 그들은 각자 ‘내 거야 내거!'를 외치는데,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뺏고 뺏기는 과정은 반복되는 글과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그리고 극적인 효과를 더하는 다이 커팅을 통해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그리고 폭발하듯 터지는 마지막 반전!(두둥)!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엠마 야렛 작가의 그림책다웠어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지식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며 속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관점은 달라집니다. <내 거야, 내 거!>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처럼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이죠. 그러면서 각기 다른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생겨납니다. 이야기 속 생쥐와 개구리, 여우와 곰 역시 모두 똑같이 생긴 하나의 동그란 무언가를 보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무언가는 각기 다른 물체로 표현됩니다. 본질이 무엇인지는 따지거나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그 외관만 슬쩍 보고는 자신들의 관점에서 현재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생쥐와 개구리, 여우와 곰은 주장만 하고 서로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자기 말만 하고 내게 필요한 동그라미를 차지하려고만 합니다.


서로 지지 않고 우긴다고 동그란 무언가가 내것이 되는 것도 아니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마지막 부분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 관점에서 보고 느낀대로만 이야기하던 생쥐와 개구리, 여우와 곰이 동그란 무언가의 본질을 깨닫는 부분에선 전 좀 통쾌했답니다. 자신의 관점만 고집하던 이들의 최후다웠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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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중심적인 유아기 아이들부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줄 부모님들까지- 관점의 차이를 쉽고 재미있게 만나고 싶다면, 또 동그란 무언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내 거야, 내거!> 놓치지 마세요!


*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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