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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원작 방학기, 이명세.이해경 시나리오, 김호경 각색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멀티미디어 확장산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은 좋은 일로 보아야 할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같은 작품을 다양한 통로로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영상과, 종이와, 소리와 혹은 문자는 다른 무엇인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문제점이라면 옮김 작업에서 지나치게 역자의 관념이 들어간다거나 하여 멀티미디어 작품이 아닌, 아예 동인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오히려 그 부분을 멀티미디어의 핵심으로 삼는 - 사실상 동인물의 상업화를 중심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를 글로 옮기 [형사]는 제법 괜찮은 작품으로 보인다. "액션영화가 아닌 영화액션을 추구한" 이명세 감독의 실력이 너무 출중해서인지 실력이 부족해서였는지 지독하게 영상미와 색채감, 스타일만을 추구한 영화에서 눈빛과 삼키는 울음과 파르르 떨리는 입술만으로 표현해내던 감성을 텍스트로 접한 감상은 제법 나쁘지 않다. 원작은 다모였으되 강동원이 운명에 휘둘리는 암살자부터 사랑에 목숨건 공주님까지(오타아님) 다 해먹는 바람에 곁다리로 밀려나버린 남순(하지원 분)이 그나마 살아나서 다행이었달까. 이명세 감독 작품은 새로운 영화의 효시라고 할 만큼 지독하게 화면의 미학을 추구하는데(장쯔이는 저리가라 할 정도), 그 덕분에 싹 증발했던 스토리가 살아난 점은 높이 살 만 하다.
물론, 스토리가 살아난 덕분에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액션과 감각이 없어진 건 슬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