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키비움 J 다홍 - 그림책 잡지 라키비움 J
제이포럼 외 지음 / 제이포럼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잡지’라는 특화된 주제로 벌써 7번째 발행된 잡지가 있습니다.



라키비움J 다홍!

라키비움(Larchiveum)은 도서관 Library와 기록관 Archives 박물관 Museum 의 합성어이고 여기에 J가 더해졌습니다. 이 잡지 서문에 J의 다양한 뜻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아랫줄에 적힌 이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라키비움J는 당신과 그림책 세상을 연결하는(Join) 독자 기반 그림책 잡지이다.

그림책 세상을 연결하는 독자 기반 그림책 잡지. 왜 독자 기반이란 표현이 있을까 궁금하실 텐데, 필진으로 참여한 분들 대부분이 네이버 그림책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의 운영진이자 회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림책을 연구하고 정보를 공유하다가 그림책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잡지까지 만든 거죠.

각호마다 레드, 옐로, 민트, 보라, 핑크 등 표지색을 표제호로 붙였는데(예외로 롤리팝의 경우 레드부터 보라까지 4권을 엮은 합본호), 1호부터 4호까지는 오픈 마켓에서 출간 즉시 입소문을 타고 매진 기록을 세운 전무후무한 인기 그림책 잡지입니다.


이번 7번째 라키비움J은 ‘다홍’입니다. 총 264쪽으로 앞선 롤리팝(232쪽)보다는 32쪽, 핑크(196쪽)보다는 68쪽이 늘어났구요, 그만큼 수록된 기사와 글들은 더 다채롭고 깊이 있어졌습니다.

표지그림은 ‘우리 창작 그림책 1세대’ 로 꼽히는 이억배 작가님이 맡으셨어요. 책으로 만들어진 집 속 책 읽는 아이가 보이고 그 주위로 놀라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두더지, 호랑이, 토끼, 기린 등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책을 읽고, '책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책 풍선을 잡고 악어는 두둥실 하늘로 날아가려는... 어떤 상상도 모두 허용되는 책의 세계! 그림책 잡지 표지로 찰떡이지요?


판화 그림책의 아름다움과 기법에 따른 특징을 소개해주는 글부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그림책 상 ‘케이트 그리너웨이상’의 이름이 바뀐 이유, 책이라는 물성을 이용한 구멍 난 책에 대한 기사도 흥미로웠고, 부모들은 열망하지만 아이들은 심드렁한 논픽션 그림책에 빠지게 하는 비결, 다채로운 그림책 놀이법, 그림책과 문해력의 관계나 그림책의 힘을 다룬 글, 영어 그림책 중에서도 파닉스 하는 아이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 총집합, 우정에 관한 그림책을 다룬 기사 등은 그림책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될 만한 글이었습니다.


그림책과 전집, 동화 등의 장르를 불문하고 ‘수원 화성’이 궁금한 부모와 아이들 모두 빠져들게 만들 수원화성 기획기사, 아이 기질 맞춤 그림책 이야기, 칼데콧 상을 네 번이나 받은 거장 폴 O. 젤렌스키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는 라키비움J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었고 이시내 선생님이 쓴 ‘기록’에 관한 기사나 하예라 기자님의 음악(슈만)과 그림책을 연결시킨 기사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두 분의 평소 성향과 관심사가 듬뿍 묻어나 있고, 현재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노인경 작가의 인터뷰는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작은 기쁨으로 다가왔어요. 또 ‘엄마표’라는 표현에 대한 편집장 전은주님의 사려깊은 글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었어요.


라키비움J의 '메인디쉬'라 할 수 있는 ‘아르고스(Argos)’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지요?

책이 묶여있는 책등 반대쪽인 책배 쪽을 보시면 아르고스 기사 부분만 표제호 색으로 구별되어 있는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열과 공을 들인 기사들이 수록되있는 부분이죠. 그리스 신화 속 눈이 100개 달린 괴물 아르고스처럼 한 권의 그림책을 100가지 눈으로 모두 다르게 보면서도 그램책을 꿰뚫어보는 하나의 시각을 의미하는데, 이번 '다홍' 호에서 꿰뚫어 본 책은 <간다아아!>였습니다.


코리R. 테이버 작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제목에 담긴 이야기와 원서 제목과 다른 우리말 제목이 다른 그림책들, <간다아아!> 속 주인공 멜처럼 작지만 존재감 뿜뿜하며 그림책 속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주인공들을 모은 기사나 <간다아아!>에서처럼 책을 읽는 도중에 책을 돌려보게되는 책들, 타이포그래피가 돋보이는 책들과 '아이가 좋아하는' 칼데콧 수상작 모음 등 <간다아아!>라는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그림책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음을, 하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시각으로 깊이 있고 다채롭게 그림책을 누릴 수 있음을 알려주는 라키비움J의 전매특허 기사입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복간된 책, 절판된 책, 또 그림책 별점을 다루는 기사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이래서 독자 기반 잡지구나!' 싶었어요. 절판된 좋은 책이 다시 빛을 볼 수 있기를 염원하고 복간된 책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독자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림책 출판사 입장에서는 예민하고 불편할 별점 평가 부분에 꾹꾹 눌러 담은 기자님들의 글을 보면서 독자의 눈으로 고심하고 평가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취향에 가까운 기자님들의 평가를 찾아 그분들이 추천하는 책을 따로 찾아보는 것도 그림책 선택에 실패하지 않는 전략 중 하나랍니다. 😉



잡지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문화적 가치를 기록하는 매체'라는 글을 본 적 있는데, 라키비움J 다홍을 보면서 이 잡지는 '그림책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림책의 문화적 가치를 기록하는 잡지'라는 수식어가 딱이겠다 싶었어요.

알고 있던 그림책도 다시 보게 만들고, 모르는 그림책은 찾아 보게 만드는 마성의 잡지 <라키비움J 다홍>. 그림책을 애정하는 분이라면,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시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본 서평글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잡지를 지원 받아 작성했습니다.

좋은 그림책 잡지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제이포럼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화가에게 project B
존 밀러 지음, 줄리아노 쿠코 그림, 김난령 옮김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니! 이 책은 그냥 아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화가에게 project B
존 밀러 지음, 줄리아노 쿠코 그림, 김난령 옮김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을 표현하는 많은 수식어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 ‘내 손 안의 미술관’, ‘집에서 펼치는 미술관’이라는 표현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 어떻게 미술관이 되느냐’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한국인 최초 안데르센 상 수상에 빛나는 이수지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고급 예술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예술로서의 그림책의 가능성이 멋있어 보였다”며 그림책 작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를 밝힌 적이 있고, 요즘은 그림책 원화가 공공미술관에 전시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혼자 오롯이 그림에 빠져들 수 있는 ‘혼자 가는 미술관’ 같은 그림책! 오늘 그 미술관 노릇을 톡톡히 하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드릴게요.



다채롭고 새로운 세계의 그림책과 그림책 작가들을 소개하는 반달 출판사의 세계 그림책 작가 시리즈 '프로젝트 B'에서 나온 4번째 책입니다.


원서는 <Before I grew up>이라는 제목으로 Enchanted Lion Books 출판사에서 2021년 발표됐고 존 밀러가 글을 쓰고 줄리아노 쿠코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미국의 작가 존 밀러나 이탈리아 화가 줄리아노 쿠코, 두 작가 모두 살짝 생소해서 국내에 소개된 다른 작품들이 있나 검색해보니 2015년 출간된 <울퉁이와 콕콕이>가 나오네요. 표지만 비교해봐도 오늘 소개해드릴 <어린 화가에게>와는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어린 화가에게> 책 표지부터 보실까요?

앞서 '집에서 펼치는 미술관' 같은 책이라고 소개해드렸는데, 겉싸개에 담긴 그림도 그 안에 숨겨진 앞표지도 보면 볼 수록 어떤 의미가 담긴 예술작품 같아 보입니다.


첫 장면에서 그림 작가인 줄리아노 쿠코의 자화상이 등장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자라서 화가가 되기 한참 전의 이야기라면서요.



주인공 '나'는 자신이 어릴 때 어떤 활동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무서워했는지도 말합니다. 말수는 적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선 확고했던 아버지와 키가 크고 아름다운 어머니 사이에서 외롭지 않게 자랐다고해요.


어느 날, 주인공은 도시에 하는 친척 집으로 보내집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다시 시골로 돌아와요. 도시의 삶은 신기하고 흥미로웠지만 자연에서 주인공 나는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거든요. 그리고 열두 살 쯤, 주인공은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삶의 이정표를 얻게 되는데요...!!


<어린 화가에게>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속표지를 차지한 파랑과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노랑이 주는 여운에 꽤 오랫동안 책을 덮지 못하고 그림 속에 한참을 빠져 있다가 이 그림책에서 신기한 점을 하나 발견해요.



<어린 화가에게> 그림 사이사이에 남겨진 그림 작가 줄리아노 쿠코(Giuliano Cucco)의 서명. 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마무리하고서 남기는 사인을 <어린 화가에게> 속 그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어요. 그제야 이 책의 그림들이 하나의 통일된 스타일이 아니라 어떤 그림은 붓의 터치가 느껴지는 유화인 것도 있고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의 파스텔 드로잉 그림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한 명의 작가가 그린 그림일 텐데 왜 화풍이 다를까?’ 궁금증이 일었어요. 이 그림책을 긴 시간 오래 작업해서 화풍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또다른 시도였을까요??


제 질문에 대한 답은 책 마지막에 존 밀러가 쓴 “이 책이 나오기 까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줄리아노 쿠코가 어릴 때 그린 게 아니예요. 이 그림들은 줄리아노가 어른이 되어 훌륭한 화가가 되기 위해 수년을 연습한 끝에 탄생한 작품들이지요. 나는 50여 년 전 청년 시절에 로마에서 살았어요. 그때 줄리아노를 만났고, 우리는 마음과 뜻이 잘 맞아 곧바로 친해졌죠. 그리고 함께 어린이책 4권을 작업했어요. 내가 글을 쓰고 줄리아노가 그림을 그렸지요. 하지만 그 책들은 출판되지 못했어요. 그 당시에는 다양한 색이 쓰인 삽화를 찍으려면 비용이 많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뒤 상황은 많이 달라졌고, 미국의 한 출판사에서 우리 책을 출판사고 싶다고 했어요. 나는 이 멋진 소식을 오래전 연락이 끊긴 내 친구에게 하루빨리 전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줄리아노를 찾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수소문한 끝에 줄리아노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 안타깝게도 줄리아노는 2006년에 아내와 함께 로마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거였어요.

그래도 줄리아노의 아들 조반니와 만날 수 있었어요. 조반니는 아버지가 남긴 많은 작품을 잘 보존하기 위해 정리하는 중이었죠. 대부분이 한 번도 전시한 적 없는 그림이었고, 상당수가 줄리아노의 어린시절을 그린 그림이었어요. 그 그림을 보고 있으니, 내 오랜 친구 줄리아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죠. 나는 그림 한 점 한 점에 담긴 단편적인 이야기를 끌어내 줄리아노의 어릴 적 이야기 한 편으로 엮었어요. 줄리아노의 목소리와 정신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하면서요.

그림책 작업은 먼저 이야기가 완성된 다음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책은 반대로 그림들 속에서 발견한 실마리를 꿰어 이야기를 완성했어요. 바로 줄리아노의 어릴 적 꿈과 고독과 상상력과 환희가 담긴 이야기를요.

그림책 작업은 이야기가 먼저 완성되거나, 글과 그림이 함께 작업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작품은 일찍 세상을 떠난 줄리아노 쿠코 작가의 작품들을 토대로 친구인 존 밀러가 글을 썼습니다. 친구 줄리아노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꿈꿨을 환희, 노력하며 겪었을 고독과 좌절을 <어린 화가에게> 속에 담아낸거죠.



젊은 시절 함께 예술의 혼을 불태웠던 두 사람의 우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글과 그림은 참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줄리아노 쿠코가 남긴 빛을 보지 못한 아름다운 작품들은 친구 존 밀러의 글을 만나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태어나게 됩니다.


글 역시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면, 화가를 꿈꾸는 아이가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린 그린 그림을 보고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연구하는 학자인 아버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에요.


"그래. 네가 그 빛을 그렸구나."



아버지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남긴 저 두 문장으로 주인공 나는 화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믿음을 갖게 됩니다. '믿고 가는' 힘은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힘이 되고 그 힘은 무척이나 강합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에 전진할 수 있다는 것, 그 일에 확신한다는 것은 나를 가장 나 답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글 작가 존 밀러가 친구 줄리아노 쿠코의 이름을 가져와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그림에서 시작해 이야기로 이어지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놀라울 만큼 조화롭게 이어집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꿈과 배, 그리고 빛... 한 예술가의 창의성이 어린 시절 어디에서 왔는지, 그 가능성의 시작과 어린 시절에 대한 송가인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2021 Northern Lights Book Awards에서 최고의 예술상(Winner of the Art Category) 수상작이자 A Marginalian이 선정한 2021년 최고의 어린이 책인 <어린 화가에게>. 이 책 속에 담긴 예술의 힘, 그림책의 힘- 그 아름다움의 힘을 여러분도 꼭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본 서평글은 반달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B평가'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스카 project B
자크 마에스.리서 브라에커르스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의 그림책, 너머의 발견


반달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세계 그림책 작가 시리즈 ‘프로젝트 B'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시리즈가 2023년 봄, 세 번째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왔어요. 


이번에 만나게 될 '세계의 그림책'은 서유럽 벨기에 출신의 그림책 듀오 자크 마에스와 리서 브라에커르스의 <오스카>입니다.


2021년 12월에 고트 출판사를 통해 자크 마에스와 리서 브라에커르스 작가의 <빅토르>가 먼저 소개 됐는데(원서 Viktor, 2018), 이번에 번역된 <오스카>(원서 Oskar. 2016년)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한 아이와 그가 특별히 애정하는 공룡 장난감 '오스카'의 이야기입니다.


오스카는 아주 특별한 장난감 공룡이에요.

내 소중한 친구이지요.

그런데 오스카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나는 오늘 오스카를 찾아 모험을 떠날 거예요!


앞표지 속 아이가 쥐고 있는 저 공룡이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난감 ‘오스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책을 감싸고 있는 겉싸개를 벗겨보면 겉싸개 안쪽에 또 다른 그림이 숨겨져 있습니다. 두 눈을 살포시 감고 있는 아이가 상상의 세계로 떠나기 직전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초록과 주황, 하양의 단출한 색으로 아이와 그를 감싼 세계를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겉싸개부터 스며드는 오스카!)



물풀과 산호초 사이사이로 해양 생물들과 동떨어진 물건들(자전거, 기타, 우산 등)이 보입니다. 면지를 넘기면 아이와 오스카의 알콩달콩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선물를 받은 아이. 선물상자 속에는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공룡 장난감’이 들어 있습니다. 그날부터 ‘오스카’라 이름 붙여준 공룡 장난감은 한순간도 떼놓을 수 없는 아이의 최애 장난감이 됩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에 나왔던 앤디와 카우보이 인형 우디처럼 아이와 ‘오스카’는 언제나 함께 했어요. 같이 카드놀이도 하고 오스카를 어깨 위로 무동도 태워주고, 오스카에게 좋아하는 책도 읽어줬어요. 신나게 해적놀이도 하고 사진으로도 남겨둔 소중한 장난감 ‘오스카’. 그 어떤 글자나 문장도 쓰여있지 않지만 아이가 얼마나 오스카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그림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어요.


속표지에는 욕조 속에 ‘오스카’가 보입니다. 벽에는 아이가 찍은 오스카의 사진도 걸려 있고요. 책장을 넘기면 아이가 장난감들을 가득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속옷만 걸친 아이가 향한 곳은 속표지에서 힌트가 나왔는데요,


바로 욕실이었습니다. 욕조 속에 수 많은 장난감과 함께 풍덩! 빠진 아이의 모습을 보세요. (저 장난감들 목욕 후에 다시 씻고 물 빼서 말리려면...에고고. 엄마감정모드 on. 😑) 그런데 오른쪽 현실 배경과는 다른 색상으로, 정확히 아이가 들어가 있는 욕조에 채워진 물과 동일한 색상의 세상이 왼쪽 페이지에 채워집니다. 아이는 두 눈을 꼬옥 감고 있어요.


두눈을 꼭 감고 물놀이를 즐기던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욕조 속에서 허전함을 느낍니다. 갖고 온 장난감들을 모조리 욕조 밖으로 빼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고서야 뭔가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게 돼요. 네. 바로 최애 장난감 '오스카'가 없다는 것!!!


애정하는 최애 장난감 ‘오스카’의 실종. 이 때부터 아이의 '오스카 찾기 대모험'이 펼쳐집니다. 

아이를 둘러싼 욕조는 같은 형태의 다른 여러 곳으로 변합니다. 작은 연못이나 늪, 큰 항구, 드넓은 바다로 말이죠. 아이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공간 속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스카의 일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오스카가 아니었어요. '모험-구조-실패'가 몇 번 반복되는데 이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물건과 생명체들 속에서 '오스카'를 찾으려 더욱 집중하고 빠져들게 되죠. 악어들이 가득한 연못과 커다랗고 작은 배들이 가득한 항구, 고래들과 잠수함으로 가득한 바다로 까지 공간은 계속 확장됩니다. 

과연 아이가 간절히 찾는 ‘오스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이는 오스카를 무사히 찾아낼 수 있을까요??




밑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아이의 모험에 글도 없어서 이 책 <오스카>를 '아이에게 어떻게 읽어주지?' 당황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면 아이는 실제로 욕실을 떠난 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초현실적인 상상과 잃어버린 장난감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뒤섞여서 이렇게 독특한 책이 탄생하게 된거죠. 

아이가 '오스카'로 오인했던 물건들이 무엇일지 아이들과 추측해 맞춰볼 수도 있고, 사라진 오스카를 찾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아이를 무심한듯 계속 지켜보고 주위를 서성이는 새의 존재도 의식하고 보면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미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오스카는 어린이의 상상력에 대한 송가입니다. 결국 이야기 속에서 잃어버린 작은 공룡을 발견하게 되겠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찾는 것을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쭉, 여러분의 삶 속에서 상상력을 찾기를!

발견하고 찾는 것을 멈추지 않기를, 삶 속에서 상상력 찾기가 계속 되기를 바라는' 작가들의 마음과 노력이 담긴 <오스카>.



이 책은 '색상'의 쓰임과 활용 측면에서도 무척이나 의미 있다는 책이라 봅니다. 그래픽 디자인 전공하면서 만난 부부 일러스트레이터 답게 자크와 리서 작가는 그림책 작품을 진행하면서 색상에 무척이나 공을 들인다고 해요. 이 작품 역시 제한된 몇 가지 색만으로 아이가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를 그렸습니다. 초록과 주황, 그리고 하양으로 색이 제한되어 있어서 단조로울 것 같지만, 하나의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것 같은데 조화롭고, 심심할 것 같은데 멋스러운 일러스트! 상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즐거움에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누릴 수 있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는 책인거죠.



세계의 그림책을 발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B'에서 이들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그런 특유의 스타일과 독특함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던것 같습니다. 미래가 더 기대되고 궁금한 주목할 만한 그림책 작가 '자크 마에스와 리서 브라에커르스', 그리고 그들의 작품 <오스카>를 여러분들도 꼭 만나보셨으면 합니다.


📌 본 서평글은 반달에서 진행한 서평단 'B평가'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인생그림책 19
티모테 드 퐁벨 지음, 이렌 보나시나 그림, 최혜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인생그림책 시리즈 19번째 책으로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을 출간했습니다.


원서 제목은 Esther Andersen(2021년). 

원서 표지와 우리나라 번역본을 비교해보면 없던 단어가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여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요. 이 책의 배경이 여름이기 때문인듯 한데요, 문학작품 속에서 ‘정열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이 많아지는 계절로 많은 예술 작품에서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그릴 때 시간적 배경을 여름으로 잡는다’는 나무위키 설명과 맞아떨어집니다. 그리고 그 ‘여름’ 앞에 ‘그해’라는 현재 진행 중인 지금도, 다가올 미래도 아닌 ‘그해’라는 과거 특정 시점이 제시됩니다.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은 그렇게 각각의 독자가 경험했을 그 때 그 시절로 우리를 회귀시키죠.


책표지의 글자는 여름의 강렬한 햇살로 종이색이 바래듯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조금 흐려졌지만 그래도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때 그 시절 애틋했던 그 이름 ‘에스더 앤더슨’. 



표지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빨간 자전거를 타고있는 한 소년이 보입니다. 구불구불 굽어진 길 위에서 무엇을 마주할지 모르지만, 아이는 어떤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열심히 페달을 굴리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달콤한 느낌의 커스타드색 면지를 넘기면 산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들판을 달리는 기차가 전면에 펼쳐지고 속표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돼요.


방학이었다.

첫 문장입니다. 다른 어떤 설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차를 탄 소년 ‘나’의 뒷모습과 저 문장 하나로 우리도 과거 우리 경험한 ‘방학’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과거형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있는 한 소년 '나'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기차 검표원 아저씨에게는 ‘꼬마 청년’이라 불리는, 방학을 맞이한 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안젤로 삼촌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로 향합니다. 여름방학마다 내려왔던 이 곳에서 아이는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주인공 소년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아서 우리는 더 쉽게 주인공 ‘나’의 감정에 이입됩니다.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방학마다 내려오던, 그래서 특별할 게 없을거라 예상했던 그곳에서 그동안 존재를 알지 못했던 ‘바다’를 마주했고 ‘그해 여름’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나게 됩니다.


삼촌이 빌려준 빨간 자전거 장면을 통해 주인공 '나'의 육체적 성장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집으로 천천히 돌아가려고 저녁까지 자전거 일주를 하는 여름날이 좋았다.

집으로 단번에 질러가는 지름길이 아닌 천천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 자전거 일주를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사춘기 시절 제 모습도 겹쳐졌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했던 그 비밀스런 마음이요.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으로 여름방학을 보내던 주인공 '나'는 우연히 바다를 만납니다. 그동안 안젤로 삼촌네를 방학마다 내려왔지만 바다까지 와 본 건 처음이었던거죠. 그렇게 오롯이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된 아이는 운명처럼 그 사람을 만납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이름 "에스더 앤더슨"을요.



열병처럼 찾아온 '에스더 앤더슨'을 주인공인 '나'는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요?

그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해 여름은 '나'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있을까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학가 티모테 드 퐁벨의 시적인 글과, 장자크 상페의 라인드로잉이 생각나는 이렌 보나시나의 서정적인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커다란 판형이 펼쳐지면서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책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주인공에 공감하고, 어른들은 그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거예요.



📌 본 서평글은 길벗어린이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