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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이야기
입 스팡 올센 지음, 황덕령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10월
평점 :
2022년 3월, 국내 그림책 팬들에게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집니다. 바로 아동문학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이수지 작가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수상한 것이죠. 안데르센상은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 작가(1956년부터), 그림 작가(1966년부터)를 2년마다 한 명씩 선정해 주어지는데 그간의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모리스 센닥, 유타 바우어, 토미 웅거러, 앤서니 브라운 등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들의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우리나라 이수지 작가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올라와 있는 걸 보면 정말 자랑스러운데요, 딱 50년 전인 1972년에는 덴마크 출신의 이 작가가 수상자였습니다. 바로 <빗방울 이야기>를 탄생시킨 '입 스팡 올센(Ib Spang Olsen)' 작가입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덴마크에서는 '국민작가'라 불리는 입 스팡 올센의 <빗방울 이야기>가 진선출판사의 어린이책 브랜드 ‘진선아이’를 통해 2022년 10월 번역 출간됐습니다.
진선아이 출판사에서 입 스팡 올센 작가의 대표작들을 2020년부터 연이어 번역출간하고 있는데 <달님과 소년>, <꼬마 기관차>에 이어 <빗방울 이야기>도 우리말로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Regnen>. 덴마크어로 '비'라는 뜻을 갖고 있고 1963년에 출간된 저보다 더 나이가 많은 그림책이네요. 덴마크판 원서 표지와 국내판 <빗방울 이야기> 표지가 다르죠? 찾아보니까 원서의 속표지가 국내판 표지로 쓰였습니다.

상단의 까만 먹구름에서는 비가 떨어지고 있고 하단에는 빨간 비옷을 입은 아이가 서 있습니다. 제목인 <빗방울 이야기>가 비구름과 아이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후가공 박을 입혀 한글자 한글자가 무지개색으로 반짝입니다. 아이는 장화를 신고 있고 페파피그처럼 물웅덩이 한가운데 있는데, 아이의 시선이 위를 향하고 있죠?

앞면지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요. 우측 상단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요, 앞표지 속 아이가 고개를 들어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것이 먹구름 속 '빗방울들'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빗방울들을 보세요. 빗방울 하나하나 각기 다른 모습, 다른 표정입니다. 마치 사람처럼 의인화 되어 구름 속에서 번지 점프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속표지를 넘기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앞표지의 등장인물이자 주인공인 샬롯이 창가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는지 아이들이 우의와 장화를 착용하고 물웅덩이에서 신나게 발을 구르고 있어요. 나무에도, 지붕에도,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끝에도 '툭툭' 빗방울이 떨어지고 샬롯이 있는 유리창에도 아이의 안경에도 '톡톡' 빗방울이 부딪혀 소리가 나요.
안경 쓴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비오는 날 안경알에 빗방울이 튀면 시야가 흐려지죠. 샬롯이 안경을 벗고 빗방울을 닦으려는데 자세히 보니 신기하게 생긴 꼬마 빗방울 둘이 ‘짠’하고 나타납니다.

안경을 쓴 빗방울 ‘톡톡이’와 툭툭이의 사촌 ‘툭툭이’입니다. 두 팔과 다리도 있고 머리카락도 있는 빗방울이에요. 정말 귀엽죠? 늘 함께 여행을 한다는 톡톡이와 툭툭이는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자신들의 여행을 샬롯에게 전해줍니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과학적 지식이 가득 포함되어 있어요. 마치 자연관찰책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햇빛이 비추면 가벼워져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가 된다거나 하늘 높이 올라가면 온도가 낮아 다시 무거워지고 물방울이 된다는 것, 톡톡이와 툭툭이가 다른 친척(물방울)들과 모여 ‘구름’이 만들어 진다는 과학상식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게 쉽게 글과 그림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빗방울의 입장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과정을 빗방울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부분도 꽤 흥미롭습니다. 톡톡이와 툭툭이는 하늘에서 떨어질 때 즐거운 일이 정말 많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곳에 가 볼 수도 있고, 사람들이 갑작스런 비를 마주했을 때 허둥지둥 하는 모습도 재미있다고 이야기하죠.

무더운 날에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는 시커먼 먹구름, 우르릉우르릉 소리내며 흩뿌리는 소나기, 우르릉 쾅 천둥과 번개. 모두 비와 관련된 현상들이고 이 모든 걸 빗방울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놓았어요.
특히 비를 보며 모든 사람이 항상 반겨 주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곡식을 거두거나 옷을 말릴 때,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을 때는 비를 보며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땅이 메마르거나 먼지가 많고 공기가 안 좋을 때는 또 아주 많이 반가워한다고 이야기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모두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을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풀어낸 입 스팡 올센 작가님의 통찰력에 감탄했어요.
빗방울 톡톡이와 툭툭이가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그 모습은 다채롭습니다. 안개나 소나기, 우박과 눈, 수증기 같이 계속해서 변화되는 ‘물의 상변화’를 그림으로 파악할 수 있고, 물받이 홈통을 타고 내려가는 소리나 우산이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도 상상할 수 있게끔 그려냈어요. 빗방울이 떨어질 때 벌레들과 진딧물의 행동, 땅 속 나무뿌리와 두더지, 지렁이의 반응까지!!! 입 스팡 올센 작가가 비 오는 날을 얼마나 세심히 관찰하고 탐구했는지를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자연 속에서 특별함을 잡아낸 <빗방울 이야기>는 반백년을 뛰어넘어 2022년에도 여전히 우리를 매혹시키고 놀라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즐겁게 자연을 알아가길 바랬던 작가의 바람이 이 책 <빗방울 이야기>에 담겨 있는데요, 여러분도 아이들과 함께 이 책 펼쳐보시며 거장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 본 서평글은 진선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