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개의 고양이
멜라니 뤼탕 지음, 김이슬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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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가 함께 산책을 한다고?? 둘이 무슨 관계지?? 궁금증을 안고 앞표지를 넘겨 면지를 마주하면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벨기에 출신의 작가 멜라니 뤼탕의 손끝에서 탄생한 수채화 번짐 기법으로 완성된 오묘한 빛. 에술이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작가의 전직이 사진작가라고 하던데, 그래서 이렇게 빛을 아릅답게 담아낸것일까요? 놀라움을 뒤로하고 ‘츠츠츠츠 츠츳 츠츠 티티티티 티티티리 티티’ 같은 의성어를 쫓아가다보면 주인공 아기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아기 고양이 표정이 영 유쾌하지 못해요. 혼자 양말을 신으려고 했는데 한 쪽은 어떻게 신었는데 다른 한쪽은 신을 수가 없었거든요. 의도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불만과 짜증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런 아기 고양이를 커다란 개 바우는 산책을 가자고 하며 이끌어요,

우리는 이들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기 고양이와 대형견 바우는 아이와 양육자의 관계로 보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부모와 아이의 모습을 같은 종- 그러니까 개와 개, 고양이와 고양이로 그려놓지 않았어요. 또 작품 속에 엄마나 아빠, 삼촌이나 할아버지 같은 어떠한 호칭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폭 넓게 이 책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단순히 아이와 부모 관계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으로 가둬두지 않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대입할 수 있게 합니다. 너무나도 다른 개와 고양이가 양육자와 아이로 등장함으로써 아이와 양육자는 서로 다름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억지로 나선 산책길이 아기 고양이에게 유쾌할 리 없죠. 좋은 날씨를 즐기며 산책길을 걷는 바우와 다르게 아기 고양이는 바우가 이야기하는 그 멋진 걸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눈을 꼭 감고 길을 걷습니다. 청개구리 모드가 발동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지지요.


서로 다른 성향의 아이와 양육자가 자연 속에서 함께 같은 경험을 공유합니다. 숨바꼭질하기 좋은 풀숲도 발견하고, 막대기를 휘휘 저으며 놀 수 있는 웅덩이도 찾았어요. 커다란 나뭇잎으로 변장놀이를 하고, 민들레 씨를 후후 불기도 해요. 솔방울을 줄 세워 보기도 하고, 빈터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했어요. 그 즐거운 순간을 함께 하는 아기 고양이와 대형견 바우의 반응은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기쁠 때 바우는 혀가 살짝 나오고 아기 고양이는 가르랑 거립니다. 아주 아주 기쁠 때, 바우는 월월 짖고, 아기 고양이는 더 크게 가르랑가르랑 한데요.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마저 각기 다른 두 존재지만 그들은 행복한 순간을 자연 속에서 함께 공유합니다.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거죠. 그리고 ‘언제나’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 해요. 아기 고양이와 개 바우의 단순한 산책은 서로의 마음을 말하고 상대에게 귀 기울이는 마음으로의 여행으로 바뀝니다. 산책길 초반의 짜증과 불만은 자연 속에서 옅어져 가요. 그렇게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진 자연은 모두의 마음을 치유합니다.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어요.

이 책은 성장과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합니다. 아기 고양이가 이야기 초반에 보였던 행동들은 어린 아이가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자신이 뜻 한대로 되지 않음에 화를 내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청개구리처럼 눈을 감고 길을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는 금세 자연 속에 녹아듭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난관을 극복해가면서 배워갑니다. 그 과정에서 꼭 필요했던 것은 대형견 바우처럼 아기 고양이를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무한한 지지와 영원한 사랑! 그 강력한 유대감이 미약한 우리 아이를 자라게 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던 것이죠.




아름다운 수채화로 다채롭게 표현된 아기 고양이와 대형견 바우의 하루를 쫓아가다보면,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들의 특별한 관계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특별한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 역시 독자들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에요. 책을 직접 마주하시면서 제 3의 주인공이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미디어창비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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