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쪽은 거의 포기한 상태였던지라 신경 안 쓰다가, 우연찮게 쥐게 된 책. 늘 그렇듯 완전히 망가진 표지가 탈력. 멋지게 하던지, 아니면 아예 안 해버리면 안되는 걸까. 한데, 이거 엄청 낯익다. 한참 고민한 끝에 깨달았다. 이수영님 문체다! 이수영님이라면 쿠베린 시절부터 팬이었던데다가 콘도르니아의 반지에서 완전 대폭소했던 기억도 있고, 귀환병과 패리어드도 엄청 좋아했다. 무엇보다 이수영님의 글은 대책없이 강한 먼치킨을 내보내더라도 그 감정묘사와 사건심리의 표현이 아주 뛰어난데, 이 [사나운 새벽]도 상당히 멋지다. 바다를 가르고 산을 짓뭉개는 소드마스터와 마신에게 도전하는 마왕과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공주님과 의모와 통정하는 왕자가 넘쳐나는 주제에 이수영님 특유의 심리묘사가 살아 있다. 좋지 아니한가. 근데... 윤석진? 누구야 이거? 어쩜 이렇게 비슷하게 따라붙었어? 이수영님 문체는 흉내내기도 어려운데. 하다가 우연찮게 알아버렸다.윤석진은... 이수영님 둘째 아드님 이름이시란다...--;; 이제 두세 살쯤 되었을 한국 판타지계 최연소 작가--;; 해서 전권 구매 결정. 이수영님 특유의 아름다우면서도 난폭한 심리 묘사는 이제는 너무나 일상적인 소드마스터 먼치킨임에도 불구하고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필력은, 잡초 무성하다 못해 누릿누릿 말라죽어가는 한국 판타지계에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촛불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