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이치 풍경 4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등장했던 로봇은 자신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하고, 인간을 사랑하기도 하고,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보살피려 하기도 한다. 로봇의 원어인 ‘로보타’에는 감정이 없이 명령에 따라 일하는 자동인형이라는 의미마저 있었건만 인간이 묘사해 온 - 즉 무의식중에 바래 온 로봇의 모습은 인간과 같이 감정을 가진 인간의 창조물이었다.

하지만 [마루이치 풍경]의 마루이치들은 감정을 갖지 못했다. 표정도 갖지 못했다. 마루이치는 인간의 행동을 흉내내는 작은 로봇일 뿐, 그저 사람이 가르쳐 준 대로 움직일 뿐. 그러나 마루이치 자신의 감정이 없기에 마루이치는 인간의 거울이 된다. 인간의 행동은 무엇이든 따라할 수 있다. 따라한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아버지의 쓸쓸한 손길을, 딸을 만나고 싶은 어머니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친구를 때리고자 하는 주먹에 담긴 망설임을,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대로 담아낸다. 그리하여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보인다. 목소리도, 키보드도, 그 외의 어떤 입력장치도 아닌,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마루이치. 마루이치는 인간의 거울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두렵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이 바보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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