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팅 The Fighting 74
모리카와 조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는 [하지메노 잇뽀]. [시작의 일보]라는 뜻으로 주인공 일보의 첫 걸음이라는 의미를 잘 살려낸 제목이지만, 국내판의 [더 파이팅]도 꽤 맘에 든다. 사실 예쁜 그림체도 아니고(타격감 하나는 죽이지만 예쁘진 않다) 완전 원패턴에 한 경기에 두세 권씩 잡아먹는 밀도가 낮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7천만 부가 팔린 희대의 대작이기도 하다. 한국 싫어한다고 이름높은(가끔 한국 복서가 나오는데, 무조건 '그냥 악당 얼굴'에 '그냥 박살'나는 역할) 작가지만, 뭐 어떠랴. 왕따A가 복싱을 통해 강해져가는 그 과정은, 그 과정만으로도 이 작품에 가치를 부여한다.
아울러, 70권이라는 긴 흐름 속에서도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성장물 만화들이 성장한 끝에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은 아예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일보는 헤비급 펀치를 지닌 페더급 일본 챔피언이라는 '강자'가 되었으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 발버둥친다. [홀리랜드]와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거의 똑같은 패턴이거든...
다만 캐릭터를 만들면서 좀 지나쳐버렸다는 느낌이 크다. 그 대표적인 존재가 브라이언 호크와 데이비드 이글. 악 중의 악, 혐오해야할 양키로 브라이언 호크를 만들어놨다가 '이거 좀 심했나' 하고서는 데이비드 이글을 만들었다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러니 이번엔 지나치게 진지한 헤비급 일보가 되어 나왔지.
슬슬 매너리즘이 보일 만한 길이이면서도 꺾이지 않고 잘 나가고 있는 [더 파이팅]. 본인만 모르고 있지 일보와의 실력차이는 갈수록 벌어져만 가는 일랑(하기야 초근접전 전문 파이터는 근접전 카운터마스터에게는 밥이나 다름없으니)과 최강최후최악의 대괴수 페더급 세계챔피언 리카르도 마르티네스(70전...)가 아직도 무겁게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는 시점, 과연 일보는 얼마나 더 괴물이 되어야 "강해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일보는 도전자다. 강해질 그날까지. 그리고 도전의 대상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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