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9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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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펜과 에릭 펜은 형제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일리노이에서 태어난 형 테리 펜과 하와이에서 태어난 동생 에릭 펜은 토론토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온타리오 예술디자인 학교에서 테리는 미술을, 에릭은 일러스트레이션과 조소, 영화를 전공합니다. 예술가의 피가 흐르는 형제들인 거죠. 각자의 따로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2016년 <한밤의 정원사>를 시작으로 두 형제는 의기투합해 함께 그림책을 만듭니다. 올해 북극곰 출판사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그림책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도 형제들의 합작품이죠.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흑백톤 그림 속에 컬러로 반짝이는 유리구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죠? 은박이 입혀진 제목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 아래에는 구슬 주위로 곤충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림책 앞뒤면을 펼쳐보면 조금 떨어진 수풀 속 번뜩이는 눈이 보입니다. 선뜻 다가가지 못해 먼발치에서 구슬을 보고 있지만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듯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에요.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에메랄드빛 앞면지를 넘기면 하늘에서 떨어진 보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속표지를 마주하게 됩니다. 네, 맞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보물'은 우리에겐 그저 평범하고 흔한 장난감인 유리구슬이었어요.



독자인 우리는 이미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뭔가가 떨어졌어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하늘에서 떨어진 구슬에 제각기 반응하는 곤충들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자연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유리구슬’을 마주한 곤충들은 그들이 그동안 살면서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들을 배경으로 구슬을 대하고 설명합니다.


곤충들의 다양한 반응에 사로잡혀 수풀 속에서 유리구슬을 주시하는 존재를 놓치셨다면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보세요. 주인공인 거미가 전면에 등장하기 전 어떤 식으로 그림 속에 녹아 있었는지, 얼마나 집요하게 유리구슬에 관심을 보였는지 확인할 수 있답니다.



찰스 디킨스의 고전 <크리스마스 캐럴> 속 주인공인 욕심많은 고리대금업자 스크루지를 떠올리게 하는 톱 햇(Top Hat)과 격식을 갖춰 차려입은듯 나비넥타이를 한 거미는 유리구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자신의 거미줄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자기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때부터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거미의 모습은 한 편의 우화처럼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엿보였고, 스크루지 같던 거미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어요. 다리 다섯 달린 괴물의 등장에선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구요. 이후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한 <하늘에사 보물이 떨어졌어요!>는 여러분이 직접 그림책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전부 얘기해드리면 그림책에서 누릴 즐거움을 제가 앗아가게 될테니까요. ^^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미가 어두운 밤에 무엇을 해야 할지 별을 보며 깨닫는 장면입니다. 목동들은 가축을 지키며 별들 속에서 동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뱃사람들이 망망대해에서 별을 통해 나아갈 길을 찾았던 것처럼 거미 역시 반짝이는 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고 나아가야할 길을 찾습니다.


펜 형제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저 말 같았어요.


에릭 펜이 자신의 SNS에 올린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이 되어 있었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주위에 만연한 물질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을 나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답니다. 관대한 행동이 어떻게 공동체를 묶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요.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우리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이라면서 말이죠.


공유하는 세상, 함께 누리는 공동체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고, 세밀하면서도 디테일한 펜 형제의 그림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화되는 부분에서는 영화 <플레전트빌(Pleasantville)>이 떠오르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데, 정말 멋진데 글로 다 설명할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럴 땐???!!! 여러분이 직접 그림책을 펼치고 꼭 두 눈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담으시면 됩니다. 펜 형제의 놀랍도록 디테일한 그림과 놀라운 색상들, 위트 넘치는 이야기가 담긴 <하늘에서 보물이 떨어졌어요!>. 곤충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보석같은 우화를 여러분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카페 '책이 있는 마을, 북촌'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를 통해,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별은 누구에게나 빛을 비추고 있었지요. 욕심쟁이 거미에게도 말입니다. 거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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