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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 서티 8 - 신장판, 완결
아카마츠 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평범한 외모에 내성적인 성격. 성적도 우울한 3수생. 그런 주제에 일본 최고의 명문대인 동경대를 노리는 주인공. 일단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되기는 하지만 "저런 놈에게 감정이입하기 시러어어어어!"라는 절규가 터져나오게 할 만큼 재미없는 주인공이다. 아울러 지겨울 정도로 센스 없지, 눈치 없지, 아무튼 인기가 바닥을 기기 딱 알맞다. 거기다 재수생들의 사랑이야기? 3수? 어이구야, 내용 자체가 바닥을 박박 긴다. 그나마 초반에 이 만화를 살려준 것은 다양한 취향(로리부터 누님까지)을 만족시키는 여성 캐릭터들과 눈이 즐거운 '벗기는' 이벤트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정상적인' 스토리 전개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며, 전형성의 배치 자체가 개성과 실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전개이건만, 그 당연한 전개를 놓칠 수 없게 하는 묘한 흡입력이아말로 『러브 인 러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 암울한 전개를 벗어던지는 것은 '함께 동대에 가면 행복해진다.'라는 절대진리(먼산)가 '함께 도다이에 가면 행복해진다.'로 바뀌어 재수생들의 사랑이야기에서 도다이 유적을 배경으로 한 슈퍼 어드벤처 툼레이더물(틀려!)로 바뀐 시점부터라 하겠다. 물론 케타로가 숨은 기인(세타가 숨은 기인 아니면 대체 뭔데?)을 만나 수행(절권도까지 가르쳤다며?) 끝에 환골탈태(…)하여 주인공 교체(글쎄 만화 전반이랑 후반 캐릭터는 아예 다른 놈이라니까)가 된 것도 있지만, 아무리 이런 '멍청함에도 멋있는' 주인공이라도 동대에서의 학창생활을 무대로 했었다면 여전히 뭔가 억눌린 작품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도다이 유적의 툼레이더 러브러브 액션(점점 길어지고 있다...)이 된 『러브 인 러브』는 케타로를 포함하여 모든 캐릭터들이 억눌린 무언가를 일제히 터트려 버린다. 한마디로 만화 전체가 대폭주를 해버린 것이다. 아니, 주인공이 바뀌어 버린 것처럼 만화 자체도 아예 다른 만화가 되어버린다. 치고받고 넘어지고 자빠트리고 벗기고 벗겨지는 스토리는 똑같더라도 분위기 밑에 깔린 기반이 무거운가 가벼운가의 차이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보면, 『러브 인 러브』는 아직까지 실험작의 범주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전작 『아이 러브 서티』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고, 고등학생과 재수생이라는 것 외에는 주인공도 비슷하다(천재와 바보라는 차이는 있지만 하는 짓은 두 놈 다 찐따였다). 중간의 급격한 작품성 선회는 자신의 주특기분야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각성의 순간 아니었을까. 그 결과, 이 만화는 재미있다! 이 이상의 찬사가 어디 있으며 이 이상의 평가가 무어 필요하겠는가. 이 길고 장황한 감상문의 결론은 이것이다. 재미있다! 잘난 사회비판이나 철학 같은 무거운 것들은 애초에 지니지도 않았지만, 처음에 조금 드리워졌던 수험이라는 짐조차 내던져버리는 느낌이다. 케타로에게 감정이입해 놓고, 한번 신나게 폭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