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오디 R.O.D 7
쿠라타 히데유키 지음, 황상훈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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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세기 최후반, ‘사상 최초의 문과계 액션 히로인’을 표방한 상당히 애매한 작품, ROD가 출몰했다. 액션과 개그와 진지함과 경박함이 전부 극단까지 치솟아 버리다보니 오히려 애매해진 이 작품은 예상 그대로(혹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애매한 사람들에게 애매한 인기를 끌었는데, 바로 내가 그 애매한 족속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애매한 축에 속한다. 내가 ROD_OVA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1편의 공중전 씬도 아니고(멋지기는 했지만) 2편의 잠수함 씬도 아니고(웃기기는 했지만) 3편의 우주발사씬도 아니었다(끝내주기는 했지만--;;). 1편 극초반, 일자리가 생겨서 돈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삐친 머리에 촌스런 코트를 걸쳐입고 바퀴달린 여행가방을 끌면서 날듯이 튀어나가 ‘초중요단골손님-만나면 인사할것’이라는 현상수배 포스터까지 붙어있는 서점들을 개다래나무에 취한 고양이같은 얼굴로 헤집고 다니며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끌어모은 책들을 가방이 터질 정도로 우겨넣고는 질질 끌면서 통째로 서재-라기보다는 책 창고로 쓰고 있는 요미코 빌딩에 돌아가 부려놓은 뒤 다시 뛰쳐나가는- 그 장면이었던 것이다. 크흑, 모든 책벌레의 환상을 이렇게 멋지게 영상화해 줄 줄이야아아아-!!!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ROD_소설판이 출간되었을 때, 얼마나 기뻐 날뛰었던가. 비록 잘 표현되지도 못한 액션에 눌려 저 맛 간 - 책에 모든 것을 투자한 일상생활이 별로 드러나지 않아 사람을 슬프게 했지만, 그 슬픔도 이것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다.
이 7권으로!(...서론이 길다 임마...)
그건그렇고 7권을 읽고 나니 주 랜더 사가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고의인지 아닌지 알기 힘든 강렬한 문체에 빈번한 농업용어와 과학적 지식을 깡그리 무시하는 설정 하에서 히어로가 광선총과 우주선과 잘생긴 얼굴을 무기로 우주정복을 노리는 악당들을 100권이나 물리친다, 라... 너무 멋지잖아...--;;
“진짜배기는 지금부터야. 우리 한번 뒤집어져 보자고!”
(이봐 본론은!? 본론은 어디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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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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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망량의 상자를 읽고 나서 반쯤은 홀린 끝에 손댄 우부메의 여름. 추젠지 아키히코-교코쿠도가 나온다는 것 만으로도 이것을 읽어야 할 이유의 반은 채워진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추리소설이라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트릭들. 이성의 흐름을 타고상식을 뛰어넘다못해 망상의 영역까지 흘러가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우부메의 여름]을 추천한다. 단 두 작품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교코쿠 나츠히코의 작품에는 극단이 없다. 이 안에 있는 것은 미묘한 공포, 미묘한 혼돈, 미묘한 속임수, 미묘한 착오, 미묘한 오해. 그리고 그 미묘함의 혼탁하고 난잡한 세계가 교코쿠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의해 ‘떠내어져’가는 순간이야말로 ‘극한’이라고 칭할 법한다. 그것은 진정으로 ‘극단’이며, 어찌 말하면 그 극단마저도 미묘함의 향취를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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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 환상문학전집 21
윌리엄 깁슨 지음, 김창규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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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스페이스, 매트릭스,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 거대도시(메트로폴리스)를 뛰어넘은 메갈로폴리스(거대도시군), 카우보이, ICE, 사이버덱, 사이버네틱, 죽어서도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가는 유령.... 이런 것들은 사실 [뉴로맨서]가 처음 출판된 1984년에도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다. 그러나 윌리엄 깁슨은 이것들을 조합하여 사이버펑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사이버펑크는 죽었다. [뉴로맨서]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작품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이버펑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 윌리엄 깁슨이 완성한 사이버펑크를 재탕삼탕한 맹탕이나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더 확실하게 표현한 작품, 더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 더 매력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널리고 널렸지만 무엇인가가 살아있다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진보와 진화를 보여준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뉴로맨서] 이후 사이버펑크는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일까나--;;; 번역의 문제일까, 원래 재미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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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사전 2
허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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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의 트렌드는 ‘돈 벌자!’라고 볼 수 있다. 그것도 ‘일해서 벌자’ 보다는 돈놓고 돈먹기 양상을 보이는데, 이 [부자사전]은 그런 세태에 가장 적극적으로 영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나쁜 뜻 아님). 사람들에게는 어째서인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한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수입보다 적성이 중요하다’, ‘ 장래성과 ㅎ취향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들이 특히 거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데, [부자사전]은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돈을 좋아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중간 부자들’이라고 단언하며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돈을 버는 법’을 논하고 있다.
나도 돈 좀 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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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주식교실
이원복.조홍래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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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엔간한 책을 들입다 파고들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왕초보 주식교실]은 가장 기본적인 점만을 아주 잘 찝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딴건 다 좋다치고 제일 이해하기가 쉽다. 이름 그대로 ‘왕초보’를 위한 책인데, 역시 알것 다 아는 프로들이 쓴 책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그냥 지나쳐 버리는 반면 이 [왕초보 주식교실]은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왕초보인 이원복 교수님이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그려낸 책인지라 그런 것 아닐까. ‘떼돈 버는 방법’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는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식이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하려는 왕초보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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