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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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인류 역사상 사람이 사람에게 행한 가장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비인륜적인 ‘유대인 학살’을 한 아이의 시점에서 담고 있습니다. 




2022년 사계절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한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는 폴란드의 저명한 유대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가타 투신스카 작가가 조시아 자이칙의 어린 시절을 전해 듣고 옮긴 글과 국내에서도 친근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그림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원제는 폴란드어로 <Mama zawsze wraca>.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속 화자인 조시아는 특별합니다. 조시아는 1939년 5월에 태어나 1940년 가을에 바르샤바 게토에 숨겨졌죠. 지하실에서 감춰진 채 자란 조시아는 자신의 경험을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그녀의 이야기는 64쪽의 책 속에 담겨집니다.





조시아 자이칙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야기를 옮겨 쓴 아가타 투신스카의 말을 빌리자면 ‘어린이 특유의 순진함과 감수성으로 이야기하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경험담’은 유대인 학살이 자행되던 시절의 공포가 도사리는 추억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한 사랑 가득한 기억이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단절된 세상 환경 속에서 게토의 지하실에 숨어 지내야했던 조시아였지만, 엄마는 조시아에게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줍니다. 엄마가 가져온 마로니에 열매, 엄마가 그려준 석탄 그림, 그리고 조각보로 완성된 인형 조지아까지. 독자들이 어둠뿐일 것이라 예측했던 조시아의 어린 시절은 엄마라는 사랑으로 빛날 수 있었고 세월이 흘러 그 시기를 이렇게 회자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조시아를 생각하는 엄마의 무한한 애정과 보호는 잔인한 현실 세계를 막아내는 엄마의 보호막이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으로 조시아의 세계는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었지요. 그렇게 아이의 유년시절과 미래는 지켜졌습니다. 이 책 제목이자 엄마가 늘 밖에 나가기 전 조시아에게 건넨 “엄마는 항상 돌아와.”는 조시아에게도 엄마에게도 공포를 이기게 하는 주문이었을 겁니다. 그 마법 같은 말 덕분에 조시아는 어머니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따뜻함과 사랑이 넘치는 언어로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그림은 글과 어우러져 더욱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 당시 책을 펼쳐 보는 듯한 빛바랜 종이와 콜라주,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섬세한 스케치는 독특한 분위기에 자아내죠. 표지에 등장한 소녀의 원피스 무늬, 앞면지와 내지 곳곳을 관통하는 장미 문양이나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수놓아져 있는 빨간 실(조시아가 숨어 있는 지하실로 이어지는 계단과 가족 앨범의 프레임)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게 합니다.


책은 특별한 띠지로 싸여있는데, 광목천 위에 장미가 수놓아져 있는 이미지입니다. 책날개 형태로 앞뒤 표지에 걸쳐진 오픈된 띠지가 아니라 아예 봉인되어 있습니다. 이 띠지를 조심조심 벗겨야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어요. 마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열어보는 듯 한 느낌도 들고, 책 속에서 유대인임을 표시한 ‘다윗의 별’ 대신 그려진 완장을 벗겨내는 행위와도 닮아 있습니다. 잔인한 역사 속 엄마와 딸의 일상을, 너무나도 끔찍한 역사적 사실을 한 겹 벗겨내고 하루하루를 버텼던 엄마와 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어요.


조시아 모녀의 역사를 담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아릿한 여운을 남깁니다. 어둡고 잔인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도 결국 미래를 지켜내게 한 것은 사랑과 희망이었어요. 잔혹한 과거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보존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이 책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에 담겨있답니다. 조금은 무겁고 아프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할 이 책,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어둡고 잔인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도 결국 미래를 지켜내게 한 것은 사랑과 희망이었어요. 잔혹한 과거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보존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이 책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에 담겨있답니다. 조금은 무겁고 아프지만 그래도 꼭 읽어야할 이 책,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 본 서평글은 사계절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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