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2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죽은 사람의 망막에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잔상이 남는다고 한다.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은 그것을 극단적으로 밀고 들어가, 죽은 사람의 뇌를 읽어내 분석함으로써 그가 지금까지 ‘보아온’ 모든 것을 되읽을 수 있게 된 어떤 시대의 이야기이다.
단 두 권밖에 안 되는 단편이면서도 논리적 모순이나 오류가 드물지 않게 보이는 작품이지만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이 모두 그렇듯 그런 것은 아무 관계도 없다. 중요한 것은 죽은 사람의 시선을 뒤쫓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죽은 사람이 느끼는 지독한 집착.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범죄자들의 시선 속에는 잔혹한(이라는 말의 종류가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범죄현장이 넘쳐나고,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받아들임에 의해 수사관들은 차례차례로 미쳐 간다. 그런 사람들의 교류, 실낱같은 버팀대. 시미즈 레이코 작품은 전반적으로 수작에 속하지만, 그 중에서도 상당히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 [비밀]이다.
개인적으로 첫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나 모법적이고 올바른, 모든 면에서 성인군자(내지는 로봇)에 가까웠던 대통령의 시야에 남은 단 한 번의 사랑 - 아름답고 숭고하기까지 했던 그 소중하고 은밀한 시선이 까발겨져 가십지 전면을 장식하는 모습은 시미즈 레이코 작품이 모두 그렇듯이 무언가를 생각하게 했다.
아름다운 감정을 추하게 ‘승화’시키는 데 발군의 실력을 가진 작가, 시미즈 레이코. 나는 그녀의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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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0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권만으로 완결이 아닐 것 같은 분위기라 3권을 기다리고 있어요.. 근데 안 나오는군요... 더 보고 싶은데 말이죠!

yuy04 2006-05-05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맘만 먹으면 왕창 더 그릴 수 있는데, 왜 안그러는지 원...
 
월광천녀 27 - 완결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떤 면에서는 장르를 종잡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일본의 전통설화인 ‘카구야히메 설화’를 기반으로 하여 예비 장기를 보관하기 위한 복제인간의 제조에 대한 논란, 거기에 동성애를 뛰어넘은 인간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우주적인 대재난을 뒤섞은 이 작품은 시미즈 레이코 작품군의 큰 특징인 강렬한 감정의 묘사에 있어 큰 강점을 지니고 있다.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인간이 아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끼는 인간의 감정’과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중시한다. 아니, 중시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 시미즈 레이코는 그 감정을 관능적이다 못해 퇴폐적으로까지 그려낸다. 얼마 전 완결된 [월광천녀]는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그러한 퇴폐적이기까지 한 감정의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 갈망이라는 이름의 집착, 희망이라는 이름의 집착... 다른 작가들이라면 얼마든지 아름답게 그려냈을 감정들은 [월광천녀]에서는 너무나 강렬하여 도리어 추한, ‘집착’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추하고 더럽고 비열함을 스스로조차 알고 있을지라도 매달릴 수밖에 없는 집착, 그것을 이토록 진하게 그려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는 흔하지 않다. 그 사실만으로도 시미즈 레이코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음은, 충분히 하나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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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 17 - 완결
코우 후미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시대의 흐름과 변화 따위는 신경끄고 극단적일 정도의 현모양처를 추구했던 작품이 드디어 대미를 맞았다. 최근들어 유행하고 잇는 하렘물이나 러브코미디와는 전혀 달리 처음부터 커플을 완성하고 마지막까지 그 완성을 계속해가는 모습은, 이제는 낯설어서 특이해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토록 곧게 17권이라는 긴 작품을 연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인형이었던 소녀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함에 의해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이야기, '천생연분'. 조금 극단화시키기는 했지만 사람과 사람이 하나로 맺어져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이상적인 연애와 결혼의 한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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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즈 Girls 브라보 1
마리오 카네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세주문화에서 판권을 싹 사들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세주가 전 10권 완결인 이걸 4권까지 내다가 결국포기했다는 거 알고 있니? 아무리 다음 달이면 회사 이름이 코암나노바이오로 뒤집힌다지만 좀 심한 거 아니니? 이런 식으로 해서 장사 할 생각이 있는거니? ...나야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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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不적격
모요코 안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비닐도 뜯지않은 채 표지를 본 순간, 나는 느꼈다.

“이거 왠지 안노 히데아키 얘기 같은데?”

거기다가 만화가 이름은 안노 묘코. ...안 감독(슬램덩크 아님) 마누라...!

문답무용으로 비닐포장을 찢어발기고(...) 냅다 페이지를 편다. 그림체는 별로 예쁘지 않지만 어디로 봐도 오타쿠로밖에 보이지 않는 캐릭터들이 오타쿠스럽게 살아가는(...살아가는?) 모습은, ‘나 정도는 아직 정상인’이라는 안도감을 갖게 한달까, 아니면 ‘나는 아직 멀었다’고 자기반성을 하게 한달까...

에반게리온이 처음 히트쳤을 때만 해도 안노 히데아키 감독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에바의 주제가 ‘오타쿠들아, 이제 그만 좀 정신 차려라!’임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오타쿠를 양산한 것처, 안노 감독 자신이 오타쿠라는 설부터, 겐도처럼 생겼다는 설까지. 조금 과장했겠지만(조금도 과장 안 했으리라는 생각도 좀 들지만--;;) [감독부적격]은 무어라 말해야 할까, 그 진위는 둘째치고 어디까지나 ‘안노 히데아키의 모습’이라는 느낌이다.

마누라 되시는 분이 불쌍하다(먼산). 오타쿠의 모습을 그린다던 [현시연]이 거의 판타지로 흘러가고 있어서(사키같은 애인을 둔 코사카 외모의 오타쿠가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이냐아아아-!!!) 사람을 좌절시키는 데 비하면 상당히 즐거웠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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