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파파 - 단편
타카하시 신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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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유지는 변하지 않았다. 24권에 달하는 [좋은 사람]의 시작부터 끝까지, 너그럽고 침착하며 무슨 일에든 웃는 얼굴로 정열을 불태우던 기타노 유지는 시작부터 완성되어 있었고 그 끝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페이스를 흐트러트린 일이 없다. 어떤 사건과 마주치더라도 허둥대지 않고 차근차근 일을 해결해가는 기타노이기에 그가 마주치는 사건은 난관같지가 않고,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극복같지가 않다. 그저 당연히 흘러가는 일일 뿐. 이런 사건들을 난관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주인공인 기타노가 아니라 당황하고 좌절하고 극복하고 성장하는, '주변 사람들'이라는 점이야말로 [좋은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타노가 주인공이었기에 변화하지 않고 꿋꿋히 존재하는 기타노를 중심삼아 조금씩 변화해 가기 시작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볼 수는 없었다.
이 [안녕, 파파]는 [좋은 사람]의 캐릭터들의 후일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면서도 기타노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사실은 기타노가 등장할 필요가 없다는, 다시 말해 기타노는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제목과 같이 타카하시 신이 자신의 첫 작품이자 20대의 친우였던 기타노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이며, 기타노 유지가 [좋은 사람]의 독자들과 자신의 창조주인 타카하시 신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안녕, 파파]는 자신이 이렇게 변함 없으리라고 말하는 기타노 유지의 작별 인사였다.
여담. [안녕, 파파]라길래 기타노가 암에라도 걸려 죽는 감동 드라마인 줄 알았다(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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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로토 4 - 완결
산베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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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종교재판하고 이단심문하고 마녀사냥하는 심문관들이 주인공이면서도 전혀 광신스럽지 않다. 여기서 감점 1점. 제법 괜찮은 액션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헬싱]이라는 종교 액션물의 극단이 버티고 있는 이상 왕좌 탈환은 요원. 거기다 중간에 연재중단인지라 핵심적인 내용은 제대로 나오지도 못했다. 초반 화자였던 카프리야가 비전투요원이라 후반으로 갈수록 사건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점이다. 전투력 부족한 화자를 제시해놓고 파워풀 종교 액션물로 나갔으니 당연한 일지만...
그나마 이야기를 전개하며 '돌아갈 곳을 잃은 전사들을 끌어안아주는 어머니' 스타일로 확장했다거나 하기라도 하면 이미지 부활도 무리는 아니었겠지만, 그럴려던 것 같은 시점에서 끝나버렸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그림체며 프로포션이 살아있는 작품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더한다. 마이너한 작품들의 최후는 이래서 슬프다.

최근 케이 산베의 신간이 나와 행복행복행복^^ 이번에는 갈 데까지 가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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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혁명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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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카오리다운 예쁜 그림체는 여전하지만 그 그림이 담고 있는 것이 이제는 유행이 지나버린 잔혹함이라는 것까지 여전해 버렸다. 슬슬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 잔혹한 것 까지라면 고어물로 취급해서 즐겨 주겠지만 내용까지 익숙하다(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등에 푹 빠져 있었던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백작 카인 시리즈]에서부터 좀 매너리즘이 느껴지는 듯 하더니, 붉은 혜성도 땅에 떨어졌군.
사실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유키 카오리는 그동안 워낙에 강렬한 작품들을 나에게 선사해 주었었고, 지난 명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 작품 정도로는 부족하다. 괜히 유키 카오리인가! [백작 카인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그 화려하고 암울한 작품을 보여달란 말야!
분명히 잘 그린 만화다. 그림체는 화려하고 내용은 암울하다. 그러나 전개가 진부하다. 이제는 기대하던 작가들에게 배신당하는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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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말려주세요! 2 - 완결
모리나가 아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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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인걸 스나코]다! [노다메 칸타빌레]일지도. [나와 그녀의 XXX]에서 나를 약간 실망시켰던 모리나가 아이, 다시 순위권으로 복귀! 역시 당신에게는 자격이 있어! 빚 대신 하녀로 팔려온 소녀와 수시로 출장나가 신경쓸 필요 없다고 아예 공언되어있는 부모님, 모범생-날라리-카와이 3콤보의 미소년 3인방, 본인은 순정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경건한 순정만화교도인 지인들의 평가에 따르면 순정만화의 전형이란다. …정말? 이게 어디가 순정만화의 왕도냐! 이 전개가 전형이라면 나는 급진적 순정만화 원리주의 과격파가 되겠다! 노다메급 아스트랄녀와 (여전히) 필요없는 부모님, 노다메+스나코에게 걸려들어 와장창 박살나는 용도의 미소년 3마리(…), 정상인 하나 없는 대혼란의 시대랄까. [얼짱! 응원단장]의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지금은 순정틱하게 흉내를 내고 있지만, 얼마 안 가 순정은 없어지고 얄딱꾸리한 만화가 되어갈 테지."(뭔가 틀려) 예상대로 박살나기 시작. 하지만 예측이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데도 이렇게 재미있는 사건은 처음이었다.
처음 잡았을 때는 다음 권이 몇 달이나 뒤에 나올까하는 게 걱정이었다. [나와 그녀의 XXX]는 1년만에 나왔었거든.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2권으로 완결. …확실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아무튼 나는 또 배신당했다. 모리나가 아이! 당신 자꾸 이럴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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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안식처 Eternal Sabbath 8 - 완결
소료 후유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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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몰라야 한다.

바로 얼마 전에 읽은 [호문쿨루스]도 그렇고, 멀리는 [퇴마록]의 승희부터 마니악하게는 [삼천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의 벤자민(이미 이 이름으로 고정. 3권 참조)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사람은 속마음을 뻔히 알고 있더라도 돌리고 감추고 숨겨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예의, 예절, 상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만화의 주인공인 실로와 이삭은 타인의 마음을 읽고 한발 더 나아가 조작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신인류다. 꼭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졌기에 신인류가 아니라, 기존의 인류와는 완전히 다른 정신세계를 가졌기에 신인류인 것이다.

한편, 그런 그들이 매혹되는 사람은 자신이 접근할 수 없는 - 생각을 읽을 수도 기억을 조작할 수도 없는 사람이다. 이 사실은 서로 모르는 것이야말로 교류의 전제 조건이라는 아이러니를 잘 드러내고 있다. 역시 "부부 간에는 서로 감추는 게 있는 편이 사이를 좋게 하는 법"인 걸까? 예를 들자면 사람 목줄기를 물어뜯어 죽일 수 있는 이빨을 가졌다는 것 같은 것 말야. 타인에게 무한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반대쪽 극단의 신인류, 사토라레들과 좋은 비교가 되는 친구들이다.

그 외에 그림이 예쁘기는 하지만 생동감이 부족한 것도 약간 문제다. 요즘 내 눈이 높아진건가 왜이리 다들 그림체가 눈에 안 차는지… 뒤로 갈수록 작가가 방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말 자체는 작가의 목표대로 낸 것 같지만 그 과정이 개구리 뜀뛰듯 뛰어다니는 게, 이거야말로 스토리 전개의 실력 부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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