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갬블러 마우스 4
타카하시 노보루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여기 등장하는 도박은 단 하나뿐이다. 20면체 주사위를 굴려서, 숫자가 나오면 업 또는 다운을 지정한다. 그리고 그 다음 상대방이 주사위를 굴려 업을 지정했을 때 더 큰 숫자가, 다운을 지정했을 때 더 작은 숫자가 나오면 그동안 건 돈을 가져가는 것이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기 때문에 허세와 속임수가 넘쳐나고, 한 번 주사위가 굴러갈 때마다 두 배로 올라가는 판돈은 기하급수의 공포를 눈 앞에 들이민다(다섯 번 승부가 안 나면 32배, 여섯 번이면 64배다!). 그리고 발기부전의 고민과 정리해고의 공포에 시달리던 - 아내는 바람나서 가출한 남자가 이 세계에 흘러든다.
포커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도박의 핵심은 단번에 홨다간다하는 거액이 아니다. 그 큰 돈이 단숨에 왔다갔다한다는 그 ‘사실’ 자체이다. 한 장 한 장마다 심장이 조여들고 그것이 풀리는 순간 쏟아져내리는 뇌내마약의 흐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도박 끊겠다고 손가락 자른 꾼이 발가락으로 패 돌린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 작품 [갬블러 마우스]에서는 바로 그것이 넘쳐난다.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절망적이고 [원 아웃]이 논리적이라면 [갬블러 마우스]는 천박하다. 80년대 성인만화같은 그림체 속에서 벌어지는 성적 묘사 짙은 표현은 실로 천박하다는 표현에 갈음한다. 그리고 그 ‘천박함’ 이야말로 도박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제는 구해볼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