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도 되는 영어 공부법 - 저자만 되는 완벽한(?) 학습법은 가라
우공이산외국어연구소 지음 / 우공이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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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했지만 큰 진전이 없는 공부가 영어였다. 그래서 이미 여러 책에서 말하는 방법들을 내가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공부 관련 신간이 나올때마다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영어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은 일정부분은 필요에 의해서, 한편으로는 그 영어가 뭐길래 하는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10년도 더 이전에 기술이민을 준비했었다. 이민성의 승인을 받았고, 영어성적을 1년 내에 제출해야하는데 그걸 못해서 원하던 나라로 이민가지 못했다. 이민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겠지만, 해보고 후회해서 되돌아왔더라도 못해본 것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영어공부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음이 참 답답하다. 내가 잘 안되던 영어를 우리 아이들 세대까지 물려주고 싶진 않았는데. 책 한 권 제대로 보지 않은 것에 대해 나의 성실하지 않음을 책망하지만, 한편으로는 믿고 끝까지 완주하고픈 책을 못 만난 이유도 변명이랄까. 이젠 영어가 절대 단기간에 어찌 될 수 없는 언어라는 것을 알지만 자극적인 제목으로 아직도 출간되는 책들이 많은 것이 신기할 뿐이다.


1년~ 2년 만에 영어가 들리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유학가도 2년 이상 걸리는 영어가 국내에서 가능하다니.. 이 책을 읽으면서 반신반의한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가지 분야에 능통하기 위해 일만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적용되는데, 이 책에서 알려주는 '영어탈피' 공부법은 약 700~ 1500시간이 걸렸다고 경험자들이 말한다. 1500시간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1만시간에 비하면 겨우 10% 가량만 되는 엄청나게 효율적인 방법이다. 5년전부터 연구한 방법이고, 카페를 통해 실천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발전하고 있는 영어공부법이라고 하니 관심이 간다. 저자만 되는 영어가 아니라 책을 읽은 일반인도 따라하면 가능한 것이 바로 '진짜'인 것일테니까.






영어탈피 공부법은 1단계, 2단계, 3단계로 진행한다. 1단계는 어휘를 익히며 영어공부를 위해 준비를 하는 단계이며, 2단계는 문장을 해석하며, 영작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3단계는 1단계와 2단계에서 쌓은 실력을 점검하고 다듬는 과정이다. 원어민과의 소통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큰 그림은 간단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영어공부와 아주 다른 부분이 있다. 어휘를 익힐때 한개 단어에 여러개의 의미가 있는 것을 함께 외우지 않는다. 문장 속에서 단어를 익히고, 그 문장에서 사용되는 의미로만 인식한다. 그리고 동일한 단어가 다른 문장에서는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다른 단어로 간주한다. 단어를 익히는 방법으로는 한 단어를 외우기 위해 무한반복이 아니라, 외울려는 의지를 가지고 문장을 읽는 방법으로 진도를 나가고, 다시 여러번 이 과정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암기하는 것이 과연 기억이 남을까 의심되지만 일정부분 뇌과학에서 밝혀낸 뇌의 기억방식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근거가 있어 보인다.


나이도 많은데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은 되지만 공부법에 대해서는 신뢰가 조금씩 생긴다. 유튜브도 보고 카페도 가입하고, 책도 보면서 실천해보고 싶은 의지도 생긴다. 대체로 새로운 결심은 연초에 했었는데 올해는 연말에 해볼까 한다.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지만 책 한 권 끝낸다는 심정으로 도전해봐야 겠다. 그래서 더 이상 영어때문에 좌절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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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자유여행 뉴욕 NEW YORK - 2018 최신판 나의 첫 자유여행
김미현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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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본문 중)



아주 많은 곳을 여행한 건 아니지만, 아직 미국여행은 해보지 못했다. 뉴욕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는 유독 이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나 미드, 소설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뉴욕은 사랑과 낭만, 기회와 모험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를 가지게 한다.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운명같은 사랑을 만날 것 같고, 자유의 여신상에서 웬지모를 모험을 경험할 것 같고, 센트럴 파크에서 의문의 사건이 발생할 것 만 같은 상상속의 허구가 현실이 될 것 같은 소재가 가득한 도시이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뉴욕에 언젠가 가기 위해 미리 책으로 답사를 해본다.



책의 저자는 영어교재 편집자로 일하다가 미국 유학길을 가서 경험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했다고 한다. 그녀의 인생을 바꾼 도시인 뉴욕, 그 곳은 더 넓은 세상으로의 도전을 가능하게 만든 도시라고 한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뉴욕을 저자가 가이드한다.  




 


 



'이 책을 즐기는 다섯 가지 방법'에서 책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뉴욕에서 꼭 해봐야할 10가지를 알려 준다. 10가지에는 다민족 국가의 특징대로 세계 각국의 요리 맛보는 미션도 포함되어 있다. 여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맛집을 찾아가는 것인데 뉴욕 한곳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매력적이다. 뉴욕의 야경 감상과 박물과이나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은 일반적인 여행의 코스이지만 꼭 해봐야할 것의 첫번째가 '센트럴 파크로 피크닉 가기'라는것이 흥미롭다. 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삶을 경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여행에 반드시 필요한 여행준비물 부터 여행 기간에 맞는 저자의 추천 일정이 소개된다. 나같이 복잡하게 고민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저자의 추천 일정을 그대로 따라 다니면 되니 무척 유용해 보인다. 그리고 뉴욕에서 대표되는 장소를 지역별로 나누어서 여행 가이드북 답게 상세한 설명한다. QR이 제공되어서 구글맵으로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책의 뒷부분에는 여행 노트가 있어서 여행의 기록을 남길 수 있고, 여행에 필요한 필수 영어 회화도 제공된다.


두꺼운 여행 책이 아니라 작고 가벼운 여행 가이드 북이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내용은 골고루 담고 있다. 뉴욕이라는 낯설지만 기대를 많이 하게 되는 곳으로의 여행에 이 책 한 권 배낭에 넣어간다면 든든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 같다. 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그 날을 기대하며 책을 통해 미리 뉴욕을 경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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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잡학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왕잉 지음, 오혜원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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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좀 더 가치있는 삶인지, 과연 내가 태어난 목적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하며 자녀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죽을때는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 할지 등 현재 당면한 문제 뿐만 아니라 좀 더 깊이 고민해야할 과제가 쌓인다. 하지만 현재의 나의 고민은 내가 처음 겪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살았던 선인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까지 한번쯤은 생각하는 문제이다. 이런 내 삶을 이끌어가는 가치관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만의 고유한 방식이 된다. 어려운 시기를 살때엔 그 가치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일제강점기때의 독립운동가들이 그러했고,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그러했다. 반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서의 삶은 절대적인 선이 불확실하고, 애매할때가 많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권이 배려해주는 중심이 달라져, 때로는 대기업과 많이 가진자들에게 유리한 법이 만들어지고, 다수의 국민들에게 불리했다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선'이었을 것이다. 한편, 민주주의 정신에 바탕이된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선'이고 '정의'라는 것인데, 이렇듯 상대적으로 달라지는 '선'에 대한 입장은 철학자들에 정리되어지고 다양한 철학사조로 나뉘면서 여러분야의 사상적인 기반이 되었다. 


철학이란 용어는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의미이다. 가치관을 정리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유의 도구가 철학이며 때로는 가치관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1장에서는 철학이 왜 필요한지, 철학은 인간이 살아하는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자아 인식의 도구이며 그 이후 비로서 자아 성장이 이루어진다. 인간은 철학이란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치료하기도 하고, 성장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2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들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편안한 생활과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겁함과 만유인력법칙을 발견한 뉴턴이 조폐국 사장이었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3장은 철학자들의 생각의 방식을 소개한다. 어떠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답은 오히려 쉬워진다. 그만큼 질문이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물음이 함의되므로 철학자들이 던지는 명제는 애매보호하고 많은 것을 담고 있다. 4장 철학자의 품격에서는 철학자들이 정립한 대표적인 사상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5장 세상을 뒤흔든 이 한마디에서는 여러 분에야 큰 영향을 미치고, 많이 알려진 사상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며, 6장 세상의 모든 철학에서는 철학사조에 대한 설명과 배경 이야기를 들려준다. 7장 한방에 끝내는 철학 용어는 철학 용어나 명제에 대해 쉽게 해설해주는 부분이다.



개인에게 철학은 인생이라는 길 위의 안내등과 같다. 철학은 개인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복잡한 생활 속에서 목표와 방향을 찾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사회에 있어서 철학은 사회 전체의식의 외부 표현이자 실천이며 세계 기원과 본질을 찾는 방법이고 사회 전체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다. 철학 문제는 일상생활과는 별 관련이 없는 듯이 보이지만 철학은 항상 우리의 생활을 인도하고 있다. 사회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철학은 과학과 비슷하다. (본문 중)



이 책의 장점은 어려운 철학을 장황하지 않고, 쉽고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첨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2장의 에피소드는 책을 읽기 시작할때 먼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두번째 장점은 세상의 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책 한 권에 정리했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에 부합되게 알아두면 잘난척 하기 좋은 철학 상식들이 담겨 있다. 대화의 소재가 궁할때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린다면 적절한 에피소드를 쉽게 발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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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 -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줄 글배우의 마음 수업
글배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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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왔다. 나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은 안해봤지만 가끔은 그런 날도 있었겠지.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살아 왔다.  여지껏 다양한 이유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특히 지속적으로 오래 관계를 맺는 시댁 식구 특히 시어머니라는 대상은 정말 어찌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시어머니에 대해 지혜롭게 맞대응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면 내가 싫어지기도 했던 것 같다. 평생 살면서 자신이 싫었던 날이 왜 없겠냐마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이 가능하면 적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내 마음을 다스리는 책에 관심이 생기는가 보다. 좀 더 나답게, 내가 원하는 욕구도 알아차리고, 최대한 갈등요소도 적게 만들고, 상대방의 욕구도 읽을 수 있다면 지혜로운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을테니까. 

책의 저자는 '글배우 서재'라는 고민상담소를 운영하며, 5천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났다. 다양한 기관에 강의를 하는 강연가이기도 한 저자의 책 속 글들이 따뜻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어려움이 있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막연하지 않게, 가능하면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는데 그의 '언어'에 귀기울이게 된다.


내성적인 사람은 혼자 생각하길 좋아하고 하나의 상황을 깊게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길 좋아하며
정리한 내용의 좋은 것들을 가까운 사람과 나누길 좋아하며
나를 편하게 해준 사람에게 몇 배로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하고
나를 편하게 해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자주 느낍니다.
왜냐면 내성적인 사람은 새로운 사람에게 쉽게 편해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 편한 사람 그리고 편해지고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들의 마음을 더 챙기기 위해 신경쓰고 배려합니다. (본문 중)


나의 천성이 내성적이어서 어릴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우선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다 보니 소극적이고 안으로만 파고 드는 내 모습이 싫었고 장점을 찾기 보다는, 단점만을 크게 인식했던 것 같다. 나의 성향이 딱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을 들킨 기분이 든다. 내성적인건 성향의 차이일뿐 다른 사람과 비교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 것을 어른이 되면서 깨닫게 되고, 나의 이런 부분이 살아가는데 불편하니 부단히 조금씩 노력했던 것 같다. 자꾸 움츠러 들고 싶어하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나의 장점을 더 많이 응원해줘야 겠다.


언어에 있어서 당신이 그 사람에게 어떤 의도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의도와 다르게 다른 언어를 사용했다면 오해한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당신의 잘못일 것입니다.
기분이 상하거나 상처받은 사람의 잘못이 아니기에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그런 의도로 전달되지 않는 언어를 썼어야 합니다. (본문 중)


인간관계에서 빈번하게 겪는 문제 중 하나다. 나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닌데 상대는 다르게 받아들여서 서로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킨 사람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오히려 서로간의 신뢰가 바탕되지 않은 관계상의 오류가 문제인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신뢰가 전제되었다면 설령 곡해했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확인했을꺼고 미루어 짐작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테니까. 말을 배우고 성장하면서 '언어'를 사용하지만 진정한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의 언어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의지를 내어 배우고 연습해야만 소통의 도구로서의 언어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나'를 들여다 보는 작업이 된다. 내 감정을 인지하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과의 관계맺음으로 확대된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의 나는, 누구의 잣대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기준만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것을 함으로써 행복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을 알아가도록 인도해주고 있다. 어떤 기관의 전문가를 찾아가서 진단 받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며 스스로의 마음을 따라가는 작업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 위로가 된다. 어느날 갑자기 감기몸살 같이 찾아오는 마음의 병을 어찌할지 몰라 방황하지 말고, 미리 예방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위로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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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
윤영수 지음 / 열림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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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생소하다. 단풍동 가계도가 나오고, 책 속의 등장인물이 소개된다. 어른이족의 종류에 맑은이, 하얀이, 황인, 햇빛족, 땅옷족 등 책 속에는 생소한 부족이 등장한다. 이야기에 앞서 어른이들이 사는 세상에 대해 소개한다. 어른이종족은 어미산 땅속에 묻혀서 52년의 세월을 보낸 후 엄마, 아빠가 될 존재들에 의해 땅에서 캐어져 나온다. 태어날때 몸집이 가장 크고, 나이가 들수록 몸은 작아지고 심지어 노인이 되면 주름조차 없는 애기의 모습으로 된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거꾸로 나이를 먹는 셈이다. 심지어 노인은 아이처럼 말썽을 피우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어른이의 세상은 흙,물,나무, 불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기 13년씩 52년을 한 주기로 한다. 그외에도 더 세부적으로 어른이들의 시간에 대해 언급한다. 다음으로 나오는 단풍동의 여덟 샘과 마을 지도를 보면 어미산이 마을의 가운데쯤 자리를 잡고 있다.



단풍동의 어른이족 중 맑은이는 몸이 투명하고 예지력을 가졌고, 음식을 먹지 않으며 발바닥의 빨판을 통해 물만 먹는다. 하얀이는 반투명한 몸에 발의 빨판을 통해 수분을 흡수하고 예지력은 없으니 신체와 누뇌의 능력이 조화롭다. 그외의 종족은 음식을 먹고, 피부를 통해 배설한다. 예지력 때문에 맑은이는 어른이들을 이끌고, 하얀이는 맑은이를 도우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맑은이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집안인 자오와 운흘은 어른이들의 존경을 받는 집안으로 지도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중 운흘의 둘째 아들인 연토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하전과 미단의 둘째 아들인 연토는 이상하게도 아비 하전의 관심밖에 존재한다. 자라는 내내 연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다. 무녀인 영기는 극진히 연토를 아끼지만 연토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연토는 훗날 알게 되지만, 하전과 미단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한다. 거리를 두면서.


연토에게 운명의 존재인 검은머리짐승 준호가 나타난다. 그의 존재를 연토는 미리 직감한다. 어른이족에게 검은머리짐승은 상종못할 존재이자 함부로 죽여도 상관없는 대상이다. 맑은이가 가까이 하기에는 냄새나는 짐승일뿐. 그런 준호를 연토는 감싸주고 자신의 방에 들인다. 죽어가는 준호에게 음식을 주어 살게 하고, 운흘의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검은머리짐승은 인간이었고, 어른이세상의 존재와는 많이 달랐다. 예지력이 없는 준호는 맑은이들에 의해 마음이 읽히고 그들은 검은머리짐승을 이용한다.


어른이족들에게도 인간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본처를 두고 바람을 피우기도 하고, 사업을 하고 빚을 지는가 하면,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성인식과 혼례식, 장레식의 풍습이 있으며 심지어 시누이의 시집살이도 존재한다. 어른이족을 유지할 수 있는 근원은 자식을 캘 수 있는 어미산이 존재함인데 그 어미산을 지키는 삼신어른 생은 운흘 집안의 하전의 동생이다. 어른이족 안에서의 계급은 엄격하였고, 단풍동을 지탱해나가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지속되지 않았고, 인간의 세계처럼 단풍동은 청매동, 붓동, 살촉동, 호랑가시동에 둘러싸여서 위기의 순간을 맞는다. 그들의 자손이 위태로워지는 순간 조상의 예언은 그들을 구한다.



맑은이들은 머리만 굴릴 뿐 세상을 이끌어갈 힘도, 감당할 능력도 없어. 그들이 가진 예지력 역시 미래의 위기에 행여 도움이 될지 모를 하찮은 열쇠, 자기들 스스로도 어디에 어떻게 꽂아야 할지 모르는 미래의 끊겨진 장면들일 뿐이다. 앞날의 충격적인 장면, 수많은 위험을 보는 그들로서는 세상의 모든 일, 삶의 시간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어. 다른 이를 품거나 안심시킬 아량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지. 그들에 비해 운흘 연토, 너는 아냐. 앞날을 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네게는 옳다고 믿는 일을 밀고 나갈 힘이 있어. 살아 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맑은이들이 보는 미래의 그림 역시 우리가 노력함으로써 바뀔 수 있는 밑그림일 뿐임을 너는 네 행동으로 증명하지. (본문 중)



여지껏 소설은 나에게 재미삼아 단숨에 읽는 장르였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이 달랐다. 우선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한번 놀랬고, 책을 펼쳐들고 읽으면서도 생소한 용어와 우리 삶의 형태와 다른 어른이들의 이야기가 까슬거리게 낯설었다. 100여페이지 읽는 동안 낯설음에 적응하였지만 읽는 동안에도  내용을 다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생각의 틀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내용에 쑥 들어갈 수 있었고 아마 그부분에서 힘들었던 것 같다. 인간과 다른 어른이의 삶은 다양한 생각꺼리를 던졌다. 철없던 시절 막연히 나에게도 예지력이 있다면 그래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심지어 어른이 된 지금도 어찌하면 가까운 미래라도 알 수 있을까 애쓰는 내 모습의 민낯을 본 듯한 대목도 있었다.



언제 어떤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땅의 부드러운 재 한줌으로 돌아갔다가 기적처럼 새 생명을 얻게 된다면, 무언가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력을 다시 가지게 된다면 나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어렵게 태어난 존재인지 나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기꺼이 순종하는 어떤 풀과 나무들의 부분과, 어떻게 살아갈지 끝없이 방황하고 희망과 좌절을 되풀이하던 어떤 동물들의 부분과, 자신들의 생명인 땅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않던 어떤 어른이들의 부분이 합쳐져 내 몸과 정신을 이루었음을 내가 기억해낼 수 있기를.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들과 욕심없이 어울려 삶의 환희를 함께 노래할 수 있기를.



연토와 준호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오만함, 이기심이 많이 드러난다. 어른이족이 인간의 마음을 읽고 드러나는 속내는 우리의 마음을 닮았다.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이기적인 행동, 자연과 상생이 아니라 그것을 파괴하고 이용하는 인간들의 행동을 역지사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쓴게 아닐까. 자연을 대변하는 어른이족, 인간인 검은머리짐승은 이야기 속의 결말처럼 서로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에 서로를 이용하지 않고 협력할때에만 이상적인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방대한 분량이지만 탄탄한 구성과 세밀한 묘사로 지루할 틈없이 집중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한국형 환타지는 좀 어렵다는 수식어가 이 작품 덕택에 따라다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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