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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ㅣ 인생그림책 19
티모테 드 퐁벨 지음, 이렌 보나시나 그림, 최혜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인생그림책 시리즈 19번째 책으로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을 출간했습니다.

원서 제목은 Esther Andersen(2021년).
원서 표지와 우리나라 번역본을 비교해보면 없던 단어가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여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요. 이 책의 배경이 여름이기 때문인듯 한데요, 문학작품 속에서 ‘정열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이 많아지는 계절로 많은 예술 작품에서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그릴 때 시간적 배경을 여름으로 잡는다’는 나무위키 설명과 맞아떨어집니다. 그리고 그 ‘여름’ 앞에 ‘그해’라는 현재 진행 중인 지금도, 다가올 미래도 아닌 ‘그해’라는 과거 특정 시점이 제시됩니다.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은 그렇게 각각의 독자가 경험했을 그 때 그 시절로 우리를 회귀시키죠.
책표지의 글자는 여름의 강렬한 햇살로 종이색이 바래듯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조금 흐려졌지만 그래도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때 그 시절 애틋했던 그 이름 ‘에스더 앤더슨’.

표지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빨간 자전거를 타고있는 한 소년이 보입니다. 구불구불 굽어진 길 위에서 무엇을 마주할지 모르지만, 아이는 어떤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열심히 페달을 굴리며 앞으로 전진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달콤한 느낌의 커스타드색 면지를 넘기면 산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들판을 달리는 기차가 전면에 펼쳐지고 속표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돼요.
방학이었다.
첫 문장입니다. 다른 어떤 설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차를 탄 소년 ‘나’의 뒷모습과 저 문장 하나로 우리도 과거 우리 경험한 ‘방학’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과거형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있는 한 소년 '나'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기차 검표원 아저씨에게는 ‘꼬마 청년’이라 불리는, 방학을 맞이한 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안젤로 삼촌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로 향합니다. 여름방학마다 내려왔던 이 곳에서 아이는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주인공 소년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아서 우리는 더 쉽게 주인공 ‘나’의 감정에 이입됩니다.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말이죠.
방학마다 내려오던, 그래서 특별할 게 없을거라 예상했던 그곳에서 그동안 존재를 알지 못했던 ‘바다’를 마주했고 ‘그해 여름’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나게 됩니다.
삼촌이 빌려준 빨간 자전거 장면을 통해 주인공 '나'의 육체적 성장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집으로 천천히 돌아가려고 저녁까지 자전거 일주를 하는 여름날이 좋았다.
집으로 단번에 질러가는 지름길이 아닌 천천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해 자전거 일주를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사춘기 시절 제 모습도 겹쳐졌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했던 그 비밀스런 마음이요.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으로 여름방학을 보내던 주인공 '나'는 우연히 바다를 만납니다. 그동안 안젤로 삼촌네를 방학마다 내려왔지만 바다까지 와 본 건 처음이었던거죠. 그렇게 오롯이 나만의 시간,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된 아이는 운명처럼 그 사람을 만납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이름 "에스더 앤더슨"을요.


열병처럼 찾아온 '에스더 앤더슨'을 주인공인 '나'는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요?
그들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해 여름은 '나'에게 어떻게 기억되어 있을까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학가 티모테 드 퐁벨의 시적인 글과, 장자크 상페의 라인드로잉이 생각나는 이렌 보나시나의 서정적인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커다란 판형이 펼쳐지면서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책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주인공에 공감하고, 어른들은 그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을거예요.

📌 본 서평글은 길벗어린이에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