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개의 고양이
멜라니 뤼탕 지음, 김이슬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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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가 함께 산책을 한다고?? 둘이 무슨 관계지?? 궁금증을 안고 앞표지를 넘겨 면지를 마주하면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벨기에 출신의 작가 멜라니 뤼탕의 손끝에서 탄생한 수채화 번짐 기법으로 완성된 오묘한 빛. 에술이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작가의 전직이 사진작가라고 하던데, 그래서 이렇게 빛을 아릅답게 담아낸것일까요? 놀라움을 뒤로하고 ‘츠츠츠츠 츠츳 츠츠 티티티티 티티티리 티티’ 같은 의성어를 쫓아가다보면 주인공 아기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아기 고양이 표정이 영 유쾌하지 못해요. 혼자 양말을 신으려고 했는데 한 쪽은 어떻게 신었는데 다른 한쪽은 신을 수가 없었거든요. 의도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불만과 짜증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런 아기 고양이를 커다란 개 바우는 산책을 가자고 하며 이끌어요,

우리는 이들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기 고양이와 대형견 바우는 아이와 양육자의 관계로 보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부모와 아이의 모습을 같은 종- 그러니까 개와 개, 고양이와 고양이로 그려놓지 않았어요. 또 작품 속에 엄마나 아빠, 삼촌이나 할아버지 같은 어떠한 호칭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폭 넓게 이 책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단순히 아이와 부모 관계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으로 가둬두지 않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대입할 수 있게 합니다. 너무나도 다른 개와 고양이가 양육자와 아이로 등장함으로써 아이와 양육자는 서로 다름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억지로 나선 산책길이 아기 고양이에게 유쾌할 리 없죠. 좋은 날씨를 즐기며 산책길을 걷는 바우와 다르게 아기 고양이는 바우가 이야기하는 그 멋진 걸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눈을 꼭 감고 길을 걷습니다. 청개구리 모드가 발동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지지요.


서로 다른 성향의 아이와 양육자가 자연 속에서 함께 같은 경험을 공유합니다. 숨바꼭질하기 좋은 풀숲도 발견하고, 막대기를 휘휘 저으며 놀 수 있는 웅덩이도 찾았어요. 커다란 나뭇잎으로 변장놀이를 하고, 민들레 씨를 후후 불기도 해요. 솔방울을 줄 세워 보기도 하고, 빈터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했어요. 그 즐거운 순간을 함께 하는 아기 고양이와 대형견 바우의 반응은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기쁠 때 바우는 혀가 살짝 나오고 아기 고양이는 가르랑 거립니다. 아주 아주 기쁠 때, 바우는 월월 짖고, 아기 고양이는 더 크게 가르랑가르랑 한데요.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마저 각기 다른 두 존재지만 그들은 행복한 순간을 자연 속에서 함께 공유합니다.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거죠. 그리고 ‘언제나’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 해요. 아기 고양이와 개 바우의 단순한 산책은 서로의 마음을 말하고 상대에게 귀 기울이는 마음으로의 여행으로 바뀝니다. 산책길 초반의 짜증과 불만은 자연 속에서 옅어져 가요.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진 자연은 모두의 마음을 치유합니다.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어요.

이 책은 성장과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아기 고양이가 이야기 초반에 보였던 행동들은 어린 아이가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자신이 뜻 한대로 되지 않음에 화를 내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청개구리처럼 눈을 감고 길을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는 금세 자연 속에 녹아듭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난관을 극복해가면서 배워갑니다. 그 과정에서 꼭 필요했던 것은 대형견 바우처럼 아기 고양이를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무한한 지지와 영원한 사랑! 그 강력한 유대감이 미약한 우리 아이를 자라게 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던 것이죠.




아름다운 수채화로 다채롭게 표현된 아기 고양이와 대형견 바우의 하루를 쫓아가다보면,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들의 특별한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특별한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 역시 독자들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에요. 책을 직접 마주하시면서 제 3의 주인공이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디어창비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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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디자인 도서관 - 어린이와 작가를 위한 아카이브
LST Publishing House 엮음, 이현아 옮김 / 미진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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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은 빨간 표지에 도서관에서 책을 꺼내는 안경 쓴 여성(머리띠처럼 땋은 머리)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책을 비추는 스탠드 전등이 켜 있고, 책을 향해 언제든 다가갈 수 있도록 오른쪽에는 사다리도 놓여 있어요. 이 표지는 2012년 포르투갈에서 출간된 카타리나 소브럴의 <아침파(achimpa)>라는 그림책 표지입니다. (국내에는 <안녕하세요>와 <인어와 사랑에 빠진 거인들>의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도서관 기록 보관소에서 연구자가 ‘아침파’라는 단어를 발견했는데, 잊혀진지 오래 된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고 사용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어의 의미나 품사를 알지 못해 ‘아침파’를 마음대로 쓰기 시작하고 엄청나게 혼란스러워졌데요. 언어학자가 없었다면 '아침파'를 영원히 동사로 쓸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아침파’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언어학자의 연구와 노력이 있었듯 그림책의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 책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이 존재합니다. ‘어린이와 작가를 위한 아카이브’라는 부제에 걸맞게 그림책 디자인에 대한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먼저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미진사는 예술관련 도서만을 전문적으로 펴내며 40여 년간 미술 출판 외길을 걸어온 출판사입니다. 이런 미진사가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그림책’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간파하고 이 책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합니다.

국내에서만도 1년에도 수백 권의 그림책이 출간되는데 전 세계 그림책을 모두 다룰 수 있을까 살짝 노파심도 읽고 한 사람이 정리하고 담아내기에는 그림책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넓고 다양해서 걱정했는데, 이 책을 엮은 것은 LST Publishing House 그래픽디자인 편집팀 입니다. 한 사람만의 편향된 생각이나 시선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선과 의견이 조율되어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이 완성된 것이죠.


또 12년차 교사이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인 이현아 선생님이 이 책을 번역했습니다. 차례를 넘기면 옮긴이의 말이 담겨있는데,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은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그림책을 수집해 정돈해놓은 책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 모아서 표현 기법과 디자인에 따라 분류하여 책 한권에 보관해두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어린이 책을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다양한 그림책 창작 사례를 참고하고 싶은 사람, 그림책이라는 예술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 또 창작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을 추천하고 있어요.

저는 두 번째로 언급한 ‘그림책이라는 예술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 펼쳐진 초대의 글을 쓴 인물 때문에 이 책에 빠지게 됐어요. 초대의 글을 쓴 마누엘 마르솔은 제가 애정하는 그림책 작가거든요. <거인의 시간>이나 <백주의 결투>, <뮤지엄>, 최근에는 <숲의 요괴>가 국내에 번역되었는데, 늘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림책 독자들을 그림책 속에 빠지게 하는 작가입니다. 마누엘 마르솔 작가 역시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에 대해 그림책 창작을 위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아카이브며,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고 창조력을 얻을 수 있도록 광범위한 형식과 양식을 두루 다루고 있다고 밝혔어요.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은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린이 책이 무엇인지 그 역사적 배경과 분류방법, 크기와 판형, 구도와 구조 등이 다루어져 있고, 어린이 책을 즐겁게 디자인 하는 방법에서는 그래픽 레이아웃, 서체나 색상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기법 등을 소개합니다. 이어 독자와 상호 작용하는 읽기를 위한 다채로운 방법들과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그림책을 더 넓고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합니다.

79명의 북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든 102개의 환상적인 어린이 책을 모아 디자인 측면에서 아카이브한 책으로 어린이 책을 쓰고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는 어린이 책을 즐겁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다룬 부분이에요. 미술 비전공자라서 그림책 관련 도서들을 읽을 때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를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최신 경향을 짚어주는 그림책 사진들로 이해를 높입니다. 150여 개의 사례를 보여주며 더 아름답고 혁신적인 그림책을 찾아보게 하고, 어린이 책을 쓰고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이드 하고 있어요.




이 책의 단 하나 단점을 꼽자면, 그림책 덕후들이 이 책을 보면 그림책 소장욕구가 불타오른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글과 그림이 있는 그림책들이 아니라 불빛을 비추면 안에 그림이 변하거나, 책장을 넘기면 무지개가 생기는 새롭고 재미난 책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저 책들을 다 소유하고 직접 보고 싶은 욕심이 나서 살짝 애가 타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 소개된 요소요소들을 다 따져가며 그림책을 봐야하는지, 어린이 책을 공부하면서 봐야하냐고 말입니다. 그런 분께 이렇게 답해드리고 싶어요. 익히 알고 있는 맛의 치킨도 어떤 소스를 더하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어떤 디자인적 측면에서 그림책을 풀어냈는지 알고 본다면 기존에 읽으며 느꼈던 그림책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림책을 보고 누릴 수 있는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이죠. 그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림책에 대한 판에 박힌 생각이 깨지고 전 세계의 다양한 그림책을 단 한 권으로 모두 만나보게 하는 매력적인 책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 2021년 12월, 그림책 덕후들에게는 이 책이 그 무엇보다 큰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여러분도 이 선물같은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좋아서 하는 그림책 카페(좋그연)>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 미진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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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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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릭터들, 따스한 색감, 독특한 상상력과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 그동안 만났던 안녕달 작가의 작품들의 특징인데요, 이번 신작 역시 안녕달 작가의 전매특허는 여전합니다. 저는 운좋게도 창비에서 진행한 가재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정식 출간 전에 <눈아이>를 조금 더 빨리 만나볼 수 있었어요.



하얀 눈을 배경으로 목도리를 두른 한 아이와 눈아이(눈사람 아님!)가 책 표지에 등장해요. 표지 앞뒤면을 펼치면 앞표지에서는 볼 수 없는 들꽃이 핀 연두빛 풀밭이 보입니다. 하나의 공간에 존재하는 두 개의 계절은 사건의 복선처럼 깔려있어요. 화사한 봄의 풀밭은 어둡고 슬픈 헤어짐을 나타내는 복선이 아니라 '눈부신 봄' 같은 결말에 대한 힌트랄까요??!!



속표지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눈사람’의 형태가 보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눈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뭉쳐서 두 개를 만든 다음 큰 덩어리는 몸통으로, 작은 덩어리는 머리로 올리죠. 그리고 주위에 물건들을 활용해 눈, 코, 입 등을 표현하죠. 나뭇가지 등으로 팔을 만들기도 하고 모자나 목도리, 장갑을 이용해서 장식도 해주고요. 그런데 책 제목은 ‘눈사람’이 아니라 ‘눈아이’입니다. 다 큰 성인, 어른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막 태어난 아기’를 뜻하는 ‘아이’라는 단어를 콕 집어 사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속표지 속 눈덩이에는 어떤 장식도 없어요. 진짜 갓 내린 눈으로 만든 신생아 같은 ‘눈아이’인가봅니다.



한 아이가 등굣길에 눈아이를 발견합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늦게 눈아이가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죠. 교실에는 머리카락이 노란 친구, 머리카락이 꼬불꼬불한 친구, 피부색이 조금 다른 친구 등 다양한 모습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펼친 국어 교과서 속에는 <눈아이>라는 시가 담겨있어요. 안녕달 작가님의 숨겨놓은 깨알디테일인거겠지요?


학교를 마치자마자 아이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뽀득뽀득' 움직이는 눈아이를 다시 보러 갑니다.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인지 확인하러 간 것이죠. 그리고 아이는 눈덩이를 더 뭉쳐서 눈아이에게 손과 발을 만들어주고, 작은 손가락으로 두 눈과 입도 그려줍니다.


그렇게 말문이 트인 눈아이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우리 아이들이 그랬듯 세상에 대한 감탄과 표현할 수 있음에 놀라움을 끝없이 뱉어냅니다. 배고파하는 눈아이를 위해 아이는 장갑도 벗은 채 눈빵을 만들어줘요. 눈만 마주쳐도 꺄르르~ 웃음이 터지는 아이와 눈아이. 하지만 마주 잡은 손 때문에 녹아버리는 눈아이를 보며 주인공 아이와 독자는 어렴풋이 느낍니다. 아이와 눈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계절이 그리 길지 않을 거라는걸요. 겨울이란 계절이 깊어갈수록, 눈아이는 커져갑니다. 그들의 추억도 쌓여가죠. 하지만 계절은 변하고 눈아이는 점점 녹습니다.



긴 문장이나 미사어구는 없이도 이 책은 한없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아이의 상상과 믿음이 키운 ‘우정’이 독자들의 마음도 훈훈하게 데워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한 잡지 인터뷰에서 안녕달 작가님이 “앞으로 어떤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더라고요.


뒷면지 속 발자국까지 완벽한 결말을 보여주는 <눈아이>. 안녕달 작가님이 말한 버리지 못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은 책이 제겐 <눈아이>가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줄 훈훈한 그림책으로 추천해드려요. 💕


*본 서평글은 창비 출판사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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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9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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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펜과 에릭 펜은 형제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일리노이에서 태어난 형 테리 펜과 하와이에서 태어난 동생 에릭 펜은 토론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온타리오 예술디자인 학교에서 테리는 미술을, 에릭은 일러스트레이션과 조소, 영화를 전공합니다.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형제들인 거죠. 각자의 따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2016년 <한밤의 정원사>를 시작으로 두 형제는 의기투합해 함께 그림책을 만듭니다. 올해 북극곰 출판사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그림책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도 형제들의 합작품이죠.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흑백톤 그림 속에 컬러로 반짝이는 유리구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죠? 은박이 입혀진 제목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 아래에는 구슬 주위로 곤충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림책 앞뒤면을 펼쳐보면 조금 떨어진 수풀 속 번뜩이는 눈이 보입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해 먼발치에서 구슬을 보고 있지만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듯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에요.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에메랄드빛 앞면지를 넘기면 하늘에서 떨어진 보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속표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네, 맞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보물'은 우리에겐 그저 평범하고 흔한 장난감인 유리구슬이었어요.



독자인 우리는 이미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뭔가가 떨어졌어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하늘에서 떨어진 구슬에 제각기 반응하는 곤충들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자연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유리구슬’을 마주한 곤충들은 그들이 그동안 살면서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들을 배경으로 구슬을 대하고 설명합니다.


곤충들의 다양한 반응에 사로잡혀 수풀 속에서 유리구슬을 주시하는 존재를 놓치셨다면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보세요. 주인공인 거미가 전면에 등장하기 전 어떤 식으로 그림 속에 녹아 있었는지, 얼마나 집요하게 유리구슬에 관심을 보였는지 확인할 수 있답니다.



찰스 디킨스의 고전 <크리스마스 캐럴> 속 주인공인 욕심많은 고리대금업자 스크루지를 떠올리게 하는 톱 햇(Top Hat)과 격식을 갖춰 차려입은듯 나비넥타이를 한 거미는 유리구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자신의 거미줄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자기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때부터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거미의 모습은 한 편의 우화처럼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엿보였고, 스크루지 같던 거미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어요. 다리 다섯 달린 괴물의 등장에선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구요. 이후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한 <하늘에사 보물이 떨어졌어요!>는 여러분이 직접 그림책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전부 얘기해드리면 그림책에서 누릴 즐거움을 제가 앗아가게 될테니까요. ^^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미가 어두운 밤에 무엇을 해야 할지 별을 보며 깨닫는 장면입니다. 목동들은 가축을 지키며 별들 속에서 동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뱃사람들이 망망대해에서 별을 통해 나아갈 길을 찾았던 것처럼 거미 역시 반짝이는 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고 나아가야할 길을 찾습니다.


펜 형제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저 말 같았어요.


에릭 펜이 자신의 SNS에 올린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이 되어 있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주위에 만연한 물질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답니다. 관대한 행동이 어떻게 공동체를 묶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요.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우리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이라면서 말이죠.


공유하는 세상, 함께 누리는 공동체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고, 세밀하면서도 디테일한 펜 형제의 그림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화되는 부분에서는 영화 <플레전트빌(Pleasantville)>이 떠오르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데, 정말 멋진데 글로 다 설명할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럴 땐???!!! 여러분이 직접 그림책을 펼치고 꼭 두 눈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담으시면 됩니다. 펜 형제의 놀랍도록 디테일한 그림과 놀라운 색상들, 위트 넘치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 곤충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보석같은 우화를 여러분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별은 누구에게나 빛을 비추고 있었지요. 욕심쟁이 거미에게도 말입니다. 거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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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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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라고 단어의 뜻을 설명합니다.


‘동화 같은 풍경,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이란 표현은 현실에선 보기 힘든 아름답고 환상적이라는 뜻을 포함하죠. 그런데 최근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찾아 읽기 시작한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화 읽는 어른’이란 책모임이나 관련 강연들도 자주 보이고,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의 리커버판이 출판사별로 다양하게 출간되기도 해요. 동화 속 등장인물들에게 매력을 느끼고, 새롭게 재해석하며 동화의 내용을 더 깊이 파고드는 어른들, 꼬꼬마 시절에 읽었던 이야기를 20년, 30년이 지나 다시 읽으며 새로운 즐거움을 누리는 어른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거겠죠. 이 책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역시 그런 ‘어른 독자층’을 위해 탄생한 책입니다.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 속 명언 320가지’라는 부제와 ‘유독 지친 날, 한줄기 위로가 되어주는 동화 속 이야기’라는 문구가 앞표지를 장식하고 있고, 뒤표지에는 목차를 펼쳐보지 않아도 친절하게 책 안에 담긴 내용을 5가지 파트로 나눠 선보이고 있어요. ‘잃어버린 가치를 찾아, 불안한 시간을 위하여, 모험과 불확실함 속에서, 특별한 세상을 마주하여, 그리고 마지막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며...’ 까지, 5가지 주제로 각기 5편의 동화가 선별되었고, 그 동화 속 주옥같은 명언들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동화가 어떤 식으로 담겼을지, 과연 내가 떠올린 그 동화가 이 책 안에 담겨 있을지 궁금증을 일으키는데요, 급하게 표지를 넘깁니다.


책날개에 담긴 작가 소개글에서 이 책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의 이서희 작가는 어른이 된 후, 우연히 동화 <파랑새>를 다시 읽은 후, 이 책 속 한 줄의 명언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동화 속 명언을 펼쳐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길 바라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어요.



프롤로그를 지나 작가가 위안을 받았다는 파랑새 이미지를 넘기면, 어떤 동화가 담겨 있는지 차례가 펼쳐지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첫 번째 파트는 “잃어버린 가치를 찾아....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함”이에요.

무기력한 일상과 익숙함 속에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가치를 되새기는 동화들! 작가는 그 첫 번째 동화로 <샬롯의 거미줄>을 꼽았네요.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샬롯의 거미줄>은 새끼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의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윌버와 샬롯의 우정이 윌버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돼지로 만들어주었고, 생명을 지켜내기도 합니다.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우정‘이라는 가치를 첫번째 파트인 "잃어버린 가치를 찾아서"에서 첫번째로 언급하고 있는데요, <샬롯의 거미줄>의 스토리, 책 속에 담긴 명언들, 저자 E.B화이트에 대한 정보와 독자들이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사색의 페이지까지 담겨 있답니다.


책을 차례대로 읽어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동화책들 파트를 먼저 찾아보았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는 세 번째 파트인 “모험과 불확실함 속에서... 긴 여정을 이겨낼 힘” 속에 있었습니다. 부제가 '행복이 기다리는 목적지'라 붙여져 있는 <오즈의 마법사> 속에서 작가는 긴 여정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가장 진실 되게 원하는지, 무엇을 위해 그 길 위에 서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착각하기도 하고, 갖고 있는 것을 잃어버렸다 여기기도 하니까요.




우리 삶을 통찰하게 하고 그 안에서 감동 찾을 수 있는 동화. 어쩌면 우리가 영원히 동화를 놓지 못하는 것은 내 안의 저 아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어른인 우리 모두는 처음엔 다 어린 아이였으니까요.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힐링서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책을 펼치는 순간 위로와 휴식이 당신 곁을 찾아들겁니다.


*본 서평글은 리텍콘텐츠 출판사가 진행한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바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 안엔는 여전히 어린 아이가 머물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화는 우리 모두의 책이기도 합니다. 동화를 읽으며 어린 시절 배웠던 따듯한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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