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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릭터들, 따스한 색감, 독특한 상상력과 마음을 울리는 스토리... 그동안 만났던 안녕달 작가의 작품들의 특징인데요, 이번 신작 역시 안녕달 작가의 전매특허는 여전합니다. 저는 운좋게도 창비에서 진행한 가재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정식 출간 전에 <눈아이>를 조금 더 빨리 만나볼 수 있었어요.

하얀 눈을 배경으로 목도리를 두른 한 아이와 눈아이(눈사람 아님!)가 책 표지에 등장해요. 표지 앞뒤면을 펼치면 앞표지에서는 볼 수 없는 들꽃이 핀 연두빛 풀밭이 보입니다. 하나의 공간에 존재하는 두 개의 계절은 사건의 복선처럼 깔려있어요. 화사한 봄의 풀밭은 어둡고 슬픈 헤어짐을 나타내는 복선이 아니라 '눈부신 봄' 같은 결말에 대한 힌트랄까요??!!

속표지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눈사람’의 형태가 보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눈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뭉쳐서 두 개를 만든 다음 큰 덩어리는 몸통으로, 작은 덩어리는 머리로 올리죠. 그리고 주위에 물건들을 활용해 눈, 코, 입 등을 표현하죠. 나뭇가지 등으로 팔을 만들기도 하고 모자나 목도리, 장갑을 이용해서 장식도 해주고요. 그런데 책 제목은 ‘눈사람’이 아니라 ‘눈아이’입니다. 다 큰 성인, 어른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막 태어난 아기’를 뜻하는 ‘아이’라는 단어를 콕 집어 사용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속표지 속 눈덩이에는 어떤 장식도 없어요. 진짜 갓 내린 눈으로 만든 신생아 같은 ‘눈아이’인가봅니다.

한 아이가 등굣길에 눈아이를 발견합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늦게 눈아이가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죠. 교실에는 머리카락이 노란 친구, 머리카락이 꼬불꼬불한 친구, 피부색이 조금 다른 친구 등 다양한 모습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펼친 국어 교과서 속에는 <눈아이>라는 시가 담겨있어요. 안녕달 작가님의 숨겨놓은 깨알디테일인거겠지요?
학교를 마치자마자 아이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뽀득뽀득' 움직이는 눈아이를 다시 보러 갑니다.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인지 확인하러 간 것이죠. 그리고 아이는 눈덩이를 더 뭉쳐서 눈아이에게 손과 발을 만들어주고, 작은 손가락으로 두 눈과 입도 그려줍니다.

그렇게 말문이 트인 눈아이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우리 아이들이 그랬듯 세상에 대한 감탄과 표현할 수 있음에 놀라움을 끝없이 뱉어냅니다. 배고파하는 눈아이를 위해 아이는 장갑도 벗은 채 눈빵을 만들어줘요. 눈만 마주쳐도 꺄르르~ 웃음이 터지는 아이와 눈아이. 하지만 마주 잡은 손 때문에 녹아버리는 눈아이를 보며 주인공 아이와 독자는 어렴풋이 느낍니다. 아이와 눈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계절이 그리 길지 않을 거라는걸요. 겨울이란 계절이 깊어갈수록, 눈아이는 커져갑니다. 그들의 추억도 쌓여가죠. 하지만 계절은 변하고 눈아이는 점점 녹습니다.

긴 문장이나 미사어구는 없이도 이 책은 한없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아이의 상상과 믿음이 키운 ‘우정’이 독자들의 마음도 훈훈하게 데워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한 잡지 인터뷰에서 안녕달 작가님이 “앞으로 어떤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더라고요.

뒷면지 속 발자국까지 완벽한 결말을 보여주는 <눈아이>. 안녕달 작가님이 말한 버리지 못하고 다시 꺼내보고 싶은 책이 제겐 <눈아이>가 될 것 같습니다. 2021년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줄 훈훈한 그림책으로 추천해드려요. 💕
*본 서평글은 창비 출판사에서 진행한 가제본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