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디자인 도서관 - 어린이와 작가를 위한 아카이브
LST Publishing House 엮음, 이현아 옮김 / 미진사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은 빨간 표지에 도서관에서 책을 꺼내는 안경 쓴 여성(머리띠처럼 땋은 머리)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책을 비추는 스탠드 전등이 켜 있고, 책을 향해 언제든 다가갈 수 있도록 오른쪽에는 사다리도 놓여 있어요. 이 표지는 2012년 포르투갈에서 출간된 카타리나 소브럴의 <아침파(achimpa)>라는 그림책 표지입니다. (국내에는 <안녕하세요>와 <인어와 사랑에 빠진 거인들>의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도서관 기록 보관소에서 연구자가 ‘아침파’라는 단어를 발견했는데, 잊혀진지 오래 된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고 사용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어의 의미나 품사를 알지 못해 ‘아침파’를 마음대로 쓰기 시작하고 엄청나게 혼란스러워졌데요. 언어학자가 없었다면 '아침파'를 영원히 동사로 쓸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아침파’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언어학자의 연구와 노력이 있었듯 그림책의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 책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이 존재합니다. ‘어린이와 작가를 위한 아카이브’라는 부제에 걸맞게 그림책 디자인에 대한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먼저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미진사는 예술관련 도서만을 전문적으로 펴내며 40여 년간 미술 출판 외길을 걸어온 출판사입니다. 이런 미진사가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그림책’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간파하고 이 책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합니다.

국내에서만도 1년에도 수백 권의 그림책이 출간되는데 전 세계 그림책을 모두 다룰 수 있을까 살짝 노파심도 읽고 한 사람이 정리하고 담아내기에는 그림책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넓고 다양해서 걱정했는데, 이 책을 엮은 것은 LST Publishing House 그래픽디자인 편집팀 입니다. 한 사람만의 편향된 생각이나 시선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선과 의견이 조율되어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이 완성된 것이죠.


또 12년차 교사이자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인 이현아 선생님이 이 책을 번역했습니다. 차례를 넘기면 옮긴이의 말이 담겨있는데,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은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그림책을 수집해 정돈해놓은 책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 모아서 표현 기법과 디자인에 따라 분류하여 책 한권에 보관해두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어린이 책을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거나 다양한 그림책 창작 사례를 참고하고 싶은 사람, 그림책이라는 예술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 또 창작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을 추천하고 있어요.

저는 두 번째로 언급한 ‘그림책이라는 예술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 펼쳐진 초대의 글을 쓴 인물 때문에 이 책에 빠지게 됐어요. 초대의 글을 쓴 마누엘 마르솔은 제가 애정하는 그림책 작가거든요. <거인의 시간>이나 <백주의 결투>, <뮤지엄>, 최근에는 <숲의 요괴>가 국내에 번역되었는데, 늘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림책 독자들을 그림책 속에 빠지게 하는 작가입니다. 마누엘 마르솔 작가 역시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에 대해 그림책 창작을 위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아카이브며,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고 창조력을 얻을 수 있도록 광범위한 형식과 양식을 두루 다루고 있다고 밝혔어요.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은 크게 4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린이 책이 무엇인지 그 역사적 배경과 분류방법, 크기와 판형, 구도와 구조 등이 다루어져 있고, 어린이 책을 즐겁게 디자인 하는 방법에서는 그래픽 레이아웃, 서체나 색상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기법 등을 소개합니다. 이어 독자와 상호 작용하는 읽기를 위한 다채로운 방법들과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그림책을 더 넓고 깊이 있게 바라보게 합니다.

79명의 북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든 102개의 환상적인 어린이 책을 모아 디자인 측면에서 아카이브한 책으로 어린이 책을 쓰고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는 어린이 책을 즐겁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다룬 부분이에요. 미술 비전공자라서 그림책 관련 도서들을 읽을 때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를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최신 경향을 짚어주는 그림책 사진들로 이해를 높입니다. 150여 개의 사례를 보여주며 더 아름답고 혁신적인 그림책을 찾아보게 하고, 어린이 책을 쓰고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이드 하고 있어요.




이 책의 단 하나 단점을 꼽자면, 그림책 덕후들이 이 책을 보면 그림책 소장욕구가 불타오른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글과 그림이 있는 그림책들이 아니라 불빛을 비추면 안에 그림이 변하거나, 책장을 넘기면 무지개가 생기는 새롭고 재미난 책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저 책들을 다 소유하고 직접 보고 싶은 욕심이 나서 살짝 애가 타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 소개된 요소요소들을 다 따져가며 그림책을 봐야하는지, 어린이 책을 공부하면서 봐야하냐고 말입니다. 그런 분께 이렇게 답해드리고 싶어요. 익히 알고 있는 맛의 치킨도 어떤 소스를 더하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어떤 디자인적 측면에서 그림책을 풀어냈는지 알고 본다면 기존에 읽으며 느꼈던 그림책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림책을 보고 누릴 수 있는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이죠. 그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림책에 대한 판에 박힌 생각이 깨지고 전 세계의 다양한 그림책을 단 한 권으로 모두 만나보게 하는 매력적인 책 <그림책 디자인 도서관>. 2021년 12월, 그림책 덕후들에게는 이 책이 그 무엇보다 큰 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여러분도 이 선물같은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좋아서 하는 그림책 카페(좋그연)>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 미진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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